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마주 창작동화
안느 방탈 지음, 유경화 그림, 이정주 옮김, 서울초등국어교과교육연구회 도움글 / 이마주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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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의 파란만장한 하루를 그 아이의 입으로 듣는 책이다. 어른독자라면 등교길에 구역마다 발걸음을 세면서 가는 아이의 행동이나 아빠가 하시는 "발랑탱, 아빠는 널 믿어. 너 혼자 갈 수 있을 거야. 하지만 한눈팔면 안 된다." 이런 말씀을 보고 이 아이가 좀 특별하구나 라는 것을 눈치챌 것이다. 하지만 본문에는 전혀 그런 말이 없다. 끝부분 삽화에 그려진 플랭카드에 "장애아동도 학생입니다"라고 쓰여있을 뿐이다. 그러니 어린이 독자들은 이야기 전개에 따라 발랑탱의 생각과 그에 따른 행동들을 따라가면서 때로는 초조하기도 하겠지만 '그럴 수 있는 생각', '조금 독특한 생각' 정도로 여기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서 발랑탱이 빨리 지갑의 주인을 찾기를, 빨리 학교로 돌아갈 수 있기를 응원할 것이다.

발랑탱은 '한눈팔지 말라'는 아빠의 다짐을 되뇌이며 한걸음 한걸음 걸어 학교에 가고 있다. 그런데 한눈을 팔 수밖에 없는 물건을 발견하고 만다. 그건 소피 르모니에 라는 아줌마의 지갑이었고 그 안엔 사진, 신분증 등과 꽤 많은 현금도 들어있었다. 아이의 머릿속은 혼란스러워진다. 학교에 곧장 가야 지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은 시종일관 발랑탱이 지켜야 할 주의사항과 그걸 따를 수 없는 갈등상황을 발랑탱의 입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리하여 발랑탱은 제시간에 학교에 가지 못했고, 길을 잃었고, 낯선 곳에서 잠이 들었고..... 그래서 제목은 <하지만.....>이다.

벤치에서 잠든 발랑탱을 깨워준 아멜리 누나와 함께 학교로 돌아왔을 때 학교는 발칵 뒤집혀 있었고 경찰이 출동해 있었다. 엄마는 울음을 터뜨렸고 교장선생님은 더이상 이 학교에 발랑탱을 받아주기 어렵겠다고 말씀하신다. 그러나 앞에서 말한 플랭카드, 그건 학부모들과 지역주민들이 내건 것이었다. "발랑탱은 우리 아이들과 함께 있어야 합니다."

이 부분 내가 아는 우리나라의 현실과 너무 달라서 놀랍다. 우리가 듣는 소식은 집값 떨어진다고 장애인시설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얘기, 자기 동네에 특수학교 짓는 것을 결사 반대하는 사람들의 얘기....들 뿐인데.ㅠㅠ

솔직히 쉽지 않고 자신도 없다. 발랑탱의 입에서 나온 말들을 따라가면 아이를 이해할 것 같지만 우리는 남의 마음속에 들어가는 재주는 없으니, 아이의 행동에 놀라고 당황하고, 또 이와 같이 큰 사안이 벌어지면 너무 힘들기도 하고, 다른 아이들도 가르쳐야 하는 입장에서 수업진행에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면 어떤 때는 화도 나고 그럴 것 같다. 하지만.....(이 책의 제목이 여러가지로 쓰인다)

누군가에게 놓여진 어려움은 그 사람 혼자만의 것이 아님을, 조금씩 나눠 지면 그나마 다같이 살만한 세상이 된다는 것을 기억하려고 한다. 지금의 나는 별로 그렇게 살고 있지 못하지만 나도 아이들과 함께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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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돌이를 찾습니다 - 제25회 눈높이아동문학상 단편 부문 대상 수상작 눈높이 저학년 문고 34
안선희 지음, 김고은 그림 / 대교북스주니어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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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키우게 된 이후로 개가 주인공인 동화를 만나면 일단 펼쳐보게 된다. 이 책도 그래서 집어들었는데 처음 보는 작가님의 첫 책이었다. 5편의 단편이 들어있고, 눈높이아동문학상 단편부문 수상작이라 한다. 다섯 편 모두 인간과 더불어 살아야 할 자연 속의 생명들을 다루고 있어 마음에 들었다. 내가 그러지 못하는 사람이라서 이런 작품에 더 마음이 끌린다. 이런 분들이 많아야 돼, 라는 생각 때문에?

