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아이, 스완 소원어린이책 10
신은영 지음, 최도은 그림 / 소원나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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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전체가 단선율적인 상징으로 되어있다. 단조롭다는 느낌이 들었고 내 취향으로 볼 때는 주제 표현이 너무 노골적이라는 느낌도 든다. 하지만 그 주제 자체는 참 귀한 것이었다. 그리고 판타지로 표현한 배경의 느낌도 좋았다. 영롱한 색감의 삽화와 아주 잘 어울렸다. 삽화가는 작가의 상상을 그림으로 형상화하는데 고심을 많이 하셨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상상이 이처럼 형상화되니 어린이 독자들의 상상의 몫은 많이 줄어든 것 아닌가 아쉽기도 했다. 가시나무 요정들의 모습이 사람과 똑같은 점도 그렇고.... 하지만 이 연령대의 동화에는 삽화가 꼭 필요하고, 신비함과 귀여움을 함께 잘 살린 그림이기도 해서 아쉬움은 여기까지만....

가시나무 숲의 나무들은 모두 가시로 무장되어 있다. 이 나무들은 밤이면 요정으로 변하는데, 험한 가시가 온몸에 박힌 건 요정들도 마찬가지다. 그 사이에 작고 연약한, 특히 가시가 하나도 없는 요정, 스완이 태어났다. 가시요정들은 스완을 ‘별종’이라 부르며 곱지 않은 눈초리로 본다.

‘가시를 세운다’
’가시 돋힌 말‘ 
우리는 이런 관용어를 흔히 사용한다. 날카로운 공격의 의미가 담겨있다. 한편으로는 자기방어의 몸부림이기도 하다. 상처받지 않겠다는.... 하지만 내가 가시를 키울수록 상대방도 그러기 마련이고 피차 상처를 입게 된다. 상처입지 않는 방법은 상대를 안하는 것뿐이다. 가시숲이 바로 그랬다. 그들에게는 악수도 포옹도 금물이었다. 주고받는 마음도, 소통도 없어진 세상이다. 하지만 그들은 이 상황을 애써 합리화한다. “가시는 우리를 지켜 주는 좋은 선물이다.” 라고.

가시요정들에겐 별종이고 어쩐지 불길한 존재인 스완은 마을의 왕따이자 연약한 존재이면서도 결국은 금기를 깨는 인물이다. 금기 저편에 그들이 애써 부정하던,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원하고 있던 행복이 있다. 가시숲이 되기 전 달콤한 호박을 마음껏 먹을 수 있던 달빛숲의 그시절.... 그것을 기억하는 요정들의 마음속에 그리움의 씨앗은 여전히 남아있다. 스완은 그것을 찾아나선다.  

금기를 깨고 가시숲을 벗어난 스완은 자작나무 숲의 친구를 만나고, 가시숲과는 너무 다른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자신의 믿음이 옳았다는 것을 확인한다. 옛이야기처럼, 이 작고 연약한 존재에게 가시숲의 저주를 풀 역할이 주어졌다. 스완은 어떻게 가시숲을 달빛숲으로 되돌릴 수 있을까?

자신을 방어할 도구가 없는 식물들이 가시를 갖고 있다고 들었다. 그건 인간에 대입해도 어느정도 맞는 것 같다. 자신의 무기 레벨이 낮다고 생각될 때, 사람은 가시를 세우고 으르렁거린다. 그런 사람들이 많아진 세상이 바로 가시숲의 모습이겠지. 여러 학급을 맡아보면 그중에도 가시숲 같은 반이 있다. 서로 으르렁대는 반. 이 아이들의 가시를 빼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가시에 찔릴 각오를 해야 하니까.

이 책의 가시요정들은 가시가 빠지는 걸 거부하고 두려워했다. 빠지고 나서야 가시가 얼마나 구속이었는지를 깨닫고 달라진 공기, 따뜻한 향기에 마음이 설레기 시작한다.
“진심은 언제나 통하는 법이란다.”
마지막 장에 박아놓은 작가의 메시지. 맞는 말이다. 너무 어려워서 그렇지. 그 어려움을 견디기 싫어서 너도 나도 가시를 세워 자신을 방어하려 하는 것 아니겠나. 나도 그렇다. 당신들에게 상처받지 않겠어. 내가 왜?

