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처럼 되고 싶지 않아 새로고침 (책콩 청소년)
아베 나쯔마루 지음, 김지연 옮김 / 책과콩나무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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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서재를 만들기 전에 서평을 올리던 곳은 회사가 몇 번이나 바뀌었다. 그래서 내가 쓴 서평을 한번에 찾아볼 수가 없고 책을 찾아 들어가야 한 편씩 볼 수 있다. 가끔 생각나는 책이 있으면 찾아본다. 아예 없어지기 전에 가끔 하나씩 옮겨놓을 생각이다. 2011년에 썼던 서평을 옮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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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빠를 얼마나 사랑하는 줄 아세요?' 그림책을 읽던 딸과 아들이 고등학생, 중학생이 되었다.

지금도 남편은 생각날 때마다 그 책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책이라며 아기가 있는 아빠들한테 권한다. 그 옆에선 우리 애들이 '귀여운 우리 아빠' 라는 표정을 지으며 비웃고 있고.....^^;;

 

그런데 난 며칠 전 도서관에서 이런 제목의 책을 보고 말았다.

'아빠처럼 되고 싶지 않아'

당장 빌렸다. 그리고 집에 들어서자마자 호들갑을 떨며 가족들을 불렀다.

"짜잔! 이 책 읽어볼 사~람?"

그러자 남편이 인상을 쓰며 세상에서 가장 나쁜 책이라면서 당장 갖다 주란다.^^;;

 

책에 관심이 없어진 우리집 청소년들은 제목에만 잠깐 관심을 가질 뿐 내용에는 무관심하다. 할 수 없이 내가 읽었다.

읽기 전의 예상은 늘 빗나가곤 하는데 이 책도 2가지가 내 예상을 빗나갔다.

첫째, 단편집이라는 것.

둘째, 아주 나쁜 아빠가 등장하고 아들과 심각한 갈등을 겪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점.

우리와 비슷한 평범한 가정의 평범한 부모들이 나온다. 그리고 그들의 자녀들이 나온다. 연령은 초등학생부터 중학생 정도.

밖에서 볼 때 화목해 보이는 가정도 내부에서는 크고 작은 갈등을 겪기 마련인데 이 책에 나오는 갈등은 딱 그정도이다. 심각한 문제 부모도, 심각한 문제 자녀도 없다. 그러나 갈등은 생긴다. 그것이 인생이므로.

 

이 책에서, 갈등에 대처(대처라는 말이 좀 거창하게 들린다)하는 부모들의 태도를 보면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감탄스럽지는 않다. 하지만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나도 저 정도의 부모는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표제작인 <아빠처럼 되고 싶지 않아>는 일본의 중학교 2학년 교과서에 실린 작품이라고 한다. 사토시는 평범하고 얌전한 편인 중학생인데 진로 선생님께 고등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했으며 아빠처럼 되고 싶지 않다는 말까지 했단다. 선생님께 그 말을 들은 후 엄마는 고민에 휩싸였고, 밤늦게까지 일에 바빠 아들과 별 대화도 나눠보지 못했던 아빠는 모처럼 시간을 내어 아들과 낚시를 가게 된다.

여기에 아빠의 명대사가 몇군데 나온다.

"어쨌든 어떤 인생이든 고통도 따르고 기쁨도 따르는 법이지. 다양한 사람이 있는 만큼 다양한 인생이 있어도 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저기, 아빠. 내가 아빠처럼 되고 싶지 않다고 한 말 있잖아요........ 별 뜻은 없었어요."

"그래......... 그런데 난 아빠처럼 되고 싶다고 하는 자식이 더 별로다."

시쳇말로, 참 쿨하지 않은가? 난 쿨한 것도 부모의 미덕이라고 본다. 자식일에 쿨해지기는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

난 결국 사토시가 고등학교에 갔을 거라고 생각한다. 뭐, 안갔더라도 제대로 된 길을 찾았을 거라고....^^*

 

<울어도 괜찮아>에 나오는 엄마는 평범해 보이지만 참 현명한 엄마다. 아이들의 괴롭힘을 받는 울보 아들 히데토. 내가 상상하는 보통 엄마의 모습은 바보같이 울지 말라고, 그렇게 징징대니까 더 만만하게 보는 거 아니냐고 자식을 잡든가, 아님 분노에 이성을 잃고 씩씩거리며 학교에 찾아가는 엄마다. 그런데 이 엄마는 그 어느쪽도 아니다. 우는게 뭐 어떠냐고, 울어도 괜찮다고 한다. 자식이 우는게 가슴아프지 않아서가 아니다. 그래서 이 엄마는 참 은근히 훌륭한 엄마다.