표제작인 '진돌이를 찾습니다'는 세번째 실린 작품이다. 진돌이는 샛골 은수네 집의 강아지다. 은수와 날마다 즐겁게 뛰놀며 행복하게 살던 진돌이는 어느 밤 호기심에 집을 빠져나왔다가 들개들에게 쫒겨 집을 잃고 만다. 하지만 낯선 동네에서도 진돌이에게 사랑을 주는 사람은 있었다. 감나무집 할머니는 길잃은 진돌이에게 밥을 나눠 주고, 전에 살던 흰둥이가 쓰던 잠자리도 펼쳐 주신다.
"입이 써서 물도 못 삼키겠더니 너랑 같이 먹으니 밥이 좀 넘어가는구나."
할머니의 이 말씀에 찡해졌다. 아프고 외로운 할머니가 흰둥이와 함께 사시다가 이제 흰둥이마저도 떠나고 없는 상황 아닌가. 혼자 되신 우리 아버님은 말안듣는 천방지축 잡종 강아지를 막내손자처럼 챙기신다. 뭐 먹을 때만 알랑거리는 얌체녀석이라도 "이놈 때문에 웃는다"시며 품에 안고 토닥이신다. 개가 주는 따뜻한 채움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이제 진돌이는 할머니의 강아지가 되어 살아도 좋을 것 같다. 할머니가 잠든 사이 불이 나고 그 불을 끄려 애쓰다 진돌이는 발을 다치고, 할머니는 지극정성으로 치료해주시며 둘은 더욱 정이 깊어지고 있으니....
하지만 은수는? 은수도 애타게 진돌이를 찾고 있다는 사실을 우체부 아저씨를 통해 듣는다. 기회가 되자 진돌이는 집을 찾아가기로 마음 먹는다.
진돌이는 골목이 떠나가라 짖었어요.
"컹! 컹! 은수야, 내가 돌아왔어!"
마지막 문장이다. 상봉의 장면은 없지만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발에 감겨진 붕대는 진돌이의 고생과, 돌봐준 이의 사랑까지 전해줄 것이다.

첫번째 작품 '다람이의 새봄'은 굴참나무에 깃들어 사는 작은 생명들의 이야기이자 생명의 소멸과 소생까지 보여주는 큰 생태계의 이야기다. 다리를 저는 연약한 다람이를 통해 이 과정을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새봄'이라는 제목에서 주는 희망적인 느낌까지.

두번째 작품 '꼬마 나팔꽃의 꿈'은 꽃밭도 정원도 아닌 고가도로 난간을 타고 올라가는 나팔꽃 가족의 이야기다. 하필이면 시끄럽고 냄새나며 아무도 봐주지 않는 그런 곳에서 싹이 텄을까 원망스럽지만 막내는 온힘을 다해 꽃을 피운다. 막내의 씨앗은 이제 바라던 곳에서 싹을 틔울 수 있을까? 아이들과 함께 씨를 심고 가꿀 계획이 있다면 이 이야기를 읽어주고 시작해도 좋을 것 같다

네번째 작품 '철조망 아저씨의 소원' 에서도 화자는 나팔꽃이다. 나팔꽃은 흔들리다가 철조망을 붙잡아 줄기를 뻗고 올라가게 된다. 그러면서 무뚝뚝한줄 알았던 철조망 아저씨의 아픔과 소원을 알게 된다. 철조망이 우리에게 연상시키는 것, 아랫동네와 윗동네, 열린 문 등이 많은 이야길 한다. 이렇게 짧은 이야기로 이런 말을 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라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 작품은 앞 4편의 잔잔함과는 달리 충격적이다. '고릴라 엄마 루시'에서 루시는 아프리카에서 잡혀 동물원으로 실려 왔다. 젖먹이 아기 코코를 남겨둔 채.... 어느날 관람객 중 어린 아이가 고릴라 우리의 해자에 떨어져 빠졌다. 주변은 난리가 났고 엄마는 울부짖는 와중에 루시가 해자로 뛰어들어 아기를 건져 안았다. 놀라 울던 아이는 고릴라와 눈을 맞췄고.... 아이는 울음을 그쳤다. 그러나.....ㅠㅠ
동물원의 폐해를 말하는 많은 작품 중에서 이렇게 한번에 둔중한 슬픔을 주는 작품은 처음이다. 동물원을 반대하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

