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들어 주는 개 이야기 반짝 6
이금이.이묘신.박혜선 지음, 이명애 그림 / 해와나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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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 다른 작가의 단편 3편이 들어있는 저학년 동화집이다. 세 편을 합해 100쪽도 되지 않는데 울림은 깊다. 울림을 담을 수 있는 작가의 내공이란게 있구나 새삼 느끼며 읽은 책이다.

그 내공을 가장 크게 느끼게 하는 건 첫 편, 이금이 작가의 작품이다. 세 편은 각 종류의 반려동물들을 담았는데, 이 작품의 주인공은 고양이다. 제목에는 '집사'가 들어간다. <마지막 집사>

주변에 '집사'님들이 많다. 나는 아직 고양이의 매력은 잘 모른다. 정을 주어 본 고양이도 없다. 그런데 주변 집사님들을 보면 그 쏟는 애정이 보통이 아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거리에는 버려진 고양이들이 많지. 한때는 사랑받았던.

이 작품의 고양이도 펜션에 버려진 길고양이다. 여러 주인을 거치다 아름 씨라는 완벽한 집사를 만나 행복한 한 때를 보냈지만, 아름 씨에게 털 알레르기가 있는 남친이 생기자 결국....

이 작품은 고양이가 화자인데 어찌나 자연스러운지 고양이 마음 속을 그냥 훤히 들여다보는 듯하다. 진짜로 고양이가 그렇게 느끼고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아름 씨가 문득문득 생각나고 그리워질 때, 그걸 애써 부정하는 고양이 화자는 얼마나 고양이스러우면서도 애틋한지.

고양이가 머무르는 펜션에 든 새 가족은 참 따뜻하다. 남매는 살뜰히 고양이를 돌보고 부모도 따뜻하게 배려한다. 아이들은 별이라는 새 이름도 지어주고, 집으로 데려가서 키우자고 조르지만 그건 어려운 일이었다. 아이들은 따뜻한 상자만 남기고 울며 떠났다.
"다음에 온다는 말, 믿지 않아. 기다리지 않을 거야."
고양이의 마음 속 되뇌임이 아프다. 그때였다. 이야기는 어떻게 끝날까? 제목은 '마지막 집사' 인데.^^

두번째 편은 개가 주인공이다. 제목이 <잘 들어주는 개>라니 어떤 개가 나오는 걸까? 은퇴한 안내견이었다. 보라언니의 눈이 되어 그림자같이 곁을 지킨지 8년, 노견이 된 슬기는 은퇴했다. 그런데 은퇴 후의 삶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도서관에서 '책 들어주는 개'로 살아가는 것. 순하고 묵묵하고 인내심 많은 슬기에게 딱 맞는 역할이다. 잘 들어준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여러 아이들이 슬기 앞에서 책을 읽으며 자신감을 채우기도 하고 슬기의 말없는 공감에 위로받기도 한다. 단, 이런 프로그램이 자칫 슬기를 동물원 원숭이 취급 받게 하는 건 아닌가 살짝 걱정이 되기도 했다. 애고 어른이고 다른 존재에 대한 배려란 조금도 없는 사람들도 꽤 있어서. 그런 사람들까지 참으라고 평생 사람을 위해 일해온 이 개한테 강요하고 싶지가 않다. 니가 듣고 싶으면 들어. 듣기 싫음 듣지 말고.... 라고 하고싶은 마음이다. 다행히 화자인 슬기는 책 듣는 게 좋단다. 아이들도 좋고. 다행이지 뭐.....

난 개가 좋다. 어릴 적부터 좋아했다. 개의 묵묵함, 한결같음, 일편단심, 바보같을 정도의 기다림... 이런 걸 싫어하는 분들도 있지만 그래도 난 개의 마음이 좋다. 우리집 개는 개의 이런 덕성(?)을 잘 못 갖춘 녀석인데....ㅎㅎ 그래도 녀석이 집에 스며준 온기는 전에 미처 알지 못하던 것이다. 사람이 개의 덕성의 반만 닮았어도 세상이 아름답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이묘신 작가의 작품은 처음 읽어보았는데 느낌이 좋다.

