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엄마 안녕, 로마 웅진책마을 116
김원아 지음, 리페 그림 / 웅진주니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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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따라서 떠오른 책이 있었다. 최나미 작가님의 엄마의 마흔번째 생일이다. 당시 아주 새로운 내용이었고 많은 곳에서 읽혔고 사랑받은 책이었다. 생각난 김에 검색해보니 첫 출간이 2005! 이제 거의 20년이 다 되어가는구나. 그래도 세상이 아주 조금은 바뀌었나보다. 당시엔 나도 우와 이런 소재, 이런 결말? 하면서 놀라워했는데, 지금 나왔다면 그렇게까지 특별한 느낌은 아닐 것 같으니까 말이다. 그렇다고 여성을, 엄마를, 가족을 바라보는 눈이 그때와 크게 달라졌냐면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아직도 고정관념은 존재하고 나도 예외는 아니다.

 

김원아 작가님의 이 책도 가족의 문제, 그중에서도 자신을 찾기 위해 길을 떠난 엄마와 가족의 관계를 조명한다. 가족 간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는 시시콜콜히 설명하지 않았다. 대신 배경의 스케일이 커졌다. 로마! 승아는 2년만에 엄마를 만나러 로마로 떠났고, 로마에서 겪는 일들이 이 책의 대부분을 이룬다.

 

아빠와 갈등을 겪던 엄마는 2년 전 승아에게 어떤 설명도 없이 홀연히 떠나버렸다. 남은 아빠는 책임감이 강하고 딸에 대한 애정이 극진한 사람이었기에 최선을 다해 승아를 키웠다. 2년이 지난 어느날 승아는 엄마에게 난데없는 엽서를 받는다. “엄마 로마에 있어. 놀러 와.”

 

복잡한 감정을 안고 승아는 홀로 로마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런데 그 긴장된 여행길에 미리 나중나와 있어도 부족할 엄마가 늦게 오질 않나, 잘생긴 외국남자와 함께 그의 차를 타고 오질 않나, 한국에선 입지 않던 과감한 패션을 하고 있질 않나.... 승아의 마음이 더 꼭꼭 닫혀버릴 상황들만 눈에 띈다. 엄마는 상처받고 힘들었을 승아에게 미안해할 생각이 없어보인다. 매일 본 듯 무심하며, 당당하고 자유롭다. 자신의 일(로마에서 여행 가이드)도 멋지게 하고 있다. 승아만 속을 끓이는 듯하다.

 

승아는 엄마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생각으로 여길 왔는데 언감생심, 어른들 세계의 벽은 높았다. 승아가 어찌 해보겠다는 생각은 어림없었다. 끝내 승아는 최후의 방법을 쓰고 만다. 자신의 안위에 대한 걱정을 담보로 한 작전이었다. 자식에 대한 걱정이라면 어느 부모가 한마음이지 않을까? 극약처방이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그 방법도 어른들의 마음을 돌리지는 못했다. 엄마는 로마에 남고, 승아는 다시 한국행 비행기를 혼자 탄다. 그렇다면 서사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아마도 로마에 올 때와 떠날 때 승아의 마음과 생각이 조금은 달라졌다는 것....?

 

부모도 부모가 처음이라는 말을 흔히 하듯이, 어른이라고 완전하지 않다. 완전하기는커녕 모순과 허물투성이인 것이 인간이다. 이 책에서 엄마가 자리를 지키지 못했고 아빠에게도 알고보니 좋은 모습만 있진 않았던 것처럼. 물론 부모라는 이유로 사람들은 많은 수양(?)을 하며 산다. 말하자면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 일방적인 희생하고는 의미가 조금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머리가 조금 큰 자녀라면, 이런 부모의 모습에 좌절하거나 화내지 말고 쿨하게 인정하는 편이 훠얼씬 낫다. 엄마의 인생은 엄마의 인생, 나의 인생은 나의 인생. 서로 대신 살아줄 수 없으니.