이 책의 다섯 단편은 모두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싶은 작품이라 읽어주기 목록에 한 권이 추가된다. 쭉 한번에 다 읽어줄 필요는 없으니 주제에 따라 한편씩 천천히 읽어주어도 좋겠다. <작가의 말>을 읽으며 또 새로운 작품을 기대하게 되었다. "나는 앞으로도 힘없는 사람들한테 희망과 용기를 주는 동화를 쓰고 싶어요. 가진 사람과 가지지 못한 사람, 강한 사람과 약한 사람이 함께 어울려 사는 따뜻한 세상을 만들 수 있도록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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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아이 옆에 또 이상한 아이 - 떠드는 아이들 2 노란 잠수함 4
송미경 지음, 조미자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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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부회장>이라는 책의 후속으로 '떠드는 아이들'시리즈 2권으로 나온 책이다. 3권도 나오면 좋겠고 얼마든지 나올 소재가 있을 것 같다. 1권은 그야말로 '떠드는' 아이들 예찬이었는데, 난 이 입장에 전적으로 동의는 못하지만(고래고래는 미성숙일 뿐 자유가 아님. 이 사회를 보라.) 아이들의 자유로움 발산의 관점에서는 동의한다.

맥락을 같이하면서 아주 새로운 내용의 2권에는 유리와 시하가 그대로 나오고 새로운 인물로 우성, 현빈, 영혜가 나온다. 아이들이야 뭐 백인백색이니 이 다섯 명의 캐릭터가 다 다른 것쯤이야 놀랄 일도 아니다. 하지만 그 캐릭터들이 어쩜 그리 특색있고 생생한지, 그 캐릭터를 표현하는 작가의 언어가 어찌나 익살맞은지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이 아이들은 '이상한 애들'이라는 한 마디로 치부해버리면 끝일수도 있지만 그 '이상함'을 관찰하면 그의 정체성이 나온다. 어쩌면 이상하지 않은 인간은 없는지도 모른다. 지극히 평범하다고? 사람이 어떻게 모든 면에 평범할 수가 있어? 그것 또한 이상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인물 소개로 이 책의 리뷰를 대신하고자 한다. 화자인 유리는 목소리 크고 끊임없이 말을 한다. '떠드는 아이들' 시리즈의 화자로 손색이 없다. 즉각적인 행동파이며 위험한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공부에는 별 관심이 없고 사촌인 시하처럼 조기교육을 받지 않아 영어는 알파벳도 모르고 한글도 늦게 뗐고 덧셈은 겨우 하고 뺄셈은 잘 못한다. 원어민 영어 시간에 못알아들어 웃음거리가 되어도 기죽지 않는다.

시하는 유리 이모의 늦둥이딸이며 유리와 같은 빌라에 산다.(아빠가 건물주) 그래서 둘은 아가때부터 같이 자랐는데 성격은 정반대다. 시하는 겁이 많고 눈물도 많고 조용하며 목소리가 하도 작아 알아듣기도 어렵다. 이모는 이런 시하를 유리 옆에 두고 싶어하고 시하 또한 유리한테 많이 의존한다.

우성이는 입학식날 남자다운 모습으로 유리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런 우성이가 유리를 좋아하니 얼마나 잘된 일인가. 근데 그게 아니라는 걸 금방 알게 된다. 우성이가 좋아하는 건 소꿉놀이(여보당신놀이)였으며 오직 유리와만 이 놀이를 하고 이게 좌절되면 울음을 터뜨리며 보챈다. (사실 난 이런 아이를 본 적은 없어서 현실적인 캐릭터가 아니라고 딴지를 놓고 싶지만 너무 재밌어서 그냥 넘어감ㅋ) 유리는 하루이틀도 아닌 이 놀이가 너무 지겨워 죽을지경이지만 피할 도리가 없다.^^

