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필요해 소원어린이책 18
박상기 지음, 이지오 그림 / 소원나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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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 이야기! 그런데 이건 또 전혀 색다른 이야기네. 작가의 필력에 감탄하며 순식간에 읽었다. 고양이를 중요한 소재로 했지만 고학년 여학생들의 관계문제(무리짓기와 배제하기), 저작권과 표절에 대한 내용이 잘 버무려져 들어있었다. 원래 이런 의도적 동화를 좋아하지 않는데 이 작품은 그 의도가 매우 노골적임에도 불구하고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만큼 작품성이 괜찮아서라고 하겠다.

 

이 작가님의 전작 <바꿔!>를 읽다가 엥? 이분도 초등교사시네 했던 기억이 난다. 초등교사 작가님들이 은근히 많다. 현장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니 아무래도 소재 면에서 유리하지 않을까 라는 짐작을 해본다. 이 작가님은 아이들 이야기에서 더 나아가 청소년소설과 역사동화도 쓰셨네. 그것도 꼭 읽어봐야겠다. 작가 후기에 보니 고등학교 때부터 많은 소설을 습작하며 작가의 꿈을 키워오셨구나. 작가 내공을 많이 쌓으신 분 같다.

 

이 책의 화자는 4학년 유나다.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하고, 성격은 소심하다. 새학년의 3, 친화력이 부족한 아이들에게는 힘든 시기다. 새로운 관계들을 만들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유나는 은빈이 무리에 들어가고 싶다. 걔네들이 학급의 인싸여서 그렇기도 하지만 고양이를 키운다는 공통점으로 뭉친 그룹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심한 유나는 말도 붙이지 못하고, 언제나 혼자 지내며 겉돈다. 고양이 영상이나 게시물을 보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부모님의 강한 반대로, 마음만 간절할 뿐 키우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다 어느날 유나는 혜연의 냥상이라는 블로그에서 쿠키라는 고양이와 눈이 맞아버렸다. 혜연이라는 주인장에게 댓글도 달고, 퍼가지 말라고 주의가 붙어있는 쿠키 사진을 캡처해 자신의 프로필 사진으로 사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은빈이에게 고양이 예쁘다며 톡이 왔다! 유나는 어버버 하다가 퍼온 사진이라는 말도 못하고 고양이 집사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렇게 바라던 은빈이 그룹의 일원이 되었다. 꿈에 그리던 상황이면서 바늘방석에 앉은 상황이 된 것이다.

 

그 친구들과 함께 하는 일상동안 고양이를 인증해야 하는 순간이 자주 찾아왔다. 어찌어찌 넘기면서 유나는 고민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빨리 실제 집사가 되는 것이지만 부모님의 허락은 여전히 나지 않았고 유나는 좌절과 슬픔에 빠진다. 그러다 블로그 주인인 혜연 언니를 만날 기회가 생겼다. 친근하고 유쾌한 혜연 언니 덕분에 유나는 모든 것을 솔직히 털어놓게 된다. 혜연 언니는 크게 웃었지만, 괜찮다고 봐주기보다는 해결책을 제시했다. 이제 유나의 결단만 남았다. 유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이 과정에서 이미 저작권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학급에서 있었던 포스터 그리기 대회에서는 표절과 관련된 사건이 벌어진다. 이 사건을 통해 표절과 오마주의 차이점까지 설명한다. 그 부분이 이질적이지 않고 작품에 잘 녹아있었다.

 