세상은, 그리고 관계는 매우 복잡하고 다중의 층위와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한마디로 모든 걸 설명할 수는 없다. 모든 경우에 통하는 한 가지 방법 같은 것도 없다. 다만 기억하고 염두에 두어야 할 원칙은 있다. 이 책은 그것을 선명한 상징으로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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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를 덫에 가두면 - 2021 뉴베리상 대상 수상작 꿈꾸는돌 28
태 켈러 지음, 강나은 옮김 / 돌베개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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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장바구니에 넣고 바로 구매버튼을 눌렀던 건 강한 끌림 때문이었다. 이런 이유로.
1. 올해 뉴베리상 수상작인데 작가가 한국계이다.
2. 한국의 민담(해와 달이 된 오누이)이 모티프로 사용되었다.

사실 작가가 한국계이든 누구든 그런 거에는 관심이 적은 편이다. 하지만 한국의 민담을 소재로 사용하고 그게 또 인정받아 세계적인 상을 받았다는 사실에 관심이 갔고, 내용이 어떻게 펼쳐질지 아주 궁금했다.

사람들은 ‘전통’에 큰 의미를 두고, 또 남의 ‘전통’에 호기심을 갖고 있다. 그래서 그런 색채를 가진 작품에 후한 점수를 주는 것 같다. 근데 내가 별종인 거겠지만 나는 그런 데에 별 관심이 없다. 그래서 작가가 그토록 가치를 두고 찾아온 것에 함께 가치를 두기 어려웠다. 그래서 이 책에 그렇게 몰입되지는 못했다.

책의 화자는 둘째딸 릴리다. 언니 샘이 ‘조아여’라고 표현하는. (‘조아여’는 조용한 아시아 여자아이를 줄인 말. 번역된 작품이니 원서에서는 다른 말로 표현됐겠지?) 아빠는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가족은 엄마와 두 딸. 캘리포니아에 살던 그들은 외할머니가 계신 워싱턴주의 작은 시골 마을로 급히 이사한다. 혼자 계신 외할머니의 큰 병 때문이었다.

두 딸은 외할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어렸을 때는 함께 살았고, 캘리포니아에 살 때도 엄마가 사정이 있을 때는 할머니가 오셔서 돌봐주셨기 때문이다. 지금은 반대로 할머니를 돌봐드리기 위해 모녀들이 간다. 힘든 길이다. 특히 엄마가 중간에서 정말 많이 힘들 것 같다.

특별하게 느껴진 점은, 외할머니와 손녀들의 유대가 정말 깊다는 것이다. 아무리 사랑으로 키워주셨어도 내리사랑이라고, 아이들은 잘 잊는다. 하지만 이 아이들은 할머니의 영향을 아직도 깊이 간직하고 있다. 특히 그 ‘한국적’인 전통들. 영혼이 찾아온다고 믿고, 그들을 대접하고 (그걸 ‘고사’라고 한국어 발음으로 표기했음) 흔히 무속신앙이라고 말하는 것들이 할머니-손녀 사이에서 잘 이해되고 존중된다. 이것도 전통의 하나이긴 하지만 일부이지 전체는 아닌데. 그리고 제사 문화는 이제 우리나라 여성들이 벗어나려고 하는 문화라서 그게 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건 아닌데. 하지만 그 문화 안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느끼는 것과 밖에서 바라보는 것은 많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작가 또한 이민자 2세(아니 3세인가..)로서 밖의 시각으로 볼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이렇게 ‘한국적’인 것을 찾아 작품에 표현하려 한 것보다도 나는 작가가 ‘이야기의 힘’에 대해서 확신을 가지고 쓴 부분이 더 좋았다. 솔직히 작가만큼의 확신을 나는 가질 수 없었지만, 그래도 그 가치를 늘 마음에 품고 있던 사람으로서 지지하고 싶었다. 작가가 말한 이야기는 궁극적으로는 ‘자기 서사’이다. 결국 나의, 너의, 모두의 삶인 셈이다. 우리의 삶이 이야기다. 그 서사는 너나 할 것 없이 소중하다. 그리고 그것을 써내려가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아름답게 써야할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 그리고 남의 이야기를 소중히 여기고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는 많이 필요하다. 그런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행복한 사람이다.

