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었는데 오늘은 리뷰대신 질문을 해보고자 한다. 제목도 <질문수업>이잖아?
대답은 천천히 생각해 봐야지.

1. 저자도 많이 언급을 하셨지만 질문을 만들고 고르고 다루는 활동에 드는 시간과 효율성 문제입니다. 어떤 때는 차시내용이 너무 많아 폭포수처럼 쏟아내거나 달려도 시간이 부족할 때 있잖아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역시 선택과 집중, 재구성으로 해결할 문제일까요?

2. 아이들의 질문도 갈고 닦아야 하겠죠? 사실 아이들의 질문이란게 형편이 없잖아요. 한때 책읽고 독서퀴즈를 아이들 손에 맡겨봤더니 그 수준하고는.... 그때 '그래, 이래서 니네는 학생이고 나는 선생이지. 앓느니 죽지. 내가 낸다.'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 책에 보면 아이들의 질문의 수준을 판단하거나 비판하면 안된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한숨 나오는 수준의 질문이 나올것이 뻔하고, 그러다보면 수업의 성취기준과 연결이 너무 안되고, 그런 질문들과 씨름하다 시간이 흘러가면 '에잇 말처럼 되지 않는구나 관두자' 이렇게 될 가능성이 많아 보입니다. 교사의 순발력이 뛰어나서 빨리 연결을 시켜준다면 모르겠지만 그러지 못할 때...(내가 그런 교사^^;;)
처음에 조금만 헤매다 보면 교사도 학생도 제 궤도에 오르게 되는지요?

3. 수업에 채택된 질문 외에 나머지 질문들은 어떻게 하나요? 과감히 버리나요?

4. 학생이 제시한 질문에 대한 답을 교사가 모를 때 어떻게 하시나요?(지식적 질문일 때)

5. 소규모의 대화(주로 짝대화)가 매우 중요한 방식인데 이걸 꺼리는 아이들이 많은 분위기이면 어떻게 하나요? 멀리 갈 것도 없이 제가 그런 사람이거든요. 연수 가서 짝이랑 얘기하라거나 모둠원들끼리 이야기 나누라고 하면 너무 싫어요.ㅠ
그리고 학급에 비호감이 극심하여 아이들이 꺼리는 아이, 학습능력이 현저히 부족해 대화수준이 도저히 안맞는 아이들이 있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음은 실천해 볼 것들을 정리해 본다.

1. 질문공책 활용
- 나는 공책을 많이 만들진 않고, 고학년은 배움공책(수업시간에 씀), 복습공책(집에서 복습하며 써옴) 2권을 사용한다. 저학년은 복습공책은 안쓰고 배움공책만 쓴다. 배움공책도 사실 안쓰는 날이 많아 학년말 되면 흐지부지 되곤 한다. 공책을 좀더 잘 활용하고 질문공책의 기능도 추가하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공책쓰는 형식도 효과적으로 정하여 지도하면 좋겠다.

2. 대화짝 정할때 다양한 방식 활용
- 읽다보니 이 책에 많은 방식이 나와 있었다. 바닥에 앉는 방식은 나처럼 형식화된 인간에게는 좀 참기 어려운 방식이다. 책상을 벗어나지 않되 다양한 짝을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만나는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작년에 우리 모임 선배님이 알려주신 '신나는 이야기나라' 대형(그 샘의 작명임)이 그 중 가장 효과적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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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파트에는 질문수업에서의 글쓰기에 대해 다루었고 그 내용 중에는 독서(함께읽기)에 대한 내용도 짧지만 들어 있었다. 내가 작년에 교육청 공모 1인 연구로 그동안 해오던 독서지도에 대한 보고서를 썼는데, 한계점과 보완해야 할 점으로 '역동성'을 들었다. 그 역동성을 보충해 줄 방법이 어쩌면 여기에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읽은 책의 느낌을 나눌 수 있는 좋은 질문을 만들고, 모두가 입을 열어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하는 것. 올해는 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도전해 봐야겠다. 부딪쳐서 깨지면 깨지는 거고 뭐.^^