유나는 옳은 선택을 했지만, 그 결과 고초를 겪는다. 우리는 깽판을 쳤으면 깽값을 물어야 한다.”는 진리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감수하면 된다. 깽값을 물고나면 만회의 상황이 온다. 안 물겠다고 몸부림치면 상황이 더 안 좋아진다. 잠시의 고초 후에 유나에게 조금씩 다가오는 따뜻하고 달콤한 행복에 내 마음도 흐뭇해진다. 요즘의 트렌드대로 예쁜 고양이도 나오면서 저작권, 표절, 친구관계, 책임까지 잘 어우러져 들어간 이 동화는 누구에게나 무난하게 추천할 만하다. 주인공들이 4학년이니 4학년이 딱이고, 3,5학년 정도도 괜찮겠다. 저작권교육을 이 책으로 하는 것도 찬성이다. 다른 부수적인 효과도 덤으로 붙을 것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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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응원해! 문학의 즐거움 65
이지마 아츠코 지음, 마루야마 유키 그림, 모카 옮김 / 개암나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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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페북에서 지인이 공유한 기사를 읽었다. 최근 출판시장의 특징으로 정신과 의사가 집필한 책들이 대세라는 사실을 다룬 내용이었다. 그렇구나... 주로 아이들책을 읽어서 잘 몰랐다. 그런데 어라? 마침 어제 읽은 책이 소아과 의사가 쓴 책이라고 했는데? 일본의 의사가 쓴 책이다. 위의 기사와 다른 점은 문학(동화)이라는 것.... 개인적인 느낌으로, 서사적인 재미는 그닥 크지 않았다. 하지만 끝까지 읽었다. ADHD를 가진 아이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구성은 흥미롭다. 본문은 전지적 작가 시점이지만 주인공 히마리의 글과 교차구성 되어 있어서 히마리가 화자인 1인칭 시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히마리는 학교생활이 괴롭다. 학교 가봤자 좋은 소리 듣는 날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날카롭게 쏘아보는 담임 미유키 선생님의 눈초리는 정말 견디기 힘들다. 히마리와 부모님은 학교 심리상담사 선생님의 발달장애가 의심되니 병원에 방문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게 좋겠다.”는 조언을 듣고 병원을 찾게 되었다. 히마리는 어릴때부터 다니던 소아과에서 ADHD 진단을 받았고 약도 먹기로 결정했다. 다행히 학교에서의 돌발행동이 줄어들었다.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이런 대목을 읽으며 히마리가 겪은 혼란과 어려움이 짐작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담임선생님의 입장에 마음이 갔다. 독자들에게는 원망스러운 존재일테지만 나보다는 못하지 않은 선생님. 주변을 의식하지 않는 행동과 소란을 싫어하고 원칙을 고수하려 하는 면이 나와 비슷하다. 전체를 이끌어가는 것과 완성도 높은 수업을 지향하는 교사들에게 히마리와 같은 존재는 결코 달갑지 않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함께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고, 전체 발걸음과 히마리의 개별 발걸음에 모두 신경을 써야 한다. 결국 그 둘이 통합되고 서로가 서로에게 의미를 주는 결말로 이끌어야 한다. 이런 면에서 미유키 선생님과 나는 둘 다 부족한 교사다. 다행히 히마리도 선생님도 자기 입장만 내세우지 않고 노력했다. 그런 점에서 다행스러웠고, 배째라 하지 않고 자신이 가진 특성 안에서 최대한 노력해보려는 히마리의 모습이 고맙기까지 했다.

 

주변의 실제 상황에 대입해보면, 일단 상담선생님께 인계하기도 어렵고, 장애를 언급하며 부모를 설득했다가는 된통 당하고 뒤집어쓰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너무나 조심스럽고 어렵다. 물론 히마리 부모님처럼 상식적고 좋으시며 진정으로 자녀를 위하시는 분들이 더 많다. 하지만 똥물은 한 방울도 똥물이니까... 치명적이다.ㅠㅠ

 

히마리는 약을 먹는 것 외에도 자기조절을 위해서 다양한 시도를 한다. 그 첫 번째가 글()을 쓰는 것이다. 책 이름을 <히마리의 멋진 하루 일과>라고 지었다. 그 책을 쓸 때마다 친구인 마유한테 보여준다. 마유는 재밌게 읽고 열광적으로 반응한다. 여기서 긍정적인 피드백의 중요성을 보았다. 열광적인 은 소용없다. 진심은 거의 보이니까.... 내가 쓴 글을 진심으로 재미있어 하면서 읽어주고, 내용에 관심을 가지고 질문을 해주고. 이런 친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정말 중요하구나. SNS에서의 이런 친구들은 허상이 많지만, 그래도 인간 심리에 꼭 필요한 부분이기에 끊을 수 없는 것이 아닐까.