마지막 편은 박혜선 작가의 <그 토끼가 그 토끼>. 현지가 키우는 두 마리의 미니토끼 토리와 미피가 주인공이다. 하도 집안을 엉망 만들어서, 일하는 엄마를 안쓰럽게 여기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토끼들을 데려가려고 오셨다. 물론 현지는 울고불고 하지만.... 근데 이런 부모님을 가진 현지 엄마는 정말 운이 좋은 거다. 노년이 되어서 자식 뿐 아니라 손주에게까지 이렇게 사랑과 도움을 주시는 어른들이라니.... 흔치 않다. 시골집으로 데려가신 할아버지는 토끼들을 마당에 풀어놓고 사료대신 신선한 풀을 먹이며 키우신다. 시간이 흐르고.... 토끼들을 보러 온 현지는 몰라보게 큰 토끼들의 모습에 울음을 터뜨린다. 자기 토끼가 어디 갔냐며.... 할머니 할아버지가 웃음을 감추며 딴청을 부리시는 장면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토끼를 키워본 적은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이 이야기에 공감되는 지점이 있다. 인간의 입맛에 맞추어 사육하는 이기심에 대한 것이다. 집에서 기르다보니 사료 양을 조절해가며 작게 키우려고 애를 쓴다. 강아지도 그렇게 해야 된다는 말을 들었는데 우린 결국 그렇게 못해서 엄청 커버렸지만... 이렇게 클 줄 미리 알았더라면 절대 데려오지 않았을 것이니 나도 이기심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주먹 만할 거라던 토끼들은 할아버지네 마당에서 뛰놀고 풀을 먹으며 훌쩍 자라 버렸다. 그 모습에서 현지가 자기 토끼 아니라고 애정을 거둔다면 진짜로 사랑했던 게 아닌거지. 솔직히 내 생각에 진정한 주인은 할아버지가 아닐까 한다.^^

반려동물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많다. 요즘 들어 더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여러 측면에서 다룬 작품들이 고루 필요하겠지만 이 책은 저학년 정도의 아이들이 읽고 공감하기에 적당한 수준의 이야기들이라고 생각한다. 짧지만 재미있고 너무 비극이 아니면서도 생각할 점을 남긴다. 저학년이 아니라 어른인 나도 재미나게 읽었다.^^;; 아이들 각각의 경험치가 달라서 어떻게 접근해야 할 지는 아직 잘 모르겠는데, 함께 읽어보고 이야기 나눠보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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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기 수업을 하며 함께 볼 그림책들>

가을인가 단풍인가 싶더니 어느새 추워졌다. 통합교과에서 겨울 단원을 배울 날도 멀지 않았다. 2학년 겨울 단원에서는 생물들의 겨울나기가 비중있게 다뤄진다. 돌려읽기 책으로도 한 권 넣고 싶고 수업 중에도 읽어주려고 3권을 골랐다.


1. 겨울에도 괜찮아(시공주니어)


내용 범위가 가장 넓은 책이다. 동물들의 겨울나기 전반을 다룬다. 겨울잠 뿐 아니라 따뜻한 곳을 찾아 먼 거리를 이동하는 철새, 털갈이를 하는 동물 등 다양한 겨울나기 방법을 파악하기에 좋다. 그림이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어 과학그림책으로 적절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외국 작가의 책이라 우리 땅에서는 볼 수 없는 낯선 동물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런 동물들도 알아두면 물론 좋지만 익숙한 동물들이 주로 나오는 게 저학년엔 좋을 것 같아 그점이 살짝 아쉽다. 우리나라 작가가 그린 정보그림책이 이 주제로 나온다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래 소개할 두 권도 모두 외국 작가의 책이다.)

재작년에 이 책을 이 시기에 돌려읽기로 읽었다. 무난했다. 아이들 반응도 폭발적이진 않았지만 나쁘지도 않았고. 올해도 이 책으로 읽혀도 아무 문제가 없지만 그래도 다른 책을 좀 찾아보고 싶었다. 내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살짝 산만하게 느껴지는 (아이들 눈높이에서 본다면 정보들이 좀 정리가 안되는) 면도 있어서. 그러나 겨울나기 전반을 다룬다면 이 책을 추천.