시작은 질문이었는데 마무리는 서평 비슷하게 되고 있네.^^ 이 책의 저자는 수석교사다. 하브루타 수업방식을 널리 전파하고 모범을 보이시는 수석님인 듯하다. 주제는 하브루타이지만 수업 전반에 대한 저자의 내공이 곳곳에서 보인다. 교사가 배우고 익히는 것은 이토록 중요하다. 개학도 낼모레인데 참 부담스러운 책을 읽었다. 정신차리고 개학준비 하라구요? 네네~ 내일까지만 쉬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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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0년에서 친구가 찾아왔다 마음이 자라는 나무 2
안야 슈튀르처 지음, 율리아 뒤어 그림, 김완균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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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SF나 미래소설에는 몰입을 잘 못한다. 그게 참 이유를 모르겠다. 동물이 말을 하거나 도깨비가 나오는 동화에도 폭 빠져들면서 왜 시간여행 따위를 하는 설정에서는 고개를 갸웃갸웃 하면서 집중을 못하느냔 말이다. 이 책도 꽤나 매력있는 책이긴 한데 역시나 몰입이 안되었다. 어디까지나 나의 문제이다.^^

 

이 책의 매력은 그동안 많은 책에서 다루어온 시간여행의 새로운 형태를 보여주는 SF라는 점과 환경재앙을 다룬 미래소설이라는 점, 그 둘이 잘 어우러져 있다는 점이라고 본다. 이 책에서는 아주 가까운 미래(2020)와 먼 미래(2120) 사이의 시간여행을 다루고 있다. 시간여행은 타임머신을 이용한 것이 아니고 시간의 문이 열리는 지점에서 솜니아베로라는 수면유도제를 마시고 잠에 들어야만 할 수 있다. 이 점이 특이하면서도 이 책의 긴장감을 높여주었다. 무척 위험성이 높은 방법이니까 말이다. 실제로 이 위험성 때문에 미래에서 온 요하난은 일행들과 함께 돌아가지 못하고 혼자 남겨졌다.

 

이 책에서 다루는 시점은 지금 기준으로는 모두다 미래다. 가까운 미래(2020)는 기후변화가 심화되어 기후난민이 발생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환경재앙의 초기단계라 할 것이다. 먼 미래(2120)는 숲도 동물도 다 사라지고 사람들은 도시의 안전지대라는 극히 제한된 공간 안에서 살아간다. 그것도 돈있는 사람들에 한해서고, 나머지 사람들은 천민이라 불리며 도시 밖에서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고 인간 이하의 삶을 살아간다. 이 시대의 사람들이 자연을 보고 즐기는 방법은 한 가지, 과거로 시간여행을 오는 것뿐이다. 그리하여 요하난과 가족, 일행은 시간여행 가이드와 함께 2020년으로 와서 여러 가지를 구경한다. 이 시대는 그래도 아직까지는 자연이 많이 남아있으니까.

 

이들은 과거 사람들과 접촉하면 안되므로 조심스러운 여행을 할 수밖에 없는데, 그 과정에서 그들의 정체를 눈치챈 파울루스 박사에게 쫓기게 되고, 일정을 변경하여 급히 돌아가게 된다. 그런데 그 또래의 남자아이들이 대부분 그렇듯 요하난은 꼭 지켜야 할 수칙들을 지키지 못했고, 미래로 돌아가지 못하고 혼자 남겨진다.(이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시간여행의 방법을 일부러 어수룩하게 만들었구나 라는 느낌이 짙다- 내가 요래서 몰입이 안되는 것)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 다시 돌아가려는 요하난과, 요하난을 붙잡아 자신도 미래로 가고자 하는 파울루스 박사의 추격전이 이 책의 긴박감을 더해준다. 요하난을 도와주는 친구들의 활약도 흥미진진하다. 100년이라는 시대를 넘어선 친구들의 우정이랄까?

