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에서 쓴 비밀 쪽지 - 제11회 열린아동문학상 수상작 사과밭 문학 톡 4
임정진 지음, 하루치 그림 / 그린애플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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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이라고 예상하며 책을 펼쳤는데 6편의 단편이 담긴 동화집이었다. 소재는 모두 입양’(한국인의 해외입양)이었다. 이런 책도 나올 만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작가님이 쓰시느라 고생하셨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실화 바탕인 작품이 많았고, 실화에서 실마리를 얻은 작품도 있다. 그만큼 사연을 접하셨다는 얘기니까, 금방 되는 작업은 아니었을 거라 짐작한다. 페친 중에 노선주 라는 분이 계신데, 두 번째 단편을 읽다가 이분이 떠올랐다. 아니나 다를까 작가의 말과 뒷표지 추천사에 나오시네! 여기에서 뵙게 되어 반가웠다. 프랑스에서 한글학교 교장을 하고 계신 분이고, 학생들과 요리수업도 하시던데, 작가님과 친밀하신가보다. 이분과 연관있어 보이는 내용들이 많았다. 좋은 역할을 많이 하셨다고 생각된다.

 

고아수출국이라는 부끄러운 이름이 있었을 정도로 우리나라는 해외입양을 많이 시켰던 나라다. (지금도 없지는 않은 것 같다) 양부모가 어떤 사람인가는 천차만별이겠지만, 인격이 훌륭한 분들인 경우엔 친부모보다 훨씬 나은 경우도 있는 것 같다. 보조금을 타먹으려고 입양을 이용하거나, 입양해놓고 학대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존경스럽다. 어떻게 그런 마음을 먹을 수 있지. 친자식과도 갈등할 때가 있는데.... 그래서 훌륭하게 자란 입양자녀들을 보면 잘됐다. 운이 참 좋았어.’라고 단순히 생각했다. 그들 마음 한구석에 지울 수 없는 상처와 그리움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다. 내가 양부모 사랑 받고 부족함 없이 잘 자랐다면 난 굳이 친부모 따위는 찾을 것 같지 않고 고국? 그런게 뭐 중요해? 라고 생각하는게 내 성격이라서..... 하지만 그게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겠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표제작인 [비행기에서 쓴 비밀 쪽지]의 마티아스도 그렇게 잘 자란 사람이다. 장성하여 자식도 있는 그는 양부모댁의 창고에서 오래 묵었던 자신의 상자를 정리하러 방문한다. 아들과 함께 상자를 정리하다 발견한 작은 쪽지. 거기엔 한글로 쓴 자필 메모가 적혀 있었다. 이제는 다 잊어버려 해석도 할 수 없는 한글. 그 쪽지 내용이 무슨 뜻일지 독자마저도 살짝 긴장하게 되는데..... 건너건너 연결된 한글학교 선생님이 번역해 주신 내용은 이러했다.

나는 한국 사람입니다.

나중에 훌륭한 사람이 되어 다시 한국에 오겠읍니다.”

막막하고 긴장된 비행길에서 그걸 썼을 9살 소년의 마음을 생각하니 먹먹하다. 친부모를 찾아보고 싶다는 마티아스의 말에 가족 모두가 찬성한다. 좋은 사람들과 만나 매우 행복한 입양 케이스다.

 

두 번째 [귀로 만든 수프]에서 한글학교의 요리수업 장면이 나온다. 이 책에서 내가 눈물 찔끔 했던 작품이 바로 이 두 번째 이야기다. 눈물 포인트는 음식인가... 화자는 프랑스의 한글학교 선생님이다. 그의 요리교실에 한국인 입양청년이 들어왔다. 그는 희미하게 기억나는 한국 음식이 먹고 싶다고 했는데, “귀가 들어간 수프라고 설명을 했다. , 순대국? 선생님도 나랑 똑같은 생각을 하셔서 검색하여 보여주었는데 청년은 고개를 저었다. 그럼 대체 뭘까? 이야기지만 너무 궁금했다. 선생님은 한국에 있는 엄마한테 전화를 건다. 역시 엄마는 해결사야! 엄마는 그게 수제비라는 것을 단박에 떠올린다. 아 맞다. 수제비. 그시절 가난한 사람들이 밥대신 먹던 음식. 그걸 아이는 하얗고 말랑말랑한 귀라고 기억했구나. 그는 울면서 수제비를 먹었다.