 

<오랜만의 식탁>에서의 아버지 유지는 서점의 월급쟁이 점장인데 늘 늦게 퇴근해서 가족과 저녁을 함께하지 못한다. 서점에서 책을 훔치는 학생을 잡아 부모에게 인계한 날, 모처럼 일찍 퇴근하여 가족과의 식사 시간을 갖는다. 별다른 내용은 없는데 아빠의 마음이 많이 공감이 된다.

 

<버릴 수 없는 것> 이 작품을 우리반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싶어졌다. 버려진 새끼고양이를 가까스로 살려 사랑하며 키우던 가족은 엄마와 딸이 앓는 천식이 바로 고양이 때문임을 알게 된다. 고양이를 버려야 한다는 아빠와 자신들이 아파도 가족같은 고양이를 버릴 수 없다는 엄마와 딸.... 아빠는 과연 고양이를 버릴 수 있을까?..... '버리진 않더라도 남을 주든가 해야되는거 아니야?' 라고 나는 답답해 하지만, 애완동물을 키워 본 사람들의 생각은 다를지도 모르겠다.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기에 좋은 소재인 것 같다.

 

이 외에도 몇 편의 작품이 더 있다. 청소년용으로 나온 책인데, 우리반(5학년) 아이들과도 함께 읽고 싶다. 요즘은 책 수준이 너무 높게 잡혀 있어서 고학년용 책을 읽혀도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청소년용이면서도 고학년이 함께 읽어도 괜찮겠다 싶다. 야한 잡지를 숨겨두고 읽는 중학생 이야기 부분이 쬐금 걸리기는 하지만.....(그것도 실은 지당한 이야기다)

 

여러 편의 단편이 모두 가족을 소재로 하고 있고 잔잔한 느낌도 비슷한 듯 하지만 조금씩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확 빠져들진 않지만 은근히 매력있는 책인것 같다. 아마 한번 더 읽으면 더 빠져들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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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캐러멜! 중학년을 위한 한뼘도서관 3
곤살로 모우레 지음, 배상희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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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아이들과 하는 돌려읽기의 권수를 줄이고 기간을 늘리며 이야기를 좀더 나눠보려고 한다. (그래도 한 학기 한 책 읽기보다는 조금 더 다룰 생각이다. 애들보다도 내가 더 싫증을 잘 내서 한 권으로 푹 고아먹는 슬로리딩은 나에게 딱 맞지 않는다. 두세 가지 정도 활동하면 후딱 다음으로 넘어가고 싶다. 나부터가.^^) 이야기 나눌 때 함께읽은 책에 대해서도 나누지만 자신이 읽은 책을 소개해주는 활동도 좋을 것 같다. 그 주제 중 하나로 '가장 슬펐던 책'은 어떨까. 그때 나는 아이들에게 이 책을 소개하겠다.

작가는 스페인 사람인데 사하라 난민촌을 자주 찾는다고 한다. 이 책은 그 척박한 사하라사막을 떠돌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하라위족의 슬픔에 대한 이야기이며 특별히 그중 듣지 못하는 소년 코리와 그의 소중한 친구 낙타 캐러멜의 이야기다.

모로코에게 쫓겨나 국제적으로 소외된 민족, 장애로 친구들 사이에서 소외된 아이, 나무 한 그루도 없는 불모의 환경에서 생존해야 하는 삶. 생각만 해도 너무 최악이라 한숨만 나온다. 이런 곳에서도 아름다움이나 예술이 나올 수 있을까.

코리는 전혀 듣지 못하니 말도 하지 못한다. 사람들의 입이 움직이는 걸 보고 저기에 무슨 뜻이 있나보다 할 뿐이다. 그러던 중 외삼촌댁의 낙타가 새끼를 낳았고, 코리는 캐러멜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친구가 되었다. 낙타가 입을 우물거리는 걸 말하는 것으로 생각한 코리는 그것에 귀를 기울이고, 친구의 마음을 읽어내게 된다. 선생님을 졸라 쓰기를 배우고 그것을 글로 옮긴다. 그것은 곧 시였다. (바로 위의 내 생각은 보기 좋게 틀렸다. 시는 아름다움이고 예술이다.)
서툰 글씨로 처음 쓴 시는 이러했다. 일식을 보고 쓴 시다.
"해와 다리 사랑해서 하느레서 만나지요."