 

파울루스 박사는 자신이 미래로 가서 지구온난화와 환경파괴를 막을 방법을 찾아오려고 필사적으로 요하난을 추격하며 그를 돕는 친구들과도 싸움을 벌이지만, 결국 실패한다.(미래에 가서 알아오는게 무슨 소용이지? 어차피 시간은 그 미래를 향해 갈 텐데?- 또 몰입이 안된다)

 

엉뚱하게도 그냥 지나가는 사람1과 같은 한 경찰의 입을 통해 작가는 하고 싶은 말을 한다. 미래를 바꿀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지금 당장 뭔가를 하는 거예요. 그것도 옳고 좋은 일로 말예요.”

(그런데 미래가 정해져 있는 이상 지금 좋은 일을 한다고 그걸 바꿀 수 있나?- 이래서 난 시간여행 이야기에 한 번도 설득되지 못했다. 한번 설득되어보고 싶다. 그럼 별 여섯 개를 드리겠다)

 

그러나 지나가는 경찰의 입에서 나온 저 말을 주제로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싶다. 미래를 알고 싶지 않다. 그저 지금 한 가지라도 애쓰는 게 중요할 뿐이다. 밤낮을 바꿔서 새벽 3시에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것도 나쁜 거다. 밤엔 불 끄고 자고 낮에 책 읽고 글을 써라. 그런 거라도 해야 미래가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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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고양이 사계절 웃는 코끼리 18
위기철 지음, 안미영 그림 / 사계절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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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철 님의 쉽고 재치있는 문장을 좋아한다. 전에 이 작가의 이야기가 노는 법이라는 문학이론책을 읽어봤는데 이론책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술술술 재미있게 읽혔다. 그리고 조금 궁금해지기도 했다. 이분은 동화를 어떻게 쓸까?^^

 

저학년 담임을 염두에 두고 있어서인지 요즘 얇은 책들을 자주 뽑아보게 된다.(아니 사실은 동화만 주구장창 읽다보니 연령대가 점점 내려간다...ㅎㅎ) 마침 위기철 님의 동화가 보여서 뽑아왔다. 대단한 흥미나 눈을 뗄 수 없는 흡인력 같은 것은 없었다. 조미료 안 쓰고 설탕도 조금만 들어 있는 엄마표 과자를 먹는 느낌? 처음에는 약간 심심한 느낌이었는데 이내 그 느낌이 좋아졌다. 앞에 말한 책에서 저자는 동화작가에게 중요한 것은 독자와의 소통이라고 했던 것 같다.(오래 전에 읽어서 기억이 확실치는 않다.^^;;;) 즉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일방적으로 하거나, 아이들 심정의 대변자를 자처하는 것 말고,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라는 것이다. 물론 아이들이 좋아하고 재미있어하며 의미도 있는 이야기여야겠지? 참 복잡한 주문이다.

 

그 관점에서 볼 때 이 책은 동화의 본질에 충실하다. 어린아이들을 옆에 눕히고 조근조근 들려주거나 읽어주기에 아주 좋겠다. 동화에는 배경 설명이나 자세한 심리묘사 같은 것은 없다. 그건 그냥 독자가 상상하면 되는 것이다. 3편 중 첫째 편 초록 고양이는 이런 문장으로 시작한다.

어느 날 엄마가 사라졌어요.”

놀라 살펴보는 꽃담이의 눈에 빨간 우산을 쓰고 노란 장화를 신은 초록 고양이가 눈에 띄었다. 고양이는 꽃담이를 데려가 40개의 항아리 중에서 엄마를 찾으라고 했다. 기회는 한 번 뿐이며 실패하면 엄마를 다시는 못 찾을 거라고 으름장도 놓는다.