 

<하루일과> 책에서 작가님의 의사로서의 전문성이 드러난다. ADHD의 특징, 그리고 그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실수를 덜 하기 위해 연습하면 좋을 루틴 같은 것들을 엿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구호인데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이 책은 히마리 같은 아이들, 그리고 그 부모님이 보셔도 매우 좋을 것 같다. 주변 사람들은 히마리를 이해하고 배려하고 용기를 주고, 히마리는 히마리대로 주변을 힘들게 하지 않겠어! 나는 나대로 최선을 다하겠어!’ 라는 의지를 보여준다면 서로서로 신뢰하고 가장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히마리가 이런 노력을 할 수 있게 기반을 다져 주고 연결해 주고 점검해 주는 부모님의 역할도 인상적이다. 누구나 보는 것을 부모만 부정하거나, 아무것도 안하면서 분풀이만 쏟아내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 힘을 합해야 선한 결과를 이룰 것 아닙니까........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나다. 내가 남을 어쩌겠나. 내가 변화시킬 수 있는 건 나뿐이지. 이 책에서 나의 부족함만 찾아도 넘친다. 그리고 이 책에 스며든 전문가의 여러 설명 중에서 끝부분에 나오는 부감이라는 용어에 많은 공감을 했다. 나의 모습을 높은 곳에서 바라보듯이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을 말한다. 너무 흉한 행동을 하고 있는 학생에게 땡땡아, 너 지금 너한테서 빠져나와 봐. 여기쯤. 그래 여기서 너를 봐. 어떤 모습이야?” 이런 적이 있는데, 그걸 부감이라고 하는구나. 내가 했던 게 나와서 반갑기도 했지만, 이게 쉽게 잘 되는 방법은 아니었다. 하지만 꾸준히 쓰면 괜찮겠다는 생각도 든다. 가장 필요한 것은 아이에게 작은 일부터 시작해 성취감을 주고, 그것을 기반으로 동기를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북돋워 주는 일이다. 이 책에서 그랬듯이. 물론 이것도 '알긴 하지만 잘 안되는 일'에 해당된다. 


마지막 티슈 안의 만엔사건이 풀리는 대목은 아주 재미있었다. 우리는 모두 스펙트럼의 어디쯤 있구나. 그렇다면 장애를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이지? 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떠오르기도 하고. 의학적 치료, 주변 사람들의 조력, 본인의 의지 3박자를 맞추며 현실에 적응해가는 히마리의 이야기를 잘 읽었다. 동화면서도 매우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관심있는 분들께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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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골 강아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실종 사건 보름달문고 86
이선주 지음, 정인하 그림 / 문학동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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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이 동화도 많이 쓰셨지만 청소년소설 쪽을 조금 더 많이 쓰신 것 같다. 이 책이 내가 읽어본 이 작가님의 두 번째 책인데, 청소년소설에 어울리는 문체를 가지셨다고 생각했다. 동화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주제도 그렇고 풀어가는 방식도 어린이로 치면 조숙한 어린이 같다고 할까. 뭔가 산전수전 다 겪고 침착해진 아이의 통달을 보는 것 같달까. 하룻강아지가 아닌 어린이.^^

 

아미골이라는 시골 마을의 순수한 두 소년이 주인공이다. 민수는 너무 흔한 자신의 이름 때문에 작은민수라고 불리는 것이 마음에 안 든다. (요즘 민수라는 이름 그렇게 흔하진 않은데.... 민준이라면 한 반에 한명씩은 있지만.^^;;;) 민수의 유일한 친구 용찬이는 심장이 약해서 조심할 것이 많고, 그로 인한 에피소드들이 내용 전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세 번째 주인공 아미골 강아지. 주인이 없어 이집저집 다니며 밥을 얻어먹는, 유기견이라 말할 수는 없는 자유견? 민수는 개를 키울 형편이 못되어 속상해하다가 그 강아지를 자신의 강아지로 생각하기로 했다. 어디서든 부르면 오고, 함께 뛰어노니까! 그리고 민수처럼 흔한 이름 말고 세상에 하나뿐인 이름을 지어주고 싶어서 고민한다. 장고 끝의 작명이 바로 제목에 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강아지는 이 이름에 반응했다. 민수와 용찬, 그리고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특별한 사이가 되었다.

 

사건은 중반부로 접어들면서 일어났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는 실종사건이다. 어느날부터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보이지 않았다. 어디 있다가도 부르면 나타나던 강아지가 보이지 않자 민수의 가슴은 철렁한다. 불길한 느낌은 현실이 되었다. 해가 바뀌도록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행방은 알 길이 없었다. 상실감과 함께 아이들은 조금씩 더 자란다.