이런 대목에서 감동하는 한편, 그 선생님이 존경스러웠다. 그 척박한 환경에서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아이에게 글을 가르치는 일을 어떻게 하셨을까? 나라면 가능했을까?

둘의 사랑은 깊어만 가는데, 계속되는 기근으로 숫놈인 캐러멜을 희생제물로 바쳐야 한다는 어른들의 결정이 떨어진다. 그건..... 제단 위에서 참수되는 것이다. 아아.... 생각만 해도 내 몸이 떨릴 지경이다. 그토록 사랑하던 코리의 마음은...... 울고 울고 울고 또 울지만 상황을 돌이킬 순 없다.

어느 밤 코리는 간단한 채비를 하고 캐러멜을 데리고 마을에서 도망쳤다. 그러나 그곳은 사하라사막. 아무리 발버둥쳐도 벗어날 수 없다. 그 때 캐러멜이 보내준 시가 너무 슬프고 너무 아름답다.

이건 내가 우리 엄마 뱃속에서
꿈꾼 땅이 아니야.
이건 들판이 아니야.
이건 강이 아니야.
이 외로움은 죽은 거야.
달콤한 풀들의 쓸쓸함이 아니야.

내 가슴은 남쪽으로 가라고 하지만
내 코는 풀 냄새도, 물 냄새도,
나무로 둘러싸인 정겨운 언덕 냄새도 맡지 못해.

우리는 길을 잃었어, 작은 코리.
하지만 나의 샘물은 너고
너의 풀은 나야.

이런 사랑 노래가 또 있을까? 어른들에게 발견된 두 친구는 마을로 돌아왔고 현실을 받아들였다. 코리는 묵묵히 캐러멜의 떠나는 길에 동행했다. (아이가 이렇게 강할 수가 있을까? 생각만 해도 살이 떨리는데....) 그리고 캐러멜의 마지막 시를 받아적었다.

내 생명이 꺼진다고
눈물짓지 마.
우리가 함께 산 날을 생각해.

난 죽음을 받아들였어.
난 너의 기억을 안고
하늘의 초원으로 가는 거야.

네가 사는 동안
난 항상
너와 함께 있을게.

넌 아직 알 수 없지만
네가 밤을 맞으면
너도 그곳을
이해할 거야.

작은 코리, 내 하나뿐인 친구......


이 책의 마지막 장은 에필로그 같다. 코리는 어른이 되었고 시인이 되어 있다. 그는 아직도 캐러멜을 생각하며 시를 쓴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을 보며 생각한다. '저기 캐러멜이 있구나, 저들의 힘 속에, 저들의 삶 속에.'
코리의(캐러멜의) 시와 그들의 이별에서 미어지는 슬픔을 느끼지만 이야기는 그 민족의 인내를 상징하듯이 굳세게 끝을 맺는다.

세상에 슬픈 이야기가 많다. 슬픈 이야기도 세상에 나온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 책과 함께 아이들에게서 슬픈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보고 싶다. 슬픔에 잠기지는 말고 슬픔으로 씻어내 말개진 우리의 모습을 한번 볼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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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의 첫 책 - 제18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반달문고 35
주미경 지음, 김규택 그림 / 문학동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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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고 특이한 느낌의 단편동화집을 읽었다.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을 받은 책인데, 수록된 6편의 단편이 각각 개별작품이라고 하기엔 인물과 소재가 살짝 겹치고, 연작이라고 하기엔 관련성이 별로 없는 것 같고.... 심사평에 보니 '살짝 스치면서 조금씩 이어지는 이야기들' 이라고 표현되어 있다. 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썼다는 뜻이 아닐까? 하여간 느낌이 독특했다.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창작물들 중에서 독특하기는 쉽지 않으리라. 그래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와우의 첫 책>에서 주인공은 개구리 와우다. 와우에게 어느날 '이야기'가 '찾아왔다'. 그건 작가 구렝 씨의 이야기였는데 책을 10권까지만 낼 수 있다는 숲법에 따라 구렝 씨는 그 이야기를 와우한테 넘겨줬다. 와우는 숲에서 잡아먹히려던 위기마다 이야기를 들려줬고 그때마다 이야기는 생각지도 못한 길을 찾아 새롭게 흘러갔다. 완성한 이야기를 구렝 씨에게 다시 돌려주러 간 와우는 "이건 자네 이야기야." 라고 인정을 받는다. 드디어 와우의 첫 책이 나온다.