작가는 이 ‘이야기의 힘’을 할머니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손녀 릴리에게 나타난 호랑이 이야기로 흥미롭고 긴장감 있게 풀어간다. 한국 민담에 주로 나오는 호랑이를 등장시켜 한국인의 정체성을 가슴에 품고 살아온 이민자 3대의 삶과 고난, 아픔을 직접적이지 않게, 하지만 강렬하게 들려준 것 같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이야기를 다양하게 변주하면서 말이다. 이 부분을 가장 높게 평가하고 싶었다.

초등학생이 읽기에는 고학년이라도 어려울 것 같다. 초등에 굳이 권한다면 독서능력이 좋고 서사를 아주 즐기는 고학년에게 권해주면 좋겠고 청소년 정도는 되어야 무난히 읽을 것 같다. 성인들이 공감할 부분이 더 많아 보였다. 삶을 어느 정도 살아내고, 또 마무리까지도 생각해 본 성인들. 이야기에 특별한 대상이 있겠냐마는 나는 이 책이 어린 사람들보다는 나이 든 사람들에게 더 다가가는 책이라고 느꼈다.

요즘 수상으로 인해 큰 화제가 된 영화 <미나리>도 미국 이민자들의 이야기라고 들었다. 혹시 공통되는 느낌이나 주제가 있을까? 좋은 이들과 함께 영화도 보고 이 책 이야기도 나누고 싶다. 그런 날이 올까?...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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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의 환경 회의 라임 주니어 스쿨 4
아니타 판 자안 지음, 도로테아 투스트 그림, 전은경 옮김 / 라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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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제목의 책을 본 것 같아서 재출간된 책인가 했더니 다른 책이었다. 전에 봤던 책은 세계동물환경회의라는 부제를 가진 책이고 이 책은 그 책과는 다른 그림책이다. 판형이 꽤 크고 펼친 화면 하나당 한 동물이 나와서 자신들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구성으로 되어있다. 연설내용과 사진, 그림이 적절하게 어우러져 있고 사진에 대한 설명도 실려 있어서 한눈에 문제들을 파악하기에 좋은 구성이다.

 

바닷가 모래밭에서 동물들의 환경회의가 열렸다. 지구 곳곳의 여러 종의 동물들이 모였다. 돌아가며 연단에 올라 심각한 현 상황을 토로한다.

 

첫 연사는 꿀벌 비즈였다. 벌의 역할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터, 벌을 보기 어렵다는 걱정을 이미 듣고 있다. 인간이 일일이 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있는 벌들. 인간이 뿌려대는 농약 때문에 죽어가고 있다고 호소한다. 미물 같지만 벌이 없으면 연쇄적으로 대다수의 종이 멸종할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 어찌보면 세상에 미물이란 없다.

 

다음 연사는 비버. 농약은 벌을 비롯한 곤충들만 괴롭히는 것이 아니고 비에 쓸려 내려가면 하천의 생물들도 괴롭힌다. 그뿐 아니라 나무들을 잘라내어 반듯하게 다듬은 강가에선 비버가 살 수 없다. 갈수록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다.

 

다음은 박쥐. 박쥐는 숲에 고목이 없는 점을 지적했다. 그 장에는 키 큰 나무들이 빽빽이 자라고 있는 숲의 사진이 있었는데 그 사진에는 이런 건 숲이 아니야!”라는 제목이 붙어있다. 인간의 쓰임새에 맞는 나무만 심어 가꾸는 것. 대규모 농장들처럼 이것도 생태계에 큰 해악이 된다.

