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삶에서 나를 만나다 - 잃어버린 나를 다시 찾고 서로 위로하는 수업 성찰
김태현 지음 / 에듀니티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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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첫 책, <교사, 수업에서 나를 만나다>를 참 좋게 읽었다. 근데 이런.... 내용이 생각나지 않는다.^^;; 그래도 내 맘에 지침이 되던 딱 한마디는 남아있다. 좋은 수업의 최우선조건은 '관계'라는 말이다. 관계가 어그러진 학급에서 좋은 수업은 거의 가능하지 않다.

그 책에서 내가 느낀 저자의 이미지는 마치 스타강사 같은 것이었다. 거의 연예인급의. 그러니 내가 배울 것은 있어도 함께 느끼고 공감할 것이 있으리라 생각하진 않았다. 그런데 이번 책을 읽고는 상당히 놀랐다. 마치 나의 고백 같은 자기고백이 거기에 있었다. 흔한 말로 "내가 쓴 글인 줄 알았어요."와 같은.(나는 이만한 문장력이 없으니 그건 사실 말이 안되긴 하지만 ㅋ)

수업코칭의 대가인 저자도 침체기가 있고, 애들에 대한 분노로 진정하기 힘들 때가 있으며, 내 수업에 대한 불만족이 끊임없이 찾아오고, 애쓰다가 한순간은 이래서 뭐하나 싶은 회의가 찾아오는구나. 아이들과 관계맺기의 필요성을 알면서도 막상 깊은 관계의 기회 앞에서는 거부감과 두려움이 들기도 하는구나.

그러나 별볼일 없는 나와 같은 종류의 감정을 겪는 저자에게 따라가기 어려운 능력이 있으니 그것은 성찰이다. 그리고 국어교사로서 갖고 계신 다양한 문학적 소양과 예술적 감수성을 통해 성찰해보는 교사로서의 우리 모습은 특히나 눈물겨웠고 눈물겨운만큼 위로가 되었다.

1,2장에서는 이와같이 "괜찮아요.... 누구나 그래요. 조금은 흔들려도, 쉬어도 좋아요"라는 위로가 주를 이루었다. 그러나 3장으로 넘어가며 이 책의 목적이 단순한 위로에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3장에서는 교사의 신념을 다루고 있다. 수업의 기교보더 더 필요한 것은 각 수업에 맞는 주제의식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주제의식이라니, 예측하지 못했던 말이었다. 여기부터 저자가 주는 메시지는 결코 쉬운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지난 책에서 다루어준 수업의 기술보다 한 차원 높은 것이었다. 수업의 기술은 따라할 수 있고 흉내도 낼 수 있다. 하지만 주제의식은 다르다. 내 삶을 통해 내 스스로 형성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4장에서는 창조성을 다루고 있다. 난 가끔 아이디어가 좋다는 말을 듣기도 하지만 대체로는 창조성에 자신이 없다. 그리고 수업에 있어서 창조성은 대부분 수업에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동기유발이나 새롭고 참신한 활동을 찾아내는데 관여한다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저자의 시각은 다르다.
"수업을 재구성해야 하는 근원적인 이유는 학생들에게 참된 배움을 주고자 하는 것도 있지만, 창조자로 태어난 우리가 수업내용에서 나만의 창조적 감성을 발휘하지 않으면 스스로 갑갑함을 느낀다. 내가 만든 것이 아닌, 남의 것으로 수업을 하기 때문에 늘 수업에서 나의 이야기가 아닌 남의 이야기를 하는 기분이 들고, 이것은 수업을 하는 내적 에너지가 떨어지는 것으로 연결된다. 손수 이해하고 창조한 내용이 아니면 우리는 스스로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대목이다. 최근 10년 안에 나는 두 번의 교과전담을 했는데, 담임을 하면서 그 시절이 그리워질 때가 많다. 한 과목을 전담하다보니 깊이있는 교재연구가 가능하고, 참고서적도 많이 찾아보게 되고, 서툰 자료라도 내가 직접 만들어서 쓰다보니 위에서 말한 '내적 에너지'가 넘쳤다. 수업이 끝나면 녹초가 될지언정 수업중에는 의욕과 기쁨이 있었다. 이 기쁨을 담임을 하면서도 맛보고 싶은데 그것을 온전히 누리기에는 정신 빼앗기는 일들이 너무나 많다. 그만큼 내가 부족해서겠지만....ㅠ

