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잼이의 박물관 탐구생활
윤잼잼 지음, 박찬희 감수 / 빨간소금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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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삼아서, '정체성이 애매한 책'이라고 할까?ㅎㅎ
일단 그림책이긴 하다. 선이 간결하고 귀여운 그림이 눈에 쏙쏙 들어온다.
정보그림책이라고도 할 수 있다. '박물관 탐구생활' 이라는 제목에서도 알려주듯이 박물관 견학을 가는 아이들이 알아두면 좋은 상식들을 잘 담았다. 박물관에서 지켜야할 일, 유물 이름표 읽는 법, 유물 감상법, 유물의 가격, 유물이 박물관에 오게 되기까지의 과정 등등.

그렇게 정보그림책으로 분류하면 되냐? 그게 아니다. 이 그림책엔 이야기도 담겨있다. 정보와 이야기. 이 두가지가 이질적인 느낌이 전혀 들지 않게 잘 어우러져 있다. 게다가 이야기는 꽤나 긴박감을 갖고 있기까지 하다.^^

정보쪽 페이지는 칸을 분할하여 만화식으로 구성했고 흰바탕에 깔끔한 그림으로 가독성을 높였다. 이야기쪽 페이지는 다양하고 자유로운 화면 구성에 바탕색을 비롯한 색채도 더 많이 사용되었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학교에서 태복이가 잼잼이한테 '괴담'이라고 쓰여진 책을 빌려준다. 궁금증을 못참은 잼잼이는 선생님이 오시기 전 막간을 이용해서 한 꼭지를 읽는데... '방울소리'에 대한 이야기였다. 등골이 서늘해졌던 잼잼이는 그날부터 밤마다 방울소리 꿈을 꾼다. 아니! 방울소리를 듣는다! 대체 방울소리의 정체는 뭘까?
내 특기가 스포지만 이것만은 참겠다. 마지막 장면만 참으면 되니까....ㅎㅎㅎ

TV에서 한국은 처음이지?인가 하는 프로그램을 스쳐본 적이 있는데 아들셋을 데리고 한국여행을 온 엄마가 박물관 코스만 짰다가 아들들과 원수 되기 직전이 되는 장면이었다. 이후로 어떻게 화해를 했는지는 못봤지만....^^;;; 박물관행을 즐기는 아이는 많지 않을 터, 자녀와 박물관 계획을 짰다면 이 책을 함께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런 실용적 목적이 아니라 그냥 읽어도 충분히 재미있다. 이야기만으로도... 재미있게 읽고 나서 부차적으로 "박물관은 어디에 있어? 우리도 박물관 가보자!" 하는 효과가 발생한다면 더할나위없이 좋은거고....

작가인 윤잼잼 님은(물론 필명이겠지?) 출판사에서 오랫동안 일하다 그만두고 박물관, 미술관 등을 다니며 하고 싶은 공부와 책을 쓰면서 지내신다고 한다. 아이고 세상 부러워라~ 나도 그렇게 살고 싶지만.... 공부에 깊이도 없고, 쓸 글도 없을 뿐 아니라 잼잼님처럼 세상이 재밌지가 않아서 흉내내긴 어려울 듯하다. 대신 응원합니다. 재밌는 이야기를 더 많이 들려주세요. 그림도 이야기도 참 좋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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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수업, 교사 실재감이 답이다 -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수업 전략 함께 걷는 교육
신을진 지음, 수업과성장연구소 기획 / 우리학교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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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실재감' 이라는 제목을 보았을 때 이거다 싶었다. 남이 훌륭한 말을 하는데 "맞어, 내 말이 그 말이야." 하고 뒷북치는 느낌과 비슷했다. 내가 이 답답한 시기에 조금이라도 보람과 성취감을 느낄 때가 있었다면 그 요인은 바로 이것이었다. 그 순간이 그리 많지가 않았다는게 문제지만...;;;