만일 내가 찾으면 어떻게 할 건데?”

그야 엄마를 집으로 돌려보내 주지.”

겨우 그뿐이야?”

당황한 초록고양이는 들고 있던 빨간 우산을 주겠다고 한다. 그걸로 뭘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냥...... 비 올 때 쓸 수 있지.” 라고 답하는 고양이를 보며 허당스러움과 귀여움을 느낀다. 게다가 너는 엄마가 없는 모양이구나.” 하는 말에 발끈하며 나도 엄마 있어! 진짜야!” 하며 발을 구르는 모습에선 안아주고 싶은 측은함까지 느낀다. 그러니 전혀 무섭지가 않다. 그래도 궁금하기는 하잖은가? 40개의 항아리 속에서 어떻게 엄마를 한 번에 찾는지. 꽃담이는 킁킁 냄새를 맡다가 한 항아리를 찾아냈다. 거기서 엄마냄새가 났던 것이다.

 

그때 난 잊고 있던 오래된 눈물겨운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둘째를 낳고 1년 휴직을 하며 모유를 먹이고 마지 한몸인양 붙어 지내다가 복직을 했던 첫 날, 아들은 하루종일 내가 허드레로 입던 티셔츠(연한 오렌지색이었다. 지금도 기억난다)를 품에 안고 손에서 놓지 않았다고 한다. 그 티셔츠에 얼굴을 파묻고 누나를 불렀다고 한다. “누나!! 엄마~ 누나!! 엄마~”(누나! 이거 봐! 여기서 엄마 냄새가 나!)

물론 지금은 엄마냄새가 다가오면 문을 닫아버릴 괴물 형상이 되어 있지만, 그때는 그랬다는 말이다. 아련하고 찡한 기억이다.

 

이번엔 꽃담이가 사라졌고 엄마가 꽃담이를 찾는다. 지난번과 똑같은 형태의 문장이 낱말만 바뀌어 나오면서 반복과 리듬을 느끼게 한다. 엄마도 꽃담이를 찾았다. 항아리를 다 밀어 깨뜨려버린 것이다. 항의하는 고양이에게 엄마가 말했다. “엄마가 딸 구하는 일에 물불을 가리겠니?”

... 갑자기 가슴이 탁 막힌다. 그래, 물불을 가리지 않지. 그래도 구할 수 없는 아이들이 있었지.... 얼마나 원통하겠나?ㅠㅠ

 

나도 엄마가 있다고, 진짜라며 울먹울먹 따지는 초록고양이까지 데려와 모두는 한 가족이 되어 행복하게 산다. 첫 번째 이야기는 이게 끝이다.

 

두 번째는 꼬마 도둑이라는 이야기다. 허당 마법사 초록고양이의 진가가 발휘되는 순간. 시치미를 뚝 떼고 털만 핥고 있는 고양이. 이 편에서도 첫 편에서 보았던 대화의 리듬이 반복된다. 다들 영악하지 못하고 대충 허당들이다. 허당이 주는 편안함. 난 실제로도 허당이 좋다.^^

 

세 번째 빨간 모자를 쓴 괴물이야기는 어린아이의 악몽을 다루고 있다. 결말이 얼마나 유쾌한지 모른다. 악몽을 꾼다고 하소연하는 아이가 있다면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60쪽도 채 안되는 얇은 분량에 이렇게 은근한 재미가 있는 이야기 세 편이 담겨있다. 어찌나 얇은지 꽂아놓으면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이렇게 얇은 책을 읽고 재밌다며 이렇게 서평을 구구절절 쓰고 있는 나는 나이를 거꾸로 먹어 이제 어린이의 경지에 들어선 것인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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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천부적 권리를 일컫는 말로 '인권'이 있다. 동물의 권리를 일컫는 말도 있던가? 동물권? 검색을 해보니 그런 말이 있기는 하구나. 시사상식사전의 풀이를 옮겨본다.