이를 위하여 저자는 예술과의 만남을 강조한다. 예술작품을 깊이 만나면 내 감성이 움직이고 내 수업의 빛깔이 달라진다고 한다. 의도하지 않아도 수업에서 예술작품 특유의 감성이 생긴다는 것이다. 아~ 난 진정으로 그러고 싶다. 사치고 유희인가 싶어 미뤄뒀던 예술감상활동을 마음껏 하고 싶다. 좀 비싼 콘서트나 뮤지컬도 보고, 악기연습에 빠져도 보고, 수업과 관련없는 미술책도 보고... 영화를 보면서도 나는 우길테다. 나는 지금 수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이러한 감각을 잘 유지하고 언제나 고르게 발휘해야 전문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글을 쓰라고 교사들에게 조언한다. 내 삶의 의미있는 단상들을 그냥 흘려보내지 말고 잘 붙잡아두라는 것이다. 이것은 참 유용한 조언이다. 나는 글쓰기에 별 거부감이 없지만 그에 비해 글을 쓰며 살아오진 않았다. 내가 쓴 글이란 읽은 책에 대한 리뷰가 고작인데 그나마도 많이 자주 쓰진 않는다. 최근 페북에 일기도 뭣도 아닌 글을 올리면서 남들도 보는 데다 이게 뭐하는 짓일까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당분간은 유지해야겠다. 더 좋은 공간이 생길때까지는.

마지막 5장의 키워드는 '공동체'이다. 위의 모든 것들을 나눌 수 있는 공동체는 개인이 가진 것들을 극대화할 뿐만이 아니라 그 가치를 더해준다. 나는 교직에서 공유와 소통의 중요성을 매우 크게 본다. 이중 공유에 대해서는 부끄럽지 않다. 줄 것이 변변치 못해서 그렇지 난 내게 있는 아이디어와 자료를 아낌없이 나눠준다. 나같은 사람과 동학년을 처음 해봤다는 선생님도 계셨다. 그런데 소통은 매우 제한적으로 한다. 사람을 많이 가린다.... 그래서 공동체의 위력을 체험한 경험이 많지 않다. 이 부분은 나의 숙제로 남겨둔다. (물론 나혼자 애쓴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지만.)

지금 근무하는 학교에서는 정식으로는 아니라도 수업친구라 할 만한 선배님이 두 분 계시다. 두분께 이 책을 마구 들이댔더니 두분다 첫장에서부터 공감하셨다. 언니들과 이 책을 천천히 다시 읽을거다. 우리의 삶을 돌아보고, 서로 어루만지고, 그리고 수업을 얘기할거다. 우리의 삶에 잔잔한 기쁨이 아이들에게도 잔물결처럼 퍼져가기를......♡

(초판이라 그런지 의외로 오타가 많네요. 꽤 있었는데 그냥 지나가 버려서... 지금 보이는 것 적어봅니다.
61쪽 낫게-> 낮게
95쪽 몰했다-> 못했다
317쪽 2015년-> 내용상 2005년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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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20 18: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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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21 1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토믹스 : 지구를 지키는 소년 - 제4회 스토리킹 수상작 아토믹스 1
서진 지음, 유준재 그림 / 비룡소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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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연수에서 김남중 작가님의 '동화의 소재와 주제'라는 강의를 들었다. 그 때 나는 질문하고 싶은 것이 있었다. "작가님들은 자신의 작품으로 세상을 조금이라도 치유하고 변화시키고 싶어하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시대의 문제나 아픔을 동화의 소재로 삼으시는 경우가 많죠. 그렇다면 이제 원전문제를 다룬 작품도 많이 나올 때가 된 것 같은데, 작가님께서는 그럴 계획은 없으신지요?"
질문을 못했으니 이에 대한 답은 당연히 듣지 못했지만, 왠지 언젠가는 쓰실거란 기대를 혼자서 해 보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놀랍고 강력한 작품과 마주했다! 내가 고대하던.