내가 학생이라면 솔직히 이 온라인수업 상황이 나쁘기만 할 것 같지는 않다. 일단 나는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이 바닥은 아니고, 혼자 있는 시간을 매우 즐기며, 자유시간에 독서하는 것을 좋아하며, 말보다는 글로 발표하는 것에 강점이 있고, 피곤한 관계들 속에 놓이는 것을 싫어하고, 기다리거나 허둥대지 않고 내 속도대로 공부하는 게 좋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런 아이들이 없지 않고 그 아이들은 이 상황 속에서도 무난히 학습을 해 나간다. 하지만 이런 아이들에게도 뭔가 긁어주어야 할 아주 가려운 부분이 있는데, 그게 바로 반응이다. 자신의 활동에 대한 반응. 그것이 있어야 계속 동기를 유지하고 학습을 지속할 수 있다. 이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사 실재감은 바로 이것이다.

온라인수업이 장점이기는 커녕 고통일 뿐인 아이들에게는 교사의 실재감이 더욱 광범위하게 필요하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교사의 지시도 불응할 수 있는 아이들이 떨어져 있는 교사의 관리에 순순히 따를 리가 없다. 허물어진 일과 속에서 교사의 관심과 연락은 짜증만 유발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지치고 상처받은 교사들이 많다. 하지만 손놓고 포기할수는 없기에 언젠가는 마음을 열기를 바라며 지난한 수고를 계속 해야만 한다.

이 책에서는 교사 실재감의 4가지 실천원리(BEING)를 제시했다.

1. 연결되는 관계 만들기 (Building relationship)
관계는 대면수업에서도 기본이 되는 것이지만 온라인에서도 중요하며, 교사 입장에선 당연히 더 어려운 작업이다. 이 책에서 예시한 방법으론 이런 것이 있었다.
(1)학생들이 제출한 과제나 응답 내용 등을 기억해두고 수업할 때 자주 활용하는 방법
(2)학생들이 연결되게 하는 방법으로, 과제 작성을 다른 친구들도 볼 수 있는 형태로 전환, 나아가 서로의 과제에 대해 피드백을 작성하는 형태
전자는 내가 자주 사용하는 방법인데, 전 수업에서 패들렛에 올린 의견이나 과제방에 올린 글을 다음 수업에서 예시로 활용하는 방법이다. 시쓰기 수업에서는 아이들이 올린 시화를 가지고 전시영상처럼 만들어 올린 적도 있었다. 어차피 잘 안보는데... 라는 생각은 오산이었다. 드라이브 조회 가능수가 학년 전체 인원수의 1.5배였는데도 조회수를 초과해서 유튜브에 옮겨 걸어야 하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수업을 자주 하지는 못했다는 점과, 전체 아이들을 다 다뤄주지는 못했다는 점이다. 소개시켜주는 것이 곧 아이에게 수치심을 주는 것이 될 정도의 수준으로 과제물을 올리는 아이도 있지 않은가. 보는 눈(비교하는 눈)들도 있고 말이다. 조심스럽기도 하다.

후자(과제물을 공개로 올리고 서로 볼 수 있게 하는 방법)는 글쓰기 수업에서 많이 적용해 보았는데, 대면수업보다도 결과물이 좋다고 기뻐했던 수업이 있었는가 하면, 피드백하다 나가 떨어지고 결과물은 눈뜨고 못봐줄 지경이었던 적도 있다.^^;;; 그 외에도 패들렛을 활용해 핫시팅, 찬반토론도 시도해 보았다. 쉽진 않았지만 기능성은 본 것 같다. 이런 활동들로 수업을 구성하면 확실히 바쁘다. 바쁘다는 것, 그건 실재감이 발휘되고 있다는 증거인가...;;;