 

로마에서 만난 여행객 중에 중요한 조연이 있었다. 엄마와 둘이 여행온 지훈이. 지훈이는 승아가 갖지 못한 엄마와의 시간을 갖고 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끔찍하게 싫어하고 있는 중이다. 말하자면 엄마랑 좀 떨어지는 게 소원이다. 이쪽도 이해가 간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 중간이 없을까.^^;;;

 

난 독립적이지 못하고 걱정이 많은 성격이라 가족을 벗어나 단독질주할 생각은 평생 해보지 못했다. 가족 공동체에, 그리고 특히 어린시절 양육에 큰 의미를 두는 편이다. 하지만 이 책의 결말에 불만은 없다. 승아는 앞으로도 좀 쓸쓸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쓸쓸함을 독립적인 감성으로 잘 승화시키길 바란다. 그러면 나보다 훨씬 멋진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우리 생각대로 안되는 일은 인생에 수없이 많이 닥쳐온다. 그걸 상대하는 모습, 거기서 삶의 자세가 나온다. 승아와 엄마의 다음 만남은 훨씬 더 편안하고 즐거우리라 믿어본다. 행복하지 못할 건 뭔가.


표지에 캐리어를 끌고 노을지는 저녁길을 혼자 걷는 승아의 모습이 우리 모두의 모습인 것 같아 살짝 눈물겨운 느낌이 든다. 쓸쓸하지만 아름답잖아. 힘을 내어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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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띵이가 그랬어 바람그림책 133
윤진현 지음 / 천개의바람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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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작업도 함께하시는 그림책작가 윤진현 님의 그림책에선 내용과 그림 모두에 아이디어가 넘친다. 재미있는 발상, 그리고 그것을 구체화하는 그림, 그 안에 담긴 유머와 따뜻함. 이것이 작가님 그림책의 특징인 것 같다. 특히 그 디테일 속에 깨알재미들이 잔뜩 숨어있다. 나처럼 그림을 꼼꼼히 못보는 사람들은 손해다. 그렇지만 아이들에게는 그런 걱정을 안해도 되겠지.^^

 

띵띵이가 그랬어.” 라는 핑계를 만날 대는 아이가 있다. 옷에 흙을 잔뜩 묻혀 들어온 날도, 실내화를 잃어버리고 온 날도, 밥 먹기 전에 군것질을 하는 날도, 책을 잔뜩 어질러놓은 날도 띵띵이를 끌어들인다. 띵띵이는 누구일까? 제목만 봤을 때는 아무개와 같은 불특정의 대상을 말하는 줄 알았다. 나는 보통 땡땡이라고 하는데.... 하지만 좀 달랐다. 아이가 친구에게 하는 말을 보니. “나한테는 띵띵이라는 비밀 친구가 있어.” 이건 내 안에 있는 또다른 나를 말하는 게 아닐까. 오늘은 이런 띵띵이. 내일은 이런 띵띵이. 내 안에 띵띵이는 많기만 하다.^^

 

흙투성이인 아이가 거실에 흙발자국을 찍으며 들어온다. 엄마는 당연히 놀라고 화난 표정으로 어디서 뭘 하다 온 거냐고 묻겠지? 그때부터 띵띵이 타령 시작이다.

띵띵이가 그러는데...... 땅속 마을 보물 가게에 새로운 게 많이 들어왔대. 그래서 잠깐 놀러갔다 왔어.”

그리고 펼쳐진 장면에 작가님 특유의 디테일과 유머가 가득이다. , 이런 그림 한 장 그리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그림에 소질이 없는 나는 감탄만 하고 있는데, 하긴 교실에서도 머릿속에 든 걸 쓱쓱 빨리 그리는 아이가 있기는 하더라만.... 그렇다고 쳐도 대단하다. 구석구석 작은 그림 하나에도 표정과 동작, 상황이 살아있다. 땅속 마을에는 다람쥐 씨앗 가게와 거미 의상 가게, 개미 사탕 가게, 두더지 보석 가게.... 등등이 있다. 각 동물들이 하는 일과 말들이 너무 재미난다. 이후 나오는 모든 그림들이 그렇다.