작가의 이력이 흥미롭다. 전자공학과 박사과정을 하다 문화잡지의 편집장이 되었다가 소설가로 데뷔? 다양한 작품활동을 하다 동화로는 처음 쓴 작품 같은데 제4회 스토리킹 수상작으로 뽑혔다. 이건 어린이 심사위원들이 뽑는 것이라 일단 가독성과 흥미는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그럼 소재와 주제는 어떠할까?

여기에서 내 눈이 휘둥그래진 거다. 바로 원전 문제를 다루고 있었다. 이 책은 많이 팔릴 것 같으니 파급력도 크겠다. 그럼 중요한 메시지를 설득력있고도 인상적으로 잘 전하고 있을까?

주인공 소개를 읽어보았다.
오태평 : 원전사고로 피폭되어 슈퍼파워를 얻었다. 이 능력으로 아토믹스가 되어 부산 앞바다에 나타나는 괴수를 무찌른다.
엥? 이게 뭔 황당무계한 소리야? 철없는 아이들이 읽고 "나도 피폭돼서 아토믹스 되고 싶어!" 이러면 어쩌려고?

그런 아이가 있을 확률도 0.1%는 되겠으나(앞에 몇장만 읽고 집어던진 아이ㅎㅎ)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이 책은 문제를 단순하게 다루고 있지 않다. 의문이 제기되며 궁금증이 생기고, 그것이 책에 더 몰입하게 만들고, 그러다보면 의문이 해결되기도 하고 더 깊은 의문에 봉착하기도 한다. 아무리 메시지가 좋아도 끝까지 이끌어가는 힘이 약해 중간에 책을 놓게 만들면 아무 소용이 없는데, 이 책은 주인공에게 지구영웅의 역할을 주어 괴물을 무찌르는 긴박하고 흥미진진한 장면으로 어린이 독자들을 끌어들인다.

그러나 이 책의 장점은 반전에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괴물과의 싸움이 끝나며 하나씩 밝혀지는 사실들. 아토믹스인 태평이나, 그가 무찌른 바다괴물이나 모두 원전의 희생물이었을 뿐이라는 것. 이것을 감추고 원전을 계속 진행하려는 세력의 많은 속임수와 음모가 그것을 가리고 있었다는 것.

이제 태평이는 하나하나 생각하고 알아보며 진정으로 지구를 지키는 소년이 되려한다.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가 되지만 앞선 스토리킹 수상작들의 속편이 계속 나왔던 것처럼 이 작품도 그렇지 않을까 기대를 하게 된다. 작가가 무게와 재미 모두를 잃지 말고 뚝심있게 다음 이야기를 이어나가기를 응원하며 기대한다. 이 작품이 널리 읽혀 원전 문제가 수면으로 떠올라 널리 공유되고, 상식적인 토론과 대안이 많이 나오게 되었으면 좋겠다. 문학이 때로는 그런 힘도 가지기를 각별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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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꼬마 거인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36
로알드 달 지음, 퀜틴 블레이크 그림,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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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알드 달의 작품을 거의 다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안 읽은게 있었다. 요즘 상영되고 있는 영화 <마이 리틀 자이언트>의 원작인 <내 친구 꼬마 거인>이다.

로알드 달의 작품은 아이들과 어른들이 모두 좋아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건 그 엽기성(?)과 유머, 상상력 때문일 것 같고, 어른들이 좋아하는 건 그 엽기성에도 불구하고 결말이 갖고 있는 교훈성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옛이야기가 그렇듯이 말이다. 로알드 달의 작품의 캐릭터는 단순하고 과장되어 있으며 이중적이지 않다. 결국 약하고 선한 존재가 강하고 악한 존재를 물리치는 옛이야기의 전형을 따르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론을 공부한 바는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로알드 달의 인기는 그의 작품이 가진 심리적 치유효과와 관련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해 본다.