 

그러다 용찬이가 인근 도시의 동물원 사진에서 오스트랄로피테쿠스를 보았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말이 되나? 동네 강아지가 왜 동물원에? 하지만 용찬이의 강경한 태도에 밀려 둘은 모아둔 돈을 털어 어른들 몰래 동물원을 찾아갔다. 거기에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있었다! 우리 안에. ‘한국 토종개 삽살개라는 간판을 달고. 아 맞다, 얘가 삽살개였지. 그들의 만남은 생각보다 그렇게 드라마틱하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반가운 해후를 했다.

 

그 다음부터가 이 책의 클라이막스라 하겠다. 안타깝게도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는 민수와 용찬이는 어떻게 오스트랄로피테쿠스를 되찾을 것인가? 여기서 포기하면 얘기가 되겠어? 둘은 모종의 작전을 세운다. 그 작전은 꽤나 긴박감이 넘쳤다. 성공하려는 찰나! 발각되고, 추격전이 벌어지고.... 어린이 독자들이 가슴 졸이며 읽을 수 있는 아주 재미난 장면들이 펼쳐진다.

 

그 이후 결말로 가는 방식에서 이 작가님이 좀 남다르다고 느꼈다. 흑흑 우리 이젠 절대 헤어지지 말자 뭐 이런 류의 신파는 나도 좋아하지 않지만 이건 좀 너무 감동이 없는거 아니야? 그래도 결말에는 드라마틱한 뭔가가 있긴 있어야지. 새드엔딩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피엔딩도 아닌 뭐랄까 현실엔딩?ㅎㅎ

 

그 현실엔딩은 쓸쓸한 느낌이 살짝 들고, 등장인물들은 내가 이러려고 그 감정의 격동을 겪었던가. 내가 잠깐 미쳤었나 봐. 뭐 절대적인 건 없나 봐. 사는 게 그런 건가 봐.”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내가 없어도 세상은 돌아갈테고, 나도 변하고 다른 존재들도 다 변한다. 그건 한편으론 쓸쓸하지만 한편으로 다행스럽기도 하다.

 

이런 생각도 든다. 내가 지금 보라라고 할 때 빨강이었던 시절과 파랑이었던 시절은 다 의미없는 것일까? 흑역사였다거나 부질없었다고 말할 필요가 있을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변하면 변하는대로 지금의 진심은 소중한 것이다. 그것으로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간다.

 

다 읽고 생각해보니 전반부에서 아미골의 배추할매가 돌아가셨을 때, 동네사람들은 별로 슬퍼하지 않았다.

할아버지, 배추할매 돌아가셨어요!”

어쩌다가?”

주무시다가요.”

잘됐다.”

할아버지가 아구구구 소리를 내며 일어섰다. 무릎에서 딱딱 소리가 났다.

복 받았네. , 복이지, .”


이런 대목은 동화로서는 매우 낯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진심으로 공감했다. 이제 그런 나이가 된 것이지. 이처럼 이 동화는 굳이 어린이 독자만을 상정하고 쓰지 않았다는 느낌을 주었다. 아이들과 함께 읽을 때 어떤 포인트에서 공감하고 어떻게 감상하는지 비교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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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불편한 플라스틱 이토록 불편한 3
임정은 지음, 홍성지 그림, 홍수열 감수 / 그레이트BOOKS(그레이트북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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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불편한시리즈가 계속 나오고 있다. 이 책이 세 번째 권이다. 1이토록 불편한 바이러스2이토록 불편한 고기도 궁금하다. 4번째는 불편한 무엇을 다룰까? 궁금하기도 하고.

 

2권 고기와 3권 플라스틱의 내용에는 공통점이 많을 것 같다. ‘이토록 불편한이라는 공통 제목이 말하는 바는, 이렇게 좋은데, 이렇게 원하는데, 이렇게 끊기 힘든데 그걸 끊어내야만 살 수 있는 인류의 절박한 상황을 말하고 있을 것이다. 고기, 얼마나 맛있어. 플라스틱, 얼마나 편리해. 고기 없는 세상, 먹는 낙이 없잖아. 플라스틱 없는 세상, 불편해서 어떻게 살아?