 

띵띵이 타령을 하는 아들에게 엄마가 하는 반응도 인상적이다. “거짓말 하지 마!” “어디서 헛소리야!” 하기가 쉬울 텐데 이 엄마는 그러지 않는다. 눈높이 반응이라고 해야 할까? 비슷한 맥락으로 대화를 맞춰 준다. 그렇다고 끌려가는 건 아니고 엄마의 요구를 정확히 담아서. 어른들이 주목할 포인트는 여기인 것 같다. 예를 들면 아이가 냉장고를 열어놓고 시간을 끌며 얼음 나라에 소동이 나서 그걸 구경하는 중이라고 하자 엄마는 이렇게 말한다.

정말? 어떤 소동일까? 그런데 여기도 소동이 나겠는걸. 얼음 나라 구경하느라 네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이 다 녹겠다.” 물론, 그림책에 표현되지 않은 엄마의 인내의 시간과 부들부들 주먹 꽉이 있을 것 같지만.... 그래도 유머와 여유는 중요해. 그것이 많은 상황을 해결하니까.

 

마지막으로 엄마도 그건 말이지, 엄마 친구 뿅뿅이가 그랬어.” 하면서 끝나니 더욱 재미있었다. 이렇게 엄마와 아들이 서로를 이해해가는 과정으로 생각해도 될까? 한쪽만 이해하라는 법은 없으니까 말이야. 물론 띵띵이가 안내한 세상에 훨씬 많은 상상이 담겨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겠다. 한마디로 이 책에는 아이들의 상상이 담겨있다. 좀 노골적으로 말하면 저녀석 머릿속에 뭐가 들었는지 보고 싶네!” 할 때의 그 머릿속? 그걸 그려내시다니 작가님은 천재가 아닙니까? 너무 깨알같아서 저는 보기도 바빠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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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안 맞아! 신나는 책읽기 62
전수경 지음, 윤봉선 그림 / 창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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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름을 보고 집어든 책이다. , 우주로 가는 계단작가님 맞나? 맞네. 그런데 분위기가 완전 다른 책이다. 두 번째 책 별빛 전사 소은하까지는 비슷한 느낌이 이어지더니 이 책에서는 완전히 바뀌었다. 일단 저학년 동화라는 것부터. 솔직히 난 전작 두 편의 느낌이 워낙 강렬해서 이 책은 아주 평범하게 느껴졌다. 근데 평범한 게 나쁜거야? 그렇지 않다. 늘 힘만 주고 있을 수는 없듯이 작품도 강약 조절을.^^ 그리고 내용과 느낌이 일상적이라고 해서 술술 쉽게 써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안 써봐서 모르지만 이런 일상 동화가 더 쓰기 어려울지도.

 

아빠랑 안 맞아!” 이 제목에 공감하는 어린이들이 꽤 많지 않을까? 물론 엄마랑 안 맞아!”도 많겠지만.... 많은 아빠들이 자녀들과 맞추는 일에 실패한다. 이 책도 많은 부분 그 실패기에 해당된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래서 읽는 내내 아빠랑 안 맞아!” 라는 불평을 보게 되지만 그건 심각하다기보다 귀여운 불평에 가깝다. 좌충우돌하지만 결국 행복을 향해 가는 이야기다.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 속에서도 마음에 환하게 다가오는 장면이 있었는데 아빠가 딸 하루에게 이렇게 말하는 장면이다.

참 신기해.”

뭐가?”

하루랑 같이 있으면, 평범하고 그저 그런 날도 멋진 하루가 되는 것 같아.”

아빠는 늦게 결혼하고도 한참만에 하루를 낳아서 나이가 많다. (모르는 친구들에게 할아버지 소리를 듣기도) 엄마의 파견근무를 대신해서 휴직을 하고 하루를 돌보는 중이다. 꼼꼼하지도 못하고 구멍 투성이라 하루한테 구박을 들을 지경이다. 전업주부로 사는 일상은, 뭐 다들 알다시피 잘해봐야 본전이다. 일해봐야 티도 안 나고. 그런 일상 속에서 저런 말을 할 수 있다는 데서 나는 이 작품의 빛을 보았다. 뭔지 모르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나는 이 사회에서 중요한 것이 누구의 사회적 성취나 경력에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특히 여성들이 육아 때문에 경력 단절이 되는 것은 안타깝다. 원할 때 언제든 경력이 이어질 수 있도록 의미있는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는 그것을 위해서 노력하면 된다. 부모 양쪽 모두 늦게까지 맘놓고 일하라며, 아이들을 학교에 12시간씩 잡아둘 궁리나 하지 말고 말이다!!

