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함께 걷고 달리고 한울림 장애공감 그림책
김혜온 지음, 전해숙 그림 / 한울림스페셜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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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모래사장에 놓인 새햐얀 운동화가 많은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책장을 넘기니 실제로 이 운동화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 책의 화자로.

나는 지호의 운동화.

내 친구 지호는 어딜 가든 나를 꼭 챙기지.”

 

운동화는 걷고, 뛰기도 하고, 공놀이도 한다. 그러나 실제로 움직이는 것은 휠체어다. 그러니까 운동화가 직접 땅을 딛는 것은 아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새햐얗게 깨끗한 운동화는 그런 이유 때문이다.

 

지호의 휠체어를 밀어주는 사람들은 다양하다. 엄마와 아빠도 있고, 선생님, 공익근무요원, 친구들까지. 실제로는 더 많은 사람이 있겠지. 지호는 밝고 긍정적인 성격인 것 같고, 그래서 주변 사람들과 활기차게 잘 지낸다. 서고 걷지 못한다고 주눅들지 않고 휠체어로 갈 수 있는 곳은 어디든 가고, 함께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한다. 여기까지는 지호의 장애가 그리 큰 제약으로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이동 약자들에게 그리 친절한 곳이 아니다. 지호의 운동화가 속상해라고 말하는 부분이 한 번 나온다.

우리가 갈 수 없는 곳도 많고

앞을 가로막는 것도 너무 많거든.”

어디든 굴러갈 수 있을 것 같은 휠체어는 사실 장애물을 많이 만난다. 평상시 의식하지도 못했던 턱 하나가 그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 대중교통은 정말 험난한 길이다. 상상해보면 나라면 지레 포기했을 것 같다. 명랑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장애인과 그 가족이라 할지라도 이런 일 앞에서 늘 태연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래도 지호는 한 발 한 발 옮기는 걷기 연습을 오늘도 한다. 땀방울을 흩뿌려가며. 그리고 또 어느날은 신이 나서 여행가방을 챙긴다. 친구들과 바다로 놀러가기로 한 날이다. 바닷가에서, 캠프파이어에서 해맑게 감탄하고 즐거워하는 지호의 모습은 보는 사람까지 흐뭇하게 해준다.

 

마지막 장의 지호는 조금 큰 모습이다. 얼굴에 약간의 쓸쓸함도 묻어 보인다. 어른이 되어가려면 누구나 그렇듯이. 그리고 화자인 운동화는 말한다.

나는 그대로인데, 지호는 어느새 한 뼘 커졌어.

쑥쑥 자라서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겠지.”

 

이 그림책은 글밥이 많지 않은 편이다. 동화를 써오신 작가님, 특수교사로 현장에 있는 작가님에게 이 작업은 엄청난 절제의 작업이 아니었을까 짐작해본다. 그래서인지 마지막 문장은 거의 시가 되었다.
난 지호의 운동화,

지호와 함께

걷고 달리고 울고 웃은,

여전히 하얗고 깨끗한 지호의 단짝 친구.”

 

뒷면지에는 글이 없고 그림 뿐인데, 비행기와 공항의 장면이 보인다. 지호는 그새 더 자랐고 휠체어를 끄는 이들은 모두 또래들이다. 이 장면 너무 희망적이다. 이런 장면이 일상이라면, 우린 훨씬 더 좋은 세상에서 살고 있는 거겠지. 그런 세상으로 나아가는 중인가? 우리를 돌아보는 책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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