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수업, 교사 실재감이 답이다 -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수업 전략 함께 걷는 교육
신을진 지음, 수업과성장연구소 기획 / 우리학교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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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실재감' 이라는 제목을 보았을 때 이거다 싶었다. 남이 훌륭한 말을 하는데 "맞어, 내 말이 그 말이야." 하고 뒷북치는 느낌과 비슷했다. 내가 이 답답한 시기에 조금이라도 보람과 성취감을 느낄 때가 있었다면 그 요인은 바로 이것이었다. 그 순간이 그리 많지가 않았다는게 문제지만...;;;

내가 학생이라면 솔직히 이 온라인수업 상황이 나쁘기만 할 것 같지는 않다. 일단 나는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이 바닥은 아니고, 혼자 있는 시간을 매우 즐기며, 자유시간에 독서하는 것을 좋아하며, 말보다는 글로 발표하는 것에 강점이 있고, 피곤한 관계들 속에 놓이는 것을 싫어하고, 기다리거나 허둥대지 않고 내 속도대로 공부하는 게 좋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런 아이들이 없지 않고 그 아이들은 이 상황 속에서도 무난히 학습을 해 나간다. 하지만 이런 아이들에게도 뭔가 긁어주어야 할 아주 가려운 부분이 있는데, 그게 바로 반응이다. 자신의 활동에 대한 반응. 그것이 있어야 계속 동기를 유지하고 학습을 지속할 수 있다. 이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사 실재감은 바로 이것이다.

온라인수업이 장점이기는 커녕 고통일 뿐인 아이들에게는 교사의 실재감이 더욱 광범위하게 필요하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교사의 지시도 불응할 수 있는 아이들이 떨어져 있는 교사의 관리에 순순히 따를 리가 없다. 허물어진 일과 속에서 교사의 관심과 연락은 짜증만 유발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지치고 상처받은 교사들이 많다. 하지만 손놓고 포기할수는 없기에 언젠가는 마음을 열기를 바라며 지난한 수고를 계속 해야만 한다.

이 책에서는 교사 실재감의 4가지 실천원리(BEING)를 제시했다.

1. 연결되는 관계 만들기 (Building relationship)
관계는 대면수업에서도 기본이 되는 것이지만 온라인에서도 중요하며, 교사 입장에선 당연히 더 어려운 작업이다. 이 책에서 예시한 방법으론 이런 것이 있었다.
(1)학생들이 제출한 과제나 응답 내용 등을 기억해두고 수업할 때 자주 활용하는 방법
(2)학생들이 연결되게 하는 방법으로, 과제 작성을 다른 친구들도 볼 수 있는 형태로 전환, 나아가 서로의 과제에 대해 피드백을 작성하는 형태
전자는 내가 자주 사용하는 방법인데, 전 수업에서 패들렛에 올린 의견이나 과제방에 올린 글을 다음 수업에서 예시로 활용하는 방법이다. 시쓰기 수업에서는 아이들이 올린 시화를 가지고 전시영상처럼 만들어 올린 적도 있었다. 어차피 잘 안보는데... 라는 생각은 오산이었다. 드라이브 조회 가능수가 학년 전체 인원수의 1.5배였는데도 조회수를 초과해서 유튜브에 옮겨 걸어야 하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수업을 자주 하지는 못했다는 점과, 전체 아이들을 다 다뤄주지는 못했다는 점이다. 소개시켜주는 것이 곧 아이에게 수치심을 주는 것이 될 정도의 수준으로 과제물을 올리는 아이도 있지 않은가. 보는 눈(비교하는 눈)들도 있고 말이다. 조심스럽기도 하다.

후자(과제물을 공개로 올리고 서로 볼 수 있게 하는 방법)는 글쓰기 수업에서 많이 적용해 보았는데, 대면수업보다도 결과물이 좋다고 기뻐했던 수업이 있었는가 하면, 피드백하다 나가 떨어지고 결과물은 눈뜨고 못봐줄 지경이었던 적도 있다.^^;;; 그 외에도 패들렛을 활용해 핫시팅, 찬반토론도 시도해 보았다. 쉽진 않았지만 기능성은 본 것 같다. 이런 활동들로 수업을 구성하면 확실히 바쁘다. 바쁘다는 것, 그건 실재감이 발휘되고 있다는 증거인가...;;;

실천사례에서, 이 부분의 사례로 소개된 안희준 선생님은 교사 자신이 들어가는 영상을 직접 제작하고 그 안에서 아이들의 이름을 고루 불러주셨다. 그 반만 활용할 수 있는 일회용 영상인 셈인데 거기에 들이는 시간을 아끼지 않은 것이다. 학생, 학부모 전원과 전화상담으로 관계를 다져나갔다. 전화... 이 부분에서 주눅이 든다. 나는 폰을 통화 용도로 사용하는 일이 거의 없다. 가족을 제외하고는 예고 없이 전화를 걸어오는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문자나 톡이 있는데 왜.... 그래서 아이들과도 통화는 잘 하지 않았다. 이걸 가지고 욕을 한다면 먹을 수밖에 없는데, 그래도 각자 선호하는 소통방식을 존중해주면 안될까 라는 생각을 한다. 아니라면 할수없고...ㅠㅠ

2. 교사 존재감 나타내기 (Showing my Existence)
온라인수업에서 학생들이 집중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바로 교사의 존재에 대한 인식이라고 한다. 단지 물리적 존재 뿐만 아니라 학생들을 위해 어떤 의도로 수업을 준비했고 또 어떤 방향으로 이끌고 싶은지 등을 알게 하는 것이다. '우리 선생님이 하는 수업' 이라는 느낌은 중요한 것 같다. 익명의 다수를 향한 수업이 아니라 나(우리)를 위해 준비한 수업이라는 느낌.

