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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돌이를 찾습니다 - 제25회 눈높이아동문학상 단편 부문 대상 수상작 ㅣ 눈높이 저학년 문고 34
안선희 지음, 김고은 그림 / 대교북스주니어 / 2018년 8월
평점 :
품절
개를 키우게 된 이후로 개가 주인공인 동화를 만나면 일단 펼쳐보게 된다. 이 책도 그래서 집어들었는데 처음 보는 작가님의 첫 책이었다. 5편의 단편이 들어있고, 눈높이아동문학상 단편부문 수상작이라 한다. 다섯 편 모두 인간과 더불어 살아야 할 자연 속의 생명들을 다루고 있어 마음에 들었다. 내가 그러지 못하는 사람이라서 이런 작품에 더 마음이 끌린다. 이런 분들이 많아야 돼, 라는 생각 때문에?
표제작인 '진돌이를 찾습니다'는 세번째 실린 작품이다. 진돌이는 샛골 은수네 집의 강아지다. 은수와 날마다 즐겁게 뛰놀며 행복하게 살던 진돌이는 어느 밤 호기심에 집을 빠져나왔다가 들개들에게 쫒겨 집을 잃고 만다. 하지만 낯선 동네에서도 진돌이에게 사랑을 주는 사람은 있었다. 감나무집 할머니는 길잃은 진돌이에게 밥을 나눠 주고, 전에 살던 흰둥이가 쓰던 잠자리도 펼쳐 주신다.
"입이 써서 물도 못 삼키겠더니 너랑 같이 먹으니 밥이 좀 넘어가는구나."
할머니의 이 말씀에 찡해졌다. 아프고 외로운 할머니가 흰둥이와 함께 사시다가 이제 흰둥이마저도 떠나고 없는 상황 아닌가. 혼자 되신 우리 아버님은 말안듣는 천방지축 잡종 강아지를 막내손자처럼 챙기신다. 뭐 먹을 때만 알랑거리는 얌체녀석이라도 "이놈 때문에 웃는다"시며 품에 안고 토닥이신다. 개가 주는 따뜻한 채움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이제 진돌이는 할머니의 강아지가 되어 살아도 좋을 것 같다. 할머니가 잠든 사이 불이 나고 그 불을 끄려 애쓰다 진돌이는 발을 다치고, 할머니는 지극정성으로 치료해주시며 둘은 더욱 정이 깊어지고 있으니....
하지만 은수는? 은수도 애타게 진돌이를 찾고 있다는 사실을 우체부 아저씨를 통해 듣는다. 기회가 되자 진돌이는 집을 찾아가기로 마음 먹는다.
진돌이는 골목이 떠나가라 짖었어요.
"컹! 컹! 은수야, 내가 돌아왔어!"
마지막 문장이다. 상봉의 장면은 없지만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발에 감겨진 붕대는 진돌이의 고생과, 돌봐준 이의 사랑까지 전해줄 것이다.
첫번째 작품 '다람이의 새봄'은 굴참나무에 깃들어 사는 작은 생명들의 이야기이자 생명의 소멸과 소생까지 보여주는 큰 생태계의 이야기다. 다리를 저는 연약한 다람이를 통해 이 과정을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새봄'이라는 제목에서 주는 희망적인 느낌까지.
두번째 작품 '꼬마 나팔꽃의 꿈'은 꽃밭도 정원도 아닌 고가도로 난간을 타고 올라가는 나팔꽃 가족의 이야기다. 하필이면 시끄럽고 냄새나며 아무도 봐주지 않는 그런 곳에서 싹이 텄을까 원망스럽지만 막내는 온힘을 다해 꽃을 피운다. 막내의 씨앗은 이제 바라던 곳에서 싹을 틔울 수 있을까? 아이들과 함께 씨를 심고 가꿀 계획이 있다면 이 이야기를 읽어주고 시작해도 좋을 것 같다
네번째 작품 '철조망 아저씨의 소원' 에서도 화자는 나팔꽃이다. 나팔꽃은 흔들리다가 철조망을 붙잡아 줄기를 뻗고 올라가게 된다. 그러면서 무뚝뚝한줄 알았던 철조망 아저씨의 아픔과 소원을 알게 된다. 철조망이 우리에게 연상시키는 것, 아랫동네와 윗동네, 열린 문 등이 많은 이야길 한다. 이렇게 짧은 이야기로 이런 말을 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라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 작품은 앞 4편의 잔잔함과는 달리 충격적이다. '고릴라 엄마 루시'에서 루시는 아프리카에서 잡혀 동물원으로 실려 왔다. 젖먹이 아기 코코를 남겨둔 채.... 어느날 관람객 중 어린 아이가 고릴라 우리의 해자에 떨어져 빠졌다. 주변은 난리가 났고 엄마는 울부짖는 와중에 루시가 해자로 뛰어들어 아기를 건져 안았다. 놀라 울던 아이는 고릴라와 눈을 맞췄고.... 아이는 울음을 그쳤다. 그러나.....ㅠㅠ
동물원의 폐해를 말하는 많은 작품 중에서 이렇게 한번에 둔중한 슬픔을 주는 작품은 처음이다. 동물원을 반대하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
이 책의 다섯 단편은 모두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싶은 작품이라 읽어주기 목록에 한 권이 추가된다. 쭉 한번에 다 읽어줄 필요는 없으니 주제에 따라 한편씩 천천히 읽어주어도 좋겠다. <작가의 말>을 읽으며 또 새로운 작품을 기대하게 되었다. "나는 앞으로도 힘없는 사람들한테 희망과 용기를 주는 동화를 쓰고 싶어요. 가진 사람과 가지지 못한 사람, 강한 사람과 약한 사람이 함께 어울려 사는 따뜻한 세상을 만들 수 있도록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