실천사례에서, 이 부분의 사례로 소개된 안희준 선생님은 교사 자신이 들어가는 영상을 직접 제작하고 그 안에서 아이들의 이름을 고루 불러주셨다. 그 반만 활용할 수 있는 일회용 영상인 셈인데 거기에 들이는 시간을 아끼지 않은 것이다. 학생, 학부모 전원과 전화상담으로 관계를 다져나갔다. 전화... 이 부분에서 주눅이 든다. 나는 폰을 통화 용도로 사용하는 일이 거의 없다. 가족을 제외하고는 예고 없이 전화를 걸어오는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문자나 톡이 있는데 왜.... 그래서 아이들과도 통화는 잘 하지 않았다. 이걸 가지고 욕을 한다면 먹을 수밖에 없는데, 그래도 각자 선호하는 소통방식을 존중해주면 안될까 라는 생각을 한다. 아니라면 할수없고...ㅠㅠ

2. 교사 존재감 나타내기 (Showing my Existence)
온라인수업에서 학생들이 집중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바로 교사의 존재에 대한 인식이라고 한다. 단지 물리적 존재 뿐만 아니라 학생들을 위해 어떤 의도로 수업을 준비했고 또 어떤 방향으로 이끌고 싶은지 등을 알게 하는 것이다. '우리 선생님이 하는 수업' 이라는 느낌은 중요한 것 같다. 익명의 다수를 향한 수업이 아니라 나(우리)를 위해 준비한 수업이라는 느낌.

그런데 실천사례에 소개된 중학교 음악선생님은 나한테 심한 좌절감을 안겨주었다. 이분의 유튜브를 검색해서 구독까지 하고, 수업영상을 몇 편 살펴보았는데 내가 도저히 흉내낼 수가 없는 수준이었다. 영상편집 기술은 물론이요 실기능력(물론 중등은 전공과목을 하니 온갖 잡기를 해야 하는 초등과는 다른 점이 있지만), 가장 넘사벽인 건 쇼맨십. 이건 도저히 극복이 안되는 벽이었기에 입벌리고 쳐다만 보다 넘어갔다. 엉엉.ㅠㅠ

3. 수업의 흐름 이끌기 (Taking INitiative)
"일반적인 교육과정을 무조건 따라가지 말고 가르치고 있는 아이들의 수준과 상황에 맞는 수업의 흐름을 훨씬 주도적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학생들과 분리된 수업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내 생각엔 이 부분에서 교사에게 필요한 건 융통성과 유연함 같다. 한 방법만 고수하지 않는 것이다. 아이들은 쉽게 질린다. 그리고 간파한 방법에 대한 요령(부정적 의미에서)을 금방 알아차리고 알맹이는 빼버린채 과제만 제출하기 일쑤다. 그때그때 맞는 방법으로의 유연한 전환이 필요하다.

이 부분의 실천사례로 소개된 과학 선생님은 수업 포맷을 영상+과제로 하고 학생들의 과제를 추출해 다시 제시할때 교사의 의견과 질문을 추가해 전체에게 피드백하고 댓글을 활용해 의견을 나누는 방법을 사용하셨다. 게시글에 댓글이 선뜻 달리지 않자 학급별 단체 카톡방을 개설하여 활용하셨다. 이 시도가 나와 같아서 내심 반갑고 놀라웠다. 고민 끝에 여름방학을 마치고 개학하는 날부터 학급단톡방을 열고 일단 등하교 신고부터 받았는데, 눈가리고 아웅같은 이 일이 아이들의 참여도를 훨씬 올려놓았다. 주루룩 올라오는 친구들의 등교신고가 또래압력이 되는 건지, 혼자 외로운 섬 같은 느낌이 아닌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주는 건지, 물론 완벽해진 건 아니지만 어느정도는 함께 가는 느낌이 생겼다. 가끔 "**동영상을 보고 ○시에 단톡방에 모이세요" 해놓고 내용퀴즈를 내기도 하고 소감을 묻기도 하면서 혼자 '이게 뭐야ㅋㅋ' 하고 웃기도 했는데, 이 단톡으로 전체 피드백이 진지하게 진행된 사례를 보니 반가웠다. 앞으로는 줌 수업을 하게 돼서 이런 부분은 거기서 커버될 것 같지만, 그래도 횔용할 여지는 남아 있을 것 같다.