그런데 실천사례에 소개된 중학교 음악선생님은 나한테 심한 좌절감을 안겨주었다. 이분의 유튜브를 검색해서 구독까지 하고, 수업영상을 몇 편 살펴보았는데 내가 도저히 흉내낼 수가 없는 수준이었다. 영상편집 기술은 물론이요 실기능력(물론 중등은 전공과목을 하니 온갖 잡기를 해야 하는 초등과는 다른 점이 있지만), 가장 넘사벽인 건 쇼맨십. 이건 도저히 극복이 안되는 벽이었기에 입벌리고 쳐다만 보다 넘어갔다. 엉엉.ㅠㅠ

3. 수업의 흐름 이끌기 (Taking INitiative)
"일반적인 교육과정을 무조건 따라가지 말고 가르치고 있는 아이들의 수준과 상황에 맞는 수업의 흐름을 훨씬 주도적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학생들과 분리된 수업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내 생각엔 이 부분에서 교사에게 필요한 건 융통성과 유연함 같다. 한 방법만 고수하지 않는 것이다. 아이들은 쉽게 질린다. 그리고 간파한 방법에 대한 요령(부정적 의미에서)을 금방 알아차리고 알맹이는 빼버린채 과제만 제출하기 일쑤다. 그때그때 맞는 방법으로의 유연한 전환이 필요하다.

이 부분의 실천사례로 소개된 과학 선생님은 수업 포맷을 영상+과제로 하고 학생들의 과제를 추출해 다시 제시할때 교사의 의견과 질문을 추가해 전체에게 피드백하고 댓글을 활용해 의견을 나누는 방법을 사용하셨다. 게시글에 댓글이 선뜻 달리지 않자 학급별 단체 카톡방을 개설하여 활용하셨다. 이 시도가 나와 같아서 내심 반갑고 놀라웠다. 고민 끝에 여름방학을 마치고 개학하는 날부터 학급단톡방을 열고 일단 등하교 신고부터 받았는데, 눈가리고 아웅같은 이 일이 아이들의 참여도를 훨씬 올려놓았다. 주루룩 올라오는 친구들의 등교신고가 또래압력이 되는 건지, 혼자 외로운 섬 같은 느낌이 아닌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주는 건지, 물론 완벽해진 건 아니지만 어느정도는 함께 가는 느낌이 생겼다. 가끔 "**동영상을 보고 ○시에 단톡방에 모이세요" 해놓고 내용퀴즈를 내기도 하고 소감을 묻기도 하면서 혼자 '이게 뭐야ㅋㅋ' 하고 웃기도 했는데, 이 단톡으로 전체 피드백이 진지하게 진행된 사례를 보니 반가웠다. 앞으로는 줌 수업을 하게 돼서 이런 부분은 거기서 커버될 것 같지만, 그래도 횔용할 여지는 남아 있을 것 같다.

4. 피드백으로 다가가기 (Giving feedback)
나는 그래도 피드백을 열심히 해주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보니 기본 중의 기본만 겨우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온라인수업의 고충이 바로 이 피드백에 들어가는 시간이다. 제대로 하자면 끝이 없다. 하지만 교사도 일과 가정은 구분해야 할 것 아닌가. 초과근무가 강요되는 현실은 옳지 못하다... 고 생각하지만 기본 중의 기본만 하는 나도 초과근무를 밥먹듯하며, 실천사례에 나온 고등학교 선생님은 언제 그 많은 양의 피드백을 질 높게 해주시는지 존경스러울 정도다. 무려 프로젝트 수업이었으니 말이다.

이와 같이, 이 책은 내가 무심코 하고 있던 것도 알고보니 꽤 의미있는 작업이었구나 하는 자신감을 주기도 했고, 아 나는 도저히 안되겠구나 하는 좌절감을 주기도 했다. 그 사이 공간에 내가 채워야 하는 범위가 있을 것이다. 4월이 되어서야 개학을 한 올해는 10월인 지금 겨우 수업일수 절반을 조금 넘었을 뿐이다. 그런데 벌써 "지친다"는 말이 나온다는 현실... 올해가 빨리 갔으면 하는 마음도 솔직히 든다. 하지만 내년도 좋아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올해의 아이들이 내년 담임을 만나 "너희는 대체 뭘 배웠니?" 하고 선생님을 멘붕에 빠뜨리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오늘도 나는 아이들을 파악하고, 그 파악에 맞추어 수업을 만들고, 그 수업에 나의 흔적이 묻어나 아이들과 함께하고, 아이들끼리의 연결도 부지런히 만들어주어야 한다. 한계를 예상하지만 모두가 겪는 어려움이니 할 수 있는 만큼은 해야 한다.

부디 이 시기를 웃으며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랄 뿐이다. 또 이 시기가 하나의 밑거름이 되길. 아이들에게도 교사들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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