동물권 : 1970년대 후반 철학자 피터 싱어가 '동물도 지각,감각을 가지고 있으므로 보호받기 위한 도덕적 권리를 가진다'고 주장한 개념이다. 피터 싱어는 1973년 저서 <동물 해방>에서 '모든 생명은 소중하며, 인간 이외의 동물도 고통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생명체' 라고 서술했다. 또 동물권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동물도 적절한 서식 환경에 맞춰 살아갈 수 있어야 하며 인간의 유용성 여부에 따라 그 가치가 결정되지 않는다고 본다.

이와같이 동물권이라는 말은 엄연히 존재하나 이 말이 사용되는 건 거의 보지 못했다. 기본적으로 동물들에게도 권리가 있다는 생각 자체를 잘 하지 않는다. 인간은 동물을 이용하니까. 우리의 필요에 의해서. 그들은 이용당하는 존재니까. 권리를 따진다는건 불편한 일일 것이다. 골치아파질 게 뻔한 생각은 아예 안하는게 편하니까.

그러나 조류독감 사태의 결과로 두배 넘게 치솟은 계란의 가격표를 보면서 비로소 우리는 뭔가 잘못되어 왔다는 것을 실감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전염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공장식 축산이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 공장식 사육을 당하고 있는 동물들이 태어나서 죽기까지 얼마나 고통만을 당하는지 생각해 보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나도 그 중의 한사람이다. 언제나처럼 학교도서관 서가를 훑다가 <달빛도시 동물들의 권리투쟁기>라는 제목에 눈이 번쩍 뜨였다. 바로 대출해 읽어보니 작가는 마치 이런 일을 예견이라도 했던 것처럼 공장식 사육에서 비롯된 동물들의 동물권 투쟁을 재미있는 동화로 만들어 놓았다. 재미있다는 말이 미안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라 뭔가 다른 형용사가 필요할 것 같지만.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밥 딜런의 이 말을 인용했다. "만약 개가 말을 한다면 소유에서 오는 온갖 즐거움은 사라질 것이다."
이 책은 이 가정에서 출발했다. 농장의 돼지들이 말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돼지들은 울분을 쏟아놓았고 마침내 자유를 찾아 탈출했다. 뒤이어 다른 동물들도 투쟁에 합류하는데, 이 과정에서 공장식 축산 뿐 아니라 동물실험 문제, 동물원 문제, 유기동물 문제 등 동물권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총체적으로 나온다. 1년 반 전에 나온 책인데 이제야 눈에 띄어 읽게 됐다. 정말 중요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간담이 서늘했다. 우린 뭔가를 해야 한다. 이대로는 안된다. 근데 내가 뭘 할 수 있나 생각을 해봤다. 애완동물을 키우지 않으니 유기할 일은 없고, 동물원을 없애는 데는 적극 찬성이고.... 근데 고기를 먹지 말라고 하거나 아주아주 비싸지니 옛날처럼 명절에나 먹어라 한다면? 앗 그건 좀 힘들 것 같다.ㅠ 축산 형태를 바꾸면 공간 효율은 떨어지니 지금만큼 비싼 계란값은 감수해라 한다면 쫌 괴롭지만 받아들일 수는 있을 것 같고.... 이정도인데, 실제로는 아마도 더 많은 문제들이 파생될 것이다. 동물을 이용물로 삼아온 인간의 생활패턴은 너무도 뿌리깊고 견고해서, 동물과의 공존을 모색하는 것은 지금의 방식을 많이 포기해야 가능할 것이다. 그래도 조금씩 해나가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며 전에 모임에서 선배 선생님이 가져와 읽어주셨던 그림책이 생각났다. 그때는 이런 주제로 받아들이지 않았었는데 읽다보니 딱 연결이 되었다.(연결의 유연성은 그림책의 최대 장점이다) 이 책의 코믹, 유쾌, 압축판이라고 할 수 있겠다. <탁탁 톡톡 음매~ 젖소가 편지를 쓴대요> 라는 그림책이다. 그림책에서 동물이 말을 하는 건 얘깃거리도 못되므로 여기선 젖소들이 타자를 친다는 설정으로 시작된다. 주인인 브라운 아저씨가 헛간에 둔 낡은 타자기로 젖소들은 자신들의 불편함에 대한 요구를 하기 시작한다. 버티던 아저씨는 동물들이 우유도 달걀도 주지 않고 파업을 하자 어쩔 수 없이 타협을 한다. 동물들의 타자치기는 점점 번져가 마지막엔 메신저 역할을 하던 오리까지 타자를 치게 되는데 그 요구인 즉, "연못은 너무 심심해요. 다이빙대를 만들어 주세요." 였다. 아저씨는 이걸 어떻게 했을까? 야, 보자보자 하니까 이젠 눈에 뵈는 게 없어? 뻥!! 이랬을까?
마지막 장면은 다이빙대에서 연못으로 풍덩 뛰어들어가는 오리의 궁둥이다. 우와~ 명장면이다. 그리고 명작이다.