이야기의 발단이 이리 저리 흘러가 위기와 절정을 맞고 결말까지 이르는 과정을 나는 흥미깊게 지켜보았다. 아이들은 그런 걸 보진 않겠지만.^^ 위기철 작가님의 책에서 "이야기는 살아있는 유기체이다." "이야기가 이야기를 쓴다."라는 표현을 본 적 있는데 이 작품에서 실감을 한다. 아이들과 이야기만들기 수업을 할 때 이 작품을 활용해야지 라는 아이디어가 마구마구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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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작품 <킁 손님과 국수 씨>는 내게 두번째로 느낌이 있는 작품이었다. (이 제목은 앞 작품에서 구렝 씨의 여덟 번째 책 제목으로 나옴) 어느 가을 밤 국수 씨의 칼국수집에 찾아와 칼국수 반 그릇을 주문하고 국수 값으로 도토리를 부어주고 가버린 킁 손님. 얼마나 배가 고팠던지 후루룩 후룩 국수 먹는 소리가 노래처럼 울려퍼지던 킁 손님. 그의 정체는 뭘까? (킁이니 멧돼지일까? 뭐 이런 상상만 해볼 뿐. 근데 왠지 애틋해지는. 내가 칼국수는 잘 못하지만 한그릇 가득 끓여주고 싶어지는...)

세번째 <어느 날 뱀이 되었어>에서는 다시 뱀 이야기가 나온다. 이상한 허물을 써보았다가 뱀이 되어버린 아이.... 다시 돌아오기 위해 백방으로 방법을 찾는다. 그러나 아, 반전도 이런 반전이.... (근데 내겐 느낌이 조으지 아니하다. 그래도 뱀은 싫단 말이야 ㅠ)

곧 헐릴 비둘기아파트와 그 앞 백년된 버드나무가 이야기를 나누는 <그날 밤 네모 새를 봤어>가 네번째 이야기.

다섯번째 <당깨 씨와 산딸기아파트>는 가장 내 맘에 드는 이야기. 난 이런 따뜻하고 흐뭇한 느낌을 좋아한다. 반달곰 당깨 씨는 페인트공이다. "페인트칠하러 왔당께요!" 사투리도 순박하다. 5층 아파트에 페인트칠을 하러 왔는데 서로 교류가 없는 다섯 집은 전혀 합의된 바가 없는 상태. 결국 각 집에서 원하는 그림을 그려주기로 한다. 여기에서 각 집의 바람과 사연이 나온다. 그림이 완성된 5층 아파트의 모습이 아기자기하고 예쁘다. 자신의 일도 열심히 하면서 사람들의 다리도 되어주고 자신의 꿈도 살며시 키우는 당깨 씨. 이런 사람이 많으면 좋겠다. 음, 그리고 아이들과 당깨 씨에게 의뢰할 자기집 벽 그림을 그려보는 활동도 재미있겠다. 이유도 서로 나누고.

마지막 이야기는 <고민 상담사 오소리> 자나깨나 청소에 집착하는 청소박사 오소리는 새로 이사 온 집에서 졸지에 고민상담사가 된다. 전주인이 떼지 않고 간 간판 때문이다. 하지만 본의 아니게도 어찌어찌 하다보니 고민해결을.... 그 과정이 웃기고 작가의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두번째 의뢰인 욕쟁이 노루 할머니를 보면서 각반의 말썽쟁이들이 생각나 잠깐 짠해진 것은 참말로 직업병이라 할 것이다. 노루 할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욕을 하면, 싫어하면서도 한 번쯤 나를 쳐다본단 말이지. 그렇게라도 나를 봐주고 입에 올려주면 좋지."
관심끌기라는 어긋난 목표행동의 대표적인 사례.(또 직업병.....)
마지막 의뢰인으로 또 뱀이 나온다. 그의 고민은 "걷고 싶어요." 그 고민을 묵묵히 해결해주는 오소리의 모습을 감동적으로 비추며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리뷰를 쓰다보니 한 권의 책 안에 정말 많은 것들이 담겨져 있구나 다시 느끼게 된다. 130쪽 정도의 분량으로 중학년에게 단편을 읽힐 때 가장 적당할 것 같고, 각 편은 짧으니 저학년에게 읽어주기로도 괜찮겠다. 고학년은 고학년대로 물론.....