이 작품도 그렇다. 고아원에 살던 소녀 소피는 우연히 거인의 밤 활동을 지켜보다 거인에게 들켜 그가 사는 굴로 납치당한다. 그 마을은 거인들이 사는 곳이었는데 나머지 거인들은 모두 인간을 잡아먹는 존재들이었고 몸집도 두배 이상 더 컸다. 이 거인 선꼬거(선량한 꼬마 거인)는 거인 중에 가장 작고(그래봤자 7m가 넘지만) 사람을 먹지 않기 위해 맛이 끔찍한 킁킁오이만을 먹으며 살고 있었다.

거인의 굴에는 수많은 유리병들이 가득했는데 이것은 그가 밤에 하는 일과 관련이 있다. 바로 자는 사람들에게 꿈을 불어넣어 주는 일이다. 선꼬거는 꿈을 잡아서 유리병에 넣어두었다가 필요한 사람들의 잠자리에 찾아가 그 꿈을 넣어준다.
꿈에 대한 거인의 생각이 무척이나 시적이다.
"이 세상에 있는 꿈들은 저마다 다르게 음악 소리를 내고 있는다."
"음악이 뭔가를 전해 주는다. 메시지를 보내는 건다. 음악이 나한테 말을 거는다. 음악은 언어와 같는다."

(거인은 학교를 다니지 못해 문법이 아주 서툴다^^)

나머지 거인들은 세계를 휩쓸며 사람들을 잡아먹고 다닌다. 그것을 막기 위한 거인과 소피의 활약. 그건은 로알드 달의 상상력이 아니면 펼치기 어려운 이야기였다.

이 작품에서 로알드 달의 유머는 언어유희로 많이 나타났다. 원작으로 읽어볼 수 있는 영어실력을 갖추지 못한 것이 이럴 때 젤 아쉽다. 모름지기 인간은 배울 수 있을 때 본인의 최선을 다해 배워 두어야 하는 것을.^^;;

내일 영화를 보려고 예매했다. 상영관이 별로 없는데다 횟수도 적어 맞추기 어려웠다. 살짝 지루하다는 영화평도 보인다. 어떻게 만들었길래 이런 이야기가 지루해? 내일 내 눈으로 확인해 봐야겠다. 가을 독서축제 때 원작이 있는 영화상영이 있는데 내일 보고 결정해야겠다. 그때 되면 DVD로 나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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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학교 연구부장인 언니가 요즘 연수를 받고 와서 머리 복잡해 한다. 그 중의 한 내용이 4차 산업 시대의 도래에 대한 것이다. 이로 인해 현재의 직업 중 상당수가 없어질 것이며 현시대에 중시하는 역량들이 그시대에는 쓸모없는 것들이 될 것이라 한다. 기계와 로봇이 그 기능을 대신할 것이기 때문이다.

학교교육이라는 게 학생들이 장래 살아갈 역량을 키우는 측면이 강하므로 이런 논의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본다. 문제는 정확한 전망이다. 미래를 정확히 전망해야 필요한 교육의 내용이 나올 것이다. 그런데 이게 참 어렵다. 어떤 이는 과학기술 발전의 장밋빛 꿈을 가지고 공상과학소설을 쓰는가 하면 어떤 이는 과도한 개발로 이제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인류가 가야할 어둡고 괴로운 길에 대해 얘기한다. 통역기가 발전해 외국어능력 같은 것도 필요없고 각종기능은 로봇이 대신하니 창의력, 상상력, 협업능력 등을 키우는 교육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글도 보았다.















