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초초숲에서 만나 ㅣ 초등 저학년을 위한 책이랑 놀래 6
김우주 지음, 이지오 그림 / 마루비 / 2023년 1월
평점 :
이렇게 착한 책을 내가 최근에 본 적이 있었던가? 정말 오랜만에 보는 착하디 착한 책. 언젠가 많이 봤던 느낌인 동시에 낯선 느낌이기도 한 이야기. 그건 너무 귀여운 세 주인공 때문이다. 완벽한 존재들은 아니지만 완전히 순수한 아이들. 펀, 루, 토야가 그들이다. 각각 코끼리, 사슴, 토끼다. 다섯 개의 작은 이야기들을 모았다. 각각의 단편이라기보다는 연결되는 이야기다.
초초숲은 이들이 사는 마을이다. ‘사나운 동물들을 피해 살아가는 동물’들이 안전한 곳을 찾아 헤매다 발견한 완벽한 요새 같은 곳이었다. 그 평화로운 마을에서 세 친구가 태어났다.
코끼리 펀은 춤추고 노래하는 걸 좋아하지만 코끼리 친구가 없어서 늘 TV를 보며 혼자 논다. 어느 날 사슴 루가 찾아와 함께 달리며 놀자고 한다.
『하지만 펀은 고개를 저었어요.
“우린 친구가 아니잖아.”
루가 고개를 갸웃거렸어요.
“왜 우리는 친구가 아닌데?”
펀이 루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봤어요.
“친구는 모습이 닮아야 해. 너는 귀로 부채질도 못하잖아.”』
다음에 찾아온 토끼 토야도 똑같은 이유로 돌려보낸다. 나랑 같은 친구가 생기면 놀아야지 다짐하며. 하지만 이런 의문이 생긴다.
“그런데 친구는 도대체 언제 생기는 걸까?”
그때, 아쉽게 돌아섰던 루와 토야가 손을 잡고 함께 찾아왔다. 다르지만 사이좋은 그들을 보며 펀도 ‘나랑 같은 친구’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고 합류한다. 셋이 노니 더욱 재미있었다. 이렇게 친구가 되는 과정이 첫 번째 이야기.
두 번째 이야기 「마법의 손수건」은 사슴 루가 주연이고 펀과 토야는 한발 뒤에서 조연으로 나오는데, 루가 아끼던 돌멩이를 잃어버려서 몹시 슬퍼하고 있고 나머지 둘은 위로하기 위해 애쓰지만 쉽지 않다. 그러다 마법의 손수건을 줍는다. 눈물을 닦고 말리면 그 슬픔이 사라지는 손수건이다. 여기서 내 예상을 깬 전개가 있었다. 루가 그 손수건을 사양한 것이다.
『“아직은 더 슬프고 싶어. 소중히 아끼던 걸 잃어버렸는데, 내가 더 이상 슬퍼하지 않는 건 이상한 일이니까.”
토야와 펀은 루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었어요. 슬픈 마음은 빨리 떨쳐버려야 좋을텐데 말이죠. 하지만 루의 마음이 그렇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루의 마음은 오로지 루의 것이니까요. 그러니 루의 슬픔 역시 루의 것이고요.』
슬프지 않겠다는 건 소중한 대상을 잊겠다는 것이니 루는 그것을 거부했다. 나보다 어른 같은데...? 아니 어린이니까 가능한 것일까? 그걸 이해하고 자신들의 호의를 거절한 친구의 반응에 섭섭해하지 않는 두 친구의 태도는 더욱 성숙하다. 그리고 다른 위로의 방법을 찾는다. 이러니 내가 착하디 착하다고 하지 않을수가.
세 번째 이야기 「토야의 심부름」은 토끼 토야가 주인공이다. 아빠 심부름으로 고라니 할아버지께 드릴 케이크를 가지고 갔다가 심부름 순회를 하게 된 이야기. 출발부터 마지막까지 완벽하게 따뜻하고 착한 이야기. 마지막에 토야의 목에 두른 빨간 목도리가 감동이다.
네 번째 이야기 「루돌프가 되고 싶어」는 다시 루의 이야기. 루는 ‘루돌프 선발대회’에 출전한다. 친구들에겐 한마디도 없이. 뒤늦게 알게 된 두 친구는 배신감을 느끼고 속상해하는데.... 이 마음의 위기를 어떻게 넘길까? 이 과정도 복잡하지 않고 단순했다. 이 책의 매력이라 하겠다. 루는 결국 루돌프가 되지 못했다. 처음부터 자신감도 없었고... 좌절에 빠진 루에게 두 친구의 선물이 반전을 가져온다. 진짜 이렇게 완벽하게 착하기 있음? 하지만 보고싶은 모습이다. 교실에서. 이렇게 친구를 이해하고 비록 넘어질 때가 있어도 서로 일으켜주고 함께 해주는 모습을 보고싶다. 그걸 기대해도 될까? (실망할까 두렵다ㅠ) 이 책을 함께 읽으며 이런 장면을 우리의 이상으로 삼아도 될까?
마지막 이야기 「새로운 친구」에서는 제목 그대로 새로운 친구가 등장한다. 이 아이는 초초숲의 아이가 아니다. 그들 입장에서는 ‘침입자’라 하겠다. 마우라는 이름의 고양이였다.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마우와 그들이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작가의 말’을 읽으면 작가님이 어떤 심정으로 이야기를 쓰셨는지 짐작이 간다.
『소심한 친구를 매서운 눈빛으로 주눅들게 하고
내 생각과 다른 친구를 뾰족한 이빨로 욕하고
반갑게 다가오는 새 친구를 날카로운 발톱으로 할퀴는 이가 없는 초초숲!
다정한 친구가 될 수 있다면 누구나 올 수 있는 초초숲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이 책을 읽으며 간절한 바람이 생긴다. 내 교실이 초초숲이라면 좋겠다.... 그렇기만 하다면 세상 무슨 걱정이 있으랴.... 초초숲은 동화속 세상이고 현실은 정글이지... 하지만 세상이 또 험악하지만은 않다는 것, 아름다운 존재들이 있다는 것이 우리의 희망이다. 이 동화는 세상의 따스함에 일조할까? 부디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