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응원해! 문학의 즐거움 65
이지마 아츠코 지음, 마루야마 유키 그림, 모카 옮김 / 개암나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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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페북에서 지인이 공유한 기사를 읽었다. 최근 출판시장의 특징으로 정신과 의사가 집필한 책들이 대세라는 사실을 다룬 내용이었다. 그렇구나... 주로 아이들책을 읽어서 잘 몰랐다. 그런데 어라? 마침 어제 읽은 책이 소아과 의사가 쓴 책이라고 했는데? 일본의 의사가 쓴 책이다. 위의 기사와 다른 점은 문학(동화)이라는 것.... 개인적인 느낌으로, 서사적인 재미는 그닥 크지 않았다. 하지만 끝까지 읽었다. ADHD를 가진 아이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구성은 흥미롭다. 본문은 전지적 작가 시점이지만 주인공 히마리의 글과 교차구성 되어 있어서 히마리가 화자인 1인칭 시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히마리는 학교생활이 괴롭다. 학교 가봤자 좋은 소리 듣는 날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날카롭게 쏘아보는 담임 미유키 선생님의 눈초리는 정말 견디기 힘들다. 히마리와 부모님은 학교 심리상담사 선생님의 발달장애가 의심되니 병원에 방문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게 좋겠다.”는 조언을 듣고 병원을 찾게 되었다. 히마리는 어릴때부터 다니던 소아과에서 ADHD 진단을 받았고 약도 먹기로 결정했다. 다행히 학교에서의 돌발행동이 줄어들었다.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이런 대목을 읽으며 히마리가 겪은 혼란과 어려움이 짐작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담임선생님의 입장에 마음이 갔다. 독자들에게는 원망스러운 존재일테지만 나보다는 못하지 않은 선생님. 주변을 의식하지 않는 행동과 소란을 싫어하고 원칙을 고수하려 하는 면이 나와 비슷하다. 전체를 이끌어가는 것과 완성도 높은 수업을 지향하는 교사들에게 히마리와 같은 존재는 결코 달갑지 않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함께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고, 전체 발걸음과 히마리의 개별 발걸음에 모두 신경을 써야 한다. 결국 그 둘이 통합되고 서로가 서로에게 의미를 주는 결말로 이끌어야 한다. 이런 면에서 미유키 선생님과 나는 둘 다 부족한 교사다. 다행히 히마리도 선생님도 자기 입장만 내세우지 않고 노력했다. 그런 점에서 다행스러웠고, 배째라 하지 않고 자신이 가진 특성 안에서 최대한 노력해보려는 히마리의 모습이 고맙기까지 했다.

 

주변의 실제 상황에 대입해보면, 일단 상담선생님께 인계하기도 어렵고, 장애를 언급하며 부모를 설득했다가는 된통 당하고 뒤집어쓰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너무나 조심스럽고 어렵다. 물론 히마리 부모님처럼 상식적고 좋으시며 진정으로 자녀를 위하시는 분들이 더 많다. 하지만 똥물은 한 방울도 똥물이니까... 치명적이다.ㅠㅠ

 

히마리는 약을 먹는 것 외에도 자기조절을 위해서 다양한 시도를 한다. 그 첫 번째가 글()을 쓰는 것이다. 책 이름을 <히마리의 멋진 하루 일과>라고 지었다. 그 책을 쓸 때마다 친구인 마유한테 보여준다. 마유는 재밌게 읽고 열광적으로 반응한다. 여기서 긍정적인 피드백의 중요성을 보았다. 열광적인 은 소용없다. 진심은 거의 보이니까.... 내가 쓴 글을 진심으로 재미있어 하면서 읽어주고, 내용에 관심을 가지고 질문을 해주고. 이런 친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정말 중요하구나. SNS에서의 이런 친구들은 허상이 많지만, 그래도 인간 심리에 꼭 필요한 부분이기에 끊을 수 없는 것이 아닐까.

 

<하루일과> 책에서 작가님의 의사로서의 전문성이 드러난다. ADHD의 특징, 그리고 그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실수를 덜 하기 위해 연습하면 좋을 루틴 같은 것들을 엿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구호인데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이 책은 히마리 같은 아이들, 그리고 그 부모님이 보셔도 매우 좋을 것 같다. 주변 사람들은 히마리를 이해하고 배려하고 용기를 주고, 히마리는 히마리대로 주변을 힘들게 하지 않겠어! 나는 나대로 최선을 다하겠어!’ 라는 의지를 보여준다면 서로서로 신뢰하고 가장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히마리가 이런 노력을 할 수 있게 기반을 다져 주고 연결해 주고 점검해 주는 부모님의 역할도 인상적이다. 누구나 보는 것을 부모만 부정하거나, 아무것도 안하면서 분풀이만 쏟아내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 힘을 합해야 선한 결과를 이룰 것 아닙니까........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나다. 내가 남을 어쩌겠나. 내가 변화시킬 수 있는 건 나뿐이지. 이 책에서 나의 부족함만 찾아도 넘친다. 그리고 이 책에 스며든 전문가의 여러 설명 중에서 끝부분에 나오는 부감이라는 용어에 많은 공감을 했다. 나의 모습을 높은 곳에서 바라보듯이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을 말한다. 너무 흉한 행동을 하고 있는 학생에게 땡땡아, 너 지금 너한테서 빠져나와 봐. 여기쯤. 그래 여기서 너를 봐. 어떤 모습이야?” 이런 적이 있는데, 그걸 부감이라고 하는구나. 내가 했던 게 나와서 반갑기도 했지만, 이게 쉽게 잘 되는 방법은 아니었다. 하지만 꾸준히 쓰면 괜찮겠다는 생각도 든다. 가장 필요한 것은 아이에게 작은 일부터 시작해 성취감을 주고, 그것을 기반으로 동기를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북돋워 주는 일이다. 이 책에서 그랬듯이. 물론 이것도 '알긴 하지만 잘 안되는 일'에 해당된다. 


마지막 티슈 안의 만엔사건이 풀리는 대목은 아주 재미있었다. 우리는 모두 스펙트럼의 어디쯤 있구나. 그렇다면 장애를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이지? 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떠오르기도 하고. 의학적 치료, 주변 사람들의 조력, 본인의 의지 3박자를 맞추며 현실에 적응해가는 히마리의 이야기를 잘 읽었다. 동화면서도 매우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관심있는 분들께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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