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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삶에서 나를 만나다 - 잃어버린 나를 다시 찾고 서로 위로하는 수업 성찰
김태현 지음 / 에듀니티 / 201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저자의 첫 책, <교사, 수업에서 나를 만나다>를 참 좋게 읽었다. 근데 이런.... 내용이 생각나지 않는다.^^;; 그래도 내 맘에 지침이 되던 딱 한마디는 남아있다. 좋은 수업의 최우선조건은 '관계'라는 말이다. 관계가 어그러진 학급에서 좋은 수업은 거의 가능하지 않다.
그 책에서 내가 느낀 저자의 이미지는 마치 스타강사 같은 것이었다. 거의 연예인급의. 그러니 내가 배울 것은 있어도 함께 느끼고 공감할 것이 있으리라 생각하진 않았다. 그런데 이번 책을 읽고는 상당히 놀랐다. 마치 나의 고백 같은 자기고백이 거기에 있었다. 흔한 말로 "내가 쓴 글인 줄 알았어요."와 같은.(나는 이만한 문장력이 없으니 그건 사실 말이 안되긴 하지만 ㅋ)
수업코칭의 대가인 저자도 침체기가 있고, 애들에 대한 분노로 진정하기 힘들 때가 있으며, 내 수업에 대한 불만족이 끊임없이 찾아오고, 애쓰다가 한순간은 이래서 뭐하나 싶은 회의가 찾아오는구나. 아이들과 관계맺기의 필요성을 알면서도 막상 깊은 관계의 기회 앞에서는 거부감과 두려움이 들기도 하는구나.
그러나 별볼일 없는 나와 같은 종류의 감정을 겪는 저자에게 따라가기 어려운 능력이 있으니 그것은 성찰이다. 그리고 국어교사로서 갖고 계신 다양한 문학적 소양과 예술적 감수성을 통해 성찰해보는 교사로서의 우리 모습은 특히나 눈물겨웠고 눈물겨운만큼 위로가 되었다.
1,2장에서는 이와같이 "괜찮아요.... 누구나 그래요. 조금은 흔들려도, 쉬어도 좋아요"라는 위로가 주를 이루었다. 그러나 3장으로 넘어가며 이 책의 목적이 단순한 위로에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3장에서는 교사의 신념을 다루고 있다. 수업의 기교보더 더 필요한 것은 각 수업에 맞는 주제의식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주제의식이라니, 예측하지 못했던 말이었다. 여기부터 저자가 주는 메시지는 결코 쉬운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지난 책에서 다루어준 수업의 기술보다 한 차원 높은 것이었다. 수업의 기술은 따라할 수 있고 흉내도 낼 수 있다. 하지만 주제의식은 다르다. 내 삶을 통해 내 스스로 형성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4장에서는 창조성을 다루고 있다. 난 가끔 아이디어가 좋다는 말을 듣기도 하지만 대체로는 창조성에 자신이 없다. 그리고 수업에 있어서 창조성은 대부분 수업에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동기유발이나 새롭고 참신한 활동을 찾아내는데 관여한다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저자의 시각은 다르다.
"수업을 재구성해야 하는 근원적인 이유는 학생들에게 참된 배움을 주고자 하는 것도 있지만, 창조자로 태어난 우리가 수업내용에서 나만의 창조적 감성을 발휘하지 않으면 스스로 갑갑함을 느낀다. 내가 만든 것이 아닌, 남의 것으로 수업을 하기 때문에 늘 수업에서 나의 이야기가 아닌 남의 이야기를 하는 기분이 들고, 이것은 수업을 하는 내적 에너지가 떨어지는 것으로 연결된다. 손수 이해하고 창조한 내용이 아니면 우리는 스스로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대목이다. 최근 10년 안에 나는 두 번의 교과전담을 했는데, 담임을 하면서 그 시절이 그리워질 때가 많다. 한 과목을 전담하다보니 깊이있는 교재연구가 가능하고, 참고서적도 많이 찾아보게 되고, 서툰 자료라도 내가 직접 만들어서 쓰다보니 위에서 말한 '내적 에너지'가 넘쳤다. 수업이 끝나면 녹초가 될지언정 수업중에는 의욕과 기쁨이 있었다. 이 기쁨을 담임을 하면서도 맛보고 싶은데 그것을 온전히 누리기에는 정신 빼앗기는 일들이 너무나 많다. 그만큼 내가 부족해서겠지만....ㅠ
이를 위하여 저자는 예술과의 만남을 강조한다. 예술작품을 깊이 만나면 내 감성이 움직이고 내 수업의 빛깔이 달라진다고 한다. 의도하지 않아도 수업에서 예술작품 특유의 감성이 생긴다는 것이다. 아~ 난 진정으로 그러고 싶다. 사치고 유희인가 싶어 미뤄뒀던 예술감상활동을 마음껏 하고 싶다. 좀 비싼 콘서트나 뮤지컬도 보고, 악기연습에 빠져도 보고, 수업과 관련없는 미술책도 보고... 영화를 보면서도 나는 우길테다. 나는 지금 수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이러한 감각을 잘 유지하고 언제나 고르게 발휘해야 전문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글을 쓰라고 교사들에게 조언한다. 내 삶의 의미있는 단상들을 그냥 흘려보내지 말고 잘 붙잡아두라는 것이다. 이것은 참 유용한 조언이다. 나는 글쓰기에 별 거부감이 없지만 그에 비해 글을 쓰며 살아오진 않았다. 내가 쓴 글이란 읽은 책에 대한 리뷰가 고작인데 그나마도 많이 자주 쓰진 않는다. 최근 페북에 일기도 뭣도 아닌 글을 올리면서 남들도 보는 데다 이게 뭐하는 짓일까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당분간은 유지해야겠다. 더 좋은 공간이 생길때까지는.
마지막 5장의 키워드는 '공동체'이다. 위의 모든 것들을 나눌 수 있는 공동체는 개인이 가진 것들을 극대화할 뿐만이 아니라 그 가치를 더해준다. 나는 교직에서 공유와 소통의 중요성을 매우 크게 본다. 이중 공유에 대해서는 부끄럽지 않다. 줄 것이 변변치 못해서 그렇지 난 내게 있는 아이디어와 자료를 아낌없이 나눠준다. 나같은 사람과 동학년을 처음 해봤다는 선생님도 계셨다. 그런데 소통은 매우 제한적으로 한다. 사람을 많이 가린다.... 그래서 공동체의 위력을 체험한 경험이 많지 않다. 이 부분은 나의 숙제로 남겨둔다. (물론 나혼자 애쓴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지만.)
지금 근무하는 학교에서는 정식으로는 아니라도 수업친구라 할 만한 선배님이 두 분 계시다. 두분께 이 책을 마구 들이댔더니 두분다 첫장에서부터 공감하셨다. 언니들과 이 책을 천천히 다시 읽을거다. 우리의 삶을 돌아보고, 서로 어루만지고, 그리고 수업을 얘기할거다. 우리의 삶에 잔잔한 기쁨이 아이들에게도 잔물결처럼 퍼져가기를......♡
(초판이라 그런지 의외로 오타가 많네요. 꽤 있었는데 그냥 지나가 버려서... 지금 보이는 것 적어봅니다.
61쪽 낫게-> 낮게
95쪽 몰했다-> 못했다
317쪽 2015년-> 내용상 2005년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