 

고릴라도 나왔다. 열대우림이 사라져 가는 문제를 알려주기 위해. 아이고 이 문제를 정말 어쩌면 좋을까. 멸종 위기인 판다도 나왔다. 서식지인 대나무숲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호랑이도 나왔다! 호랑이라고 서식지가 온전할 리 없다. 거기다가 사냥꾼까지... “이러다간 우리도 곧 멸종할 것 같아.” 다음은 낙타. 낙타는 사막에서도 생존하는, 잘 견디기로 유명한 동물이 아닌가? 낙타도 견디기 힘든 환경이라니...ㅠ 이어서 쥐가 나와 온실효과과 지구온난화에 대해 설명해준다.

 

북극의 상황은 짐작할 수 있다시피 북극곰이 나와서 설명하고, 바닷속 플라스틱 오염은 고래가, 산호초 피해에 대해서는 흰동가리가 연설을 한다.

 

이렇게 동물들은 문제상황을 드러내 놓았다. 이제 대책을 논의할 차례인데, 사람들에 의해 벌어진 이 모든 문제들에 대해 그들이 어떤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까? 인간을 멸종시키고 우리끼리 살자! 이게 사실은 그들로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자연이 그대로 살아있는 곳은 곧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곳. 인간만 없으면 된다. 사실이 그렇다.

 

하지만 책은 인간이 썼잖아. 그런 결론으로 갈 수는 없는거지.^^;;;; 동물들은 인간 중에서도 어린이들을 선택한다. 어린이들에게 알리고 호소하자! 그래서 이 그림책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그림책이라 각 문제에 대해 자세하게 다루지는 못한다. 하지만 다양한 환경 문제들을 고루 한 책에 담은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림책이라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고 함께 살펴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렇게 전체 문제를 개관하고 각론은 각자 더 조사해보는 수업도 괜찮을 것 같다.

 

동물들이 마지막 희망으로 선택한 대상, 어린이. 이들에게 과연 희망이 있을까? 장차 이들이 감당해야 될 세상이다. ‘이런 세상에 자식을 남기기 끔찍해서출산을 하지 않는다는 젊은이들도 많은데, 그런다고 될 문제도 아니지 않은가. 내가 생각해도 세상이 당면한 가장 시급한 문제는 환경문제인 것 같다. 아이들에게 알리고, 또 지금부터 긴장하고 뭔가 실천해야 되는데..... 아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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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의 학교 사계절 중학년문고 37
김혜진 지음, 윤지 그림 / 사계절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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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작 판타지 동화를 쓰신 작가님이라고 하는데 나는 그 작품을 읽어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름이 익숙했는데, 작가 소개를 보니 내가 읽은 작품이 하나 있었다. 집으로 가는 23가지 방법이라는 청소년 소설이었다. 느낌이 아주 좋았던 작품이라 반가웠다. 그 책은 판타지는 아니었지만, 이 작가님은 판타지에 관심이 많으신 듯하다. 이 책도 그랬다. 그리고 오카다 준의 판타지들이 떠올랐다. 그건 아마도 무대가 학교라는 점, 현실에 뿌리를 둔 소소한 판타지라는 점 때문이었을 것이다.

 

일주일의 학교라는 제목이 무슨 뜻인가 하면, 요일마다 다른 학교에 간다는 뜻이다. 당연히 그 학교들은 아주 많이 다르다. 간단하면서도 재미있는 상상이다. 매일 똑같은 학교에 가지 않는다! 이 상상을 아이들에게 던져주면 어떨까? 좋아할까? 변화를 싫어하고 일정한 루틴에서 벗어나면 힘들어하는 아이도 있고, “골치아프고 귀찮아요라고 할 게 뻔한 매사 귀차니즘 아이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눈을 빛낼 것 같다. 일상과 닿아있는 판타지이기 때문에 아이들의 생각을 끌어내기도 아주 좋을 것 같다.

