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처럼 되고 싶지 않아 새로고침 (책콩 청소년)
아베 나쯔마루 지음, 김지연 옮김 / 책과콩나무 / 2011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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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서재를 만들기 전에 서평을 올리던 곳은 회사가 몇 번이나 바뀌었다. 그래서 내가 쓴 서평을 한번에 찾아볼 수가 없고 책을 찾아 들어가야 한 편씩 볼 수 있다. 가끔 생각나는 책이 있으면 찾아본다. 아예 없어지기 전에 가끔 하나씩 옮겨놓을 생각이다. 2011년에 썼던 서평을 옮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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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빠를 얼마나 사랑하는 줄 아세요?' 그림책을 읽던 딸과 아들이 고등학생, 중학생이 되었다.

지금도 남편은 생각날 때마다 그 책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책이라며 아기가 있는 아빠들한테 권한다. 그 옆에선 우리 애들이 '귀여운 우리 아빠' 라는 표정을 지으며 비웃고 있고.....^^;;

 

그런데 난 며칠 전 도서관에서 이런 제목의 책을 보고 말았다.

'아빠처럼 되고 싶지 않아'

당장 빌렸다. 그리고 집에 들어서자마자 호들갑을 떨며 가족들을 불렀다.

"짜잔! 이 책 읽어볼 사~람?"

그러자 남편이 인상을 쓰며 세상에서 가장 나쁜 책이라면서 당장 갖다 주란다.^^;;

 

책에 관심이 없어진 우리집 청소년들은 제목에만 잠깐 관심을 가질 뿐 내용에는 무관심하다. 할 수 없이 내가 읽었다.

읽기 전의 예상은 늘 빗나가곤 하는데 이 책도 2가지가 내 예상을 빗나갔다.

첫째, 단편집이라는 것.

둘째, 아주 나쁜 아빠가 등장하고 아들과 심각한 갈등을 겪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점.

우리와 비슷한 평범한 가정의 평범한 부모들이 나온다. 그리고 그들의 자녀들이 나온다. 연령은 초등학생부터 중학생 정도.

밖에서 볼 때 화목해 보이는 가정도 내부에서는 크고 작은 갈등을 겪기 마련인데 이 책에 나오는 갈등은 딱 그정도이다. 심각한 문제 부모도, 심각한 문제 자녀도 없다. 그러나 갈등은 생긴다. 그것이 인생이므로.

 

이 책에서, 갈등에 대처(대처라는 말이 좀 거창하게 들린다)하는 부모들의 태도를 보면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감탄스럽지는 않다. 하지만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나도 저 정도의 부모는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표제작인 <아빠처럼 되고 싶지 않아>는 일본의 중학교 2학년 교과서에 실린 작품이라고 한다. 사토시는 평범하고 얌전한 편인 중학생인데 진로 선생님께 고등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했으며 아빠처럼 되고 싶지 않다는 말까지 했단다. 선생님께 그 말을 들은 후 엄마는 고민에 휩싸였고, 밤늦게까지 일에 바빠 아들과 별 대화도 나눠보지 못했던 아빠는 모처럼 시간을 내어 아들과 낚시를 가게 된다.

여기에 아빠의 명대사가 몇군데 나온다.

"어쨌든 어떤 인생이든 고통도 따르고 기쁨도 따르는 법이지. 다양한 사람이 있는 만큼 다양한 인생이 있어도 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저기, 아빠. 내가 아빠처럼 되고 싶지 않다고 한 말 있잖아요........ 별 뜻은 없었어요."

"그래......... 그런데 난 아빠처럼 되고 싶다고 하는 자식이 더 별로다."

시쳇말로, 참 쿨하지 않은가? 난 쿨한 것도 부모의 미덕이라고 본다. 자식일에 쿨해지기는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

난 결국 사토시가 고등학교에 갔을 거라고 생각한다. 뭐, 안갔더라도 제대로 된 길을 찾았을 거라고....^^*

 

<울어도 괜찮아>에 나오는 엄마는 평범해 보이지만 참 현명한 엄마다. 아이들의 괴롭힘을 받는 울보 아들 히데토. 내가 상상하는 보통 엄마의 모습은 바보같이 울지 말라고, 그렇게 징징대니까 더 만만하게 보는 거 아니냐고 자식을 잡든가, 아님 분노에 이성을 잃고 씩씩거리며 학교에 찾아가는 엄마다. 그런데 이 엄마는 그 어느쪽도 아니다. 우는게 뭐 어떠냐고, 울어도 괜찮다고 한다. 자식이 우는게 가슴아프지 않아서가 아니다. 그래서 이 엄마는 참 은근히 훌륭한 엄마다.

 

<오랜만의 식탁>에서의 아버지 유지는 서점의 월급쟁이 점장인데 늘 늦게 퇴근해서 가족과 저녁을 함께하지 못한다. 서점에서 책을 훔치는 학생을 잡아 부모에게 인계한 날, 모처럼 일찍 퇴근하여 가족과의 식사 시간을 갖는다. 별다른 내용은 없는데 아빠의 마음이 많이 공감이 된다.

 

<버릴 수 없는 것> 이 작품을 우리반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싶어졌다. 버려진 새끼고양이를 가까스로 살려 사랑하며 키우던 가족은 엄마와 딸이 앓는 천식이 바로 고양이 때문임을 알게 된다. 고양이를 버려야 한다는 아빠와 자신들이 아파도 가족같은 고양이를 버릴 수 없다는 엄마와 딸.... 아빠는 과연 고양이를 버릴 수 있을까?..... '버리진 않더라도 남을 주든가 해야되는거 아니야?' 라고 나는 답답해 하지만, 애완동물을 키워 본 사람들의 생각은 다를지도 모르겠다.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기에 좋은 소재인 것 같다.

 

이 외에도 몇 편의 작품이 더 있다. 청소년용으로 나온 책인데, 우리반(5학년) 아이들과도 함께 읽고 싶다. 요즘은 책 수준이 너무 높게 잡혀 있어서 고학년용 책을 읽혀도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청소년용이면서도 고학년이 함께 읽어도 괜찮겠다 싶다. 야한 잡지를 숨겨두고 읽는 중학생 이야기 부분이 쬐금 걸리기는 하지만.....(그것도 실은 지당한 이야기다)

 

여러 편의 단편이 모두 가족을 소재로 하고 있고 잔잔한 느낌도 비슷한 듯 하지만 조금씩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확 빠져들진 않지만 은근히 매력있는 책인것 같다. 아마 한번 더 읽으면 더 빠져들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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