이거 맞아요. 엄마가 매일 끓여 주던 거예요. 저는 이게 귀라고 생각했어요. 프랑스에 와서 늘 이 귀 수프 생각을 했어요. 엄마는 왜 나에게 귀 수프를 끓여 주었을까. 그 생각 많이 했어요. 엄마 얼굴도 생각 안 나지만 엄마를 만난 거 같아요. 지금.”

음식의 추억은 이토록 강렬한 것 같다. 만약 나라면 엄마의 어떤 음식을 기억할까. 우리 아이들은 나의 어떤 음식을 기억할까. 이 청년은 수제비를 끓여주던 엄마를 만났을까. 그 만남이 행복했기를 아주 많이 바란다.

 

[아까시꽃을 먹고]에도 먹는 기억이 담겨 있는데 그건 음식은 아니고 꽃이다. 아카시아가 많이 피어있던 고아원에서 아이들이 따먹던 꽃. 그만큼 배가 고팠던 아이들. 그 고아원에 있던 아이가 지금은 씩씩한 루디아 이모. 자전거 여행을 하다 아카시아 꽃의 추억이 떠올라 한국방문을 했지만.... 가진 정보가 워낙 없어 친부모를 찾을 수는 없었는데, 방문단 중에 같은 추억을 공유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 희미한 기억의 장소에 같이 있었던 사람! 친부모를 찾은 것만큼이나 감격스러웠을 것 같다. 이 루디아 이모의 가족들도 다 좋은 사람들이다. 화자인 이 조카를 포함해서. 그래서 내년에 한국에 아까시꽃이 필 때 다시 가봐야겠다고 말하는 씩씩한 루디아가 자라난 것 아닐까.

 

[서 있는 아이]의 양부모에게는 고마웠다. 양부모가 된다는 것이 쉽지 않음을 단번에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었다. 그 인내심... 그래서 내가 못한다는 것이야.... 하지만 그들은 낯선 땅에 보내진 소녀의 두려움을 이해하고 기다려주었다. 다행이고 고마웠다.

 

[나는 어디로 가나]는 이 책에서 가장 어둡고 괴로운 작품이었다. 행복한 입양도 있지만 이처럼 불행한 입양은 또 얼마나 많았을까 생각하니 슬프다. 선택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불행에 아주 멀리 내던져진 아이들은 얼마나 외롭고 고통스럽고 막막했을까. 이런 비극이 이제 안생겼으면 좋겠다.

 

