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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ㅣ 이마주 창작동화
안느 방탈 지음, 유경화 그림, 이정주 옮김, 서울초등국어교과교육연구회 도움글 / 이마주 / 2018년 4월
평점 :
한 아이의 파란만장한 하루를 그 아이의 입으로 듣는 책이다. 어른독자라면 등교길에 구역마다 발걸음을 세면서 가는 아이의 행동이나 아빠가 하시는 "발랑탱, 아빠는 널 믿어. 너 혼자 갈 수 있을 거야. 하지만 한눈팔면 안 된다." 이런 말씀을 보고 이 아이가 좀 특별하구나 라는 것을 눈치챌 것이다. 하지만 본문에는 전혀 그런 말이 없다. 끝부분 삽화에 그려진 플랭카드에 "장애아동도 학생입니다"라고 쓰여있을 뿐이다. 그러니 어린이 독자들은 이야기 전개에 따라 발랑탱의 생각과 그에 따른 행동들을 따라가면서 때로는 초조하기도 하겠지만 '그럴 수 있는 생각', '조금 독특한 생각' 정도로 여기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서 발랑탱이 빨리 지갑의 주인을 찾기를, 빨리 학교로 돌아갈 수 있기를 응원할 것이다.
발랑탱은 '한눈팔지 말라'는 아빠의 다짐을 되뇌이며 한걸음 한걸음 걸어 학교에 가고 있다. 그런데 한눈을 팔 수밖에 없는 물건을 발견하고 만다. 그건 소피 르모니에 라는 아줌마의 지갑이었고 그 안엔 사진, 신분증 등과 꽤 많은 현금도 들어있었다. 아이의 머릿속은 혼란스러워진다. 학교에 곧장 가야 지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은 시종일관 발랑탱이 지켜야 할 주의사항과 그걸 따를 수 없는 갈등상황을 발랑탱의 입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리하여 발랑탱은 제시간에 학교에 가지 못했고, 길을 잃었고, 낯선 곳에서 잠이 들었고..... 그래서 제목은 <하지만.....>이다.
벤치에서 잠든 발랑탱을 깨워준 아멜리 누나와 함께 학교로 돌아왔을 때 학교는 발칵 뒤집혀 있었고 경찰이 출동해 있었다. 엄마는 울음을 터뜨렸고 교장선생님은 더이상 이 학교에 발랑탱을 받아주기 어렵겠다고 말씀하신다. 그러나 앞에서 말한 플랭카드, 그건 학부모들과 지역주민들이 내건 것이었다. "발랑탱은 우리 아이들과 함께 있어야 합니다."
이 부분 내가 아는 우리나라의 현실과 너무 달라서 놀랍다. 우리가 듣는 소식은 집값 떨어진다고 장애인시설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얘기, 자기 동네에 특수학교 짓는 것을 결사 반대하는 사람들의 얘기....들 뿐인데.ㅠㅠ
솔직히 쉽지 않고 자신도 없다. 발랑탱의 입에서 나온 말들을 따라가면 아이를 이해할 것 같지만 우리는 남의 마음속에 들어가는 재주는 없으니, 아이의 행동에 놀라고 당황하고, 또 이와 같이 큰 사안이 벌어지면 너무 힘들기도 하고, 다른 아이들도 가르쳐야 하는 입장에서 수업진행에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면 어떤 때는 화도 나고 그럴 것 같다. 하지만.....(이 책의 제목이 여러가지로 쓰인다)
누군가에게 놓여진 어려움은 그 사람 혼자만의 것이 아님을, 조금씩 나눠 지면 그나마 다같이 살만한 세상이 된다는 것을 기억하려고 한다. 지금의 나는 별로 그렇게 살고 있지 못하지만 나도 아이들과 함께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