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의 첫 책 - 제18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반달문고 35
주미경 지음, 김규택 그림 / 문학동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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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고 특이한 느낌의 단편동화집을 읽었다.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을 받은 책인데, 수록된 6편의 단편이 각각 개별작품이라고 하기엔 인물과 소재가 살짝 겹치고, 연작이라고 하기엔 관련성이 별로 없는 것 같고.... 심사평에 보니 '살짝 스치면서 조금씩 이어지는 이야기들' 이라고 표현되어 있다. 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썼다는 뜻이 아닐까? 하여간 느낌이 독특했다.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창작물들 중에서 독특하기는 쉽지 않으리라. 그래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와우의 첫 책>에서 주인공은 개구리 와우다. 와우에게 어느날 '이야기'가 '찾아왔다'. 그건 작가 구렝 씨의 이야기였는데 책을 10권까지만 낼 수 있다는 숲법에 따라 구렝 씨는 그 이야기를 와우한테 넘겨줬다. 와우는 숲에서 잡아먹히려던 위기마다 이야기를 들려줬고 그때마다 이야기는 생각지도 못한 길을 찾아 새롭게 흘러갔다. 완성한 이야기를 구렝 씨에게 다시 돌려주러 간 와우는 "이건 자네 이야기야." 라고 인정을 받는다. 드디어 와우의 첫 책이 나온다.

이야기의 발단이 이리 저리 흘러가 위기와 절정을 맞고 결말까지 이르는 과정을 나는 흥미깊게 지켜보았다. 아이들은 그런 걸 보진 않겠지만.^^ 위기철 작가님의 책에서 "이야기는 살아있는 유기체이다." "이야기가 이야기를 쓴다."라는 표현을 본 적 있는데 이 작품에서 실감을 한다. 아이들과 이야기만들기 수업을 할 때 이 작품을 활용해야지 라는 아이디어가 마구마구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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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작품 <킁 손님과 국수 씨>는 내게 두번째로 느낌이 있는 작품이었다. (이 제목은 앞 작품에서 구렝 씨의 여덟 번째 책 제목으로 나옴) 어느 가을 밤 국수 씨의 칼국수집에 찾아와 칼국수 반 그릇을 주문하고 국수 값으로 도토리를 부어주고 가버린 킁 손님. 얼마나 배가 고팠던지 후루룩 후룩 국수 먹는 소리가 노래처럼 울려퍼지던 킁 손님. 그의 정체는 뭘까? (킁이니 멧돼지일까? 뭐 이런 상상만 해볼 뿐. 근데 왠지 애틋해지는. 내가 칼국수는 잘 못하지만 한그릇 가득 끓여주고 싶어지는...)

세번째 <어느 날 뱀이 되었어>에서는 다시 뱀 이야기가 나온다. 이상한 허물을 써보았다가 뱀이 되어버린 아이.... 다시 돌아오기 위해 백방으로 방법을 찾는다. 그러나 아, 반전도 이런 반전이.... (근데 내겐 느낌이 조으지 아니하다. 그래도 뱀은 싫단 말이야 ㅠ)

곧 헐릴 비둘기아파트와 그 앞 백년된 버드나무가 이야기를 나누는 <그날 밤 네모 새를 봤어>가 네번째 이야기.

다섯번째 <당깨 씨와 산딸기아파트>는 가장 내 맘에 드는 이야기. 난 이런 따뜻하고 흐뭇한 느낌을 좋아한다. 반달곰 당깨 씨는 페인트공이다. "페인트칠하러 왔당께요!" 사투리도 순박하다. 5층 아파트에 페인트칠을 하러 왔는데 서로 교류가 없는 다섯 집은 전혀 합의된 바가 없는 상태. 결국 각 집에서 원하는 그림을 그려주기로 한다. 여기에서 각 집의 바람과 사연이 나온다. 그림이 완성된 5층 아파트의 모습이 아기자기하고 예쁘다. 자신의 일도 열심히 하면서 사람들의 다리도 되어주고 자신의 꿈도 살며시 키우는 당깨 씨. 이런 사람이 많으면 좋겠다. 음, 그리고 아이들과 당깨 씨에게 의뢰할 자기집 벽 그림을 그려보는 활동도 재미있겠다. 이유도 서로 나누고.

마지막 이야기는 <고민 상담사 오소리> 자나깨나 청소에 집착하는 청소박사 오소리는 새로 이사 온 집에서 졸지에 고민상담사가 된다. 전주인이 떼지 않고 간 간판 때문이다. 하지만 본의 아니게도 어찌어찌 하다보니 고민해결을.... 그 과정이 웃기고 작가의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두번째 의뢰인 욕쟁이 노루 할머니를 보면서 각반의 말썽쟁이들이 생각나 잠깐 짠해진 것은 참말로 직업병이라 할 것이다. 노루 할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욕을 하면, 싫어하면서도 한 번쯤 나를 쳐다본단 말이지. 그렇게라도 나를 봐주고 입에 올려주면 좋지."
관심끌기라는 어긋난 목표행동의 대표적인 사례.(또 직업병.....)
마지막 의뢰인으로 또 뱀이 나온다. 그의 고민은 "걷고 싶어요." 그 고민을 묵묵히 해결해주는 오소리의 모습을 감동적으로 비추며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리뷰를 쓰다보니 한 권의 책 안에 정말 많은 것들이 담겨져 있구나 다시 느끼게 된다. 130쪽 정도의 분량으로 중학년에게 단편을 읽힐 때 가장 적당할 것 같고, 각 편은 짧으니 저학년에게 읽어주기로도 괜찮겠다. 고학년은 고학년대로 물론.....

<와우의 첫 책>은 동화로서 작가의 '첫 책'이다. 첫편부터 이글이글한 작가의 창작의지를 보는 것 같았다. 아주 싱싱한. 숲법에는 책을 10권까지만 낼 수 있다지만 이곳은 그렇지 않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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