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편지 소동 노란 잠수함 12
송미경 지음, 황K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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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보자마자 샀다. 이유는 단 한가지 송미경 작가님 책이라서다. 내겐 다섯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는 작가라서. 한때는 원픽이기도 했었다. <돌 씹어먹는 아이>가 나왔을 무렵.

아 근데 이 책은 뭔가 좋은 것 같으면서도 찬사를 보내자니 그렇게까지 재미가 있진 않았다. 그 이유가 내게 있는지도 모른다. 내게 '인물인식장애(?)'가 있어서.... 이름만 가지고는 여러 등장인물의 특성이나 관계가 잘 파악되지 않았다. 더구나 이 책은 비밀편지 보내기(마니또)가 주된 소재이니 편지를 주고받는 관계가 그물망인 것. 이름들도 특이하지 않고 다들 평범했다. 더더욱 헷갈렸다.ㅎㅎ

사실 그걸 정확히 파악하면서 읽는게 중요한 것은 아닐거다. 하지만 성질머리 때문인지... 명확히 모르겠으면서 그냥 책장을 넘기니 뒤로 갈수록 재미가 떨어졌다. 결국 종이 한장을 꺼내놓고 관계도를 그려보고야 '아하~ 요런 관계였구나' 하면서 눈에 잘 들어왔다.

그려놓고 보니 아이들이 총 7명밖에 안나오는게 아닌가. 아니 그정도를 헷갈려하다니 이건 누구의 문제인가. (네 당근 저겠죠ㅎㅎ) 차례를 보면 요일별 총 7장의 구성에 아이들이 한명씩 그려져 있다. 처음엔 무심코 넘겨서 몰랐다. 이 아이들이 서로의 이름을 뽑아 비밀편지 놀이를 하는 일주일간의 이야기가 이 책의 내용이다.

각 편지들이 본문과 다른 손글씨체로 예쁜 편지지에 쓰여져 있어서 특별한 느낌으로 읽을 수 있다. 그 편지를 받아 읽는 아이들의 마음도 잘 표현되어 있다. 두근두근 설렘, 기쁨과 행복, 또는 실망과 서운함, 궁금함과 기대....

요즘 아이들에게 이런걸 해보자고 한다면 어떤 반응이 나오려나? 마니또는 대부분 찬성한다. 하지만 편지라면 찬성율이 많이 내려갈 것 같다. 쓰는 거라면 질색인 아이들이 많아서. 더구나 손글씨라면 더더욱...
어린시절의 나라면 어땠을까? 대찬성이었을 거다. 관계에 소극적이었던 건 그때도 마찬가지지만 편지 쓰는 건 정말 좋아했다. 편지를 쓰는 자체도 즐겁지만 보내놓고 살피고 기다리는 과정, 내게 온 편지를 뜯을 때의 기쁨 등등이 모두 행복한 과정이었던 것 같다. 지금도 그런가? 노노~ 절대 아니다. 지금은 편지를 쓰는 작업도 작업이지만 그 사이를 채우는 세밀한 감정들이 피곤해서 저런거 하라면 싫을 것 같다. 설렘이고 뭐고 다 필요없어. 신경쓰이는 건 다 질색.ㅋㅋㅋ

아이들도 이런 마인드라면 이 책을 공감하며 읽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행히 내 어린시절을 생각하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재미있게 읽을 것 같다. 나도 몇가지 좋은 느낌 포인트가 있긴 했다. 첫째, 찬영이 편지의 반전! 이런 편지도 때로는 필요한 것 같다. 편지를 읽으며 뭔가 너무하다 싶었는데 결말에 가서야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둘째, 감정의 방향과 크기가 원하던 것과 달라도 인정하고 모두 우정의 범주로 넣을 수 있는 아이들의 긍정적이고 쿨한 모습이다. 승자에게 준비한 선생님의 선물을 받을 친구를 열렬히 추천하는 모습도 그랬다. 얘네들 교실엔 싸움 날 일이 없을 것 같은데?^^

운이 좋았다. 아무 생각없이 샀는데 작가의 싸인본이 도착했다. '나의 비밀 친구에게♡' 라고 되어있다. 그 글자에 눈이 머무른다. 그래, 나이드니 편지에 대한 선호는 하락했지만 친구가 필요한 건 여전하다. 이 책을 읽는 나의 교실 아이들에게도 친구가 많았으면 좋겠다. 친구가 된다는게 그렇게 유별나고 힘든 일이 아니었음 좋겠다. 너무 많이 바라지 말고 조금 준 마음에도 고마워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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