 

사회가 분위기를 그런 쪽으로 몰고 가자 가정에서의 양육의 가치는 땅바닥에 떨어졌다. 자녀와 함께하는 시간이 시간 죽이는 의미없는 일로 전락했다. ‘집에서 애나 돌보는루저가 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돌봄시설이 있는데 내가 왜 굳이 힘든 시간을? 하면서 본인이 돌볼 수 있는 시간에도 아이와 떨어져 혼자 자유로운 시간을 추구하는 부모들도 많아졌다.

 

이런 시대에, 저 늙수구레한 아빠가 1년 회사를 쉬면서 아내도 없는 집에서 안해본 살림을 하느라 후줄구레한 운동복을 입고서 저런 말을 하다니. “너와 함께 있으면 평범하고 그저 그런 날도 멋진 하루가 되는 것 같아.” 아 정말 너무 중요해서 눈물이 날 것 같다. 내 자식이랑 있는 시간보다 더 소중한 시간이 세상에 어디 있습니까. (, 다 큰 아이들은 말고 어린 자녀들 말이에요) 자녀들이 크는 거 보고 있으면 막 아깝지 않은가요. 이렇게 함께 하는 시간, 후줄근한 옷을 입었고, 오늘의 실적은 하나도 없고, 잘하던 것도 퇴보하는 것 같고, 그래도 조급해하지 말아요. 가장 멋진 하루를 보낸 거예요. 그보다 더 가치있는 시간은 없어요.

 

이 책의 주제가 실제로 무엇이든, 양육의 가치라고 우기겠다. 사회는 돌봄보다 양육의 가치를 높이 보고 최대한 그 방향으로 지원해 주어야 한다. 돌봄은 최후의 수단이다. 왜 멀쩡한 집을 컴컴하게 비워놓고 딱딱한 교실에 불을 밝히고서 아이들을 하루종일 살라고 한단 말이오? 아이들이 얼마나 집에 가고 싶어하는지 알아요? 어른들도 근로기준법 8시간 일하게 되어있잖아요. 끝나면 집에 안가고 싶어요? 하던거 끝나면 집에 가서 쉬고 싶은 건 모든 존재들의 공통점이라구요.

 

흥분했다.....ㅠㅠ 부디 세상을 이상하게 만들려는 자들의 획책이 뜻대로 되지 않길 빌며... “아빠랑 안 맞아!” 하면서도 서로에게 적응해가는 이 부녀의 이야기를 읽어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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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와 고슴도치의 오늘도 좋은 날♥ 어린이문학방 저학년 6
하라 마사카즈 지음, 이시카와 에리코 그림, 신명호 옮김 / 여유당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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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색 대비의 표지가 너무 예쁘다. 빨강과 초록이 주는 강렬함보다도 귀여움과 따뜻함이 더 돋보인다. 사랑스런 존재들을 보면서 기부니가 좋아지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처음 보는 일본 작가의 작품인데, 일본의 작품들도 물론 스펙트럼이 넓지만 내가 자주 받는 느낌은 조근조근함? 작고 조용한 느낌? 그런 것들이다. 좁은 범위 안에서 꼬물꼬물 지내는 내 취향과 좀 맞는 편이다.^^

 

표지색은 선명하지만 본문 그림들은 흑백이다. 가는 펜선 위주인 그림이 귀여워서 화려한 그림들보다 더 눈이 머문다. 60쪽 정도의 분량에 그림책보다는 약간 많은 글밥. 그림책과 줄글책의 다리를 놓아줄 책으로 가장 적당하지만, 중학년이나 고학년 아이들과 음미하며 읽기에도 좋겠고 나같은 어른들 독서모임에서 중간쯤 쉬어가는 느낌으로 함께 읽어도 괜찮겠다.

