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천부적 권리를 일컫는 말로 '인권'이 있다. 동물의 권리를 일컫는 말도 있던가? 동물권? 검색을 해보니 그런 말이 있기는 하구나. 시사상식사전의 풀이를 옮겨본다.

동물권 : 1970년대 후반 철학자 피터 싱어가 '동물도 지각,감각을 가지고 있으므로 보호받기 위한 도덕적 권리를 가진다'고 주장한 개념이다. 피터 싱어는 1973년 저서 <동물 해방>에서 '모든 생명은 소중하며, 인간 이외의 동물도 고통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생명체' 라고 서술했다. 또 동물권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동물도 적절한 서식 환경에 맞춰 살아갈 수 있어야 하며 인간의 유용성 여부에 따라 그 가치가 결정되지 않는다고 본다.

이와같이 동물권이라는 말은 엄연히 존재하나 이 말이 사용되는 건 거의 보지 못했다. 기본적으로 동물들에게도 권리가 있다는 생각 자체를 잘 하지 않는다. 인간은 동물을 이용하니까. 우리의 필요에 의해서. 그들은 이용당하는 존재니까. 권리를 따진다는건 불편한 일일 것이다. 골치아파질 게 뻔한 생각은 아예 안하는게 편하니까.

그러나 조류독감 사태의 결과로 두배 넘게 치솟은 계란의 가격표를 보면서 비로소 우리는 뭔가 잘못되어 왔다는 것을 실감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전염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공장식 축산이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 공장식 사육을 당하고 있는 동물들이 태어나서 죽기까지 얼마나 고통만을 당하는지 생각해 보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나도 그 중의 한사람이다. 언제나처럼 학교도서관 서가를 훑다가 <달빛도시 동물들의 권리투쟁기>라는 제목에 눈이 번쩍 뜨였다. 바로 대출해 읽어보니 작가는 마치 이런 일을 예견이라도 했던 것처럼 공장식 사육에서 비롯된 동물들의 동물권 투쟁을 재미있는 동화로 만들어 놓았다. 재미있다는 말이 미안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라 뭔가 다른 형용사가 필요할 것 같지만.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밥 딜런의 이 말을 인용했다. "만약 개가 말을 한다면 소유에서 오는 온갖 즐거움은 사라질 것이다."
이 책은 이 가정에서 출발했다. 농장의 돼지들이 말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돼지들은 울분을 쏟아놓았고 마침내 자유를 찾아 탈출했다. 뒤이어 다른 동물들도 투쟁에 합류하는데, 이 과정에서 공장식 축산 뿐 아니라 동물실험 문제, 동물원 문제, 유기동물 문제 등 동물권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총체적으로 나온다. 1년 반 전에 나온 책인데 이제야 눈에 띄어 읽게 됐다. 정말 중요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간담이 서늘했다. 우린 뭔가를 해야 한다. 이대로는 안된다. 근데 내가 뭘 할 수 있나 생각을 해봤다. 애완동물을 키우지 않으니 유기할 일은 없고, 동물원을 없애는 데는 적극 찬성이고.... 근데 고기를 먹지 말라고 하거나 아주아주 비싸지니 옛날처럼 명절에나 먹어라 한다면? 앗 그건 좀 힘들 것 같다.ㅠ 축산 형태를 바꾸면 공간 효율은 떨어지니 지금만큼 비싼 계란값은 감수해라 한다면 쫌 괴롭지만 받아들일 수는 있을 것 같고.... 이정도인데, 실제로는 아마도 더 많은 문제들이 파생될 것이다. 동물을 이용물로 삼아온 인간의 생활패턴은 너무도 뿌리깊고 견고해서, 동물과의 공존을 모색하는 것은 지금의 방식을 많이 포기해야 가능할 것이다. 그래도 조금씩 해나가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며 전에 모임에서 선배 선생님이 가져와 읽어주셨던 그림책이 생각났다. 그때는 이런 주제로 받아들이지 않았었는데 읽다보니 딱 연결이 되었다.(연결의 유연성은 그림책의 최대 장점이다) 이 책의 코믹, 유쾌, 압축판이라고 할 수 있겠다. <탁탁 톡톡 음매~ 젖소가 편지를 쓴대요> 라는 그림책이다. 그림책에서 동물이 말을 하는 건 얘깃거리도 못되므로 여기선 젖소들이 타자를 친다는 설정으로 시작된다. 주인인 브라운 아저씨가 헛간에 둔 낡은 타자기로 젖소들은 자신들의 불편함에 대한 요구를 하기 시작한다. 버티던 아저씨는 동물들이 우유도 달걀도 주지 않고 파업을 하자 어쩔 수 없이 타협을 한다. 동물들의 타자치기는 점점 번져가 마지막엔 메신저 역할을 하던 오리까지 타자를 치게 되는데 그 요구인 즉, "연못은 너무 심심해요. 다이빙대를 만들어 주세요." 였다. 아저씨는 이걸 어떻게 했을까? 야, 보자보자 하니까 이젠 눈에 뵈는 게 없어? 뻥!! 이랬을까?
마지막 장면은 다이빙대에서 연못으로 풍덩 뛰어들어가는 오리의 궁둥이다. 우와~ 명장면이다. 그리고 명작이다.

사전의 정의를 다시 보자. '동물도 적절한 서식 환경에 맞춰 살아갈 수 있어야 하며'
내가 육식을 포기 못하듯 인간이 한순간에 동물들의 천국을 만들 수는 없겠지만, 이 점을 최대한 염두에 두어야겠고 동물권에 대한 목소리도 점점 높아져야 하겠다. 이 두 권의 책을 아이들과 꼭 읽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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