4. 피드백으로 다가가기 (Giving feedback)
나는 그래도 피드백을 열심히 해주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보니 기본 중의 기본만 겨우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온라인수업의 고충이 바로 이 피드백에 들어가는 시간이다. 제대로 하자면 끝이 없다. 하지만 교사도 일과 가정은 구분해야 할 것 아닌가. 초과근무가 강요되는 현실은 옳지 못하다... 고 생각하지만 기본 중의 기본만 하는 나도 초과근무를 밥먹듯하며, 실천사례에 나온 고등학교 선생님은 언제 그 많은 양의 피드백을 질 높게 해주시는지 존경스러울 정도다. 무려 프로젝트 수업이었으니 말이다.

이와 같이, 이 책은 내가 무심코 하고 있던 것도 알고보니 꽤 의미있는 작업이었구나 하는 자신감을 주기도 했고, 아 나는 도저히 안되겠구나 하는 좌절감을 주기도 했다. 그 사이 공간에 내가 채워야 하는 범위가 있을 것이다. 4월이 되어서야 개학을 한 올해는 10월인 지금 겨우 수업일수 절반을 조금 넘었을 뿐이다. 그런데 벌써 "지친다"는 말이 나온다는 현실... 올해가 빨리 갔으면 하는 마음도 솔직히 든다. 하지만 내년도 좋아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올해의 아이들이 내년 담임을 만나 "너희는 대체 뭘 배웠니?" 하고 선생님을 멘붕에 빠뜨리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오늘도 나는 아이들을 파악하고, 그 파악에 맞추어 수업을 만들고, 그 수업에 나의 흔적이 묻어나 아이들과 함께하고, 아이들끼리의 연결도 부지런히 만들어주어야 한다. 한계를 예상하지만 모두가 겪는 어려움이니 할 수 있는 만큼은 해야 한다.

부디 이 시기를 웃으며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랄 뿐이다. 또 이 시기가 하나의 밑거름이 되길. 아이들에게도 교사들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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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학교 키큰하늘 4
박현숙 지음, 민은정 그림 / 잇츠북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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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숙 작가님의 책에 리뷰를 쓸 때마다 하게되는 말, 엄청난 다작이시라는 점이다. 국수 뽑는 기계도 아니고 어떻게 그리 줄줄줄 나올 수가 있단 말인가? 그래서 내게는 책 고르는 우선순위에서 좀 밀리는데, 그래도 읽어보면 후다닥 쓰신 느낌은 없어서 그 점이 또 신기하곤 했다. 이 책도 그러했다.

이 책엔 일단 다문화가 전면에 나와 있다. 신우 엄마는 프랑스 유학 중에 만난 사람과 결혼해 프랑스에 정착했고 신우도 프랑스에서 자랐다. 동양인이라 겪는 설움이 전혀 없지는 않았지만 그런대로 지냈다. 그러다 한국 학교에 다닐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겼다. 외할아버지의 임종은 커녕 장례식에도 참석 못했던 아픈 기억이 있는 엄마는 편찮으신 외할머니의 곁을 꼭 지키려 입국한다. 그러나 신우는 가는 학교마다 적응을 못한다. 다문화의 벽은 프랑스보다 한국이 훨씬 높았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엄마가 선택한 학교는 '다문화'학교라고 했다. 워낙 다양한 국적의 아이들이 다니니 차별받을 걱정이 없다는. 실제로 학급엔 러시아, 필리핀, 미국, 베트남 친구들이 있었고 바로 어제 전학 왔다는 황정훈이란 한국 아이도 있었다. (이 아이는 엎드려 잠만 잔다) 그러나 건물도 으스스하고 이상한 느낌이 감도는데, 그건 이 학교가 요즘 '세계 귀신 축제'를 준비하고 있어서 그런 걸까?

