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3일만 파란 이야기 10
김정미 지음, 오이트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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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간단 소개만 보고 바로 신청했다. 어렸을 때 읽었던 <로테와 루이제>가 생각나서였다. 40년도 더 전에, 계몽사 전집 중의 한 권으로... 친구네 집에서 빌려서.... 그때는 제목이 <두 로테>였었지. 서로의 존재를 모르고 살던 쌍둥이 소녀들이 우연히 만나 상황을 알게되고, 서로 집을 바꿔 들어가 깜찍한 작당을 하던, 너무너무 재미있었던 그 책. 설정이 너무나 똑같았다. 다시 읽어보고 싶다. 그 옛날 그 책으로. 하지만 구할 수 없으니 시공주니어판 로테와 루이제로 읽어봐야겠다.

검색해보니 그 책은 1949년에 나왔다고 한다. 이 책과는 70년이 넘는 시간의 간극이 있구나. 상황적 소재는 같지만, 시대는 바뀌었다. 현대판인 이 책에는 SNS가 중요한 소재로 등장한다.

쌍둥이의 이름은 순우리말인 '라온'과 '제나'다. 서로의 존재를 아예 몰랐던 로테와 루이제와는 달리 이들은 어릴 때의 기억이 있다. 그러나 5년전 엄마아빠가 갈라서고 엄마는 도시에, 아빠는 땅끝 바닷가 마을에 정착하면서 완전히 단절된다. 라온이는 도시의 엄마, 새아빠와 살며 SNS '럭셔리 맘'의 부유하고 예쁜 딸로 자신의 정체성에 적응한다. 반면 제나는 시골에서 좌충우돌하며 작은 의원을 하는 아빠랑 살아간다.

둘이 만난 것도 SNS를 통한 연락이었다. 아이돌이 꿈인 제나가 오디션을 위해 서울에 왔다가 일정이 지체되자 연락을 하게 된 것. 그리고 둘이는 3일 바꿔살기 작전을 세운다. 제나는 엄마집에 머물며 오디션을 보고, 라온이는 시골로 내려가 아빠를 만나고 제나의 학교생활괴 인간관계를 체험한다.

일란성 중에서도 너무나 똑같이 생긴 쌍둥이. 하지만 가까운 이들이 끝까지 몰라볼 수 있을까? 약속한 3일이 다 지나기도 전에, 그들의 정체는 결국 들통난다. 그 과정에서 밝혀지는 과거의 상처. 그리고 멀쩡하게 살아가고 있는 듯하지만 지금까지도 방황중인 엄마와 아빠의 연약한 둑이 터지는 모습도 볼 수 있고, 적응한 듯하지만 참고 참아온 라온과 제나의 상처에도 공감이 간다.

이미 나뉜 것을 다시 합칠 수 없고, 다시 돌아가는 것만이 좋은 결말은 아닐 터이다. 이 책에서도 결국 상황은 바뀌지 못하는데, 그래도 많은 것이 해소된 밝은 느낌으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무엇보다 엄마자식, 아빠자식으로 단절되었던 쌍둥이가 서로의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들게 된 것은 참 다행이다. 부모의 삶이 계획한대로 흘러가지 못하고 슬픔과 이별을 겪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 슬픔이 자녀의 삶을 압도해 버리면 안되겠지. 쉽지는 않겠지만. 가장 중요한 원칙은 삶에 솔직해야 한다는 점인 것 같다. 가식은 금물이다. 엄마가 한때 빠졌던 가식의 늪. 아이들 덕분에 빠져나오게 되어서 다행이다.

로테와 루이제처럼 이 책도 설정 자체가 흥미로워 재미있게 읽을 것 같다. 고학년 아이들에게 권해줄 만하다. 여러 편의 영화와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된 로테와 루이제처럼 이 책도 리메이크 되면 어떠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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