현빈이는 쉴새없이 끼어들고 간섭하며 초치는 소리를 하고, 말도안되는 라임을 만들어 말끝에 붙이는게 특기다. 현빈이들은 교실에 많다.ㅎㅎ

마지막은 영혜다. 우울한 염세주의자라고 할까. 2학년 교실에서 이정도 아이를 본 적은 없다. 하지만 고학년 교실에는 있다. 그뿐이 아니라.... 다섯 아이 중 나랑 가장 가까운 아이가 이 아이다. 시들하고, 흥미없고, 무심한 성격이.... 유리와 영혜의 대화는 대략 이러하다.
"반가워, 영혜야."
"반갑니?"
"재밌지?"
"재밌니?"
이런식.... 교실에 있다면 이 아이가 가장 힘들다. 난 지금 늙어서 그렇지 학교다닐 땐 이정도는 아니라서.... 왜 학교를 다녀야 하고 이런 재미없는 것들을 왜 해야하냐고 묻는 아이.... 교실활동이 다양해져야 하는 것은 맞고 그것을 위해서 노력도 하고 있지만, 일반 학교 외에 다양한 형태의 학교가 있어서 선택의 폭이 넓다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한다. 영혜가 즐거울 만한 학교도 어디엔가는 있지 않을까?

엉뚱하고 자유로운 유리의 입으로 들려주는 '이상한 아이들'의 이야기는 유리만큼이나 엉뚱하고 재밌다. 서로 다른 아이들이 어울려 있어서 하나하나는 더욱 빛난다. 마지막 문장이 아주 맘에 든다.
"나는 오늘도 계속 힘차게 자라고 있다."

짧고 유쾌한 동화지만 내게는 아이들의 발달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는 동화였다. 이렇게 다른(이상한) 아이들이 저마다의 특징에 맞게 건강하게 자라도록 지켜보는 일, 그 발달이 각기 다르게 그러나 함께 일어나도록 이끄는 일. 그것은 해가 바뀌어도 여전히 어렵고 무거운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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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H : 지독한 학교 행성 생활 - 제1회 이 동화가 재밌다 대상 수상작 이 동화가 재밌다
신소영 지음, 음미하다 그림 / 고릴라박스(비룡소)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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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살짝 4차원인 친구와도 친하고 우리반 4차원 녀석과 농담도 잘 주고받는데.... 아 근데 이 책에 나온 4차원 소녀에게는 미안하지만 별로 마음이 가지 않는다. 이유가 뭘까? 내가 보수적이어서 격식을 파괴한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캐릭터가 너무 부자연스럽다는 이유도 있다고 본다. 난 아이들 책을 읽다가도 폭 빠지기 일쑤인데 이 책에는 좀처럼 들어가지지 않았다.
책을 읽다보면 주인공이 허구의 인물인 걸 잊을 때도 있고 가까운 어딘가에, 아니면 먼 어딘가에라도 있는 존재로 느껴지는데 이 책에선 그냥 인형을 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니 호불호를 떠나서 작품과 독자의 거리가 좁혀지질 않았다. 이야기보다는 그냥 활자를 읽었다는 표현이 맞겠다.

비룡소에서는 스토리킹에 이어 '이 동화가 재밌다' 공모를 시작했나본데 이 책이 1회 대상을 받은 책이다. 심사위원들이 매우 '재밌다'고 평가했으니 뽑혔을 것이다. 읽으면서 좀 당황스러웠다. 아 어쩌지.... 내 취향은 이제 트렌드와 멀어졌구나. 웃으라는 지점을 알 것 같긴 한데 안 웃겨.ㅠ

하지만 한심해(소녀 H) 양이 사람들의 한숨을 모아 꽃송이로 만든다는 발상은 맘에 들었다. 한심해 양을 보고 한숨을 안 쉬는 사람은 드물었다. (나라도 쉬었을 것 같다. 너무 과장된 캐릭터라 생각함) 한심해 양은 사람들의 한숨들을 열심히 채집해 검은 비닐봉지에 모았다. 그리고 꽃송이로 바뀐 그것들을 나눠주고자 하지만 그걸 알아보는 사람들은 없다. 오직 현수만이 소녀 H의 호의를 제대로 받아주는데....