[그대를 위해 촛불을 밝힙니다]는 거의 실화인 것 같은데, 한 사진작가가 작업 중 느낀 점이 있어 입양인 응원 프로젝트같은 것을 기획하는데 그 응원의 방법이 옛날 어머니들이 물 떠놓고 하던 기도 같은 것이었다. 그걸 작업 때문에 자주 만나던 만신들에게 의뢰를 했는데 신청자가 아주 많고 반응도 좋았다는 이야기였다.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 나를 위해 빌어주는 사람의 존재는 이렇게 중요하구나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마지막 작품에서 우리나라 해외입양인들의 숫자가 나오는데 무려 16만명....? 입양 자체는 나무랄 것이 아니고 가족의 한 형태일 뿐이지만 이젠 해외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나라 안에서 다 품을 수 있게 되면 좋겠다. 그리고 해외에 있는 입양인들, 모두 있는 곳에서 행복하시길 빈다. 6학년 국어교과서 마지막 단원에 피부색깔=꿀색이라는 영화가 나온다. 원격수업을 하던 때여서 아이들의 반응을 생생하게 보진 못했지만, 아이들이 이해하기엔 어렵지 않나 걱정하면서 진행했는데 생각보다는 잘 감상했던 기억이 난다. 특히 이쪽에도 저쪽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것 같은, 어디에서나 이방인인 것 같은 이질감과 외로움을 이해해 주는 학생들이 있어서 기특했었다. 그 때 이 책이 있었다면 두 편 정도 골라서 영화랑 병행하여 진행했을텐데, 그러면 이해의 폭이 더 넓어졌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과  읽고 생각해볼 만한 소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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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진 2023-11-01 21: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https://youtu.be/T0Tp4KBoyCU?si=U86MVEpveyN1qxaO
단편영화로 보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맹물 옆에 콩짱 옆에 깜돌이 - 2022 아르코 문학나눔 선정 봄볕어린이문학 21
이소완 지음, 모예진 그림 / 봄볕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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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성함이 낯설다고 생각했는데 전작 제목을 보니 희미하게 떠오른다. 읽어봤던 것 같은데....? <잃어버린 겨울방학>이라는 책이다. 연도를 보니 20년 전이야.... 기억이 희미할 만도 하네. 그때는 지금처럼 리뷰를 꾸준히 쓰던 때도 아니어서 적어놓지 않았더니 거의 잊어버렸다. 그래도 표지그림을 보니 생각이 난다. 많이들 추천하시는 책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이 책과의 사이에 나온 작품이 없다. 공백이 무척 길었다는 생각을 하며 이 책을 펼쳤다. ! 전작이랑 느낌이 다르네?

 

모예진 작가님의 표지그림처럼 환하고 따뜻한 작품이다. 전작은 좀 어두운 느낌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기억이 확실치 않다^^;;) 이 책에도 아픔이 없지는 않지만 따뜻한 햇살로 치유되는 느낌이다. 이런 느낌 오랜만이어서 좋았다. 책의 취향에도 성격이 반영되는지, 걱정과 불안에 취약한 나는 참혹하고 서늘한 느낌보다 이런 느낌을 좋아한다.

 

그렇다고 내가 뭐 훈훈하면 무조건 오케이는 아니야! 이 책의 전반부를 읽으며 작가님에게 드는 느낌은 등장인물을 좋아하게 하는 재주가 있으시네라는 거였다. 등장인물에게 호감을 느끼면 책이 맛있어진다. 맹물, 콩짱, 그리고 깜돌이 모두 친근하고 정이 갔다. 맹물과 콩짱은 아주 어릴때부터 친한 동네 친구고, 깜돌이는 이름에서 짐작하다시피 사람은 아니고 강아지다. 맹물과 콩짱이 번갈아 화자가 되어 이야기가 전개된다. 양쪽의 심리묘사를 하기에 좋은 방식이다.

 

둘의 별명은 서로가 지어준 것이다. 싱겁고 눈물 많아서 맹물. 여자아이고 엄마가 항암치료 중이라 가족 모두가 힘들다. 콩알만 한데 짱짱하다고 콩짱. 남자아이고 아빠랑만 산다. 이혼 후 엄마는 본지 오래됐다. 이웃 얼쑤 아저씨는 형님네 아기들이 어려 깜돌이를 맡아 돌보고 있는데 임용시험 준비 중이라 제대로 산책을 못시키고 있던 중 맹물과 콩짱을 만났다. 이렇게 하여 제목의 주인공들이 모두 등장했다. 맹물 옆에 콩짱 옆에 깜돌이.

 

이 주연들만 사랑스러운 게 아니고 조연들도 매력적이다. 산책길에 만나 강아지 훈련에 노하우를 전수해 주신 할머니.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19년을 키운 개 코코를 먼저 떠나보내고 혼자 살고 계셨다. 얼마나 허전하고 외로울지 상상이 안 갈 정도인데, 할머니는 나름 꿋꿋이 살고 계셨다. 아이들을 만나 여기저기 함께 산책을 하는 모습이 좋아보인다.

