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아이 어린이 나무생각 문학숲 2
안미란 지음, 김현주 그림 / 어린이나무생각 / 201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이 의미심장하다. 투명한 아이라니?

건이네 낡고 작은 건물에는 건이아빠가 운영하는 신문보급소와 살림집이 있고 월세를 주는 작은 공간이 둘 있다. 구석방에는 외국인근로자 아주머니가 어린 딸과 함께 살고, 신문보급소 옆에는 동자귀신을 모신다는 할머니가 손녀딸 보람이를 데리고 들어왔다.

어린 딸 이름은 눈이다. 한국에 와서 난생처음 눈을 보고 딸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고 한다.
이 아이가 바로 '투명한 아이'다. 신정 연휴를 하루 앞둔 어느 늦은 시간 어린이집 원장님이 엄마한테 연락이 안된다며 급히 건이네한테 부탁하고 떠난 아이. 엄마는 밤이 지나도 오지 않는다. 백방으로 엄마의 행방을 찾던 가족들은 알게 된다. 눈이는 실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아이라는 것을. 떠나버린 아빠. 불법체류자인 엄마 밑에서 출생신고도 되어있지 않은 무국적 아이라는 것을. 그래서 아이는 '투명한 아이'다.

작가는 이 아이를 통해 소외된 계층도 함께 누려야 하는 인권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나와 너, 편가르기보다 지구촌이라는 커다란 울타리 안에 함께 사는 이웃, 인간으로서의 존엄권과 행복추구권, 평등권을 가진 이웃으로서 투명한 아이 눈을 보듬어 안아 주시면 좋겠어요. 많은 사람들이 손에 손을 잡고 국적없는 아이 눈의 가족이 되어주기 바랍니다."(159쪽. 작가의 말)

이렇게 제목에 부각된 대상은 다문화가정이지만 작가가 마음에 품고 다루는 대상은 하나 더 있다. 장애인이다.
건이네 4식구 중 한 명은 고모인데, 소아마비로 인한 지체장애이고 다리를 쓰지 못해 휠체어로 이동해야 한다. 고모는 오빠인 건이아빠의 신문보급소에서 광고지를 끼우는 일 등을 도우며 함께 살고 있다.
(여기에서 전혀 필요없는 감정이입. 이런 시누이랑 사는 건이엄마는 얼마나 힘들까? 예민할 때는 건드리지 말아야 하고, 말도 조심해야 하고, 밥도 차려줘야 하고... 가족끼리 단란한 시간을 가질래도 눈치봐야 하고... 참 무던하다 무던해... 나같으면 스트레스 받아서 못 살텐데.... 이런 쓸데없는 생각. 나는 이게 문제다.)
세상에 나갈 일이 적은 고모가 그나마 조금의 발걸음으로 나가서 겪은 일들은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그대로 보여준다.

외로운 이들은 자기들끼리 보듬는 법, 고모는 눈이를 입양해서 자기가 키우겠다고 해서 가족들을 놀라게 한다. 다행히 눈이 엄마를 다시 찾게 되어 이 얘기는 없던 걸로 되었지만.... 눈이가 엄마랑 떠날 때, 이 따뜻한 가족들은 한가지씩 선물을 한다. 고모는 깨끗하게 머리를 빗기고 예쁜 옷을 입힌다. 엄마는 보건소에 데려가 필요한 예방접종을 한 아기수첩을, 아빠는 색연필과 크레파스를... 마지막으로 건이와 보람이는 '우주 시민증'을 만들어준다. 작가의 메시지가 잘 드러난 결말이다. 시민증의 문구. "당신은 우주 시민으로서 모든 권리를 누릴 수 있습니다. 푸키로 별 뿐 아니라 지구 넘어 어떤 세상도 상관없어요."^^

고모도 시민증 발급을 부탁하는 장면이 재밌지만 애틋하다. 고모는 용기를 내서 더 배우고 더 다녀보려고 한다. 아까 했던 저런 생각에 미안해진 나는 고모를 힘껏 응원한다. 자기것을 조금씩이라도 양보해야 모두 잘 살 수 있는 세상이 온다. 난 뭘 양보할 수 있지....? 라는 질문이 체에 거른 듯이 마지막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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