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 같은 제사장 - 베드로전서 2:9의 관점에서 본 창세기
권오윤 지음 / 바라봄(barahBOM)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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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책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신학생이나 목회자만 읽을 수 있는 무겁고 어려운 책도 아니다. 저자의 간결하면서도 섬세한 문장은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출판사의 깔끔한 편집은 가독성을 극대화시켰다. 현장 예배가 현저하게 적어진 이 시기에 평신도들도 묵상하며 읽기에 적당한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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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교 가위 - 2022 읽어주기좋은책 선정도서 마루비 어린이 문학 6
신은영 지음, 김현주 그림 / 마루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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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단순 명확한 상상으로 된 동화를 읽었다. ‘관계’를 자르는 가위가 있다면?‘ 이라는 상상이다. 이름하여 절교 가위!

이 작가님의 책을 이것 말고 두 권 더 읽었는데 주제의식이 분명하고 그것과 딱 맞게 대입되는 상징이나 상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특징이 있다고 느꼈다. 장점이자 단점이지 않을까 싶다. 주제를 잘 전달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어떻게 보면 너무 도식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단짝 유리와 다정하게 지내던 다운이는 지민이가 전학오면서 위기를 맞는다. 다운이 엄마는 동네 친구 아줌마들의 다툼 중간에 끼어 괴롭다. 동생 다로 또한 사이가 나쁜 두 친구 사이에서 늘 입장이 곤란해 속상해한다. 말하자면 모든 가족이 각각 ’관계‘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이쯤에서 핵심적인 소재이자 상상인 ’절교 가위‘가 등장한다. 어떤 언니가 이 가위를 사용하고 쓰레기통에 버리는 장면을 다운이가 목격했고, 그 가위를 주워 자기 서랍에 넣어두었다. 갈등은 절정으로 치닫고.... 결국 다운이는 그 가위를 사용하고 말았다.

처음의 반응은 좋다. 모두가 시원함과 편안함을 느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후회와 아쉬움이 밀려온다. 결국 관계를 회복하길 원하게 되지만 방법을 알 수 없어 애태운다. 그러다가 우연히 발견하게 된 방법! 정말 좋은 방법이자 좋은 결말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우리반이 배우고 있는 국어 단원과 딱 맞아 떨어지는 게 아닌가! 작가님의 특기는 확실히 ‘맞아 떨어지도록 하기’ 인가보다.^^

스포가 되겠지만 그 단원 제목을 말한다면 <마음을 전하는 글을 써요>이다. 이 책이 매우 강력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겠다. 이 책은 솔직히 나에겐 ‘순수 독서’로서는 큰 매력을 주진 못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읽어주거나 소개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목록에 잘 챙겨놓아야겠다.

단순한 상징의 장점은 명확함이지만 다양한 양상을 다 담을 수는 없다는 한계가 있다. 세상 꽤 살아본 나는 ‘관계를 끊는 것’이 꼭 나쁜가? 라는 반론을 마음속으로 하게 된다. 끊어서 후회하는 경우도 있지만 안 끊어서, 못 끊어서 인생 낭비하거나 망치는 경우도 그 못지않게 많지 않은가? 그야말로 ‘절교 가위’를 선물해주고 싶은 관계.

그러나 아직 어린아이들에게 굳이 이런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아주 특수한 경우를 빼고는. 아이들은 관계의 소중함을 알고 그것을 잘 가꾸는 일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그리고 나 자신도 그 소중한 관계 속에서 당당히 위치할 수 있도록 자신을 잘 돌아보는 태도도 중요하고. 비대면 사회가 되어가고 있는 지금 더욱 필요한 가치가 되겠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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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정의하는 것은 우리의 행동입니다 - 화폐 속 여성 인물 이야기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콜라보 4
권재원 지음 / 서유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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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교양도서로 매우 적합하고 훌륭한 책을 만났다. 다방면에 지식수준이 높은 편은 아닌 나같은 어른들에게도 아주 좋다. 독서수준이 높은 초등 고학년에게도 좋겠다. 대상 독자가 아주 넓은 책이다.

제목만 보아서는 내용을 짐작하기 어렵지만 부제를 보면 알 수 있다. <화폐 속 여성 인물 이야기> 인물이야기책인데 특별히 화폐 속 인물을 다루고 그중에서도 여성을 다룬다! 매우 흥미로운 컨셉이다. 화폐 속 여성 인물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사실은 짐작이 가능한 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린 인물들의 면면이 궁금하고 그들의 생애는 더욱 궁금하다.