(이런 얘기를 다 해버리면 완벽한 스포가 되어버리는 거지만, 그게 싫으시면 여기까지만 읽으시길.) 처음엔 표지도 그렇고 제목에서도 왠지 괴기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개인적으론 그런 분위기를 아주 싫어하기 때문에 책에 선뜻 호감이 가지 않던 중.... 중반 이후에서야 내가 느낌을 잘못 잡았다는 걸 깨달았다. 이 이야기는 아주 훈훈하고 희망적이며 보람이 가득한 이야기였다.

아이들은 이 학교의 전통이자 가장 큰 행사인 '세계 귀신 축제'를 준비하며 협력하게 되는데, 그 사이에 괴기스럽거나 초월적인 느낌의 장면이 없진 않지만 그게 주는 아니다. 아이들은 이 큰 행사의 준비와 실행의 모든 주도권을 가지고 있었고, 특히 학년별로 맡은 '귀신의 방'을 준비하며 머리를 맞대는 동안 완전히 하나가 되었다. 특히 상처가 많은 신우와 황정훈이 아닌듯 서로를 배려하며 상대의 마음을 확인해가는 과정에선 미소가 지어진다.

상처는 사람의 행동을 치우치게 한다. 차별에 격분하는 신우의 행동이 그랬고, 황정훈의 상처도 짐작이 가능하다.
"처음에는 좋다고 칭찬하다가 무슨 일이 생기면 그럴 줄 알았다는 원망 듣는다고."
"만약 너한테 무슨 일이 생겼으면 나는 또 원망 들을 짓을 한 게 되는 거야."
"내가 말한게 잘 안되면 나중에 나 원망할거지?"
대체 어떤 원망을 들었기에 황정훈은 '원망 듣느니 아무 것도 안하겠다'가 되어 하루종일 엎어져 자는 아이가 되었을까? 그런 이야기까진 나와 있지 않다. 하지만 문제행동 이면에는 그 아이의 상처가 있다는 점을 잊지는 말아야겠다. 더구나 황정훈처럼 본바탕이 선한 아이는 기회만 적시에 주어지면 자신의 상처를 이렇게 뚫고 나온다. 신우도 마찬가지였다. 그 기회란 바로 '자존감'의 기회다. 아이들이 주도하는 축제는 바로 그 기회를 아이들에게 제공했다.

작가는 한 대안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한 경험을 '작가의 말'에서 밝혔다. 말하자면 이 책의 주요 소재들이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짚이는 검색어로 검색을 해보았더니 실제 학교의 이름까지도 알 수 있었다. 실제로 대단한 규모의 축제를 했었구나. 훌륭하다.

차시 단위의 분절적 수업에 묶여야 하는 학교에서 이런 뭉텅이 시간을 아이들에게 전적으로 맡기기는 참 어렵다. (맡긴다고 뭐가 꼭 나오진 않음) 실제로는 직접 지도하는 것 이상의 코칭과 조력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어쨌든 아이들이 스스로, 협력하여 뭔가 해내는 과정은 그 과제의 완성 자체 뿐 아니라 거기에 따르는 많은 부수적 효과들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됐다. 나는 아이들이 못미더워 늘 반조리 제품의 형태로 제공해왔던 것은 아닌가 고민이 되기도 한다.