 

생각하기 싫지만 생각해야 하기에, ‘불편한이라는 제목을 달고 이렇게 나왔다. 플라스틱을 다룬 책들이 이미 많다. 그중에서 이 책의 최대 장점은 접근성인 것 같다. 100쪽 분량이면 적지는 않은데, 마치 그림책 읽듯이 술술 넘기며 금방 읽게 된다. 재미있는 구성과 멋진 색감의 그림들 때문이다. 마치 책은 체험카페, 독자들은 초대장을 받아 방문한 체험학생들인 것처럼 설정해 놓았다. 체험카페는 역사관, 과학관, 메타버스관, 해양관, 종합상황실, 명예의 전당으로 구성되어 있어 5개의 장을 이룬다. 각 방의 이름을 보면 내용도 어느정도 짐작이 가능하다. 역사관에서는 플라스틱의 발견과 역사, 과학관에서는 과학적 원리, 해양관에서는 바다쓰레기 등의 문제를 다루겠구나 하고. 짐작대로 이 책에서는 이렇게 재미있는 구성으로 플라스틱의 전반을 다룬다. 접근성이 높으면서도 내용수준이 낮지 않다. 중학년 정도를 대상으로 썼다고 생각되는데 저학년도 읽을 수는 있고, 고학년이라면 더 땡큐일지도 모른다. 고학년이라고 다 두꺼운 책을 읽는다고 생각하면 오산... 고학년도 그림 많은 책 좋아해.^^;;;;

 

플라스틱 문제를 프로젝트 주제로 깊게 다룬다면 이 책을 학급 인원수만큼 준비해서 수업 중에 함께 읽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비용이 문제인데, 동학년이 여러 반이라면 한반치 준비해서 돌려가며 활용하면 가성비가 그렇게 나쁘진 않다. 근데 듣자하니 학교 예산 이런저런거 많이 깎았다던데 그럼 뭐 못하는거고) 이 책을 주교재로 하고 책 뒷장의 참고도서들을 준비해주어 각 모둠에서 심화로 활용할 수 있게 하면 좋을 것 같다. 적절한 동영상들을 찾아 두었다가 함께 활용하면 효과가 더 좋을 것이다. 색감 좋고 선명하며 내용을 잘 담은 그림들은 학생들의 표현활동에도 의욕과 아이디어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역사관에서 플라스틱의 탄생에 대한 내용이 흥미로워서 좋았고, 과학관에서 플라스틱의 화학구조를 쉽게 설명해주어 좋았다. 다양한 분자구조가 있어서 그만큼 분리와 재활용이 힘들다는 것도 잘 알 수 있었다. 플라스틱 제품 마크도 여기저기서 많이 봤지만 이 책에서 본 설명이 가장 확실히 기억에 남았다. 쓰레기섬이나 미세 플라스틱으로 인한 문제도 실감나게 알려주고 있다. 현재까지 이루어지고 있는 연구와 그 한계, 실효성 없는 친환경 이미지를 내세워 장사를 하는 기업의 문제(그린워싱)까지 언급하고 있으니 꽤 깊이 다루는 셈이다.

 

이 모든 설명들을 지나, 결국 남는 것은 실천의 문제이다. 이것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앞의 모든 과정은 쓸데없는 종이낭비, 시간낭비일 뿐이니까. 수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전 과정까지 가르치는 건 얼마든지 하겠지만 이 실천 앞에서 난감해지게 된다. 이 책도 실천의 문제를 마지막 장에서 다루고 있다. 뭔가 손에 딱 잡히는 건 없고 다 아는건데 하는 느낌이다. 하지만 바로 그게 실천의 특징이다. 알면서도 못하는 것! 한 번 알아서 안되면 두 번 알아야겠지. 그리고 아는 사람들이 모여야 뭔가 느린 움직임이라도 일어난다. 이런 책을 읽은 어린이들이 그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 그래야만 희망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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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나와 아레스 - 제17회 '마해송 문학상' 수상작 문지아이들 166
신현 지음, 조원희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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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나왔을 당시에 놓치고 이제야 읽어봤다. 제목이 신화의 주인공들이어서 그랬나, 판타지를 예상했는데 아니었다. 체험 삶의 현장 급의 현실동화였다.

 

그 체험 삶의 현장은 경마장과 그와 관련된 목장이었다. 환상적인 느낌을 주는 표지의 말들은 그 목장에서 태어난 말들이다. 경주마로 길러질 말들. 그 길로 가야 성공이 보장되는 말들.

 

작가님이 이쪽 현장을 잘 알고 손에 잡힐 듯 표현하고 계셔서 놀랐다. 원래 가까이 접하신 건지 취재에 의한 건지 모르겠지만 작가의 경험이 이렇게 중요하구나 하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덕분에 한 번도 본 적 없고 관심도 없었던 세상 한 켠을 알게 되었다.