차례를 보니 익히 아는 인물도 있었고 이름만 아는 인물이거나 잘 모르는 인물도 있었다. 특히 가장 먼저 실린 곤충생물학자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을 잘 몰라서 좀 부끄러운 마음이....^^;;; 읽다보니 익히 안다고 생각했던 클라라 슈만이나 나이팅게일, 몬테소리도 그리 잘 알고 있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그만큼 새로운 것을 알게되는 재미가 있었다.

가장 인상적인 인물을 꼽으라면 독자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나이팅게일을 꼽겠다. 원래 알고 있던 고정된 이미지와 다르다는 점이 뭔가 통쾌하고 신선했다고 할까. ‘백의의 천사’로 대표되는 나이팅게일의 이미지는 착하고 순결한 희생정신과 함께 순종적인 여성스러움도 연상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사실. 그녀는 일종의 투사였다. 그 대상은 대부분 남성이었고. 그 당시 모든 권한을 가진 이들이 남성이었고 나이팅게일은 그것들에 도전해야 했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었다.

나이팅게일은 하녀나 다름없는 간호직을 전문직의 위치로 올려놓은 근대 간호학의 창시자다. 엉망진창 주먹구구로 돌아가는 병원 업무에 명확한 표준과 체계를 잡은 인물이기도 하다. 이런 일을 하는데 전통적인 여성의 순종적 이미지는 가당치 않았다. 그녀는 싸워야 했고 대단한 강단과 고집도 필요했다. 무엇보다 실력있고 똑똑해야 했다. 데이터를 표준화하기 위해서는 통계학이 필요한데 그녀는 바로 이 통계학에 능통했다.

다른 인물들도 모두 매력적인데 왜 나이팅게일이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왔을까 생각해보니, 현실에서 내가 가장 좋아할 것 같은 인물이라서인 것 같다. 나는 자기 파트는 확실히 커버하는 사람이 좋다. (본인은 그러지 못함시롱...ㅠ) 입 잘 터는 사람보다는 실력과 책임감으로 말하는 사람이 좋다. 지엽적인 연민보다도 체계를 바꾸는 안목을 가지고 실제로 행동하는 사람이 좋다. 이 책에서 본 나이팅게일은 그런 사람이었고 진취적으로 자신의 신념을 성취해 나갔다. 여성이라는 제약 때문에 남성들에 비해 훨씬 더 높은 벽을 넘어야 했는데도 말이다. 물론 이런 것들이 가능했던 것은 그녀의 집안이 고위층이어서 나름의 힘을 발휘할 언덕이 있었기 때문이긴 했다. 하지만 나는 이것도 높이 평가하고 싶다. 편하게 살 인생이 보장되는데 뭐하러 이런 고생을? 사회적 지위와 영향력이 높은 사람이 일신의 안위를 포기하고 대의에 헌신하는 것은 귀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을 좀처럼 찾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지......

나이팅게일과 결이 가장 비슷하게 느껴진 사람은 교육학자 마리아 몬테소리다. 몬테소리. 정말 수도 없이 들어본 이름인데 그 인생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망명까지 해야했던 파란만장한 인생 속에서 혁신적인 교육학의 체계를 세우고 널리 전파한 대 교육학자. 나같은 일개교사와 비교를 해서는 안되겠지만, 30년이 다 되도록 교육이 뭔지 모르겠고 학급교육과정 하나도 자신있게 말할 수 없는 나로서는 정말 존경스러운 인물이 아닐 수 없다.

클라라 슈만은 좀 안타깝고 안쓰러웠다. 천재 중의 천재였던 그녀는 여성으로서의 굴레를 놓지 못했다. 그녀는 왜 남편 슈만의 그림자로 만족했을까. 여성이라는 굴레 속에서도 그녀의 천재성은 빛이 났지만, 그것마저 벗어버렸다면 어땠을까. 우리는 지금 그녀의 음악세계를 훨씬 더 많이 접하고 있지 않을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 외에도 앞에서 말했던 곤충생물학자 메리안, 소설가 제인 오스틴, 인권운동가 해리엇 터브먼, 일본의 문학가 히구치 이치요가 나온다. 그리고 우리나라 오만원권의 인물 신사임당! 오만원권 나올 당시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결국 낙착된 인물. 저자는 신사임당의 생애를 꽤 자세히 설명해 주었고 그걸 읽으니 인물에 대해 꽤 호감이 간다. 하지만 저자의 최종 시각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지폐 인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나도 공감한다. 그러면 누가 적당할까? 선뜻 생각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 여성의 역량이 그렇게 남성에 비해 부족하지 않다. 그런데도 인물 한명 뽑기가 어렵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여성의 기회가 얼마나 차단되었는지를 보여주는 것 아닐까? 아마도 한 세기 이상 지난다면 남성보다 더 많은 여성 인물이 나오게 될지도.....