 

나는 공립학교 교사로서, 학교를 악마화하는 시각을 만나면 솔직히 답답하다. 학교에서 배운 것이 하나도 없다든가, 학교는 감옥이고 선생들은 간수라든가, 어항속 물고기를 보여주며 학교는 헤엄쳐야 할 물고기에게 달리라고 강요한다든가.... 뭐 학교만 없애면 사회문제가 다 해결될 듯이 핏대 올리는 사람들을 보면 솔직히 그 사람이 그닥 똑똑해 보이지 않는다. 나도 학창시절이 즐겁기만 하지는 않았다. 학교가 즐거워서 간 적? 중학교때까진 간혹 있었지만 고등 이후로는 없었던 것 같고 아침에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뜨고 질질 끌리는 발로 억지로 간 적이 훨씬 더 많다. 하지만 학교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않았다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 학교는 나에게 기본을 잡아주기도 했고, 틀을 갖추게도 했고(이것이 누구에게는 속박으로 다가올 수도 있었겠지), 혼자서는 볼 수 없는 것을 보여줬고, 게으름의 시간에 널브러질 나를 끌어올려줬고, 여러 면에서 종합적으로 다른 이들과의 격차를 줄여주었다. 지금도 학교는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주로 학교에서 배운 것 없다고 목청 높이는 사람들이 학교에 교육 아닌 더 많은 역할들을 요구하고 있고 그래서 학교는 터져나갈 지경이다.

 

아니, 재미있는 판타지 동화 리뷰에서 내가 왜 숨겨뒀던 울분을 터뜨리고 앉았나?ㅎㅎ 어쨌든, 학교를 마녀사냥하기는 쉽다. 입으로는 뭔들 못하랴. 하지만 학교를(기존의 교육과정을) 해체하면 더 나은 배움이 다른 곳에서 일어날까? 나는 회의적이다. 물론 학교는 완벽하지 않다.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으니. 변화가 필요한 부분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학교의 기본적인 역할(교육)의 토대를 든든히 한 상태에서 고민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고민으로 참신한 상상도 좋다. 이 책처럼 판타지에서 출발한 생각이어도 좋을 것이다.

 

는 날마다 다른 학교에 다니는 아이다.(요일마다 다른 학교라는 뜻) 매일 만나는 친구도 있고 특정 요일에만 만나는 친구도 있다. 어느날 영문을 모른 채 앉아있던 그 애를 도서관에서 다시 만났고, 여기도 이사올지도 모른다는 말에 는 일주일의 학교를 소개해준다. 그게 이 책의 내용이라 생각하면 되겠다.

 

월요일의 학교엔 언제나 비가 와

화요일의 학교에선 운동화가 필수

알지? 수요일의 학교는 열쇠 없인 못 가

목요일의 학교에서 밤을 보았어

금요일의 학교는 아직도 미완성, 우리에겐 할 일이 있지

 

이 책의 차례를 써본 것이다. 각 학교들엔 작가의 판타지가 가득하다. 동시에 현실 아이들의 모습도. 곡이, 녹이, 록이, 복이, 촉이, 폭이 같이 초성만 바꾼 작가의 작명이 매우 특이하지만 아이들의 대화나 행동은 우리가 가까이서 보는 모습들이다.

 

실제로 요일마다 다른 학교를 다닌다면 어떨까? 고등, 대학생 정도는 상관없을 것 같다. 하지막 적어도 초등은 그럴 수는 없다. 어릴수록 루틴이 매우 중요하고 대하는 사람이 매일 바뀌는 것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이 무슨 교육개혁을 말하는 책도 아닌데 그런 걸 따질 필요가 뭐가 있겠어. 중요한 건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을까, 읽으면서 즐거운 상상을 할까, 그걸 즐겁게 표현하고 서로 나눌 수 있을까 하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고 아이들이 일주일에 하루쯤 가고 싶은 학교를 그려 표현해보면 어떨까 생각해봤다. 하루종일 게임만 하는 학교, PC방인 학교, 이런 걸 그리는 아이가 있으면 어떡해? 당연히 있지 왜 없겠나. 하지만 그게 대다수는 아닐 것이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건설적인 생각을 많이 하는 존재다. 분명히 건강하고 좋은 생각들도 많이 나올 것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어쩔 수 없다. 이룰 수 없는 욕구라도 상상을 하면서 좀 해소될 수 있을 테고, 표현을 통해서 서로를 조금은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 테니까.