 

사실 경마에 대한 이미지는 막연히 좋지 않았었다. 도박성(?)도 있지 않나...? 매사 시큰둥한 내 성격은 이런 데에 잘 빠지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평소에 생각하는 편이었다. 왜 그런 데에 빠지지? 그게 그렇게도 재밌나? 뭐 그런 생각.... 모르지, 한번도 안 봤으니, 봤으면 빠져들었을지도.... 이 책을 읽으니 경기 자체는 어떨지 몰라도 말의 매력, 멋짐에는 빠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주인공 가족은 완전 말 가족이다. 엄마랑 아빠는 모두 기수. 할아버지는 마의사. 그리고 쌍둥이 자매 새나와 루나가 있다. 새나는 부모님 같은 멋진 기수가 되겠다며 의지를 불태우고, 루나는 반대로 절대 그 길로 가지 않겠다며 공부에 열중한다. 나라면 루나와 같았을 것이다. 경마 자체에 의미를 못느끼기도 하고, 잘나갈 때는 좋지만 부상의 큰 위험이 언제나 함께하기 때문이다. 자동차경주 같은 것도 그렇고, 잘못하면 최소 중상인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완전 나랑 다른 종류의 사람이구나 생각한다. 그래서 세상이 재미있는 거지만.

 

승승장구하는 아빠와는 달리, 엄마는 승부에서는 좀 밀리는 편이다. 페어플레이상은 여러번 받았다고 한다. 그런 엄마가 분신과도 같은 말 백두산과 함께 경기중 넘어졌다. 당연히 큰 부상으로 이어졌다. 그즈음 목장에서는 아테나와 아레스가 태어났다. 아테나는 혈통 좋은 백마, 아레스는 평범한 갈색 말이었다. 아테나가 얼마나 멋지게 생겼는지, 새나가 유니콘을 연상했을 정도였다. 목장 가족들은 두 말을 훌륭한 경주마로 키우기 위해 애쓴다.

 

아테나는 무리없이 촉망받는 경주마로 자란다. 타고난 역량도 휼륭했고 순조롭게 훈련에 따랐다. 하지만 아레스는 말썽이었다. 결국 마주를 찾는 경매에서 아테나는 비싼 값에 팔렸지만(1억이 넘어! 처음 알았음) 아레스는 아무도 골라주지 않아 결국 헐값에 도축장으로 팔려갔다. 그 아레스를 다시 찾아오기 위한 세나의 절규는 처절했다. 독자들도 같이 마음 졸일 장면이다. 경주마를 거부한다면 남은 길은 도축 뿐? 선택의 길이 없는 상황에서 새나는 아레스를 길들이기 위해 애쓴다.

 

첫 출전부터 우승을 거머쥐며 단연 돋보이는 아테나, 내키지 않는 길을 새나와 함께 한발 한발 가고 있는 아레스. 이야기는 이렇게 두 말이 훌륭한 경주마의 길을 가는 모습을 그리나 했다.... 그 무렵 벌어진 충격적인 사건. 아 영화였다면 이 대목에서 내 손바닥으로 입을 틀어막았을 것 같다. 세상에 아테나, 어떻게 그럴 수가 있었어? 왜 힘들다고 진작 말하지 않았어? 아니지, 말할 수가 없게 했겠지.ㅠㅠ

 

아레스는 길들여졌을까? 경주마의 길을 갔을까? 경주마가 아니면 죽음밖에 없었을까? 아니면 다른 길이 있었을까? 딱 요정도만 남겨놓고 스포를 안했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남겨본다.

 

아테나, 아레스, 새나와 루나, 경마라는 환경 등등 현실상황에 딱딱 대입할 소재들이 많다. 하지만 그 대입이 도식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서사의 힘 때문인 것 같다. 이야기가 너무 실감나고 재미있었다. 우리 사회에 행복한 아테나, 불행한 아테나, 행복한 아레스, 불행한 아레스 모두 섞여 있을 것이다. , 불행은 운명적 요소도 있으니 행복의 판만 깔아준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경마로 상징되는 길, 그 길 외에도 선택지가 얼마든지 있는 사회라면 좋겠다. 멋지게 트랙을 달리고 싶은 말은 그런 말대로, 다른 곳에서 다르게 달리고 싶은 말은 그런 말대로. 채찍은 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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