시간 보내기용 가벼운 책은 아니고 꽤 많은 정보가 들어있는 책인데도 머리 복잡한 중에 큰 어려움없이 읽었다. 저자 책들의 큰 장점이다. 그래서 청소년들에게 권하기 좋고, 동료샘들과 쉽게 읽고 대화 나누기도 가능하다. 이 책이 여학생과 남학생으로 구성된 독서모임에서 읽힌다면 가장 보기좋은 풍경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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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간 지키는 아이 - 제8회 소천아동문학상 신인상 수상작 작은걸음 큰걸음 20
김해우 지음, 이수진 그림 / 함께자람(교학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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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온지 꽤 된 역사동화를 우연히 손에 잡았다가 끝까지 읽었다. 어렵지 않아서 중학년도 무난히 읽을 수 있겠다. 내가 단숨에 읽은 건 쉽고 짧다는 이유보다도 인물에 대한 호감 때문이다. 그점이 참 중요한 것 같다. 작가가 창조한 '솔개'라는 노비 아이에게 정이 갔다. 그럼 저절로 결말까지 가게 된다. 응원하면서. 


이 책은 역사동화면서도 역사 속의 특정 인물이나 특정 사건을 다루지는 않는다. 그러나 시대배경은 잘 반영하고 있다. 노비가 물건과 같이 취급되던 신분제 사회. 하지만 돈으로 양반을 살수도 있었듯 조금씩 균열이 나기 시작한 조선 후기 사회. 천주학을 믿는다는 이유로 죽임을 당하거나 귀양을 가던 시대. 


그시대에 최진사라는 양반댁의 시종인 '솔개'라는 아이가 겪는 아픔과 희망에 대한 이야기다. 아픔이 무척 컸지만 희망도 그 못지않게 커서 전반적으로 어둡기보다는 밝은 느낌이다. 


솔개가 밤잠도 제대로 못자고 설사병 있는 주인양반의 뒷간 시중을 드는 장면으로 시작되니 <뒷간 지키는 아이' 라는 제목이 딱 적절하다. 아이들에게 제목에 대한 질문으로 동기유발을 하는 것도 좋겠다. 계속 읽어보면 뒷간 시중은 시작에 불과하다. 주인의 물건에 불과한 노비의 삶은 고달프고 파리목숨이다. 인간 축에 들지 않으니 당연히 인권도 없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양반도령(최진사 아들) 성학과 노비 솔개의 대비다. 성학은 공부를 지독하게 싫어하고 아무리 가르쳐도 까먹는데 비해 솔개는 마당쓸며 주워들었어도 줄줄 외운다. 성학은 책이라면 원수같지만 솔개는 책 한 권 갖는 것이 소원이다. 성학이 마음을 뺏긴 건 풍물패의 공연이다. 집안 어른들에게 경을 칠 일이니 솔개를 앞세워 몰래 구경을 다닌다. 이 대목을 보니 양반도 꼭 좋지만은 않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성학은 요즘으로 치면 연예인의 끼를 가진 거겠지. 밴드를 하든 래퍼를 하든 자신의 소질을 살려서 뭐든 하면 되는데. 양반이라는 위신 때문에 죽도록 싫은 글만 읽어야 했으니 얼마나 괴로웠을까. 


하지만 재능과 취향이 무시당하는 건 기본이고 양반의 잘못까지 뒤집어써야 하는 솔개의 삶은 더욱 비참하다. 성학의 으름장 때문에 동행한 일도 결국 솔개의 책임이 되고, 이런 일로 솔개는 매타작을 여러번 당했다. 침모인 엄마는 마님의 친정에서 남편과 생이별을 당해 이곳에 와있고, 아버지가 병에 걸려 약도 못쓰고 죽었다는 사실도 나중에서야 알게 되는 등, 노비로 사는 삶의 서러움이 절절하게 표현된다. 결국 솔개는 다른 사람의 손에 팔려 엄마랑 눈물의 생이별을 하게 되는데.... 


거기서부터가 반전의 출발이라는 게 이 책의 밝은 면! 그 희망의 복선은 이미 깔려 있었다. 그게 희망의 복선일지 파멸의 복선일지 아슬아슬했지만 결국 이 책은 희망을 선택했다. 


신분제도와 그 문제점을 살펴보기에 가장 쉽고 드라마틱한 참고도서가 될 것 같다. 그리고 이야기 속의 대화에서 많이 강조되었듯, 불평만 하면서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라는 메시지도 좋다. 기회가 흔히 오진 않지만 안올거라고 지레 포기하면 안 되는 거니까. 명심보감 구절들을 메시지와 잘 연결시킨 점도 좋다. 고전읽기 시켜야 한다고 주장하시는 분들도 많던데, 그말엔 동의하지 않지만 이렇게 녹여낸 고전으로 접해보고 관심이 가면 계속 읽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이렇게 역사동화 목록에 한권이 더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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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편지 소동 노란 잠수함 12
송미경 지음, 황K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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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보자마자 샀다. 이유는 단 한가지 송미경 작가님 책이라서다. 내겐 다섯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는 작가라서. 한때는 원픽이기도 했었다. <돌 씹어먹는 아이>가 나왔을 무렵.