여기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을명당이란다. 혼자 오다가 같이 오니 더 좋구나. 깜돌아 고맙다! 맹물, 콩짱, 고맙다!”

 

또 한 조연. ‘그냥 씨가 있다. 옷가게를 하는 뽀글머리 아줌마인데 그냥이라는 말에 상처가 있는 콩짱은 처음엔 아줌마를 오해하고 싫어했었다. 하지만 세상 착하고 악의없는 이웃. 이분도 따뜻한 서사에 한몫을 한다. 가장 내어주기 힘든 공간을 내어주는 중요한 역할.

 

엄마와 헤어져 산골에 들어가 있던 동안 콩짱이 키웠던 늙은 유기견 탱이이야기가 가장 찡했는데, 그 아픈 경험으로 콩짱은 깜돌이를 더 잘 보살핀다. 하지만 깜돌이에겐 원주인이 있었지. 또다시 찾아온 이별. 하지만 완전한 이별은 아니게 인물들은 잘 연결된다. 아이들이 각 가정의 고난에도 불구하고 이웃들의 연대로 견디고 일어나는 것. 이 작품에 대하여 나는 왜 비현실적이다.”라고 말하지 않는가? 아무리 작품 속 일이지만 그 행복을 깨고 싶지 않아서?

 

요즘 동화에 많이 나오는 반려동물 이야기, 엄마의 투병과 부모의 이혼이라는 아이들의 아픔, 이들과 얽히고 연대하는 이웃들의 이야기. 어찌보면 흔한 소재에다 일부러 해피엔딩으로 몰고간 평범한 이야기 같지만, 읽어보면 왠지 참 좋다. 이런 이웃들을 실제로 찾아보기 어려운 만큼, 작품에서라도 보고 싶은 마음 때문일까? 소외와 단절을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텐데 그렇다고 연결과 연대를 추구하는 사람도 보이지 않으니. 나고 그렇고.

 

아이들에게 이 봄볕같은 책을 권해주고 싶다. 중학년에게 가장 적당할 것 같지만 어른이 읽어도 좋은 이야기니 고학년도 괜찮다. 독서수준만 된다면 저학년도 물론. 아이들이 이 책의 표지같은 색깔 속에서 자란다면 세상이 행복할 텐데 지금 아이들이 보는 색은 어떤 색일까.

(어 근데 쓰고보니 출판사 이름이 봄볕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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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와 연극으로 만나는 역사 수업 - 재미와 역동이 넘치는 준호샘의 역사 수업 이야기
서준호 지음 / 지식프레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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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학년을 주로 하던 3,40대에는 나도 역사수업에 관심이 많아 꽤 열심히 책을 읽으며 준비했었다. 최근 몇년간은 5학년을 맡지 않아서 역사수업의 기억이 저편으로 좀 멀어져있다. 이 책을 손에 잡으니 오랜만에 추억을 손에 잡은 느낌이다. 추억이라고 해서 내 수업이 이와 같았냐면 그건 아니고^^;;;; 나에게 가장 부족한 '역동성'이 가득 들어 있어 취약 부분을 채울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의 발간 소식이 매우 반가웠던 이유다.

많이들 아시다시피 서준호 선생님의 전문영역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중 널리 알려진 것이 '놀이'인데 이 책은 역사와 놀이의 콜라보라 하겠다. 단순한 놀이보다는 연극놀이가 대부분이다. 제목은 책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심플한 작명으로 했다. <놀이와 연극으로 만나는 역사수업>

본 수업 전에 역사를 보는 관점을 점검해보는 저자의 시도도 인상적이었다. 우리 역사에는 시련이 매우 많다. 시련에 초점을 맞추면 '불쌍하다'가 될 것이고 극복에 초점을 맞추면 '대단하다'가 될 것이다. 얼마전 1회성 특강으로 강사님이 한국사개관? 같은 수업을 해주신 적이 있었는데 얼마나 불쌍해요? 하면서 어찌나 신파적인지 좀 민망하고 속이 탔었다. 그런가하면 난 국뽕수업도 좋아하지 않는다. 자랑스러움도 근거가 확실해야 하는 것이고 과거가 꼭 자랑스러워야만 현재가 의미있는 것도 아니다. 이 책에서 제시한 두가지 활동(우리나라가 사람이라면, 생명의 물줄기)은 그런 면에서 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적당하다고 생각된다.