이런 시대에 나온 이 동화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때는 2055년. 승모네 가족에게 특별한 일이 닥친다. 99년에 냉동인간상태에 들어간 증조할아버지가 깨어나는 날이기 때문이다.
할아버지가 깨어나 새로운 세상과 맞닥뜨리며 겪는 에피소드들이 이 책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 내용은 '과학상상화대회' 그림 내용의 총집합이라 하면 되겠다.
- 아빠의 직장은 달기지. 형은 우주항해사 훈련중
- 식사는 우주식(튜브식) 아니면 분자요리(식재료 없이 맛과 영양만 살린 요리)
- 가족도 각자의 생활, 필요한 경우에는 홀로그램으로 집합, 함께 식사를 하거나 스킨십을 하거나 하진 않음
- 자동변기가 알아서 장운동을 시키고 변을 뽑아 처리함. 똥 눈다는 개념이 없음(이것을 할아버지가 제일 못견뎌함)
- 잠은 수면기에 들어가 시간조절하면 딱 시간에 맞추어 숙면하게 해 줌
- 옷은 첨단 센서를 갖춘 위생복으로 자동 소독과 감염예방이 됨
- 하늘을 나는 무인자동차
- 출석을 하는 학교는 없음(이 대목 애들이 좋아하겠다)
- 노동에 해당되는 모든 일들을 곳곳에서 로봇이 하고 있음
- 모든 것은 첨단화 되어 있어 언제나 최적의 상태를 자동적으로 유지하도록 시스템화 되어 있음

승모는 이러한 세상에 할아버지를 안내하고 적응시키는 임무를 맡는다. 할아버지는 모든게 인공적이고 사람의 정이 의미없는 이 세상이 참 마음에 들지 않는데.... 여러 곳을 안내받던 할아버지의 눈에 띈 곳이 있다. 승모네가 사는 과학도시 바깥에는 과학화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자연지대가 있었던 것이다. 할아버지의 고집으로 승모와 할아버지는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 디지털 세상을 맹신하고 자연지대를 경멸하던 승모의 생각에도 약간의 틈이 생기기 시작한다.

결국 할아버지는 과학도시의 시민칩을 사양하고 자연지대로 가는 선택을 하며, 가족들도 모두 그 선택을 존중한다. 이렇게 작가는 미래 디지털세상의 장밋빛 꿈에 일침을 가하며 경고를 보낸다.













생각해보니 이러한 주제의식은 이미 오래전에 나왔었다. 권정생 선생님의 마지막 작품 <랑랑별 때때롱>이다. 이 작품은 랑랑별에 사는 때때롱 가족과 지구의 새달이 가족이 교신을 하게 되면서 시작한다. 나중에는 새달이 일행이 랑랑별로 가게 되는데 그 별의 모습은.... 자연이 맑고 아름답던 우리 부모님 세대의 지구 모습과 거의 비슷했다. 그러나 때때롱 할머니의 수수께끼 같은 말, '500년 동안....'
일행은 할머니가 주신 도깨비옷을 입고 500년 전으로 시간여행을 하는데, 놀랍게도 랑랑별의 그 과거는 위의 책 <디지털보이>가 보여주는 지구의 미래였던 것이다. 인간성이 상실되고 과학기술만이 발전된.... 500년이 걸려 랑랑별이 간신히 회복시킨 세상은 바로 우리가 어린시절 살던 그 세상이었다. 이 결말을 읽었을 때 결이 고운 권정생 님의 문장 속에 숨겨진 힘을 느끼고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다시 4차 산업과 교육으로 돌아와서, 우리는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지금 가르치고 있는 것들은 대부분 휴지조각이 될 뿐이니, SW교육에 매진해야 하는가? 자동통역기와 번역기가 완벽한 작업을 해줄텐데 영어단어 따위를 뭐하러 외우냐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는가? 인간성 상실에 대비해서 인성교육과 더불어사는 능력을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은 이 맥락에서 가능한 얘긴가?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를 갖는 나는 이런 논의 자체가 불편한 게 사실이다. 내가 랑랑별이 500년 걸려 회복한 세상에 갈채를 보내는 것은 내가 디지털 세상에서 뒤떨어질 게 뻔해서인지도 모른다. 이런 내가 미래의 디지털보이들을 가르친다? 말이 안되는 일이다. 그럼 나는 이제 손을 놓는게 맞는 건가?

진정 그러하다면 놓아야겠지. 그러나 놓을 때 놓더라고 묻고 싶고 듣고 싶다. "이미 브레이크 밟기엔 늦었으니 우리는 조만간 저기에 처박히게 될 겁니다" 라는 미래전망 말고, 진정 우리가 추구하는 미래는 어떤 모습인지, 거기에서 교육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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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아이 어린이 나무생각 문학숲 2
안미란 지음, 김현주 그림 / 어린이나무생각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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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의미심장하다. 투명한 아이라니?

