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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띵이가 그랬어 ㅣ 바람그림책 133
윤진현 지음 / 천개의바람 / 2023년 1월
평점 :
글작업도 함께하시는 그림책작가 윤진현 님의 그림책에선 내용과 그림 모두에 아이디어가 넘친다. 재미있는 발상, 그리고 그것을 구체화하는 그림, 그 안에 담긴 유머와 따뜻함. 이것이 작가님 그림책의 특징인 것 같다. 특히 그 디테일 속에 깨알재미들이 잔뜩 숨어있다. 나처럼 그림을 꼼꼼히 못보는 사람들은 손해다. 그렇지만 아이들에게는 그런 걱정을 안해도 되겠지.^^
“띵띵이가 그랬어.” 라는 핑계를 만날 대는 아이가 있다. 옷에 흙을 잔뜩 묻혀 들어온 날도, 실내화를 잃어버리고 온 날도, 밥 먹기 전에 군것질을 하는 날도, 책을 잔뜩 어질러놓은 날도 띵띵이를 끌어들인다. 띵띵이는 누구일까? 제목만 봤을 때는 ‘아무개’와 같은 불특정의 대상을 말하는 줄 알았다. 나는 보통 ‘땡땡이’ 라고 하는데.... 하지만 좀 달랐다. 아이가 친구에게 하는 말을 보니. “나한테는 띵띵이라는 비밀 친구가 있어.” 이건 내 안에 있는 또다른 나를 말하는 게 아닐까. 오늘은 이런 띵띵이. 내일은 이런 띵띵이. 내 안에 띵띵이는 많기만 하다.^^
흙투성이인 아이가 거실에 흙발자국을 찍으며 들어온다. 엄마는 당연히 놀라고 화난 표정으로 어디서 뭘 하다 온 거냐고 묻겠지? 그때부터 띵띵이 타령 시작이다.
“띵띵이가 그러는데...... 땅속 마을 보물 가게에 새로운 게 많이 들어왔대. 그래서 잠깐 놀러갔다 왔어.”
그리고 펼쳐진 장면에 작가님 특유의 디테일과 유머가 가득이다. 와, 이런 그림 한 장 그리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그림에 소질이 없는 나는 감탄만 하고 있는데, 하긴 교실에서도 머릿속에 든 걸 쓱쓱 빨리 그리는 아이가 있기는 하더라만.... 그렇다고 쳐도 대단하다. 구석구석 작은 그림 하나에도 표정과 동작, 상황이 살아있다. 땅속 마을에는 다람쥐 씨앗 가게와 거미 의상 가게, 개미 사탕 가게, 두더지 보석 가게.... 등등이 있다. 각 동물들이 하는 일과 말들이 너무 재미난다. 이후 나오는 모든 그림들이 그렇다.
띵띵이 타령을 하는 아들에게 엄마가 하는 반응도 인상적이다. “거짓말 하지 마!” “어디서 헛소리야!” 하기가 쉬울 텐데 이 엄마는 그러지 않는다. 눈높이 반응이라고 해야 할까? 비슷한 맥락으로 대화를 맞춰 준다. 그렇다고 끌려가는 건 아니고 엄마의 요구를 정확히 담아서. 어른들이 주목할 포인트는 여기인 것 같다. 예를 들면 아이가 냉장고를 열어놓고 시간을 끌며 얼음 나라에 소동이 나서 그걸 구경하는 중이라고 하자 엄마는 이렇게 말한다.
“정말? 어떤 소동일까? 그런데 여기도 소동이 나겠는걸. 얼음 나라 구경하느라 네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이 다 녹겠다.” 물론, 그림책에 표현되지 않은 엄마의 인내의 시간과 부들부들 주먹 꽉이 있을 것 같지만.... 그래도 유머와 여유는 중요해. 그것이 많은 상황을 해결하니까.
마지막으로 엄마도 “그건 말이지, 엄마 친구 뿅뿅이가 그랬어.” 하면서 끝나니 더욱 재미있었다. 이렇게 엄마와 아들이 서로를 이해해가는 과정으로 생각해도 될까? 한쪽만 이해하라는 법은 없으니까 말이야. 물론 띵띵이가 안내한 세상에 훨씬 많은 상상이 담겨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겠다. 한마디로 이 책에는 아이들의 상상이 담겨있다. 좀 노골적으로 말하면 “저녀석 머릿속에 뭐가 들었는지 보고 싶네!” 할 때의 그 머릿속? 그걸 그려내시다니 작가님은 천재가 아닙니까? 너무 깨알같아서 저는 보기도 바빠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