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스미는 독서교육 - 초등학교 교실에서 책과 친해지는 책 읽기
신현주 지음 / (주)학교도서관저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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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동료쌤들께 독서수업을 소개하는 책을 한 권 썼다. 그걸 쓰는 지난 2년간의 과정에서 이런 책을 만났다면 나는 책을 완성하지 못했을 것이다. 중간에 엎어버렸을 게 뻔하다. 난 이렇게 못 써~ 이렇게 좋은 책이 이미 있는데 왜 써~ 하면서 말이다. 실제로 나는 그게 두려워 이런 책들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펼쳐보는 순간, 나는 푹 꺼져 버릴게 뻔하니까.

이제는 이런 책을 읽을 수 있다. 이미 나와버린 걸 어쩌겠어.ㅎㅎㅎ 게다가 이젠 제법 목에 힘을 주고 음... 이 책은 나랑 이런 면은 살짝 겹치지만 이런 면에서 서로의 차별성이 있어... 뭐 요딴 생각을 할 수도 있게 되었다.^^;;;;;;; 그치만 그래도 여전히 나는 작고 남은 크다. 이런 책을 그때 보지 않은 건 정말 다행이다.

저자 신현주 선생님은 나를 모르실테지만 나는 연수에서 강사로 뵌 적이 있다. 교육청 연수였는데, 옛날과 달리 요즘은 교육청 연수도 자발성에 근거한 알찬 연수들이 많고 강사들도 알맹이 있는 분들이 많다. 이 분을 보고 내가 그걸 확인했다. 거기에다 이분에게서는 '진정성'까지 느껴졌다. 가진 것은 진정성 뿐이라고 외치는 나와는 달리 이분의 스펙은 꽤 화려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성껏 도우려는 태도를 가진 강사였기에 기억에 남았다.

이 책 또한 선생님의 진정성이 담긴 책이다. 선생님의 독서교육은 수업기술을 넘어선 총체적 한해살이다. 아이들과 부대끼는 삶이다. 그렇기에 본인이 잘한다고 다짜고짜 들이밀지 않고 조심스레 살피며 초대한다. 아이들이 모두 탑승했다면 그때부터 조금씩 고도를 높여간다. 책을 읽어주고, 책에 빠져읽는 경험을 하게 하고, 수업에도 책을 끌어들이고, 사람을 만나는 다양한 행사를 기획한다. 아마도 본인의 연구분야가 아닐까 싶은 스키마 독서에 대한 소개도 들어있고 일년의 학급운영을 마칠 때쯤에는 독서활동도 결실을 잘 갈무리하며 정리한다. 이렇게 하여 이륙부터 착륙까지의 전 과정을 담은 것이 이 책이다.

1장은 마중독서. 학기초 준비활동을 담았다. 특별한 활동보다도 관심을 담은 관찰, 작은 대화를 통한 파악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특이한 활동이라면 '인형 가정 방문'을 꼽을 수 있겠다. 이런 아이디어와 실행력이 선생님의 장점인 것 같다.

2장은 듣는 독서. 많은 분들이 나에게 온작품읽기 뭐로 시작할까? 물으시다가 헉~ 새로 간 학년에 책이 없어~ 하시는데, 이 장을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일단 읽어주기로 시작하시라고. 듣기의 중요성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 책에 강조된 설명을 보니 더 확신이 들었다. 읽어줄 책이야 뭐 너무 많아서 탈이고...^^;;; 이 책에 소개된 책들도 참고할 만하다.

3장은 몰입독서. 이 장이 내겐 생각할 게 많았다. 어떻게보면 나도 안한 것은 아닌데, 의미와 중요성을 충분히 생각하지 못한 채 했다고 할까. 온작품읽기를 할 때 음독을 할때도, 묵독을 할 때도 있었지만 음독 쪽에 더 비중이 있었다. 묵독은 시간이 부족하거나 애매할 때 길지 않게 했다. 그러니 '몰입'까지 가기에는 부족했다. 저자는 아예 시간표에 반영하여 2시간(80분)의 몰입독서시간을 운영하셨던데, 쉽지 않은 도전이다. 하지만 진짜 몰입의 맛을 느끼는데까지 끌고갈 수 있다면 아이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체험을 시켜주는 셈이다. 몰입독서가 가능한 학생. 학습의 기본기를 닦은 셈이니까 말이다. 마지막 장에는 40분 몰입독서, 40분 자유놀이 시간을 운영한 사례도 있는데 학년말 보상시간으로 적절한 것 같다. 나도 올해는 아이들에게 '몰입'이라는 낱말을 도입하며 강조를 해봐야겠다. 그게 말로 되는게 아니지만 말이다.ㅎㅎ

4장은 수업독서. 이게 내 책과 겹치는 부분인데, 몇가지의 사례만으로도 수업디자인의 내공을 느낄 수 있었다. 일회성 수업보다는 프로젝트형의 수업이 많고, 미술이나 요리, 연극 등의 활동으로 이어져 학생들의 흥미를 극대화한 점이 돋보였다. 올해 나도 해봐야지 하고 적어놓은 활동은 '명장면 명대사' 라는 활동이다. 연극활동으로의 이행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활동이다. 모둠별 발표도 낭독회, 팟캐스트, 정통연극 등 다양한 형식을 허용하여 선택하게 한다. 이부분은 다시 보려고 체크해 두었다.

5장은 만남독서. 나의 한계를 가장 느끼는 부분이다. 난 스케일이 작아서 교실 안에서만 꼼지락거리고 여기저기 들이대는 걸 잘 못한다. 큰 행사의 기획에 매우 약하다. 근데 저자는 이런저런 정보도 많으시고 그런 네트워크를 통해 외부인들과 학생들을 연결해주는데 거침이 없으시다. 그래서 쌤네 반 아이들은 작가 뿐 아니라 번역가, 잡지 제작자와의 만남도 가져보았고, 그게 소중한 추억이 되었을 듯하다. 자기 그릇대로 사는 거지만 이런 점은 좀 부럽네....^^;;;

6장은 스키마 독서. 이 내용만 따로 한권의 책으로 서술해도 될만큼 방대한 내용일 것 같다. 공부가 좀 필요한 부분이다. 일단 읽어보고 대략의 내용만 파악했다.

7장 맺음 독서. 책 읽는 반 답게 마무리도 독서로. 1년간 읽었던 책들을 돌아볼 수 있는 활동도 하고 새해 달력을 책달력으로 만들기도 한다. 도장 선물도 좋은 아이디어 같다. 이렇게 최선을 다하고 올려보낸다. 나의 고민과 수고가 아이들 삶에 밑거름이 되었길 빌 뿐. 아니라도 어쩔 수 없고 이젠 아이들의 몫이다.

에필로그에 보니 이 대단한 선생님도 교사로서 힘든 시기를 보내셨던 모양인데.... 다 그런가보다. 우리는... 말을 하고 안하고의 차이지 이 일을 고고하고 여유있게 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아닌 분은 이의 제기하시오.ㅋ) 날마다가 지지고볶고의 연속인 것.... 뭐 어쩌겠어. 그래도 이런 나눔과 소통으로 겨우겨우 해나가는거지.

이제야 독서교육관련 책을 읽어볼 용기가 났으니 하나둘씩 읽어봐야겠다. 무척 부끄러울 때가 많겠지만 그건 배움이 있다는 뜻이니 그것도 좋은 일이지 뭐. 저자샘께 감사드리며 존경의 마음을 전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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