2. 신비한 겨울 숲의 동물들 (사파리)


이 책은 불빛 그림책이다. 전에 다른 불빛 그림책을 상당한 가격을 주고 샀었는데 이 책은 일반 그림책과 전혀 다를 바 없는 12,000원! 어설픈 거 아냐? 미심쩍어하며 구입해 봤는데 오우, 생각보다는 효과가 좋았다. 휴대폰 손전등을 켜서 책장 뒤에 대면 굴 속에서 겨울잠을 자고 있는 곰 가족도 나오고 개구리도, 여우도 나온다. 판형도 넉넉한 편이어서 아이들을 모아놓고 보여주면 좋겠다. 이건 각자 읽기보다 보여주기가 더 적당할 것 같아서 킵 해두었다.ㅎㅎ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다.^^


3. 아늑한 마법(다림)


이 책은 나온 지 며칠 된 따끈따끈한 신간이다. 찾는 주제의 책이 신간으로 어느날 뙇! 하고 나오면 로또 소액에 당첨된 정도의 느낌이라 할까. (로또를 사 본 적은 없다.ㅎㅎ) 더구나 그 책이 마음에 들면 행운의 느낌은 더 커진다. 이 책이 그랬다.

'숲 속 동물들의 겨울잠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이 책은 동물들의 겨울나기 중 겨울잠만을 다룬다. 겨울나기 전반의 내용이 아니라서 살짝 아쉽지만 교과연계 독서를 할 때 꼭 교과내용 전반을 다뤄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부의 내용으로 동기유발이 되어도 좋고 부분적인 배경지식을 갖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이 책은 정보그림책이 갖는 딱딱함을 극복하고 있다. 딱딱함은 커녕 아늑함을 준다. 제목부터가 '아늑한 마법'^^ 맨 뒤 몇 장 정보면을 빼면 그냥 이야기 그림책으로도 손색이 없겠다. 여름에 할머니 댁에 놀러간 아이는 자연에서 많은 것들을 본다. 할머니 댁에서 비밀스러운 숲속의 빈터까지. 숲속에서 보낸 시간은 아늑했다. 겨울이 되어 다시 할머니 댁을 찾은 아이는 숲속 빈터에 다시 가보지만.... 그곳은 여름의 그곳이 아니었다. 고요하고 텅 빈 곳. 그곳에서 아이는 할머니께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어디선가 겨울잠을 자고 있는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마지막 정보페이지엔 동물 종류별로 (포유류, 파충 양서류, 어류, 조류, 작은 동물들) 겨울잠 자는 방식들이 그림과 함께 소개되어 있어 정보책으로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아이와 할머니가 등장하고, 풍성한 여름 숲에서의 느낌과 텅 빈 겨울 숲에서의 느낌을 잘 그려내어 따뜻하고 감각적인 책이 되었다. 올해는 이 책으로 돌려읽기를 해보겠다. 아직 어린 아이들에게는 지식도 말랑하게 다루는 것이 내가 좋아하는 방식이다. 더 깊이 알고 싶다면 거기에서부터 자기주도적 학습과 확장이 시작되는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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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가지 책 사용법 저학년은 책이 좋아 8
박선화 지음, 김주경 그림 / 잇츠북어린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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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를 권하는 책들이 많다고 들었다. 그런 동화가 많다는 사실은 확실히 안다. 내가 읽어본 것만 해도 꽤 되니까. 이 책도 그 범주에 넣을 수 있겠다. 또다른 각도에서 이 책은 시장논리에 의해 사라져가는 소중한 것에 대해 말한다고도 볼 수 있다.

시장님은 마을에 큰 도서관을 지었다. 하지만 갈수록 실망스러웠다. 돈이 되지도 않는데다가 파리만 날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장님은 임기가 끝나기 전에 도서관을 허물고 그 자리에 쇼핑몰을 짓겠다고 공언한다. 사서선생님은 눈물을 머금고 마지막 독서캠프를 준비한다.

마지막 캠프는 성황리에... 열리기는 커녕 참가자가 없었다. 빨리 정리하고 싶은 시장님이 손을 썼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참가자가 한 명 왔으니 바로 책 읽기를 끔찍하게 싫어하는 염소 매리엄이었다. 한 명의 참가자를 위해 사서 선생님은 캠프를 진행한다. 다양한 책놀이에 빠져가고 있던 매리엄은 "쓸모없는 책" 운운하는 시장님 말에 발끈하여 생각지도 못한 말이 튀어나와 버렸다.
"책이 얼마나 쓸모가 많은데요! 아마 100개하고도 1개쯤은 더 있을걸요!"

