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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캐러멜! ㅣ 중학년을 위한 한뼘도서관 3
곤살로 모우레 지음, 배상희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6년 8월
평점 :
올해는 아이들과 하는 돌려읽기의 권수를 줄이고 기간을 늘리며 이야기를 좀더 나눠보려고 한다. (그래도 한 학기 한 책 읽기보다는 조금 더 다룰 생각이다. 애들보다도 내가 더 싫증을 잘 내서 한 권으로 푹 고아먹는 슬로리딩은 나에게 딱 맞지 않는다. 두세 가지 정도 활동하면 후딱 다음으로 넘어가고 싶다. 나부터가.^^) 이야기 나눌 때 함께읽은 책에 대해서도 나누지만 자신이 읽은 책을 소개해주는 활동도 좋을 것 같다. 그 주제 중 하나로 '가장 슬펐던 책'은 어떨까. 그때 나는 아이들에게 이 책을 소개하겠다.
작가는 스페인 사람인데 사하라 난민촌을 자주 찾는다고 한다. 이 책은 그 척박한 사하라사막을 떠돌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하라위족의 슬픔에 대한 이야기이며 특별히 그중 듣지 못하는 소년 코리와 그의 소중한 친구 낙타 캐러멜의 이야기다.
모로코에게 쫓겨나 국제적으로 소외된 민족, 장애로 친구들 사이에서 소외된 아이, 나무 한 그루도 없는 불모의 환경에서 생존해야 하는 삶. 생각만 해도 너무 최악이라 한숨만 나온다. 이런 곳에서도 아름다움이나 예술이 나올 수 있을까.
코리는 전혀 듣지 못하니 말도 하지 못한다. 사람들의 입이 움직이는 걸 보고 저기에 무슨 뜻이 있나보다 할 뿐이다. 그러던 중 외삼촌댁의 낙타가 새끼를 낳았고, 코리는 캐러멜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친구가 되었다. 낙타가 입을 우물거리는 걸 말하는 것으로 생각한 코리는 그것에 귀를 기울이고, 친구의 마음을 읽어내게 된다. 선생님을 졸라 쓰기를 배우고 그것을 글로 옮긴다. 그것은 곧 시였다. (바로 위의 내 생각은 보기 좋게 틀렸다. 시는 아름다움이고 예술이다.)
서툰 글씨로 처음 쓴 시는 이러했다. 일식을 보고 쓴 시다.
"해와 다리 사랑해서 하느레서 만나지요."
이런 대목에서 감동하는 한편, 그 선생님이 존경스러웠다. 그 척박한 환경에서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아이에게 글을 가르치는 일을 어떻게 하셨을까? 나라면 가능했을까?
둘의 사랑은 깊어만 가는데, 계속되는 기근으로 숫놈인 캐러멜을 희생제물로 바쳐야 한다는 어른들의 결정이 떨어진다. 그건..... 제단 위에서 참수되는 것이다. 아아.... 생각만 해도 내 몸이 떨릴 지경이다. 그토록 사랑하던 코리의 마음은...... 울고 울고 울고 또 울지만 상황을 돌이킬 순 없다.
어느 밤 코리는 간단한 채비를 하고 캐러멜을 데리고 마을에서 도망쳤다. 그러나 그곳은 사하라사막. 아무리 발버둥쳐도 벗어날 수 없다. 그 때 캐러멜이 보내준 시가 너무 슬프고 너무 아름답다.
이건 내가 우리 엄마 뱃속에서
꿈꾼 땅이 아니야.
이건 들판이 아니야.
이건 강이 아니야.
이 외로움은 죽은 거야.
달콤한 풀들의 쓸쓸함이 아니야.
내 가슴은 남쪽으로 가라고 하지만
내 코는 풀 냄새도, 물 냄새도,
나무로 둘러싸인 정겨운 언덕 냄새도 맡지 못해.
우리는 길을 잃었어, 작은 코리.
하지만 나의 샘물은 너고
너의 풀은 나야.
이런 사랑 노래가 또 있을까? 어른들에게 발견된 두 친구는 마을로 돌아왔고 현실을 받아들였다. 코리는 묵묵히 캐러멜의 떠나는 길에 동행했다. (아이가 이렇게 강할 수가 있을까? 생각만 해도 살이 떨리는데....) 그리고 캐러멜의 마지막 시를 받아적었다.
내 생명이 꺼진다고
눈물짓지 마.
우리가 함께 산 날을 생각해.
난 죽음을 받아들였어.
난 너의 기억을 안고
하늘의 초원으로 가는 거야.
네가 사는 동안
난 항상
너와 함께 있을게.
넌 아직 알 수 없지만
네가 밤을 맞으면
너도 그곳을
이해할 거야.
작은 코리, 내 하나뿐인 친구......
이 책의 마지막 장은 에필로그 같다. 코리는 어른이 되었고 시인이 되어 있다. 그는 아직도 캐러멜을 생각하며 시를 쓴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을 보며 생각한다. '저기 캐러멜이 있구나, 저들의 힘 속에, 저들의 삶 속에.'
코리의(캐러멜의) 시와 그들의 이별에서 미어지는 슬픔을 느끼지만 이야기는 그 민족의 인내를 상징하듯이 굳세게 끝을 맺는다.
세상에 슬픈 이야기가 많다. 슬픈 이야기도 세상에 나온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 책과 함께 아이들에게서 슬픈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보고 싶다. 슬픔에 잠기지는 말고 슬픔으로 씻어내 말개진 우리의 모습을 한번 볼 수 있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