<와우의 첫 책>은 동화로서 작가의 '첫 책'이다. 첫편부터 이글이글한 작가의 창작의지를 보는 것 같았다. 아주 싱싱한. 숲법에는 책을 10권까지만 낼 수 있다지만 이곳은 그렇지 않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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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커별 보림어린이문고
오카다 준 지음, 윤정주 그림, 이경옥 옮김 / 보림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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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카다 준의 신작이 나와서 열어봤더니 10년전 나왔던 <진짜 별이 아닌 별이 나오는 진짜 이야기>라는 책의 개정판이다. 10년 전 다른 곳에 썼던 서평이 생각나 찾아보았다. 이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조금 변했구나. 그리고 여전히 변하지 않은 부분도 있구나..... 옛 서평에서 교사로서의 내 과거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이 재미있다.^^;;; 아래는 가져온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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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시간표, 비를 피할 때는 미끄럼틀 아래서 등으로 특별한 느낌을 주었던 오카다 준의 작품이다. 오카다 준의 작품은 현실과의 연결고리를 놓지 않으면서도 뭐라 형용하기 어려운 환상적인 느낌의 판타지라는 점에서 참 인상적이었는데 이번 작품에는 환타지적인 요소가 빠졌다. 저학년 대상의 생활동화라 하면 되겠다. 전편들의 느낌이 강렬해서인지 좀 밋밋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이 동화에서 선택한 문제의식은 황선미 님의 ‘나쁜 어린이표’의 그것과 똑같아 보인다. 혹시 표절작 아니야? 하는 의혹이 툭 튀어나올 정도이다. 물론 내용은 똑같지 않다. 나쁜 어린이표의 선생님은 ‘나쁜 어린이표’라는 벌점을 주어서 아이들을 힘들게 했지만 이 책의 선생님은 상점의 의미인 은색 별 스티커를 준다. 그러나 결국 마찬가지다. 벌점을 받거나 상점을 못받거나 서로 비교되는 건 마찬가지니까 말이다. 

별 스티커를 말하다보니 떠오르는 책이 또 한권 있다. 맥스 루케이도의‘너는 특별하단다’라는 그림책이다. 거기에 나오는 펀치넬로는 별표를 받지 못해 늘 주눅이 들어있고 고민한다.

음... 그렇다면 작가는 교실의 보상제도라는 배경은 ‘나쁜 어린이표’에서, 별스티커라는 소재는 ‘너는 특별하단다’에서 따와서 적당히 버무려 놓은 것인가? 그런 의혹도 가능하긴 하겠다. 하지만 난 굳이 그런 의혹의 눈으로 작품을 보고 싶지는 않다. 대신 이렇게 생각해보려 한다. 스티커로 인간의 행동을 강화시키려는 시도는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에서도, 일본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구나....... 

그러나 교사의 입장에서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체벌하지 않고 아이들의 동기를 부여하며 적절한 보상으로 올바른 행동을 강화하기에 스티커만한 다른 대안을 찾기가 너무나 힘들기 때문이다. 선생님들의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도 이런 고민을 흔히 보게 된다. 거기에는 많은 고민과 공감의 댓글들이 달린다. 하지만 언제나 정답은 없다.... 

이 책의 선생님은 백점맞는 아이들에게 멋진 별 스티커를 주었다. 어느새 별을 야구모자 붙이는게 유행이 되어 너도 나도 계급장과 같은 별모자를 쓰고 다닌다.

이 대목에서 같은 교사로서 이해가 안가는 부분은 선생님이 왜 ‘시험’을 잘 본 아이들에게만 스티커를 주었을까 하는 점이다. 난 급식 잘 먹은 친구에게도 주고, 일기 써온 사람, 책 읽은 사람, 학급의 역할분담활동 잘 한 사람, 발표한 사람.... 골고루 주는데...

하지만 부끄럽게도 이것도 큰 차이는 없다. 위의 선생님 반 아이들이 공부 잘 하는 아이 : 못하는 아이의 구도로 나뉜다면 우리 반 아이들은 학교생활에 성실한 아이 : 불성실한 아이의 구도로 나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하지만 매사에 아이들에게 내적인 동기유발을 시킬 자신이 없는 나로서는 다양하다는 미명 하에 오늘도 스티커 제도를 잘 써먹고 있다. 그래서 이런 책을 읽기가 영 마음이 불편하다. 