아 근데 이 책은 뭔가 좋은 것 같으면서도 찬사를 보내자니 그렇게까지 재미가 있진 않았다. 그 이유가 내게 있는지도 모른다. 내게 '인물인식장애(?)'가 있어서.... 이름만 가지고는 여러 등장인물의 특성이나 관계가 잘 파악되지 않았다. 더구나 이 책은 비밀편지 보내기(마니또)가 주된 소재이니 편지를 주고받는 관계가 그물망인 것. 이름들도 특이하지 않고 다들 평범했다. 더더욱 헷갈렸다.ㅎㅎ

사실 그걸 정확히 파악하면서 읽는게 중요한 것은 아닐거다. 하지만 성질머리 때문인지... 명확히 모르겠으면서 그냥 책장을 넘기니 뒤로 갈수록 재미가 떨어졌다. 결국 종이 한장을 꺼내놓고 관계도를 그려보고야 '아하~ 요런 관계였구나' 하면서 눈에 잘 들어왔다.

그려놓고 보니 아이들이 총 7명밖에 안나오는게 아닌가. 아니 그정도를 헷갈려하다니 이건 누구의 문제인가. (네 당근 저겠죠ㅎㅎ) 차례를 보면 요일별 총 7장의 구성에 아이들이 한명씩 그려져 있다. 처음엔 무심코 넘겨서 몰랐다. 이 아이들이 서로의 이름을 뽑아 비밀편지 놀이를 하는 일주일간의 이야기가 이 책의 내용이다.

각 편지들이 본문과 다른 손글씨체로 예쁜 편지지에 쓰여져 있어서 특별한 느낌으로 읽을 수 있다. 그 편지를 받아 읽는 아이들의 마음도 잘 표현되어 있다. 두근두근 설렘, 기쁨과 행복, 또는 실망과 서운함, 궁금함과 기대....

요즘 아이들에게 이런걸 해보자고 한다면 어떤 반응이 나오려나? 마니또는 대부분 찬성한다. 하지만 편지라면 찬성율이 많이 내려갈 것 같다. 쓰는 거라면 질색인 아이들이 많아서. 더구나 손글씨라면 더더욱...
어린시절의 나라면 어땠을까? 대찬성이었을 거다. 관계에 소극적이었던 건 그때도 마찬가지지만 편지 쓰는 건 정말 좋아했다. 편지를 쓰는 자체도 즐겁지만 보내놓고 살피고 기다리는 과정, 내게 온 편지를 뜯을 때의 기쁨 등등이 모두 행복한 과정이었던 것 같다. 지금도 그런가? 노노~ 절대 아니다. 지금은 편지를 쓰는 작업도 작업이지만 그 사이를 채우는 세밀한 감정들이 피곤해서 저런거 하라면 싫을 것 같다. 설렘이고 뭐고 다 필요없어. 신경쓰이는 건 다 질색.ㅋㅋㅋ

아이들도 이런 마인드라면 이 책을 공감하며 읽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행히 내 어린시절을 생각하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재미있게 읽을 것 같다. 나도 몇가지 좋은 느낌 포인트가 있긴 했다. 첫째, 찬영이 편지의 반전! 이런 편지도 때로는 필요한 것 같다. 편지를 읽으며 뭔가 너무하다 싶었는데 결말에 가서야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둘째, 감정의 방향과 크기가 원하던 것과 달라도 인정하고 모두 우정의 범주로 넣을 수 있는 아이들의 긍정적이고 쿨한 모습이다. 승자에게 준비한 선생님의 선물을 받을 친구를 열렬히 추천하는 모습도 그랬다. 얘네들 교실엔 싸움 날 일이 없을 것 같은데?^^

운이 좋았다. 아무 생각없이 샀는데 작가의 싸인본이 도착했다. '나의 비밀 친구에게♡' 라고 되어있다. 그 글자에 눈이 머무른다. 그래, 나이드니 편지에 대한 선호는 하락했지만 친구가 필요한 건 여전하다. 이 책을 읽는 나의 교실 아이들에게도 친구가 많았으면 좋겠다. 친구가 된다는게 그렇게 유별나고 힘든 일이 아니었음 좋겠다. 너무 많이 바라지 말고 조금 준 마음에도 고마워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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