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트] 선생님은 내 친구 + 선생님은 우리 친구 - 전2권 ㅣ 책콩 저학년
송언 지음, 김민우 그림 / 책과콩나무 / 2024년 3월
평점 :
송언 선생님은 몇년전 퇴직하시고는 특유의 교실이야기 동화를 딱 끊으시고 창작 옛이야기나 옛이야기 재화 등 다른 분야의 책들을 주로 쓰셨다. 선생님이 밝히신 적은 없지만 그렇게 마음먹으신게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다 얼마전 이 책이 나온걸 보았다. 앗! 다시 쓰시는 건가? 반가워 읽어보았다. 어디서 봤던 것 같다? 생각하며 작가의 말을 읽어보니 역시, 전에 쓰셨던 책(꼼지락 공주와 빗자루 선생님)이 절판되고 다른 출판사에서 재출간된 것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심정은 약간 복잡했다. 씁쓸하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했다. 나는 내가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변한 걸 느껴서 씁쓸했고, 더이상 이런 얘기가 재밌지 않아서 당황스러웠다. 난 송언 선생님 작품을 읽으며 동심에 공감하고, 아이들을 이해하며 어울려 살아가는 할아버지샘을 존경한다 생각했는데, 이제 다시 읽어보니 불편한 것 투성이에 짜증까지 살짝 나는 것이었다. 내가 변한 건지 세상이 변한 건지 알 수 없다. 아마도 둘 다겠지.ㅠㅠ
작가님의 전작들에 리뷰를 많이 써서 기억난다. 할아버지쌤은 인간적이고 품이 넓은 분이었지만 완벽하신 분은 아니다. 계획적이라기보단 즉흥적인 편에 가깝고 말이나 행동에 실수도 가끔 있는, 살짝 구멍이 있는 분이다. 아이들은 버릇이 없고 말썽쟁이고 교실은 시끌벅적, 법석도 많이 벌어진다. 하지만 1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보내며, 선생님이 각잡고 훈육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어느새 조금씩 철이 들고, 아이들 각자의 개성이 펄펄 살아 뛰는 상태로 사랑의 공동체가 되어간다. 완벽하진 않지만 그대로 만족한다면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그런 상태로 말이다.
그런데 아직도 교직에 남아있는 나는, "저게 될까?" 라는 냉소가 나도 모르게 떠올라 흠칫 놀라고 있는 중이다. 일단은 제목부터가 말이 안된다고 느낀다. 교사는 친구가 되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이게 내 생각이다. 지들끼리 좋은 친구가 되도록 조력이나 잘해. 니가 왜 친구가 되겠다는 건데. 선생노릇이나 잘해라. 그러려면 너를 허물지 말아라. 한번 허물면 다시 못세운다. 나는 아이들과 친구가 되려고 시도했던 적은 없지만 이 실패와 후회의 사례는 수도없이 보고 들었다. 각자의 역할과 지켜야 할 위치가 있는 법이다. 친구는 반대합니다.
주인공 송지율이를 비롯한 아이들의 버릇없음에 다시 한번 경고등이 켜졌다. 거기에 '친구처럼' 상대하시고 기껏해야 "떽!" 한마디로 혼내시는 선생님. 하지만 지율이는 선생님을 좋아하고, 그 진심이 점점 아이를 성장시킨다. 이런 경우도 물론 있다. 선생님은 현직에 계실 때 많이 겪어보셨으니 이야기로 쓰셨을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임자'는 못만나보신 게 아닐까. 앞에서 말했듯이 선생님도 실수하시고 구멍이 있던데 그 구멍을 누가 잡아채고 달려들었다면? 아름다운 이야기는 거기서 끝이다. 그래서구나. 내가 더이상 선생님의 교실동화를 즐길 수 없는 이유가. 선생님의 교실이야기에는 엄격한 기준으로 따지고들면 트집잡힐 요소들이 가끔 들어있다. 예를들면 아이들을 별명으로 부르는 것이다. 그중에는 신체적 특징으로 부르는 것도 있다. 이를테면 김배불뚝이 등. 이건 변명의 여지도 없는 일이다. 곤욕을 치른다해도 쉴드도 쳐줄 수 없는.
게다가 요즘은 이뻐만 해주면 알아서 철드는.... 그럴거라 믿고 지켜만 봐서는 절대 안되는 힘든 아이들이 교실마다 기본적으로 있으며 한둘이 아닌 경우도 매우 많다. 그런 담임들이 이 책을 읽으면 '좋겠다... 이렇게만 된다면' 하고 한숨을 쉬게 될 것 같다.
세상이 변한게 맞긴 맞구나. 인간적인 면이 많은걸 커버하던 시대는 지났다. 직업인은 그저 전문적이어야 할 뿐이다. 나 또한 인간적인 면이 꽤 되지만 난 나의 그런 면이 별로 좋지 않다. 전문적이길 추구하지만 능력이 좀 부족할 뿐.... 이렇게 송언 선생님의 동화는 '옛 이야기'가 되어가는가. 좀 슬프네.
생각해보니 송언 선생님의 작품 중에 <외아들 구출 소동>이라는 작품도 있다. 내용이 정확하게는 기억이 안 난다. 학교에서 온갖 횡포를 부리는 망나니 아들이 있었는데, 그 아들이 한번 형들한테 맞았던가 해서 화가 난 아빠가 쫓아오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아빠가 바로 진상 학부모, 다른 말로 몬스터 페어런츠였네. 검색해보니 무려 11년 전 작품이다. 그렇지, 작금의 상황은 갑자기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징조는 있었던 거지. 그리고 송언 선생님 또한 꽃밭에서 교직생활을 하신 것은 아니겠지....
할아버지 선생님의 힘 빼기와 여유, 그리고 나의 힘주기(긴장)와 조급함. 무엇을 선택하시겠습니까? 한다면 모두가 당연히 전자를 선택하리라. 하지만 이제 무방비는 언감생심이 되었기에 아무 효율도 없는 힘주기와 경계를 하며 헛심을 빼고 있다. 송언 선생님께서 이 시대에 맞는 이상 교실을 보여주신다면 눈물겨운 마음으로 읽을 것 같은데. 바닥에 닿았으니 치고 올라가는 심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