신우네 학년이 '가장 무서운 귀신의 방'으로 뽑혀 상금을 받고 상금을 어디레 쓸지 의논하는 장면으로 끝이 나니 이 책의 마지막은 아주 맑게 갠 환한 색이다. 이 아이들이 준비한 행사를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귀신축제는 내 취향이 아니지만 말이다.^^;;; 자존감을 회복한 아이들은 이제 쭉쭉 뻗어나갈 수 있겠지. 상처로 움츠린 모든 이들이 자존감을 회복할 계기를 갖게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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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얄밉지만 돈카츠는 맛있어 반갑다 사회야 25
김해창 지음, 나인완 그림 / 사계절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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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있는 작명과 컬러풀한 표지그림를 보고 "와, 재밌겠다~" 하고 펼치면 약간 실망할 위험성이 있는 책이다.^^ 책이 얇고 그림이 많은데도 지적인 욕구와 독서력이 어느정도는 있어야 읽어낼 수 있는 책인 듯하다.

첫번째 챕터에서는 개요에 해당되는 이런저런 내용들이 나오는데 이부분이 좀 딱딱하게 느껴졌다. 세출과 세입, 행정조직도 등에 관심을 갖는 초등학생은 거의 없을 것 같아서.

그리고 아주 사소한 것이긴 하지만, 10쪽에 일본에서 가장 긴 강 3위까지를 귀여운 그림으로 소개했는데 그림상으로는 1등이 제일 짧고 3등이 제일 길다. 직관적으로 알게 하기 위해 그림으로 제시하는 건데 이렇게 제시하면 의미가 없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살짝 들었다.

이 책의 특징을 꼽자면 설명용 만화그림을 제외하고는 모든 그림이 일본의 옛 그림으로 제시되어 있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그림작가가 컨셉에 맞추어 그린 새 그림보다는 그림읽기에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일본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 책의 차별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첫장이 개조식으로 되어있다면 두번째 장부터는 입말 식으로 서술되어 있다.
- 한국과 일본,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을까?
- 일본의 정치와 법을 살펴보자
- 일본과 이웃나라의 관계를 살펴보자
- 일본의 생활, 문화, 교육을 살펴보자

위와 같은 4개의 주제로 설명한다. 개인적으로는 세번째 주제가 가장 관심이 갔다.(참 여러 나라와 풀어야 할 문제가 많구나) 문화에 대한 내용도 관심이 갔는데 책으로 간단하게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므로 문학이나 공연 문화는 실제 접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일본에 특별한 감정이 없다. 매사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성격이라 그런 것 같다. 남의 나라가 남의 나라지 뭐, 이런 생각이랄까? 한가지 분명한 건 밉건 좋건 간에 밀접하게 관련될 수밖에 없는 운명의 이웃나라라는 것이다. 그러면 상대에 대해 잘 이해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얄밉다는 감정, 맛있는 돈카츠에 대한 선호를 넘어서서 말이다. 이 책은 그런 뜻에서 쓰인게 아닌가 싶고 그런 의미에서 다루는 내용도 적절하다고 본다.

잘 기획된 책이고 차별성도 있지만, 조금만 더 욕심을 부린다면 초등생들 수준에서 좀더 관심있게 책장이 넘어가는 책이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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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교실 이야기 파이 시리즈
김규아 지음 / 샘터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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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면 이토록 깊은 고난과 좌절과 슬픔과 두려움을 이렇게 잔잔하고 섬세하게 펼쳐 놓았을까. 이게 현실이라고 상상하면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일을.

아이는 지금 살아가는데 필요한 가장 중요한 감각 하나를 잃을 위기에 놓여있다. 두렵고 슬프다. 부모의 마음은 또 어떠할까. 그러나 격동의 감정은 표현되지 않았다. 모두가 담담하다. 하지만 또 그게 더욱 가슴아픈 법이지.

정우는 밤늦게까지 수학 학원에서 공부를 한다. 이런 부모는 많지. 선행학습으로 아이를 학대하는... 그런데 가만 보니 그런 경우는 아니었다. 아이는 "정확한 건 왠지 맘이 놓여서 편안하다. 수학처럼 말이다." 라고 한다. 엄마 아빠는 늘 다투었고, 지금은 별거 중이다. 그러는 중에도 아이는 시계처럼 정확한 일상을 살아간다.

