고대 이집트는 지리적 환경과 기후가 가져다준 제약과 기회가•결합해 문명의 발달에 어떻게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아주 분명하게보여주는 사례이다. 리본처럼 사막을 가로지르며 뻗어 있는 오아시스인 나일강은 여름만 되면 어김없이 범람하는데, 에티오피아고원의 발원지를 침식해 내려오는 강물은 미네랄을 듬뿍 함유한 퇴적물을 강 양안에 쌓아 평야 지역에 생기를 다시 불어넣는다. 거대한 나일강은 또한 단순한 운송 수단도 제공했다. 북아프리카의 이 위도대에서는 늘 북동 무역풍이 부는데(더 자세한 내용은 8장에서 다룰 것이다), 그래서 배들은 바람을 타고 상이집트로 갈 수 있다. 그리고 부드럽게 흐르는 나일강의 물살을 타면 하류 쪽으로도 쉽게 갈 수 있다. 이러한 자연적 양방향 운송 체계는 곡물과 목재, 석재, 군인의 수송을 용이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남북 방향을 따라 이집트 전역의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해 통일 국가를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나일강 양편에는 건너기 힘든 사막이 길게 뻗어 있는데, 이천연 장벽은 오랫동안 외적의 침공을 막아주었다. 하지만 이 환경조건은 이집트가 영토를 확장해 제국으로 발전하는 것도 막았다. 기원전 2000년대 후반에 레반트 해안으로 팽창한 것 말고는이집트는 나일강 주변의 지역 강국에 머물렀다. 나일강 유역은 곡물 생산에는 아주 좋았지만(이 지역은 고대 그리스의 도시 국가들을 먹여 살리는 데 도움을 주었고, 나중에는 로마 제국에 식량을 공급하는 곡창지대가 되었다), 나무가 부족했다. 삼나무 목재는 레반트에서 수입했지만, 그 비용이 너무 비싸 이집트의 군사력을 지중해 전역이나 홍해 너머까지 과시할 만큼 거대한 규모의 해군을 육성할 여력이 없었다.
단순한 국내 운송 체계, 나일강이 제공한 농업의 생태학적 지속 가능성, 사막이 제공한 천연 방어 장벽 같은 환경의 이점들이 결합된 결과로 이집트 문명은 안정 상태를 오래 지속할 수 있었다. 이 지역에 번영을 가져다준 핵심 요인은 나일강이었다. 그래서 기원전 5세기에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 Herodotos는 이집트를 "나일강의 선물"이라고 묘사했다. - P106

앞에서 보았듯이, 야생 식물 종을 작물로 재배하면, 비록 시간과 노력은 더 많이 투자해야 하긴 했지만, 식량 생산량을 아주 크게 늘릴 수 있었다. 그리고 동물을 가축화하자, 오랫동안 사냥을해야 하는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고기를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가축화는 이리저리 떠돌이 생활을 하던 수렵 채집인은 누릴 수 없었던 다른 기회도 제공했다. 사냥해 잡은 동물로부터 고기와 피, 뼈, 가죽을 얻을 수 있다. 이것들은 모두 식량과도구, 몸을 보호하는 재료로 아주 유용한 산물이지만, 딱 한 번만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동물을 보호하면서 기르면, 필요할 때 동물을 죽임으로써 이러한 산물을 훨씬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일단 동물을 가축화시켜 평생 동안 돌보면서 기르면, 야생동물에게서는 쉽게 얻을 수 없는 유용한 산물과 서비스를 연속적으로 얻을 수 있다. 가축 사육은 완전히 새로운 자원도 제공했다. 이것을 ‘부산물 혁명‘이라 부른다.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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