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들어 주는 개 이야기 반짝 6
이금이.이묘신.박혜선 지음, 이명애 그림 / 해와나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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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 다른 작가의 단편 3편이 들어있는 저학년 동화집이다. 세 편을 합해 100쪽도 되지 않는데 울림은 깊다. 울림을 담을 수 있는 작가의 내공이란게 있구나 새삼 느끼며 읽은 책이다.

그 내공을 가장 크게 느끼게 하는 건 첫 편, 이금이 작가의 작품이다. 세 편은 각 종류의 반려동물들을 담았는데, 이 작품의 주인공은 고양이다. 제목에는 '집사'가 들어간다. <마지막 집사>

주변에 '집사'님들이 많다. 나는 아직 고양이의 매력은 잘 모른다. 정을 주어 본 고양이도 없다. 그런데 주변 집사님들을 보면 그 쏟는 애정이 보통이 아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거리에는 버려진 고양이들이 많지. 한때는 사랑받았던.

이 작품의 고양이도 펜션에 버려진 길고양이다. 여러 주인을 거치다 아름 씨라는 완벽한 집사를 만나 행복한 한 때를 보냈지만, 아름 씨에게 털 알레르기가 있는 남친이 생기자 결국....

이 작품은 고양이가 화자인데 어찌나 자연스러운지 고양이 마음 속을 그냥 훤히 들여다보는 듯하다. 진짜로 고양이가 그렇게 느끼고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아름 씨가 문득문득 생각나고 그리워질 때, 그걸 애써 부정하는 고양이 화자는 얼마나 고양이스러우면서도 애틋한지.

고양이가 머무르는 펜션에 든 새 가족은 참 따뜻하다. 남매는 살뜰히 고양이를 돌보고 부모도 따뜻하게 배려한다. 아이들은 별이라는 새 이름도 지어주고, 집으로 데려가서 키우자고 조르지만 그건 어려운 일이었다. 아이들은 따뜻한 상자만 남기고 울며 떠났다.
"다음에 온다는 말, 믿지 않아. 기다리지 않을 거야."
고양이의 마음 속 되뇌임이 아프다. 그때였다. 이야기는 어떻게 끝날까? 제목은 '마지막 집사' 인데.^^

두번째 편은 개가 주인공이다. 제목이 <잘 들어주는 개>라니 어떤 개가 나오는 걸까? 은퇴한 안내견이었다. 보라언니의 눈이 되어 그림자같이 곁을 지킨지 8년, 노견이 된 슬기는 은퇴했다. 그런데 은퇴 후의 삶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도서관에서 '책 들어주는 개'로 살아가는 것. 순하고 묵묵하고 인내심 많은 슬기에게 딱 맞는 역할이다. 잘 들어준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여러 아이들이 슬기 앞에서 책을 읽으며 자신감을 채우기도 하고 슬기의 말없는 공감에 위로받기도 한다. 단, 이런 프로그램이 자칫 슬기를 동물원 원숭이 취급 받게 하는 건 아닌가 살짝 걱정이 되기도 했다. 애고 어른이고 다른 존재에 대한 배려란 조금도 없는 사람들도 꽤 있어서. 그런 사람들까지 참으라고 평생 사람을 위해 일해온 이 개한테 강요하고 싶지가 않다. 니가 듣고 싶으면 들어. 듣기 싫음 듣지 말고.... 라고 하고싶은 마음이다. 다행히 화자인 슬기는 책 듣는 게 좋단다. 아이들도 좋고. 다행이지 뭐.....

난 개가 좋다. 어릴 적부터 좋아했다. 개의 묵묵함, 한결같음, 일편단심, 바보같을 정도의 기다림... 이런 걸 싫어하는 분들도 있지만 그래도 난 개의 마음이 좋다. 우리집 개는 개의 이런 덕성(?)을 잘 못 갖춘 녀석인데....ㅎㅎ 그래도 녀석이 집에 스며준 온기는 전에 미처 알지 못하던 것이다. 사람이 개의 덕성의 반만 닮았어도 세상이 아름답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이묘신 작가의 작품은 처음 읽어보았는데 느낌이 좋다.

마지막 편은 박혜선 작가의 <그 토끼가 그 토끼>. 현지가 키우는 두 마리의 미니토끼 토리와 미피가 주인공이다. 하도 집안을 엉망 만들어서, 일하는 엄마를 안쓰럽게 여기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토끼들을 데려가려고 오셨다. 물론 현지는 울고불고 하지만.... 근데 이런 부모님을 가진 현지 엄마는 정말 운이 좋은 거다. 노년이 되어서 자식 뿐 아니라 손주에게까지 이렇게 사랑과 도움을 주시는 어른들이라니.... 흔치 않다. 시골집으로 데려가신 할아버지는 토끼들을 마당에 풀어놓고 사료대신 신선한 풀을 먹이며 키우신다. 시간이 흐르고.... 토끼들을 보러 온 현지는 몰라보게 큰 토끼들의 모습에 울음을 터뜨린다. 자기 토끼가 어디 갔냐며.... 할머니 할아버지가 웃음을 감추며 딴청을 부리시는 장면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토끼를 키워본 적은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이 이야기에 공감되는 지점이 있다. 인간의 입맛에 맞추어 사육하는 이기심에 대한 것이다. 집에서 기르다보니 사료 양을 조절해가며 작게 키우려고 애를 쓴다. 강아지도 그렇게 해야 된다는 말을 들었는데 우린 결국 그렇게 못해서 엄청 커버렸지만... 이렇게 클 줄 미리 알았더라면 절대 데려오지 않았을 것이니 나도 이기심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주먹 만할 거라던 토끼들은 할아버지네 마당에서 뛰놀고 풀을 먹으며 훌쩍 자라 버렸다. 그 모습에서 현지가 자기 토끼 아니라고 애정을 거둔다면 진짜로 사랑했던 게 아닌거지. 솔직히 내 생각에 진정한 주인은 할아버지가 아닐까 한다.^^

반려동물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많다. 요즘 들어 더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여러 측면에서 다룬 작품들이 고루 필요하겠지만 이 책은 저학년 정도의 아이들이 읽고 공감하기에 적당한 수준의 이야기들이라고 생각한다. 짧지만 재미있고 너무 비극이 아니면서도 생각할 점을 남긴다. 저학년이 아니라 어른인 나도 재미나게 읽었다.^^;; 아이들 각각의 경험치가 달라서 어떻게 접근해야 할 지는 아직 잘 모르겠는데, 함께 읽어보고 이야기 나눠보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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