이 책의 활동들은 그동안의 저서에서 소개한 활동들을 새롭게 변형, 적용한 것이 많았는데 눈에 익은 활동을 만나니 반갑고, 접근에 두려움이 줄어든다. 새로운 기법을 계속 추가하는 것보다 알고있는 기법들을 응용하고 확장하는 것이 활용성이 훨씬 높다. 저자 정도나 되니 이 책 안의 활동들을 모두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것이지 나는 그렇지 못하다. 긴가민가 하는 기법을 100개 알고 있는 것보다 자다가도 튀어나오는 기법 10가지를 갖고 있는 것이 훨씬 낫다. 이 책을 읽으며 나의 기법으로 정착시킬 것은 무엇이 있을까 꼽아보면서 플래그를 붙여가며 읽는 방법도 추천한다. 초등 교육과정에선 지도 순서가 동일하니 이 책을 지도서처럼 옆에 끼고 그대로 따라해보는 것도 방법이겠다.

저자와는 페친이기 때문에 가끔 올리시는 수업사진을 본 적이 있다. 사진 안에서 아이들은 소품으로 분장하고 있었고(소품은 어려운 게 아니고 보자기 정도의 주변에 있는 것들), 몰입하고 열광하고 있었다. 그 힘이 무엇일까. 바로 서사 안에 학생들을 몰아넣는 것이다. 서사의 힘은 정말 놀랍다. 특히 아이들에게는. 일단 서사 속에 들어가게 되면 수업은 더이상 딴세상 이야기가 아닌 본인의 상황이다. (과열을 주의시켜야 할 정도^^;;;) 역사적 공감이 충분히 일어나며 지식도 훨씬 효과적으로 기억하게 된다.

대표적인 수업이 삼국의 통일 과정인데, 일정기간 동안 학생들은 특정 나라의 특정 신분 국민이 되어야 한다. 동의에 의해 추첨으로 나라와 신분을 뽑은 후 모인 국민들은 힘을 모아 한강유역을 차지하기 위한 대결에 동참해야 한다. 그 대결은 교사가 운영의 묘를 발휘하면 되는데, 저자는 자기나라 자랑대회, 장수들의 힘겨루기, 고백신 골든벨 등을 진행하셨다. 대결을 준비하는 동안 자발적인 학습이 왕성하게 일어나게 되어 정말 좋은 활동인 것 같다. 나도 이대로 해보고 싶다. 널리 알려진 고백신 피구를 체육시간에 추가하면 딱이고, 이때 나당연합군을 설정해 그당시 상황을 확실히 체감하도록 한다.

후삼국통일과 고려 건국도 이렇게 역할을 부여해 실제감을 높인다. 팀을 짜는 과정에도 교실놀이백과에 있는 놀이를 활용하여 사소한 과정 하나에도 흥미와 긴장감을 놓치지 않도록 했다.

