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아이, 스완 소원어린이책 10
신은영 지음, 최도은 그림 / 소원나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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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전체가 단선율적인 상징으로 되어있다. 단조롭다는 느낌이 들었고 내 취향으로 볼 때는 주제 표현이 너무 노골적이라는 느낌도 든다. 하지만 그 주제 자체는 참 귀한 것이었다. 그리고 판타지로 표현한 배경의 느낌도 좋았다. 영롱한 색감의 삽화와 아주 잘 어울렸다. 삽화가는 작가의 상상을 그림으로 형상화하는데 고심을 많이 하셨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상상이 이처럼 형상화되니 어린이 독자들의 상상의 몫은 많이 줄어든 것 아닌가 아쉽기도 했다. 가시나무 요정들의 모습이 사람과 똑같은 점도 그렇고.... 하지만 이 연령대의 동화에는 삽화가 꼭 필요하고, 신비함과 귀여움을 함께 잘 살린 그림이기도 해서 아쉬움은 여기까지만....

가시나무 숲의 나무들은 모두 가시로 무장되어 있다. 이 나무들은 밤이면 요정으로 변하는데, 험한 가시가 온몸에 박힌 건 요정들도 마찬가지다. 그 사이에 작고 연약한, 특히 가시가 하나도 없는 요정, 스완이 태어났다. 가시요정들은 스완을 ‘별종’이라 부르며 곱지 않은 눈초리로 본다.

‘가시를 세운다’
’가시 돋힌 말‘ 
우리는 이런 관용어를 흔히 사용한다. 날카로운 공격의 의미가 담겨있다. 한편으로는 자기방어의 몸부림이기도 하다. 상처받지 않겠다는.... 하지만 내가 가시를 키울수록 상대방도 그러기 마련이고 피차 상처를 입게 된다. 상처입지 않는 방법은 상대를 안하는 것뿐이다. 가시숲이 바로 그랬다. 그들에게는 악수도 포옹도 금물이었다. 주고받는 마음도, 소통도 없어진 세상이다. 하지만 그들은 이 상황을 애써 합리화한다. “가시는 우리를 지켜 주는 좋은 선물이다.” 라고.

가시요정들에겐 별종이고 어쩐지 불길한 존재인 스완은 마을의 왕따이자 연약한 존재이면서도 결국은 금기를 깨는 인물이다. 금기 저편에 그들이 애써 부정하던,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원하고 있던 행복이 있다. 가시숲이 되기 전 달콤한 호박을 마음껏 먹을 수 있던 달빛숲의 그시절.... 그것을 기억하는 요정들의 마음속에 그리움의 씨앗은 여전히 남아있다. 스완은 그것을 찾아나선다.  

금기를 깨고 가시숲을 벗어난 스완은 자작나무 숲의 친구를 만나고, 가시숲과는 너무 다른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자신의 믿음이 옳았다는 것을 확인한다. 옛이야기처럼, 이 작고 연약한 존재에게 가시숲의 저주를 풀 역할이 주어졌다. 스완은 어떻게 가시숲을 달빛숲으로 되돌릴 수 있을까?

자신을 방어할 도구가 없는 식물들이 가시를 갖고 있다고 들었다. 그건 인간에 대입해도 어느정도 맞는 것 같다. 자신의 무기 레벨이 낮다고 생각될 때, 사람은 가시를 세우고 으르렁거린다. 그런 사람들이 많아진 세상이 바로 가시숲의 모습이겠지. 여러 학급을 맡아보면 그중에도 가시숲 같은 반이 있다. 서로 으르렁대는 반. 이 아이들의 가시를 빼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가시에 찔릴 각오를 해야 하니까.

이 책의 가시요정들은 가시가 빠지는 걸 거부하고 두려워했다. 빠지고 나서야 가시가 얼마나 구속이었는지를 깨닫고 달라진 공기, 따뜻한 향기에 마음이 설레기 시작한다.
“진심은 언제나 통하는 법이란다.”
마지막 장에 박아놓은 작가의 메시지. 맞는 말이다. 너무 어려워서 그렇지. 그 어려움을 견디기 싫어서 너도 나도 가시를 세워 자신을 방어하려 하는 것 아니겠나. 나도 그렇다. 당신들에게 상처받지 않겠어. 내가 왜?

세상은, 그리고 관계는 매우 복잡하고 다중의 층위와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한마디로 모든 걸 설명할 수는 없다. 모든 경우에 통하는 한 가지 방법 같은 것도 없다. 다만 기억하고 염두에 두어야 할 원칙은 있다. 이 책은 그것을 선명한 상징으로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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