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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통신문 시 쓰기 소동 - 2025년 개정 4학년 1학기 국어활동 교과서 수록 ㅣ 노란 잠수함 15
송미경 지음, 황K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5월
평점 :
알라딘에서 딱 며칠 동안만 쓸 수 있는 적립금 천원을 넣어 주었다고 알림이 왔다. 그 천원을 놓치지 않으려고 신간을 검색해보는 나...^^;;; 그러다가 눈이 번쩍! 오, 송미경 작가님 신작이 나왔네?
송미경 작가님의 책은 나오는 족족 다 읽은 것 같다. 그 기폭제가 된 작품은 <돌 씹어먹는 아이>였는데, 작가님 이름으로 검색해보면 <가정통신문 소동>이 가장 위에 뜬다. 그 책이 제일 많이 팔렸나보다. 대중과 나의 취향은 다른 것인지, 나는 그 책이 가장 좋지는 않았다. 그래도 가장 많이 팔렸다는 것은 독자들을 끄는 어떤 매력이 있었던 것이겠지. 그리고 이렇게 후속작이 나왔다. 나는 이 책이 훨씬 더 맘에 들었다. 그러고보니 전작도 다시 보게 된다. 오호, 그때 깔아둔 배경으로 후속작이 이렇게 펼쳐지는구나.
내가 그 책의 리뷰를 어떻게 썼더라 찾아보니 일단 엄청 비현실적임을 전제한 후에 시사하는 점들을 몇가지 짚어놓았다. 그 비현실성 중에 하나는 이것이다. 재미나고 엉뚱한 숙제를 내주시는 교장선생님의 방침에 학부모들이 동의하고 순진할 정도로 긍정적이게 따르는 것. 아이고 말도 안된다. 학부모님들 성가시게 했다가 무슨 꼴을 당하려고....... 근데 그 말도 안됨이 이 작품에도 이어진다. 무려 ‘시를 쓰라’는 과제. 그것도 가족이 모두. 하지만 그 비현실성에 태클을 걸 생각이 전혀 없다. 그랬다간 이렇게 재미있는 동화가 나오지 않을 거잖아.... 동화잖아.... 그래 맞다 이건 일종의 판타지야. 행복하게 지켜보자구.
이 작품에선 전편에 없던 흥미로운 주인공 한 명이 등장하는데 바로 새로 오신 선생님이다. 별명은 땡땡이 선생님, 이름은 도당당이다. 수업 외에는 거의 말이 없고 무뚝뚝하다. 가정통신문 아이디어가 고갈된 교장선생님이 교사들에게 돌아가며 하자고 제안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 첫 타자가 땡땡이 선생님이었던 것. 그리고 땡땡이 선생님이 발행한 가정통신문에 제시된 과제가 바로 ‘시 쓰기’ 였던 것.
선생님들은 툴툴거리고 학부모들도 난색을 표한다. 하지만 이 ‘시쓰기’ 프로젝트는 힘있게 추진된다. 단계가 있다. 첫주에는 가족만의 요리를 만들고 사진을 찍으라는 숙제를 내주었다. 이것에 대해 시를 써도 좋겠다는 코멘트와 함께. 아, 나도 1년 글쓰기 주제 중 ‘맛있는 이야기’라는 주제가 있다. 이 주제로 쓸 때 아이들의 표정이 가장 즐겁고 진지하며 몰입해서 쓴다. 자기가 할 수 있는 음식의 조리법을 설명해도 좋고 부모님이 해주시는 음식 중 가장 맛있는 음식을 소개해도 좋다고 한다. 단, 이 책처럼 가족이 함께 요리하라는 과제는 내주지 않는다. (이유는 위에 썼음....) 어쨌든 이 글감은 내가 생각해도 상당히 좋다. 그런데 시로 전환할 생각은 못했네? 올해는 꼭 해봐야겠다.
각 가정에서 마카롱, 비빔밥, 야식, 떡볶이 등의 시들이 탄생했다. 이상이 아빠의 ‘한 잔의 커피’ 라는 시도.^^ 이어서 다음 가통에는 ‘소리’를 주제로 한 과제가 나갔다. 가장 좋아하는 소리를 녹음하기. 그리고 관련된 시 쓰기. 와 좋은 발상이다. 감각적인 시가 나올 수 있는 좋은 지도방법이라 생각한다. 이것도 역시 가족들이 한마음이 되어 과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매우 비현실적이고도 감동적.
감각적인 시를 쓰기 위해 청각 다음에는 뭐가 있을까? 바로 후각이지! 냄새만큼 강렬한 것도 드물다. 세 번째 가통에는 좋아하는 냄새와 그 냄새와 관련된 기억을 적어오라는 과제가 나갔다. 오 이건 못해보았는데 역시 좋다! 나도 해봐야지. 이렇게 해서 이상이네 집에서 탄생한 시는 ‘라면의 밤’이다.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그 냄새....ㅎㅎㅎ
이렇게 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동안 ‘시적인 분위기’가 담긴 시가 무엇인가 하는 논란까지 들어있어 다시 한번 감탄했다. 뭔가 멋있는 말인거 같은 느낌인데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는 뭐 그런거 있잖아.... 너울거리는, 머나먼 저곳, 한떨기 바람, 아스라이 사라지는, 바람 속에 흩날리며.... 이런 류의 표현들 말이다. 이런 시를 쓴 주인공은 찬영이. 하지만 찬영이는 이상이와 감상을 주고받다가 자신의 시 스타일을 바꿔본다. 아이고 훨씬 낫네! 이 아줌마 선생, 동화책 읽다가 빵 터지고 미소가 만발하고 무릎을 치고 완전 혼자 쌩쇼를 하고 있네. 이런 동화 오랜만이야. 덕분에 토요일 아침이 즐거웠어.^^
프로젝트의 마무리는 낭독회였다. 마치 동네 잔치와 같았다. 떠들썩하진 않지만 감동이 있는. 리지 할아버지의 ‘내 인생’ 이라는 시는 할아버지의 연륜처럼 깊이가 있었다. 어려운 말은 하나도 없었지만. 모호한 말도 없었고. 다들 큰 박수를 보냈고 누군가는 눈물을 닦았다. 이 모든 과정을 마치고 비둘기 초등학교의 구성원들은 다 땡땡이 선생님을 다시 보게 되었다고 한다.
“시란 그런 거죠. 그 모든 걸 다시 보게 하는.”
시 쓰기를 학급운영의 큰 축으로 끌고 가시는 선생님들이 계신데, 부러워는 하면서도 나는 많은 시도를 해보진 못했다. 신경은 좀 쓰는 편이고 시 단원 나오면 정성껏 하려고 애는 쓰지만 일상적으로 운영하는 데는 성공을 못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막 마음에서 몽글몽글 솟아오르는 게 있네. 일단 이 책을 아이들과 함께 읽고 나면 아이들도 나와 같은 마음이 될까? 시로 서사를 만들어 나가는 1년의 학급살이. 멋지고 재미날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