임진왜란의 전투에서 전력이 훨씬 기우는데도 전략으로 승리하는 장면을 체험하는 방법도 기발했고, 조선후기 서민문화를 국어, 미술 교과와 연계해 다양하게 체험해보는 수업도 좋아보였다. 전체적으로 봤을때 전쟁 소재가 많고(역사의 주요 사건은 아무래도), 신문지공 등을 활용하여 모형전투를 벌이고 당시 상황을 체감케 하는 활동들도 나온다. 이런 활동이 서준호 선생님처럼 깔끔하고 딱떨어지게 되지 않을수도 있다. 저경력 선생님들은 혹시 처음에 생각만큼 되지 않더라도 바로 포기하지 않으시길 조언드린다. 일단 이 모든 활동이 학습의 과정임을 인식하고 '열정적이되 장난스럽지 않게' 참여하도록 하는 노하우, 활동의 흥분에서 침착한 사고로 바로 전환하는 노하우가 필요하다. 고경력인 나도 솔직히 자신있진 않은데, 한번에 생기는 것이 아니니 꾸준함이 필요하다. 모든 것이 그렇듯이.

뒤로 갈수록 주요 사건과 그에 알맞은 활동을 짜는데 고심을 많이 하셨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속선상에 있는 역사에서 어떤 부분을 뽑아 집중적인 활동을 할지, 이 활동 안에 어떤 의미를 담고 무엇을 느끼게 할지 결정하려면 일단 역사 자체에 집중해야 했을 것이다. 삼국-고려-조선-일제강점기-현대사에 이르기까지 용두사미가 되지 않고 일관성을 유지하며 끌어온 과정이 볼수록 대단하게 느껴졌다. 독자 교사들은 책을 읽으며 이 점에서 크게 시간을 벌 수 있다. 모든 역사적 사건을 다 놀이와 연극으로 지도하기에는 시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그중에서 흐름상 중요하면서도 역동적 활동으로 짜기에 적절한 사건을 골라야하고, 역사적 공감을 할 수 있는 효과적인 활동으로 수업을 짜야한다. 이 책을 참고하면 그 시간을 대폭 절약할 수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가? 교사들의 실천과 기록은 그래서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내용이해에는 본문 뿐 아니라 사진의 역할도 지대했다. 저자가 사진에 진심인 것은 그의 이전 저서에도 잘 나와있는데, 이 책에서도 사진은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사진에 대사나 인물설정, 간단한 상황안내 등을 글자로 넣어놓으니 본문에서 다 파악하지 못한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고 이해에 큰 도움이 되었다.

한 번 읽고 남한테 물려주어도 될 책이 있는가하면 절대 그럴 수 없는 책이 있다. 역사수업 학년을 맡았다면 이 책은 절대 못 빌려줘!ㅎㅎ 서준호 선생님이 활짝 피워 놓은 꽃 위에 여러 선생님들의 집단 지성이 더 다양하게 꽃피우는 장면을 상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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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몸이 되는 날 - 몰랐던 너와 내가 만나는 연극 시간 쓰담문고 4
구민정 지음 / 서해문집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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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민정 선생님의 공저는 읽은 적이 있는데 단독 저서는 처음 읽어봤다. 교육연극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계신 분이라고 알고 있다. 나는 연극에 관심의 끈이 살짝 있지만 많이 적용하는 교사라고 하긴 어렵고 아예 안하는 교사도 아니다. 교사로서 나의 관심사 레벨을 A,B,C,D로 나눈다면 연극은 B정도? 그런데 방학 중 찾은 동네도서관에서 신간코너에 이 책이 진열되어 있길래 한번 빌려와 봤다. 워낙 이쪽에 유명하신 분이라 접근방법이 어떤지 좀 궁금했다.

 

읽어보니 굉장히 쉽게 쓰셨다. 대상독자는 교사가 아니고 청소년이다. 다정하고 친절하게, 그러면서도 예의있고 존중하는 태도로 쓰셨다는 느낌이 든다. 나는 청소년도 아니고 청소년을 가르치지도 않지만 시사점을 얻을 것들이 있었다. 그것보다도 아예 새로운 시각을 배웠다는 말이 맞겠다.

 

연극은 매우 오래된 표현방식이다. 저자는 서양연극의 뿌리를 고대 그리스인들의 축제에서 공연되었던 합창에서 찾을 수 있다고 했는데, 그것은 일종의 관객과의 대화라고 할 수 있었다. 지휘자, 코러스, 배우가 어우러져 표현하는 공연을 상상해보면 그것은 상당히 활발한 대화, 심지어 회의라고도 표현할 수 있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공동체의 문제를 연극으로 이야기했다고 보면 쉬울 것 같아요.