두꺼운 안경을 쓴 말 없고 특이한 모범생. 그게 정우의 캐릭터다. 문제는 정우의 안경을 계속 바꿔야 할만큼 눈이 불편하다는 것인데... 또 찾아간 안과에서 아빠는 심각한 설명을 듣는다.

어느날부터 아빠는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고, 엄마는 전에 없이 정우와의 시간을 보내려고 애쓰는데, 엄마에게 상처주는 말을 내뱉고 후회하던 그 밤, 아빠는 모든 상황을 말해준다. "끝없는 밤이 올 수 있다." 는 슬픈 표현으로.

이제 정우의 시간들은 같은 듯 달라졌고, 정우의 생각과 감정도 많은 것이 교차한다. 조용하게 혼자서만 하는 생각들이 더욱 슬프다. 내게 무엇보다 슬펐던 장면은 정우가 스스로 안대를 사서 쓰고 어둠을 연습하던 장면... 속 깊은 아이는 왜 이렇게 지켜보기 가슴 아픈지.ㅠㅠ

그래도 정말 다행인건, 이 특이한 아이가 그동안 왕따가 아니었고, 자신과 아주 다른 절친들이 있고, 좋아하는 여자 짝꿍도 있고, 선생님도 좋은 분이고... 결정적으로는 '늑대 음악 선생님'을 만났다는 것.

선글라스를 쓰고 기타를 메고 등장한 늑대선생님은 아이들에게 거침없이 자신의 이야기도 해주었다. 왜 선글라스를 썼는지, 왜 사냥보다 음악을 사랑하게 됐는지, 왜 밤의 음악교실을 좋아하는지.... (그러고 보니 이 책의 제목이 바로 '밤의 교실'이다.) 늑대 선생님은 정우 안에 잠자던 많은 것들과 새로운 감각들을 일깨워 주었다. 조지 거쉰의 <랩소디 인 블루>를 들려주었고 <문라이트 세레나데>라는 재즈곡을 추천해주었다. (전자는 알지만 일부러 들어보진 않았던 곡이고, 후자는 모르는 곡이다. 둘다 다운받았다. 듣다보면 늑대선생님과 정우를 더 이해하게 될까.ㅠ)

늑대선생님의 마지막 수업이자 밤의 연주회에서 연주한 곡은 늑대샘이 작곡하고 정우가 제목을 붙인 곡, <나의 눈은 달빛>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늑대선생님은 정우에게 달 브로치를 선물로 주었다.
"달빛처럼 살아. 어두운 곳을 비추면서."
"앞으로도 연주 즐겁게 하렴. 약속."

사소한 스트레스도 힘들어하거나 회피하려고 하는 나보다 이 초딩 소년이 훨씬 어른이다.
"나는 믿는다. 나의 밤하늘에 별이 가득 채워지고 있다는 걸."
삶에는 예기치 못한 슬픔과 절망도 있겠지만 의외의 기쁨과 소소한 희망도 많다는 걸, 만화책을 읽으며 깨닫는 나. 이 만화는 실로... 대단하다. 아이들이 다 이해할까 싶을 만큼. 이 책에는 삶을 대하는 진지한 태도가 담겼다. 늑대 선생님의 말씀이다.

"맞아, 재즈는 정확한 악보가 없어서 늘 새롭지. 마치 인생 같아. 예상할 수 없는 기쁜 일, 슬픈 일이 모여서 인생이 되는 것처럼."
"안 좋은 일이 생길 때마다 생각해. 내 삶이 하나의 곡이라면 어떻게 연주하고 있는 걸까."
"원한다면 모든 걸 표현할 수 있어. 기쁨, 슬픔, 햇살, 바다, 바람... 마음만 먹으면 모두!"
"그래! 네 삶을 연주해 보는거야."
"그게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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