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가고 싶어! 시공주니어 문고 1단계 71
재클린 윌슨 지음, 닉 샤랫 그림,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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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옷파티, 우리반 인터넷 사이트 고민의 방, 공룡도시락 등 재클린 윌슨의 책들이 한참 나올 당시 참 재미있게 열심히 읽었던 기억이 난다. 생각해보니 그게 10년도 훨씬 더 되어 20년이 다 되어가네. 한참 뜸했었는데 도서관에 갔다가 못보던 책을 발견하고 뒤적여 봤더니 작년에 나온 책이다. 반가운 느낌으로 빌려와서 읽어봤다. 역시 술술 금방 읽힌다. 닉 샤렛 그림작가와의 협업도 여전하다.

 

여자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했던 이전의 작품들과는 다르게 이 책의 주인공은 남자아이다. 왜 그렇게 썼는지는 작가의 말에 나온다. 드라마 제안을 받고 쓴 작품이라고 한다. ‘소년의 신나는 모험 이야기라는 조건의.... 이야기의 전개는 어찌보면 전형적이고 예측가능하다 할 수 있었다. 능력과 용기가 부족한 주인공이 던져진 상황에서 나름의 장점을 발휘하고 상황을 극복하며 자존감을 회복하는 이야기. 하지만 이야기의 재미는 예측불가능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자주 보는 패턴 안에서도 흐뭇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 작품처럼.

 

그것은 아마도 공감 때문일 수도 있겠다. 내가 주인공 팀한테 엄청 공감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사실 평생의 핸디캡이기도 한데.... 팀처럼 내향적이고 활동적이지 못하며 집에 틀어박혀 있는 것을 좋아하고, 결정적으로 운동을 무지하게 못한다는 점이다. ‘극기훈련 캠프에 보내려는 부모님을 원망하며 레펠훈련, 카누훈련 등을 끔찍하게 여기는 모습이 나와 너무 닮았다. , 그러고보니 대다수의 활동적인 아이들은 이 책에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으려나? 딱히 그렇진 않다. 자신과 다른 주인공을 보는 맛도 있으니.

 

그 캠프에서 팀이 만난 아이들 중엔 학교로 치면 학폭으로 열 번은 걸려들었을 것 같은 거친 아이 가일스가 있다. 잘난척하고, 상대방의 약점을 잡아 놀리고 비난한다. 이런 상황에 놓여진다면 대부분의 부모는 그 상황에서 자식을 빼낼 것이다. (아니 사실은 그보다 한 단계 더...) 하지만 팀의 부모님은 데리러 오라는 팀의 엽서에도 불구하고 더 해보라고 팀을 독려한다. 이것은 방치인가? 인내인가? 이 지점이 상당히 애매하다. 결과론일 때가 많으니. 이 책에서는 팀이 스스로 상황을 만들어가고 극복하여 한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기회가 되었다. 현실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나 그래도 시사하는 점은 있다. 우리는 자녀의 앞길에 꽃길만 깔아줄 수도, 자녀의 방을 멸균실로 만들어줄 수도 없다. 바람에 맞서 걷는 힘을 키우려면 때로는 애타는 인내심으로 지켜봐야 할 때도 있다. 상황마다 다르니 적확한 판단이 필요하겠지만. 부모역할이 어렵다는 것은 바로 이런 점 때문이 아니겠나.

 

하여간에 팀은 어찌됐든 견디는 수밖에 없게 되었다. 레펠훈련에서 엄청난 고난을 겪었지만 카누훈련에서는 물에 빠진 켈리의 애착인형을 건져내는 공을 세운다. 그바람에 꼴찌를 하긴 했지만. 그리고 마지막 훈련에서는 운동을 못해도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팀원들과 함께 기뻐하면서 끝난다. 출발은 내키지 않는 도전이었지만 어쨌든 포기하지 않았(못했?)기에 한걸음 성장하게 된 것이다. 그 여정에 함께 있던 아이들과는 좋은 친구가 되었다. 인생이 그런 것 같다. 힘든 일을 겪고 극복하는 과정에 성장도 있고 친구도 있다.

 

사실 팀은 성향이 좀 소극적이어서 그렇지 내면의 건강함은 갖추고 있는 아이라고 볼 수 있다. 가일스의 노발대발에도 불구하고 등수를 포기하고 켈리의 간절함에 부응해준 점만 봐도 그렇다. 그러니까 도전과 그 과정이 아름다울 수 있었던 거지. 아예 내면이 건강하지도 않은 아이들은...ㅠㅠ 책이 현실이 되기는 그래서 어렵다.

 

하지만 현실 그대로만 그려내려면 문학이 왜 필요하겠어. 이렇게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동화의 좋은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억지스럽거나 너무 뻔하지 않은 선에서. 유머도 갖추면 좋고. 이 책에서는 팀이 부모님에게 보내는 엽서 내용의 변천(?)을 지켜보는 재미도 있다.

 

내가 어렸을 때 팀과 같은 극기훈련에 참여했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도전에 강한 인간이 되었으려나....ㅎㅎㅎ 극복하지 못한 과제가 많은 나는 핸디캡을 요리조리 피해가며 그럭저럭 살고 있다. 이만큼 살아보니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더 많이 도전해보는 것이 진리다. 이 책은 시공주니어문고 1단계(저학년용)로 나왔지만 분량도 130여쪽 되고 내용수준도 어느정도 있어 3학년 정도에게 적당한 것 같다. 아이들아. 약점이 있다고 지레 포기하지 말자. 포기는 약점을 극대화하지만 도전은 가능성을 키워 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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