 

사계절 중학년문고로 출판된 만큼, 중학년 수준에 맞을 것 같다. 내 생각에는 3학년보다는 4학년에 딱 맞아보인다. 쉽고 편한 느낌으로 5학년이 읽어도 괜찮을 것 같고. 아래로 내려가 2학년도.... 좀 빠른 아이들은 가능할 것 같다. 간혹 작가의 사색이 담긴 듯한 의미심장한 문장도 있긴 하다. 목요일 편(밤에 열리는 학교)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밤은 거대한 생명, 아이들이 없다면 어찌 밤을 배불리 먹였을까. 밤도 부스러기를 흘려. 그게 바로 꿈이지. 우리는 잠 속에서 밤의 선물을 풀어 본다네. 모두 너희 덕분이야. 아이들이 학교로 모이기 때문.”

마지막 금요일의 학교는 아이들이 만들어가는 학교. 교실부터 지어야 한다. 아이들이 실패했을 때,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잘못된 선택을 할 수도 있어. 괜찮아. 그것도 수업에 포함되어 있단다. 대신, 확실하게 수습해야 하지.”

금요일의 학교까지 다 끝나고, 마지막 장에는 이런 문장도 있다.

배워야 하는 것은 많아. 배우게 되는 것도 많고. 그 둘이 꼭 같지는 않지. 배우는 줄 모르고 배우기도 해. 우린 생각보다 많은 걸 알고, 또 할 수 있는걸.”

화자가 어린이인 것을 생각하면 어려운 문장이지만 각자 자기 입장의 문장에 눈이 뜨이기 마련이므로 이 문장은 교사의 눈에 뜨일 확률이 높다.^^

 

오늘이 어땠든 내일은 또 다른 학교가 기다리고 있어. 겉으론 똑같아 보여도 속은 그렇지 않아. 그러니 안녕. 우리, 내일의 학교에서 만나.”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이다. 판타지를 즐기고 살짝 현실로 돌아오는 느낌의 문장이다. 나에게도 그렇다. 어쨌든 우리반 아이들은 매일 내게로 온다. 아침독서 시간부터 정해진 루틴에 아이들은 이제 좀 익숙해졌다. (올해는 두달간 아이들을 일상에 적응시키는 일만으로도 온 힘을 쏟아야 했음ㅠ) 하지만 똑같으면서도 새로운 교실. 이것 또한 나의 몫이다. 경력 30년이 다가와도 끊을수 없는 고민이기도 하다. 월급을 받는 한 나는 이 고민을 계속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우리반이 4학년인데 이 책을 한 번 읽어봐? 읽을 책들이 줄서 있는데 끼워 봐? 고민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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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고양이와 왕 + 고양이와 왕, 무슨 일을 하지? - 전2권 고양이와 왕
닉 샤랫 지음, 심연희 옮김 / 키다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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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도 고양이들이 이야기에 등장하긴 했었다. 장화 신은 고양이도 있고 백만 번 산 고양이도 있고 말이다. 하지만 요즘 부쩍 더 많아진 것 맞지? 고양이 이야기가 트렌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유가 뭘까? 애묘인들이 늘어난 것과 관계가 있을까?

난 애묘인은 아니지만 심심찮게 고양이 이야기를 읽는다. 일부러 골라 읽는 건 아니니 그만큼 많아졌다는 증거.... 이번엔 닉 샤랫의 고양이 이야기 두 권을 읽었다. 닉 샤랫? 왜 이름이 익숙하지? 생각해보니 재클린 윌슨 책들의 그림 작가였다. 딱 보면 아 이분이구나 알 수 있는 특유의 귀여운 그림체를 좋아했는데, 이제 글도 쓰시는구나.... 글,그림 작업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건 참 멋질 것 같다.

이야기는 단순하고 간결하고 재밌다. 출판사는 표지에 '그림책에서 동화책으로 넘어가는 아이에게 딱 맞는 징검다리 도서'라는 홍보를 하고 있는데 적당한 설명이라 생각한다. 2,3학년 어린이들이 부담없이 재밌게 읽기에 좋겠다. 이야기 구조로는 1학년에게도 가능하고 부모가 읽어준다면 더 어린 아이들에게도 괜찮겠다. 더 큰 아이들은? 물론 괜찮지. 아, 어른인 나도 읽는데. 그냥 휴식처럼 편하게 읽기에 좋다. 그런 책도 있어야지.