 

4장으로 되어있다. 1장 제목 뾰족뾰족과 포실포실은 등장인물을 말해준다. 뾰족뾰족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고슴도치, 포실포실은 누굴까~? 바로 토끼다. 둘이 우연히 만나 친구가 되는 과정을 그렸다. 고슴도치를 처음 본 토끼는 놀라 주저앉으며 말했다.

너 큰일 났어. 온몸이 가시에 찔렸어.”

, 하하하하. 이 가시? 찔린 게 아니라 난 거야.”

둘은 털에 대해 이야기하다 둘다 자기 털이 빠진 뒤에도 쓸모가 있다고 주장한다. 증명하기 위해서 벼룩시장에 내 보기로 했다. 자리를 펴고 앉아 뾰족뾰족 고슴도치 가시 사세요! 포실포실 토끼털 사세요! 하고 외쳤지만 손님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다 바람이 불어와 토끼털이 날아가고... 그런데 그걸 잡으러 간 건 토끼가 아니고 고슴도치였다. 자신의 것도 아닌 걸 힘들게 붙잡아 호두껍질 안에 고이 넣어온 고슴도치. (착해, 예뻐) 그동안에 잠이 깨어 고슴도치 가시에 작은 빨간 열매를 꽂아놓은 토끼. (너도 착해, 예뻐) ~ 서로 만들어 준 그 물건들이 합쳐져서 무엇이 되었을까요? 빠르고 편리한 상품들이 넘치는 시대에 작고 소박한 물건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이야기였다. 그게 작가가 의도한 주제는 아니었을지 몰라도. 우리 사회는 느려지고 소박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별거 아닌 걸 예뻐하고 별거 아닌거에 기뻐하고. 그 옛날 사금파리들을 보물처럼 모아 소꿉장난을 하던 시절처럼. 나도 지금 여기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2너에게 하고 싶은 말은 친구가 된 두 아이가 더 소중한 존재가 되어가는 과정이 나온다. 이번에도 호두껍질이 나오는데, 거기에 새로운 소품, 거미줄이 등장한다. 두 호두껍질 사이를 거미줄이 연결했지요. 그게 뭘까~? 우리 애들 어릴 때 종이컵 전화기 만들어 신기해 하면서 놀던 추억이 있는데, 딱 그거! 호두 전화기로 둘이 나누는 우정의 대화.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는 건 츤데레라기 보다는 배려의 마음.^^

 

3내일을 위해서에서는 고슴도치가 기분이 별로다. 빠진 가시가 X자가 되면 운이 나쁘다는 징크스가 있는데 그게 들어맞는 날이었기 때문. 하지만 관점에 따라서 세상은 달리 보이는 법. 그렇게 4장으로 넘어간다.

 

4민들레 씨에서도 고슴도치의 가시는 X자가 되었지 뭐야! 우울해하는 고슴도치를 토끼가 끌고 밖으로 나온다.

에잇, 말파리 때문에 재채기를 했어. (그런데 그 재채기 때문에 민들레 씨가 날아가잖아!)

에잇, 넘어졌잖아! 아파! (, 근데 멧돼지 아주머니가 애타게 찾던 브로치를 발견했어! 여우 언니가 찾고 있는 약이 되는 꽃도 찾아주고.)

에잇, 연못에 빠지기까지! 역시 나오는 게 아니었어. (하지만.... 이하 생략^^)

 

내가 괴로워 죽겠는데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입바른 소리를 하면 쥐어박아주고 싶어진다. 하지만 이 책은 소곤소곤 작은 긍정들을 알려준다. 어설프고 작고 귀여운 존재들이 허부적거리다가 작은 행복을 찾아가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살며시 기분이 좋아진다. 세상에 아름다움은 대부분 이런 존재들이 만든 것이다. 우리는 어디를 보고 찾아헤매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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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필요해 소원어린이책 18
박상기 지음, 이지오 그림 / 소원나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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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 이야기! 그런데 이건 또 전혀 색다른 이야기네. 작가의 필력에 감탄하며 순식간에 읽었다. 고양이를 중요한 소재로 했지만 고학년 여학생들의 관계문제(무리짓기와 배제하기), 저작권과 표절에 대한 내용이 잘 버무려져 들어있었다. 원래 이런 의도적 동화를 좋아하지 않는데 이 작품은 그 의도가 매우 노골적임에도 불구하고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만큼 작품성이 괜찮아서라고 하겠다.