그런데 현수는 용용 패거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소녀 H는 이 사실을 어른들에게 부지런히 알리지만 어른들은 무관심하거나 무마하려 할 뿐이다.(이 부분 내가 느끼는 현실과 다르다.ㅠ) 하지만 이걸 극복한 방법은 멋졌다. 역시 어린이들, 당사자들이 깨어야 진정한 해결이 된다. 또래가 보내는 눈총이 어른의 꾸중보다 무섭고, 또래의 건강한 압력은 후환없이 깔끔하게 문제를 해결한다. 이 책은 마지막에 이런 내용을 잘 보여 주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재미나게 읽으며 작가의 메시지에도 주목한다면 훌륭한 독서가 될테니 뭘 더 바라랴. 내겐 산만하고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아 마음이 가지 않는 책이었지만, 내게 별로인 책이 남에게는 인생책이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독서라는 점을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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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쓰는 엄마 그래 책이야 19
송언 지음, 최정인 그림 / 잇츠북어린이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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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송언 선생님 책의 리뷰를 쓴다. 3년 전에 우리 학교 독서축제 때 모셨을 때까지는 현직에 계셨던 걸로 알고 있는데, 이젠 퇴직하셨다고 들었다. 현직에 계셨을 때 더 다작을 하셨던 것 같다. 털보 선생님 교실의 온갖 개성쟁이들이 주인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 하나같이 재미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느낌이 비슷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었었다. 그런데 오늘 읽은 이 책.... 오랜만에 나온 이 책을 읽고 나는 울컥했다. 엉뚱하고 고집센 말썽꾸러기가 교실을 휘저으며 털보선생님과 온갖 유쾌한 실랑이를 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이 책의 아이는 지적장애가 있어 특수학급과 복지관 치료 프로그램을 다니는, 학급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가온이다. 그리고 애타는 눈길로 딸을 바라보는 엄마가 함께 나온다.

가온이는 한글을 모른다. 읽지도 쓰지도 못한다. 당연히 일기도 못 쓴다. 그런데 가온이 엄마는 담임선생님이 아이들 일기에 댓글을 달아주신다는 얘기를 친구엄마에게서 듣는다. 그날부터 엄마는 가온이에게 이것저것 물으며 하루 일과를 대화하고, 그것을 일기로 써서 학교에 보낸다. 선생님은 거기에 댓글을 써 주신다. <일기 쓰는 엄마>라는 제목은 그래서 나온 것이다.

아이들은 송언 선생님 책을 정말 좋아한다. 아마 좋아하는 작가, 아이들에게 인지도 있는 작가 1순위일 것이다. 이유는 당연히 재미있어서다. 송언 선생님 책에 나오는 특유의 주인공은 그와 비슷한 아이에게도, 반대의 아이에게도 위안을 주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 책도 재미있어 할까? 잘 모르겠다. 사려깊고 공감능력이 있는 아이들은 나와 다른 이들의 아픔과 어려움을 느끼고 이해할 기회가 될 것 같다. 그러나 유쾌함만 생각하고 이 책을 펼친 아이라면 "별로 재미없던데." 할 수도 있겠다. 경험의 폭에 따라 공감의 한계도 있는 게 사실이니까. 그러나 독자가 엄마나 교사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 책은 일기와 일기 아닌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기는 앞에 말한 대로 가온이 엄마가 쓴 것이다. 거기에 선생님의 댓글, 엄마의 대댓글이 붙어 있다. 가장 절절하게 눈에 보이는 것은 느린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딸에 대한 애틋함, 가여움, 안타까움, 기특함, 미안함 등의 감정이다. 손에 잡힐듯 다가온다. 엄마는 인내심이 강하면서도 여리고, 감정적이지 않으면서도 때론 깊이 상처받는다. 주변을 배려하고 작은 일에도 감사하는 사람이다. 선생님의 댓글과 관심도 작은 일은 아니지만 거기에 대한 엄마의 감사 표현이 더 놀라웠다. 들여다보면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을텐데 불만이나 요구보다는 감사 표현이 앞서는 가온이 엄마를 어떤 사람들은 답답하게 볼 것도 같다. 예를 들면 가온이가 친구들과 잘 어울리려 들지 않을 때, 단체 활동을 기피해서 혼자 개별활동을 할 때 "왜 우리 아이를 소외시키냐?" "아이 좀 잘 살펴라" 라며 불만과 요구를 쏟아놓으시는 경우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데 말이다.

