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나탈리 1 : 네 모습 그대로 충분해 괜찮아, 나탈리 1
마리아 스크리반 지음, 김경희 옮김 / 한빛에듀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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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기에 한 번 정도는 괜찮은 만화와 그래픽노블들을 모아놓고 아이들에게 소개해주며 자유롭게 읽는 시간을 가진다. 재미와 의미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활동이고 아이들도 좋아해서 만족스럽다. 힘든 걸 먼저 하자 주의에 따라 이건 학기말 힘든 것 다 끝내 놓고 좀 여유있을 때 진행한다.

 

이 책을 그 목록에 추가할 수 있어서 만족스럽다. 마리아 스크리반 작가는 미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인기 작가라고 한다. 나탈리시리즈는 현재 국내에 2권까지 나와있다. 이 책이 1권이다. 그림체가 복잡하지 않고 눈에 잘 들어오며 아이들의 고민과 아픔을 담았으면서도 경쾌하고 유머가 적당히 들어있어 쉽고 재미있게 읽힌다. 주인공 연령이 중학생이지만 중딩 취향은 그다지 아닐 것 같고, 초등 고학년 정도 학생들이 이해하고 공감하기에 적당해 보인다.

 

제목에 메시지를 너무 직접적으로 담은 것이 내가 느끼는 딱 한가지 옥의 티다. 아이들과 이야기 그림책을 만드는 수업을 하면서도 주제를 제목에 그대로 쓰지 마세요. 재미가 없어요. 읽으면서 찾게 하세요.” 이랬는데, 내 생각이 틀린 거였나? 나탈리의 자기소개와 함께 책이 시작되는데 거기에 충분하다(enough)’라는 단어가 강조된다. 반대 의미로. , 나탈리는 자기 자신이 모든 면에서 충분치 않다고 느낀다. 자존감이 없는 캐릭터인 것이 처음부터 부각된다. 이를 극복하고 자존감을 찾아가는 과정이 이 책의 내용이어서 제목을 그렇게 붙인 것 같다. 이해는 되지만 그래도 뭔가 아쉬움... 쫌 숨기는 맛이 있어야지.ㅎㅎ


보통 자존감의 부족은 타인(특히 친구)에 대한 의존으로 나타난다. 나탈리는 특히 심했다. 어릴 때 절친이었던 릴리는 중학교에 올라오면서 핵인싸인 알렉스와 단짝이 되며 나탈리를 철저히 무시한다. 그럴수록 릴리에 대한 미련은 깊어지기만 하는데.... 일편단심이 늘 좋은 건 아니다. 관계에 있어서 말이다. 마음을 거두어들이는 일도 필요할 때가 있다. 솔직히 이런 조언을 해주고 싶은 순간이 많은데.... 교사 입장에서는 지극히 조심해야 될 일이라 속으로 삼킬 때가 많다. 그래도 주의환기를 해주려는 노력은 하려고 한다. 집착한다는 것은 주변을 둘러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얘야, 고개를 들어서 좀 보렴. 갈 사람은 경쾌하게 보내 줘. 똥차 가고 벤츠 온다는 말도 있..... 아니아니 그건 아니고ㅋㅋ 네 주변에 더 좋은 친구 후보들이 포진해 있지 않니. 새로운 건강한 관계를 만들어. 보란 듯이 만들 것까진 없고 그냥 그게 멋지고 행복하잖니. 남이 보는게 무슨 상관이야.

 

외모 좋고, 옷 잘 입고, 운동과 춤과 노래를 잘하는 릴리와 알렉스는 비주얼 면에서 막강한 아이들이다. 이런 아이들과 비교하면 낙심하기 쉽다. (솔직히 비교 안하기가 쉽지 않지.) 생각해보니 나의 열등감도 나탈리에 못지 않았다. 잘 드러나고, 추앙받기 쉬운 재능들이 있는가하면 잘 눈에 띄지 않고 그 또래에 주목받지 못하는 재능들도 있는 법이다. 주목받는 재능에만 집착하여 자신 안에 감추어진 보석을 보지 못한다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말이다. 이런 경우를 교실 내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솔직히 말하면 아니 세상이 왤케 불공평해?’ 라고 느낄 만큼 재능 몰빵인들이 있다. 그런가하면 무재주 인생들도 있긴 있지 왜 없겠어.... 나탈리는 그래도 미술쪽 재능이라도 있었지. 그래서 선생님의 권유로 창작 공모전에 만화를 내서 1등상을 받았고! 그렇게 해서 나탈리는 성취감을 맛보고 자존감을 회복하게 되었지만, 현실의 평범인들은 어떠한가? 이제 나탈리를 부러워해야 하는가?ㅎㅎ 지극히 평범해도, 남들보다 잘하는 거 하나도 없어도, 우리 인생이 바닷가의 모래 한 알인 것을 자각해도 인생에 감사하고 즐길 수 있다면 좋겠다. 세상의 토대는 평범인들로 채워져 있는 것이니까. 그 토대 위에서 뛰고 빛나는 사람들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자. 그냥 박수 쳐주고 우리는 우리의 인생을 살자고. 즐기면서.^^

 

극적으로 표현하느라 나탈리의 숨겨진 재능이 부각된 감이 있지만, 자존감 없고 과거의 베프에 집착하고 가스라이팅 당하기 딱 좋은 상태였던 나탈리가 건강하게 세워져 가는 모습은 독자들에게 흐뭇함을 선사한다. 2권에서는 나탈리에게 사랑이 찾아오나봐? 이것도 건강한 이야기였으면 좋겠다. 솔직히 아이들에게는 건강한 이야기가 마니마니 필요해. 기대하며 2권으로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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