 

이 작가님의 전작 <바꿔!>를 읽다가 엥? 이분도 초등교사시네 했던 기억이 난다. 초등교사 작가님들이 은근히 많다. 현장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니 아무래도 소재 면에서 유리하지 않을까 라는 짐작을 해본다. 이 작가님은 아이들 이야기에서 더 나아가 청소년소설과 역사동화도 쓰셨네. 그것도 꼭 읽어봐야겠다. 작가 후기에 보니 고등학교 때부터 많은 소설을 습작하며 작가의 꿈을 키워오셨구나. 작가 내공을 많이 쌓으신 분 같다.

 

이 책의 화자는 4학년 유나다.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하고, 성격은 소심하다. 새학년의 3, 친화력이 부족한 아이들에게는 힘든 시기다. 새로운 관계들을 만들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유나는 은빈이 무리에 들어가고 싶다. 걔네들이 학급의 인싸여서 그렇기도 하지만 고양이를 키운다는 공통점으로 뭉친 그룹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심한 유나는 말도 붙이지 못하고, 언제나 혼자 지내며 겉돈다. 고양이 영상이나 게시물을 보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부모님의 강한 반대로, 마음만 간절할 뿐 키우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다 어느날 유나는 혜연의 냥상이라는 블로그에서 쿠키라는 고양이와 눈이 맞아버렸다. 혜연이라는 주인장에게 댓글도 달고, 퍼가지 말라고 주의가 붙어있는 쿠키 사진을 캡처해 자신의 프로필 사진으로 사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은빈이에게 고양이 예쁘다며 톡이 왔다! 유나는 어버버 하다가 퍼온 사진이라는 말도 못하고 고양이 집사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렇게 바라던 은빈이 그룹의 일원이 되었다. 꿈에 그리던 상황이면서 바늘방석에 앉은 상황이 된 것이다.

 

그 친구들과 함께 하는 일상동안 고양이를 인증해야 하는 순간이 자주 찾아왔다. 어찌어찌 넘기면서 유나는 고민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빨리 실제 집사가 되는 것이지만 부모님의 허락은 여전히 나지 않았고 유나는 좌절과 슬픔에 빠진다. 그러다 블로그 주인인 혜연 언니를 만날 기회가 생겼다. 친근하고 유쾌한 혜연 언니 덕분에 유나는 모든 것을 솔직히 털어놓게 된다. 혜연 언니는 크게 웃었지만, 괜찮다고 봐주기보다는 해결책을 제시했다. 이제 유나의 결단만 남았다. 유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이 과정에서 이미 저작권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학급에서 있었던 포스터 그리기 대회에서는 표절과 관련된 사건이 벌어진다. 이 사건을 통해 표절과 오마주의 차이점까지 설명한다. 그 부분이 이질적이지 않고 작품에 잘 녹아있었다.

 

유나는 옳은 선택을 했지만, 그 결과 고초를 겪는다. 우리는 깽판을 쳤으면 깽값을 물어야 한다.”는 진리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감수하면 된다. 깽값을 물고나면 만회의 상황이 온다. 안 물겠다고 몸부림치면 상황이 더 안 좋아진다. 잠시의 고초 후에 유나에게 조금씩 다가오는 따뜻하고 달콤한 행복에 내 마음도 흐뭇해진다. 요즘의 트렌드대로 예쁜 고양이도 나오면서 저작권, 표절, 친구관계, 책임까지 잘 어우러져 들어간 이 동화는 누구에게나 무난하게 추천할 만하다. 주인공들이 4학년이니 4학년이 딱이고, 3,5학년 정도도 괜찮겠다. 저작권교육을 이 책으로 하는 것도 찬성이다. 다른 부수적인 효과도 덤으로 붙을 것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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