일기는 여름방학때 좀 쉬었다가 2학기에 다시 시작된다. 평이한 문장들 속에 매일 아침 약을 먹어야 하는 이야기(약을 먹으면 급식을 잘 못 먹고 안 먹으면 과잉행동으로 사고를 치게 되고ㅠ), 바지에 똥 싼 이야기, 교실에서 치마를 훌렁 벗어버리고 안입겠다 고집부린 이야기, 사고치고 혼나고 사라져 애먹인 이야기 등등 쉽지 않은 상황들이 들어있다. 그러다 어느날 엄마는 절필(?)을 선언한다. 누구도 원망하지 않지만 누구도 힘이 돼 줄 수 없는 엄마의 외로움과 막막함이 다가와 눈물이 난다.
"내일모레면 12월이잖아요. 또 한 학년 올라간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하고 걱정 때문에 눈앞이 캄캄해지네요. 다가오는 1년을 또 어찌 보내야 할지 막막하기도 하고요. 이런 심정을 누가 알아줄까요?"

이후로 선생님은 더이상 가온이(엄마)의 일기를 볼 수 없었다. 3학년에 올라간 가온이는 복도에서 만나도 아는 척도 하지 않았다. 완전히 선생님을 잊은 듯했다......
그러다 그 다음해 가을, 선생님은 두 통의 편지를 받는다. 아주 짧은 편지와 아주 긴 편지였다. 짧은 편지는 아, 삐뚤빼뚤한 가온이의 편지. 이제 첫 발을 떼는 가온이의 글씨였다. 긴 편지는 엄마의 편지. 그동안의 공백을 채우기라도 하듯 진솔한 문장으로 가득차 있었다. "....느닷없이 혼란이 찾아왔습니다. 그것은 두려움이기도 했습니다. 이 세상 누구도 가온이의 삶을 대신 살아줄 수 없다는 막막함이 찾아온 것이었지요..... 그러자 언제까지 가온이의 일기를 대신 써주어야 하나 머릿속이 아득해지면서, 까맣게 타버리는 것 같았습니다....."

긴 편지는 "더 나은 희망의 빛을 찾아 가온이랑 꿋꿋하게 살아가겠습니다." 라는 말로 끝이 난다. 여리고도 단단한 엄마의 앞으로의 발걸음을 응원한다. 좌절과 일어섬의 경험은 이게 끝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때에도 외로움과 막막함은 점점 덜해지길, 그런 사회이길 바란다.

재작년에 우리반에도 발달장애 학생이 있었다. 한 친구가 느닷없이 내게 와서 이렇게 물었다.
"선생님, ♡♡이는 행복할까요?"
난 깜짝 놀라 황급히 대답했다.
"그럼. 니가 행복한것처럼 ♡♡이도 행복하지. 너랑 느끼고 생각하는게 똑같진 않지만 그렇다고 행복하지 않은 건 아니야."
"그래도 ♡♡이가 똑똑해졌으면 (황급히 수정) 아,아니 지금도 똑똑하지만 더 똑똑해지면 행복할 것 같아요."
"지금 이대로도 행복할 수 있어. 그리고 니가 ♡♡이가 혼자 있을 때 같이하자고 말해주고 도움이 필요한거 같을 때 도와준다면 더 행복하겠지."
"저는 그럴래요."
"혼자서 그런 생각을 하다니 선생님이 감동받았어. 고마워."
아이는 결연한 표정으로 자리에 들어가더니 이후 ♡♡이를 챙기려 애썼다. 뭐 솔직히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천둥벌거숭이들이 챙기면 뭘 얼마나 챙기겠냐마는....

미친듯한 속도로 남을 앞서려는 강박에 사로잡힌 이 사회에서 저마다의 속도는 제각기 다르며, 그 속도에 맞추어 저마다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희망은 어디까지 가능할지. 가온이 엄마한테 그 희망을 전해주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벼랑 끝에 서 있는 것 아니에요. 때로는 내려놓고 쉬어도 돼요.

아참 잊을 뻔 했다. 털보 선생님! 퇴직하셨다고 교실 이야기가 그만 나오는 것은 아니지요? 늘 기다리고 있습니다. 또다른 아이와 털보선생님의 이야기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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