같은 모둠의 친구들인 신이(별을 하나도 못받았다), 잇페이(가끔은 쉬운 시험도 있어서 별 세 개를 받았다), 마코(보통은 하는 아이라서 18개의 별을 받았다)는 어느 날 신이의 숙제를 도와주기 위해(별 하나라도 받게 하려고) 빈 교실에 들어갔다가 선생님의 서랍에서 별 스티커 뭉치를 발견한다. 잇페이는 그중 한 장을 빼내 신이에게 주고, 신이는 그걸 화장실에 붙여준다. 마코도 자신의 모자에 달린 별을 떼어 화장실에 붙이고, 잇페이가 간신히 모은 별 세 개는 하나씩 서로의 이마에 붙여준다. 한마디씩 서로를 칭찬하면서.... 백 열 여덟 개의 별이 빛나고 있는 화장실... 밤하늘의 별과 서로 어울려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장면이 이 책의 인상적인 마지막 장면이다.

그러잖아도 고민할게 많아 죽겠는데 그냥 별 무리 없이 하고 있는 상표 제도를 새삼스레 또 고민해야 하나.... 그렇다면 아직 자율도덕성이 생기지 않은 아이들에게 어떻게 성실한 학교생활에 대한 내적인 동기부여를 해줄 것인가... 고민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재미있는 책을 놓고 주로 고민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이 딱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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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이 길이 되려면 - 정의로운 건강을 찾아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
김승섭 지음 / 동아시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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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역학이라는 학문이 있는지도 몰랐던 나는 이 책에서 많은 것을 새롭게 접했다. 그것은 저자가 연구자(학자)였기 때문이며 그는 자신의 재능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을 이롭게 할 분야와 방법은 많다.

의대와 보건대학원을 졸업한 사회역학자로서 자신이 연구한 바를 담담히 서술하는 이 책은 학문적 기반이 없어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고 친절하게 서술되어 있다. 일단 사회역학이라는 학문은 질병의 '원인의 원인'을 밝히는 학문으로 개인적 원인을 넘어선 사회적 원인을 밝혀내는 학문임을 설명한다. 그 시각에서 우리 사회를 보았을 때 사회적 원인으로 질병을 얻게된 많은 사례들이 있었다. 원진레이온이나 제일화학, 삼성반도체 등의 직업병을 비롯해서, 해고노동자, 소방공무원, 세월호 생존자와 유가족, 성소수자, 이주노동자, 재소자 등이 겪는 질병과 그들이 처한 사회적 환경이 아주 유의미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밝혀 보여준다. 이것은 소수자(사회적 약자)들이 훨씬 질병에 처할 위험이 높다는 뜻이며, 그들이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저자는 또 공동체와 건강이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연구결과를 소개하기도 했다. 미국에 온 이민자들이 모여 살던 로세토라는 마을에서 유독 심장병 사망률이 적은 이유를 연구하던 사람들은 그 마을의 공동체 문화 때문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후 상호부조하는 공동체 문화가 무너지고 개인주의로 인해 결속이 깨지자 사망률은 다른 지역과 동일한 수준으로 올랐다고 한다. 이 부분을 읽을 때 뜨끔했다. 난 안주고 안받는게 편한데. 남의 사정 별로 알고 싶지 않은데....
"그러나 로세토 이야기는 어떤 공동체에서 우리가 건강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개인이 맞닥뜨린 위기에 함께 대응하는 공동체, 타인의 슬픔에 깊게 공감하고 행동하는 공동체의 힘이 얼마나 거대하고 또 중요한지에 대해서도요."
이런 대목을 접하니 또 마음이 착잡해진다.ㅠ

마지막 페이지는 저자가 후배들의 소식지에 기고했던 <우리 이기심을 뛰어넘는 삶을 살아요> 라는 글이다. 이 글을 마지막에 배치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저자가 여러가지 연구를 통해 하고싶은 말이 여기에 들어있는 듯했다.
"....그리고 아름다운 사회는 나와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는 타인의 고통에 대해 예민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회, 그래서 열심히 정직하게 살아온 사람들이 자신의 지존을 지킬 수 없을 때 그 좌절에 함께 분노하고 행동할 수 있는 사회라고 생각해요. 점점 그런 인간을 시대에 뒤떨어진 천연기념물처럼 만들고, 타인의 고통 위에 자신의 꿈을 펼치기를 권장하고 경쟁이 모든 사회구성의 기본 논리라고 주장하는 사회가 되어가는게 저는 싫어요."

하아.... 결국은 아프냐 나도 아프다라 이거지.... 그거 졸업한지가 언젠데.ㅠㅠ 이 똑똑하고 전문적인 학자의 글은 예기치 못하게 마음에 파문의 작은 돌멩이 하나를 던지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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