요즘 동화들 중 대다수의 작품이 엄밀히 말하면 '어린이 소설'이라고 정의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이 책은 그야말로 '동화'다. 사건 전개를 위한 배경 설명이나 인물의 심리묘사 같은 걸 자세히 하지 않는다. 인물은 그냥 있고 사건은 뚝 떨어진다. 그걸 설명해 달라고 할 필요가 없는 것이 동화다. 각자 상상하면 되는 것이니까.

"옛날 옛날, 커다란 성에 왕이 살았어요. 친한 친구인 고양이와 함께요."
이렇게 시작된다. 닉 사랫이 그린 성은 정말 성답게(?) 생겼다. 성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그대로...^^ 성 안에는 하인들이 일을 하고, 고양이는 왕의 비서?(대신) 같은 역할을 한다. 드디어, 사건이 일어났다! 드래곤이 나타나 성을 불태워 버렸다. 하인들은 뿔뿔이 도망갔고 왕과 고양이는 새로 살 집을 구했다. '37번지'라는 작은 집이었다. 욍궁에서 가지고 나온 건 거의 없었고 여기서는 모든 일을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왕인데 성이 불탔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되냐고 묻지 말자ㅎㅎ)

왕궁을 나온 왕이 세상에 적응해가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짐작할 수 있다시피, 고양이가 있어서 가능했다. 이름이 주는 권위 빼고는 가진게 없는 왕에 비해 실무에 능한 고양이가 할 수 있는 일이 훨씬 많았다. 그렇다고 왕이 권위를 내세워 화를 내거나 남을 부리려고만 하는 건 아니라는 점에서 전형적인 캐릭터가 아니라고 할까. 그저 어리숙하고 순진할 뿐. 동네 수퍼 앞의 동전 놀이기구 타는 걸 가장 좋아하는 왕을 보면서 실소에 가까운 웃음이....^^;;;

왕의 세상 적응사에 또하나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들은 이웃집의 크롬웰 가족이었다. 왕을 왕으로 존중해 주면서도 이웃처럼 친근하게 대해주었다. 아, 결정적으로 다시 나타난 드래곤을 쫓아내주기까지. 왕은 이들과 고양이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연설'을 한다. 모두들 행복하다. 이쯤에서 1권이 끝나고 2권으로 넘어간다.

2권에는 좀더 흥미진진한 설정이 들어있다. <고양이와 왕, 무슨 일을 하지?>라는 제목처럼 이들의 취업 도전기다. 왕은 기차역 안내방송 담당자, 백화점 판매원, 박물관 안내원, 호텔 문지기 등에 도전하지만 번번이 해고된다. 결국 왕이 찾은 최적의 직업은 무엇일까? 그리고 고양이의 직업은? 이건 걱정할 필요가 없겠다. 고양이가 뭔들 못하랴.ㅎㅎ

학교에서는 '진로'라는 이름으로 장래 직업에 대한 활동을 많이 하는데, 이 책과 엮으면 너무 억지일까? 왕에게 제안할 추천 직업, 그리고 나의 직업을 표현해보는 활동. 왕도 자신이 먹을 건 벌어야 한다. 나도 마찬가지. 그리고 직업에 귀천은 없다! 내 몫의 일을 하며 월급값을 하면 될 뿐.

다시 맞닥뜨린 드래곤과의 흐뭇한 마무리도 인상적이다. 드래곤도 자신의 임무가 있을 때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존재였다는 사실.

드래곤, 왕, 고양이, 그리고 여러 이웃 조연들이 만들어낸 마음 편하고 즐거운 이야기. 그림 그리는 작가라 장마다 들어간 그림들이 흥미를 더한다. 칼라도 아니고 2도 인쇄(확실히는 모름)인데도 풍성한 느낌의 그림. 3권도 나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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