그들의 희로애락을 그들 스스로 보고 듣도록 이끄는 통로가 연극이었던 거예요.” (42)

우리나라의 판소리나 마당극 같은 것을 떠올려 봐도 적절한 설명인 것 같다. 그런데 이것들은 우리가 미래, 미래 하면서 지향하는 방식과는 거리가 멀다. 어 말하자면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저자도 이 점을 염두에 두셨는지 에필로그에 이렇게 쓰셨다.

빅데이터로 정답을 추출하는 인공지능 시대에 이 책은 뒷걸음치듯 모호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하지만 무엇과도 대체할 수 없는 인간만의 능력이 있다면 그건 말에 체온을 담아 모호하게 소통하는 일일 겁니다.”(176)

 

모호함이 능력이라니 그건 또 무슨 모호한 말인가? 저자는 마지막으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인간은 모호함이라는 미궁 속에서 상상이라는 실을 잡고 모험하는 테세우스일지도 모릅니다.”

하여간 속도전을 하는 시대에는 맞지 않는 양식이라는 건 분명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연극의 가치를 붙들어야 할까?

 

그 해답이 이 책에 나와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에도 나는 이 가성비 떨어지는연극에 대한 막연한 호감이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그 중요성을 더욱 생각하게 되었다. 연극이 소통의 방식이며 공감의 매개이자 다른 생각으로 넘어가는 통로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설명해 주었기 때문이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이 책은 교사용이 아닌데, 나는 읽으면서 수업의 방향성 하나를 붙들게 되었다. 수업에 연극을 도입할 때, 소통과 공감, 생각을 지향하며 운영하자. 물론 기본기라든가 등등 지향점에 다다르기 위한 준비과정도 필요하나 그것이 목적은 아니다. 읽다가 , 내가 했던 활동 중에도 괜찮은 게 있었네~’ 하는 것도 있긴 했는데, 지향 없이 했던 활동은 뒷걸음치다 쥐잡은 것과 비슷할 수도 있다. 이제 한걸음, 아니 반걸음이라도 더 나아간 시각으로 보면서 활동해보고 싶다.

 

아이들을 이해하려는 노력, 그들을 북돋워 좀더 행복하게 살도록 이끌어주는 노력은 이렇게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저자께서는 연극으로 그것을 하셨고, 다른 관심사가 있는 교사들은 각자 자신이 잘하는 분야에서 하시면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중 연극이 매우 효과적이고 가능성이 무궁한 분야이기에 이 책을 보면 도전을 좀 받게 된다는 평을 하고 싶다. 그러나 교사들이 절망하면 백가지 방책이 다 무효하며 생명력을 잃게 된다. 교사들이 희망을 갖고 도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가 마련되길 빌며 리뷰를 마친다. (요즘 무슨 글을 써도 기승전이렇게 되니 슬프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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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 히어로즈 1.5 사수단 1 - 지키려는 자와 파괴하려는 자 북멘토 가치동화 52
전건우 지음, 센개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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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게시판에서 이 책을 신청했다. 인기있는 책들이 속속 마감되고 있었는데 나는 이 책을 골랐다. 일단 1.5 사수단이라는 제목의 의미를 알 것 같았고, 그걸 아이들에게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문학으로 접근하는 것은 내가 매우 선호하는 방식이고, 작가가 호러 미스테리 장르문학에서 탁월하다고 들었기 때문에 어떤 이야기로 환경문제를 풀어갔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작가의 작품을 많이 읽어보진 않았고 엔솔로지 동화집에서 한번 만나본 정도지만 기대가 되었다.

