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필요해 소원어린이책 18
박상기 지음, 이지오 그림 / 소원나무 / 2022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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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 이야기! 그런데 이건 또 전혀 색다른 이야기네. 작가의 필력에 감탄하며 순식간에 읽었다. 고양이를 중요한 소재로 했지만 고학년 여학생들의 관계문제(무리짓기와 배제하기), 저작권과 표절에 대한 내용이 잘 버무려져 들어있었다. 원래 이런 의도적 동화를 좋아하지 않는데 이 작품은 그 의도가 매우 노골적임에도 불구하고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만큼 작품성이 괜찮아서라고 하겠다.

 

이 작가님의 전작 <바꿔!>를 읽다가 엥? 이분도 초등교사시네 했던 기억이 난다. 초등교사 작가님들이 은근히 많다. 현장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니 아무래도 소재 면에서 유리하지 않을까 라는 짐작을 해본다. 이 작가님은 아이들 이야기에서 더 나아가 청소년소설과 역사동화도 쓰셨네. 그것도 꼭 읽어봐야겠다. 작가 후기에 보니 고등학교 때부터 많은 소설을 습작하며 작가의 꿈을 키워오셨구나. 작가 내공을 많이 쌓으신 분 같다.

 

이 책의 화자는 4학년 유나다.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하고, 성격은 소심하다. 새학년의 3, 친화력이 부족한 아이들에게는 힘든 시기다. 새로운 관계들을 만들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유나는 은빈이 무리에 들어가고 싶다. 걔네들이 학급의 인싸여서 그렇기도 하지만 고양이를 키운다는 공통점으로 뭉친 그룹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심한 유나는 말도 붙이지 못하고, 언제나 혼자 지내며 겉돈다. 고양이 영상이나 게시물을 보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부모님의 강한 반대로, 마음만 간절할 뿐 키우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다 어느날 유나는 혜연의 냥상이라는 블로그에서 쿠키라는 고양이와 눈이 맞아버렸다. 혜연이라는 주인장에게 댓글도 달고, 퍼가지 말라고 주의가 붙어있는 쿠키 사진을 캡처해 자신의 프로필 사진으로 사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은빈이에게 고양이 예쁘다며 톡이 왔다! 유나는 어버버 하다가 퍼온 사진이라는 말도 못하고 고양이 집사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렇게 바라던 은빈이 그룹의 일원이 되었다. 꿈에 그리던 상황이면서 바늘방석에 앉은 상황이 된 것이다.

 

그 친구들과 함께 하는 일상동안 고양이를 인증해야 하는 순간이 자주 찾아왔다. 어찌어찌 넘기면서 유나는 고민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빨리 실제 집사가 되는 것이지만 부모님의 허락은 여전히 나지 않았고 유나는 좌절과 슬픔에 빠진다. 그러다 블로그 주인인 혜연 언니를 만날 기회가 생겼다. 친근하고 유쾌한 혜연 언니 덕분에 유나는 모든 것을 솔직히 털어놓게 된다. 혜연 언니는 크게 웃었지만, 괜찮다고 봐주기보다는 해결책을 제시했다. 이제 유나의 결단만 남았다. 유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이 과정에서 이미 저작권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학급에서 있었던 포스터 그리기 대회에서는 표절과 관련된 사건이 벌어진다. 이 사건을 통해 표절과 오마주의 차이점까지 설명한다. 그 부분이 이질적이지 않고 작품에 잘 녹아있었다.

 

유나는 옳은 선택을 했지만, 그 결과 고초를 겪는다. 우리는 깽판을 쳤으면 깽값을 물어야 한다.”는 진리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감수하면 된다. 깽값을 물고나면 만회의 상황이 온다. 안 물겠다고 몸부림치면 상황이 더 안 좋아진다. 잠시의 고초 후에 유나에게 조금씩 다가오는 따뜻하고 달콤한 행복에 내 마음도 흐뭇해진다. 요즘의 트렌드대로 예쁜 고양이도 나오면서 저작권, 표절, 친구관계, 책임까지 잘 어우러져 들어간 이 동화는 누구에게나 무난하게 추천할 만하다. 주인공들이 4학년이니 4학년이 딱이고, 3,5학년 정도도 괜찮겠다. 저작권교육을 이 책으로 하는 것도 찬성이다. 다른 부수적인 효과도 덤으로 붙을 것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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