이리하여 매리엄은 시장님과 내기를 하게 되어버린 거다. 일주일 안에 책의 쓸모를 101개 찾으면 도서관를 없애지 않는 걸로. 주인공의 이런 위기 상황. 이건 독자들에겐 몰입 상황이지.^^

나 또한 101가지가 어떤걸까 궁금해하며 책장을 넘겼는데, 정말 공감가고 고개 끄덕일 것도 있었고 이건 쫌 아닌데 싶은 것도 있었다.^^;;; 일단 책의 물적 상태를 이용한 것은.... 이것도 책의 쓸모라면 쓸모지만 그걸 진정한 쓸모라 할 수 있을까? 뜨거운 냄비 받침이라든가 컵라면 뚜껑 같은 거 말이다. 으으으.... 이건 정말 내가 질색하는 거라고.... 버리는 과월잡지가 아닌 담에야 냄비받침이 웬말이냐. 이건 책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함. 그리고 아빠가 엄마 몰래 비상금 넣어두는 장소. 이것도 책의 역할로 동의할 수 없도다! ㅎㅎ

하지만 이런 대목엔 공감했다. "할아버지가 보고 싶으면 난 이 책을 보고 또 보곤 해. 이 책으로 할아버지를 추억하는 거란다." 이 대목에선 요시다케 신스케의 <있으려나 서점>의 한 장면이 생각나기도 했다. 그 외에도 '친구가 필요할 때', '좋은 생각이 필요할 때' 등엔 동의. '잎새 말리기'까진 소싯적에 많이 해본 짓이라 동의. 그 외 대부분은 책의 본질로서의 역할과는 거리가 멀어서.... 잔뜩 했던 기대에 비해서는 다소 실망했다. 고정관념을 뒤집는 발상? 그런 쪽으로는 의미가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이 부분을 읽다보면 최은옥 작가님의 <책으로 똥을 닦는 돼지>책이 바로 떠오르는데, 이 책에선 마을의 동물들이 모두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책을 사용하고 있다. 똥을 닦는 것도 그중 하나다. 거기선 시장님이 책을 '읽는' 즐거움과 기쁨을 공유하기 싫어서 혼자만 책을 읽고 있는 모습으로 나온다. 결국 마을의 모든 동물들이 책은 '읽는' 것이고 그 안에 참 의미가 있다는 깨달음에 이르게 된다. 솔직히 난 그 주제에 공감하기가 훨씬 쉬웠다. 책이라는 물건으로 할 수 있는 일이 101가지, 아니 201가지라 해도 뭐하나. 읽고 이해하며 공감하지 않는다면. 거기까지 가는 길에 동기부여나 보조수단으로 다른 역할이 사용될 수는 있겠지만.

결국 매리엄은 약속한 날에 책 사용법 101가지를 다 찾지 못한다. 그래서 도서관은 허물게 되었을까? 반전이 있다. 그리고 거기에 아까 '추억'을 말씀하시던 할머니가 큰 역할을 하셨다. 이 부분은 살짝 감동적이었고 더할 수 없이 좋은 결말이었다.

제목에는 죄송하지만 난 책의 사용법이 101가지나 되지 않아도 좋다. 1가지만이라 해도 그게 귀하다면 뭐가 문제랴. 좀 더 들어가서, '책을 읽어서 얻게 된 것'이라면 101가지가 넘고도 넘칠 것 같다. 각자마다 얻은 것들이 백인백색 다를 것이니 말이다. 그걸로 이야기를 만들어도 재미있고 의미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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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부리 영감이 도깨비를 고소했대 - 제26회 눈높이아동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 수상작 눈높이 고학년 문고
공수경 지음, 전미화 그림 / 대교북스주니어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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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이야기 패러디 작품들을 꽤 읽어보았는데, 읽고 잊어버린 작품도 많다. 이 책은 잊어버리지 않을 것 같다. 아주 인상적이면서 재미있었다.