이 책은 한 권으로도 완결성이 있었지만 번호가 붙어있는 것을 보니 계속 나올 모양이다. 앞으로 나올 책들에서 다양하게 조명하며 디테일한 환경문제도 다루지 않을까 짐작하지만 일단 1권에서는 '대전제'만 다룬다는 느낌이다. 그 대전제란 이런 것이다.

[지구온난화는 가속화되고 있으며 1.5도 상승을 막지 못하면 엄청난 대재앙이 도미노처럼 펼쳐질 것이다. 그런데 당장의 안위를 추구하는 악한 세력은 이것을 부정하며 대중을 호도한다. 학자들까지 끌어들여 '기후위기론이 과장되었고 자연재해는 그야말로 자연발생이며 지구의 항상성은 유지되고 있다'고 거짓말을 한다. 이에 속아 마음을 놓고 현재의 소비패턴을 계속 유지하다간 다같이 망할 것이다.]

나도 기후위기책 두세권 읽고 시간이 얼마 없구나 큰일이다 생각하며 위기의식이 높아졌는데, 반대되는내용의 책들도 많이 나온 것 같다. (그쪽 책들은 읽어보진 못했다) 아는 것이 적어서 판단을 못하겠다. 작가는 철저히 전자의 입장에 서서 후자를 악으로 규정하고 이를 반영하여 캐릭터를 창조하고 이 작품을 썼다.

제목을 보고 쉽게 짐작할 수 있듯이 전자의 입장에서 지구를 구하려는 사람들은 1.5 사수단이다. 이들을 눈에 가시처럼 여기며 없애려고 하는 이들은 '검은 지구단'이다. 스릴러 전문 작가답게 이 두 세력의 싸움이 아주 긴장감있게 펼쳐진다. 중심에 선 인물은 다희라는 13세 소녀. 어릴때 국지성 호우로 인한 사고로 엄마를 잃었고(얼마전의 지하차도 사고와 똑같아서, 슬프고 놀라웠다. 작품에서 상상한 비극이 현실이 되다니.ㅠ) 아빠도 누군가에게 희생된다. 이후에 다희는 알게 된다. 아빠가 1.5 사수단의 정예멤버였다는 사실을. 그리고 아빠를 대신해 엄청난 일에 휘말린다.

이 작가 특유의 독창적인 설정이 있는데, 이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바로 저승의 존재들의 등장. 염라대왕, 저승차사 등이 나온다. 이들의 캐릭터를 고정관념대로 설정하지 않아 꽤 재미가 있다. 대표적인 게 염라대왕인데, 삽화상으로는 현실중딩정도? 물론 눈빛에 따라 어른으로도, 노인으로도 보인다고는 하지만. 게다가 게임을 좋아하고 귀찮은걸 싫어한다는 것도 딱 중딩이다. 이승의 일에 관여하면 안되는 저승에서 차사 '산호'를 파견한 이유는 심각한 내용 중 살짝 들어간 웃음코드에 해당된다. 기후위기가 가속화되면 망자들이 대량으로 발생하게 될 것인데 그러면 저승이 너무 바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승으로 치면 일폭탄 초과업무?ㅎㅎ 그래서 귀차니즘 염라대왕이 살짝 편법을 쓴 것이다.

나는 차사 류의 이야기를 썩 좋아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싫어하는 정도도 아니라서 그런대로 재밌게 읽었다. 대결 과정이 긴박해서 독서에 흥미가 적은 학생들에게 권해줘도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연일 폭염이 지속되는 여름, 이 폭염일수가 수십년 후에는 90일 정도 될거라는 예상을 어디선가 들었다. 기후위기 문제는 과학적으로 따지기 이전에 일단 체감으로 알만한 일인 바, 느긋할 수도 모른 척할 수도 없는 일인 것 같다. 더구나 달구어진 이 지구에서 살아갈 다음 세대에게는 확실하게 알려주어야 할 것이다. 작가님께 열심히 조사하시고 다음 권들도 재미나고 타당하며 감동적이게 써달라고 부탁드리고 싶다. (주문이 너무 많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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