건이네 낡고 작은 건물에는 건이아빠가 운영하는 신문보급소와 살림집이 있고 월세를 주는 작은 공간이 둘 있다. 구석방에는 외국인근로자 아주머니가 어린 딸과 함께 살고, 신문보급소 옆에는 동자귀신을 모신다는 할머니가 손녀딸 보람이를 데리고 들어왔다.

어린 딸 이름은 눈이다. 한국에 와서 난생처음 눈을 보고 딸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고 한다.
이 아이가 바로 '투명한 아이'다. 신정 연휴를 하루 앞둔 어느 늦은 시간 어린이집 원장님이 엄마한테 연락이 안된다며 급히 건이네한테 부탁하고 떠난 아이. 엄마는 밤이 지나도 오지 않는다. 백방으로 엄마의 행방을 찾던 가족들은 알게 된다. 눈이는 실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아이라는 것을. 떠나버린 아빠. 불법체류자인 엄마 밑에서 출생신고도 되어있지 않은 무국적 아이라는 것을. 그래서 아이는 '투명한 아이'다.

작가는 이 아이를 통해 소외된 계층도 함께 누려야 하는 인권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나와 너, 편가르기보다 지구촌이라는 커다란 울타리 안에 함께 사는 이웃, 인간으로서의 존엄권과 행복추구권, 평등권을 가진 이웃으로서 투명한 아이 눈을 보듬어 안아 주시면 좋겠어요. 많은 사람들이 손에 손을 잡고 국적없는 아이 눈의 가족이 되어주기 바랍니다."(159쪽. 작가의 말)

이렇게 제목에 부각된 대상은 다문화가정이지만 작가가 마음에 품고 다루는 대상은 하나 더 있다. 장애인이다.
건이네 4식구 중 한 명은 고모인데, 소아마비로 인한 지체장애이고 다리를 쓰지 못해 휠체어로 이동해야 한다. 고모는 오빠인 건이아빠의 신문보급소에서 광고지를 끼우는 일 등을 도우며 함께 살고 있다.
(여기에서 전혀 필요없는 감정이입. 이런 시누이랑 사는 건이엄마는 얼마나 힘들까? 예민할 때는 건드리지 말아야 하고, 말도 조심해야 하고, 밥도 차려줘야 하고... 가족끼리 단란한 시간을 가질래도 눈치봐야 하고... 참 무던하다 무던해... 나같으면 스트레스 받아서 못 살텐데.... 이런 쓸데없는 생각. 나는 이게 문제다.)
세상에 나갈 일이 적은 고모가 그나마 조금의 발걸음으로 나가서 겪은 일들은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그대로 보여준다.

외로운 이들은 자기들끼리 보듬는 법, 고모는 눈이를 입양해서 자기가 키우겠다고 해서 가족들을 놀라게 한다. 다행히 눈이 엄마를 다시 찾게 되어 이 얘기는 없던 걸로 되었지만.... 눈이가 엄마랑 떠날 때, 이 따뜻한 가족들은 한가지씩 선물을 한다. 고모는 깨끗하게 머리를 빗기고 예쁜 옷을 입힌다. 엄마는 보건소에 데려가 필요한 예방접종을 한 아기수첩을, 아빠는 색연필과 크레파스를... 마지막으로 건이와 보람이는 '우주 시민증'을 만들어준다. 작가의 메시지가 잘 드러난 결말이다. 시민증의 문구. "당신은 우주 시민으로서 모든 권리를 누릴 수 있습니다. 푸키로 별 뿐 아니라 지구 넘어 어떤 세상도 상관없어요."^^

고모도 시민증 발급을 부탁하는 장면이 재밌지만 애틋하다. 고모는 용기를 내서 더 배우고 더 다녀보려고 한다. 아까 했던 저런 생각에 미안해진 나는 고모를 힘껏 응원한다. 자기것을 조금씩이라도 양보해야 모두 잘 살 수 있는 세상이 온다. 난 뭘 양보할 수 있지....? 라는 질문이 체에 거른 듯이 마지막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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