보통 패러디 작품들은 고정관념을 뒤집으면서 인물을 새롭게 조명한다. 즉 원작에선 보이지 않는 그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인데, 무리한 시도는 살짝 억지스러워 보일 수도 있다. 옛이야기를 재화할 때는 그 원형이 가진 가치를 훼손할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들어서, 한때 옛이야기 패러디의 유행이 살짝 달갑지 않았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원작은 원작, 패러디는 패러디. 원작을 먼저 제대로 읽고 패러디를 읽는다면 그 비교 지점에서 다룰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많을 것 같다. 이 책도 그러하다.

제목에서 바로 알 수 있듯이 이 책의 원작이 되는 옛이야기는 '혹부리 영감'이다. 착한 혹부리 영감은 혹을 떼고, 욕심을 부린 혹부리 영감은 도리어 혹을 붙였다는 그 이야기. 의도하지 않은 행운은 받아들여도 좋지만 욕심을 품고 접근하면 오히려 화를 자초한다는 이야기로 욕심에 대한 경계, 권선징악의 교훈이 들어있는 옛이야기다. 이대로도 물론 충분히 좋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두번째 혹부리 영감의 입장을 조명했다. 그게 아닐 수도 있잖아? 혹시 오해였다면?

그 주인공은 동네 부자인 최영감이다. 그는 혹을 하나 더 붙이고 흠씬 두드려맞고 온 후 너무나 억울하여 사또에게 재판을 청했다. 사또는 포졸들을 시켜 재주도 좋게 도깨비들을 잡아오는데는 성공하였으나.... 도깨비가 괜히 도깨비가 아니지 않나. 신통술을 써서 모두 달아나 버렸다. 이 과정에서 최영감을 돕는 어린 조력자들이 등장한다. 기산이, 개동이, 만석이 세 소년이다.

이들의 조언으로 최영감의 고소는 산신령에게로 향한다. 산신령은 금도끼 은도끼의 그 산신령! (나무꾼도 나온다) 그러고 보니 한작품만 패러디한 게 아니네. 본격적인 재미는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산신령의 재판. 이제 이야기는 재판극으로 흐르고 어린 조력자들의 눈부신 활약이 시작되며, 주인공의 숨겨진 사연과 심리도 조명된다. 재미있는 극적 요소를 고루 갖춘 셈.^^

여러 번에 걸친 재판의 과정이 흥미진진하고, 양심적이고 정직한 인물, 사익에만 눈이 어두운 인물, 비열한 수를 쓰다 제 꾀에 제가 넘어가는 인물 등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잘 담았다. 그런데도 결말은 훈훈하여 더 마음에 든다. 최영감 뿐 아니라 도깨비 대장도 마지막엔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책을 읽고 아이들과 하고 싶은 것 두가지가 떠오른다. 하나는 모의재판인데, 몇년 전 6학년 사회에서 법원의 역할에 대한 수업을 할 때 민사재판, 형사재판 시나리오를 써서 아이들과 모의재판을 재밌게 했던 기억이 난다. 꼭 사회 교과와 연계하지 않아도 이 사건으로 창의적인 재판 시나리오를 아이들이 구상하고 역할극을 해보면 재밌을 것 같다.
또 한가지는 '편견이나 선입견'에 대한 경계다. 이것을 빼고 대상을 보면 대상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기 쉬워진다. 이 책은 그런 주제를 진지하게 나눌 수 있는 소재가 되겠다.