사전의 정의를 다시 보자. '동물도 적절한 서식 환경에 맞춰 살아갈 수 있어야 하며'
내가 육식을 포기 못하듯 인간이 한순간에 동물들의 천국을 만들 수는 없겠지만, 이 점을 최대한 염두에 두어야겠고 동물권에 대한 목소리도 점점 높아져야 하겠다. 이 두 권의 책을 아이들과 꼭 읽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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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데포 - 특별한 아이와 진실한 친구 이야기, 2015 뉴베리 명예상 수상작 미래그래픽노블 1
시시 벨 글.그림, 고정아 옮김 / 밝은미래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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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만큼은 아니겠지만 이 책이 뉴베리 아너상을 받은 것도 꽤나 화제가 되었을 것 같다. 이 책은 그래픽 노블, 즉 만화책이니까 말이다. 워싱턴포스트지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래픽 노블 최초로 뉴베리 아너상을 '엘 데포'에게 수여한 이번 결정은 향후 수십 년간의 출판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일이 될 것이다."

이렇게 형식을 뛰어넘어 파격적인 상을 받게 된 데에는 작품이 독자들에게 준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게 뭘까 생각하며 책을 읽어나갔다.

이 책은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이며 엘 데포는 주인공 스스로 지은 별명이다. 데포는 귀머거리라는 뜻이다. 거기에 엘이라는 특별한 관사를 붙였다. 이 제목에서 작가가 스스로를 세상에 위치시키는 건강한 모습을 본다. 스스로의 정체성을 인정하면서 자존감을 잃지 않고 당당한. 이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겠다. 이 책에는 작가가 청력을 잃게 된 후의 어린시절(주로 학교생활) 이야기가 나온다. 특별하지만 또 그다지 특별하지 않은 한 소녀의 이야기다.

이야기의 초점은 장애의 고통이 얼마나 크며 얼마나 노력하여 그 역경을 극복했는지에 맞추어져 있지 않다. 주인공의 경험, 그리고 그때 느낀 솔직한 감정에 맞추어져 있다. 장애라는 경험은 일반적인 것이 아니지만 감정은 특별하지 않다. 이건뭐지...?라는 혼란스러움을 비롯해서 왜 나한테 이러지? 서운해, 불쾌해, 그만두고 싶어, 좋아해, 안타까워, 신 나, 자랑스러워 등의 다양한 감정들을 잔잔하면서도 공감가도록 드러냈다. 작가도 그렇게 말하고 있다. "이 책은 모든 농인의 경험을 대표하는 것이 아닙니다. 또 내가 특히 관심을 기울인 것은 실제 사실을 정확히 전달하는 것보다 내가 청력을 잃고서 느낀 감정들을 표현하는 것이었습니다."(작가의 말 중)

