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공짜는 있다 바람동시책 3
정연철 지음, 김고은 그림 / 천개의바람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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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들도 참 재미있고 다양해지고 있는 중이다. 이 시집은 진짜 그 재미와 다양성에 큰 획을 하나 그었다고 평하고 싶다. 와 진짜 재미있게 읽었다. 내가 시집을 이렇게 재미나게 읽다니.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첫째는 이 시집에 흐르는 서사가 있다는 점이고, 둘째는 김고은 작가님의 느낌 생생, 개성있는 그림이 한몫을 톡톡히 했기 때문이다. 이젠 시집의 삽화도 이렇게 정성껏 기획하는 시대가 되었구나. 이 업그레이드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독자로서야 좋지만 왠지 모든 분야에 너무 완벽을 추구하는 세상이 되어가는 것 같아. (뭔소리야, 좋았으면 된 거지 말이 많아.ㅎㅎㅎ)

이 바람동시책 시리즈 첫권인 <티나의 종이집>도 한명의 화자가 써나간 시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책도 그렇다. 티나의 종이집이 사랑 이야기라면 이 책은 우정 이야기라고 볼 수 있겠는데 단순히 그것 뿐만은 아니다. 삶의 태도라고 할까 가치관이라고 할까. 근본적인 것에 대한 물음이 담겨있다. 그 물음은 바로 이거다. 세상에 공짜는 있니? 없니?

제목에 딱 박아놓은 것처럼 이 책은 "있다!"고 말하고 있다. 보통은 "세상에 공짜가 어딨냐?" 처럼 말하지 않는가? 나도 종종 해본 말이다. 심지어 어린이들 앞에서도 말이다. 그러나 이 책은 이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한다. 세상에 공짜는 있다고!!

시인이자 동화작가인 정연철 님은 이 메시지를 동화로 풀어내려 하셨어도 충분히 괜찮은 작품이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작가님은 시를 선택했다. 읽고 나니 좋은 선택이었다고 박수를 보내고 싶다. 동화보다 더 극적이고 서사가 생생한 시라니. 동화로 썼으면 평작일 소재가 시로 썼더니 명작이 된 케이스랄까?ㅎㅎ 너무 내멋대로 해석하는 것 같다. 어차피 감상은 개인 느낌인 거니까.ㅋㅋ

평소 공짜가 "없다"고 생각해온 나는 이 시집의 메시지에 수긍해버리고 말았다. 아 듣고보니 그러네요. 특히 '시인의 말'의 이 부분.
"내가 누군가에게 무엇을 하나 건네면
하나를 돌려받는 일도 있고
둘을 받는 일도 있고
셈으로 따질 수 없이 값진 걸 받을 수도 있고
아예 못 받을 수도 있어요."

첫 시에서 서사의 발단을 볼 수 있다. 화자인 노재민은 절친 수범이의 생일날 최선을 다해 비싼 선물을 사줬는데, 얼마 후 돌아온 생일선물은 꼴랑 지우개랑 학원 홍보용 포스트잇. 보통 아이라도 기분이 조금 쎄하기는 했겠다. 근데 재민이는 보통보다 훨씬 꽁하고 계산적이고 뒤끝이 긴 아이였던 것이다. 재민이의 심술은 거의 후반부까지 이어진다.

화자 재민이를 향한 작가의 따뜻한 마음에도 경의를 표한다. 나는 솔직히 이런 애가 너무 싫기 때문이다.^^;;;;;; 반면에 수범이나 외계인(정다정) 같은 애들은 내심 너무 예뻐. 표시내면 안되느니라.... 인내심이 필요한 상황. 하지만 작가님은 따뜻한 시선으로 재민이를 바라보다가 결국 몰랑몰랑 녹이는 환한 결말을 만들어 낸다.

세상은 점점 재민이들을 생산해내고 있다. 수범이나 다정이 같은 아이들은 실속없고 바보같은 존재들로 취급받는다. 일단 따지고 으르렁대고 기선잡고 제압해야 직성이 풀리고, 그렇게 살아야 손해보지 않았다고 안심을 하는 사람들이 확실히 많아졌다. 이것이 우리의 미래인가 두려워질 때가 있다. 그런 세상 속에 이런 시집이 펼쳐졌다. 세상은 이 시집에 공감할 것인가? 그러잖아도 순한 사람들은 이 책을 읽고 고개를 크게 끄덕이고, 원래 독한 인간들은 "뭐가 어째? 저리 치워." 이러는 것은 아닐지.ㅎㅎ

재민이의 가슴 속에서 '꽃이 팝콘처럼 터지는"(94쪽) 순간이 우리 모두에게도 다가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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