옥의 티를 굳이 얘기하자면, 디테일에 까다로운 못된 성격 탓인지 딱 한가지 넘어가기 어려운 게 있었다. 현장조사를 하던 소년들이 '들쥐 이빨자국이 난 고깃조각'을 발견하고 들쥐를 증인으로 채택하는 대목이다. 들쥐가 남은 고깃조각을 먹은거야 당연하지만 '이빨자국'만 남기고 고기를 남기고 갈 리는 없지 않은가? 더구나 소년들이 조금 가진 육포에 환장하는 들쥐가 말이다. 아주 작은 옥의 티지만 조금 아쉬운 대목이었다.
그리고, 도깨비에 대한 고찰이다. 난 사실 제대로는 모르는데 우리가 흔히 표현하는 도깨비는 전통적인 우리 옛이야기가 다루는 도깨비가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것 같다. 이 책은 이야기 자체에선 문제가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삽화는... 원시인 복장을 한 저 도깨비 대장은 맞는건가? 잘 모르겠다. 이런 부분은 딱히 중요하지 않은가? 잘 아는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5학년들과 읽으면 딱일 것 같고 재밌는 걸 찾는 6학년, 조금 수준 높은 4학년과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책꽂이엔 후보작들이 추가된다. 소확행이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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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왕따 특공대 - 개구리 왕국을 구하라! 꿈터 어린이 26
고정욱 지음, 이상미 그림 / 꿈터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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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소감은 고정욱 작가님이 힘 빼시고 편하게 쓰셨네 하는 느낌이었다. 왠지 휘리릭 금방 쓰셨을 것 같은 느낌? 하지만 생각해보니 이게 선입견일수도 있겠다. 읽기 편하다는 것과 쓰기 편하다는 것은 다르니까. 곰곰히 들여다보면 여러가지 키워드를 발견하게 된다.

1. 환경 : 개구리 왕국에 비상이 걸렸다. 환경재앙이었다. 늪의 물이 마르고 먼지와 오염물질이 왕국을 뒤덮었다. 범인은 용이 되려다 실패한 이무기. 상류를 틀어쥐고 앉아 둑을 만들어 물길을 막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분노의 독소들을 뿜어낸다.

2. 개구리 : 이 책의 주인공들과 문제해결의 용사들은 개구리들이다. 개구리 보기가 전보다 어려워졌다고 한다. 특히 토종개구리들. 개구리들이 돌아왔다는 건 우리에게 좋은 소식일 것이다. 이 책의 개구리 특공대는 청개구리, 참개구리, 황금개구리, 두꺼비, 산개구리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생김새와 특징을 좀더 잘 알 수 있게 사진면이 따로 추가되거나 삽화에 좀 더 잘 나타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개구리라는 동물에 관심을 갖고 생태계의 한 부분인 그들에게 좀더 애착을 가졌으면 해서다. 이 책에는 황소개구리도 나오는데, 이무기 편에 붙어 그의 하수인 노릇을 하는 역할로 나온다. 우리 생태계의 골칫거리임을 감안할 때 적당한 배역이라 하겠는데, 책에서도 이들에 대한 대안은 딱히 제시하지 못했고 결국 조건부 수용을 하는 식으로 해결이 된다. 그만큼 어려운 문제라는 뜻이겠지...

3. 왕따 : 개구리 왕국의 위기를 해결하러 나선 특공대의 면면을 보아하니, 거의 외인구단급이다. 제목에선 이들을 '왕따'라 명명했다. 프로디는 말썽만 부리는 청개구리에, 참개구리 대죽이는 시끄럽고 목소리만 크며, 황금개구리 메롱이는 혀가 너무 길어서 놀림만 받던 개구리다. 두꺼비 칙칙이는 혐오대상이며, 산개구리 왕눈이는 다리에 장애가 있다. 주류가 아닌 아싸, 즉 왕따인 이들은 의기투합하여 상류로 정찰을 나간다. 결국 이무기 앞에 당도하고 이무기를 물리치고 둑을 허물기까지, 그들의 약점으로 인식되었던 특징이 때에 따라선 커다란 강점이었음을 알게 되기도 하고, 약점 밑에 감춰져 있던 강점이 드러나기도 한다. 왕따의 재발견이라 하겠다. 이런 서사는 옛이야기의 공식이기도 한 것 같다.

옛이야기의 특징을 차용해서인지, 서사가 선이 굵고 빠르고 통쾌하기는 했으나 왠지 깨알재미가 부족한 느낌이 내게는 들었다. 내가 너무 디테일을 추구하나? 대화체도 그렇고 문장들에서 새롭게 끌리는 유머를 발견하진 못했다. 프로디가 금개구리왕에게 약속대로 왕국의 절반을 상으로 받는 장면도 왠지 내겐 떨떠름했다. 나만 그러나? 아이들이 재미있어한다면 위의 세 가지 키워드를 위해서는 읽어주고 싶은데. 한번 시도해 봐야겠다. 아이들이 재미있어한다면 위에 적은 아쉬움은 모두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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