작가는 그 표현을 아주 잘해냈다. 이 책이 사랑받는 이유일 것이다. 고도난청이며 보청기와 입모양에 의지하여 듣는 작가의 불편함과 느낌이 조금은 이해되었다. 나는 청력의 문제가 단지 볼륨의 문제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점도 알게 되었다.
또, 장애인 주변의 사람들의 행동이 당사자에게 어떻게 느껴지는지 알게 된 점이 가장 가슴 서늘했다. 도와준답시고 가까이 있는 것이 다 고맙기만 한 것은 아니다. 고마워하라고 강요하지 마라. 본인은 도와준다 생각할지 몰라도 그 마음이 진정인지 스스로 돌아볼 일이다. 시시에게도 몇명의 친구들이 거쳐갔지만 오히려 시시를 힘들게 했다. 그래도 그걸 벗어나려는 시도를 한 시시는 용감하고 독립적인 아이다. 마지막 마사하고도 멀어지려는 위기에서 안타까웠지만 결국 진정한 친구는 다시 손을 잡는다. 안심!^^

(그런가하면 약간 불편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는데, 이런 지적은 참 쓸데없는 것 같지만 난 이왕 글을 쓴 바에는 생각한 걸 감추지 못하는 사람이라서 말해보겠다. 상대방의 아주 사소한 사생활이나 감정까지도 배려해야 하는 것이 인권이라고 배웠다. 근데 주인공은(작가는) 왜 마이크를 달고 생활해야 하는 선생님의 인권은 배려하지 않았을까? 학생 한명 때문에 겪어야하는 수고와 불편을 얘기하려는게 아니다. 시시는 보청기와 연결된 선생님의 마이크를 통해 선생님의 미세한 소리까지도 다 듣게 되는데, 예를 들면 화장실에서 졸졸졸 소변보는 소리, 아 시원해... 라는 혼잣말 소리 등이다. 그런 걸 듣고 히히거릴 게 아니라 사적 시간이나 공간에서는 마이크를 끄시도록 했어야 하는 거다. 그리고 혹 들었다고 해도 그걸 다른 학생들에게 말하면 안되었던 것이고... 만약 그때 철이 없어 그랬더라도 어른이 되어 작품을 쓸 때는 그때 참 철이 없었다거나 미안했다거나 하는 느낌을 넣는 것이 맞다고 본다. 인권감수성은 모두를 대상으로 높여 가야 하는 것이므로 어른이나 교사라 해도 예외는 아니다. 아무도 이책을 읽고 그런 생각은 안하시는 거 같아서 한심하게 여겨질 거 같지만ㅎㅎ 그래도 써봤다. 그런 생각이 드는 걸 어떡해.ㅠㅠ)

지난 촛불집회에서 열정적인 두 수화통역사를 보고 많은 이들이 감동받았다. 왜 그랬을까. 농인들이 느끼기 힘든 부분까지도 느끼게 해주고 싶은 그들의 필사적인 마음이 전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열정적인 도움 없이는 그들의 감각으로 잡아낼 수 없는 느낌.... 그 답답함을 안고 살아야 한다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일까. 하지만 작가는 어린시절을 이와같이 잘 겪어냈고 지금 만족하는 삶을 살고 있다. 작가의 말에 나온 것처럼 때로는 축복으로도 여기며, 남과 다름을 슈퍼파워라고 여기며 살아가고 있다. 작가의 행복감이 느껴지며 나도 마음이 따뜻해져서 좋다.

그런데 우리 주변의 장애인들도 장애를 '다름' 정도로 인식하려면 우리는 좀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개인적인 긍정성 만으로 다 되는 것은 아닐테니까 말이다. 작가의, 그리고 우리 사회의 장애인들의 행복한 삶을 응원하며, 우린 아직 갈 길이 멀지만 한걸음씩 부지런히 내딛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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