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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 히어로즈 1.5 사수단 1 - 지키려는 자와 파괴하려는 자 ㅣ 북멘토 가치동화 52
전건우 지음, 센개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23년 7월
평점 :
서평게시판에서 이 책을 신청했다. 인기있는 책들이 속속 마감되고 있었는데 나는 이 책을 골랐다. 일단 1.5 사수단이라는 제목의 의미를 알 것 같았고, 그걸 아이들에게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문학으로 접근하는 것은 내가 매우 선호하는 방식이고, 작가가 호러 미스테리 장르문학에서 탁월하다고 들었기 때문에 어떤 이야기로 환경문제를 풀어갔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작가의 작품을 많이 읽어보진 않았고 엔솔로지 동화집에서 한번 만나본 정도지만 기대가 되었다.
이 책은 한 권으로도 완결성이 있었지만 번호가 붙어있는 것을 보니 계속 나올 모양이다. 앞으로 나올 책들에서 다양하게 조명하며 디테일한 환경문제도 다루지 않을까 짐작하지만 일단 1권에서는 '대전제'만 다룬다는 느낌이다. 그 대전제란 이런 것이다.
[지구온난화는 가속화되고 있으며 1.5도 상승을 막지 못하면 엄청난 대재앙이 도미노처럼 펼쳐질 것이다. 그런데 당장의 안위를 추구하는 악한 세력은 이것을 부정하며 대중을 호도한다. 학자들까지 끌어들여 '기후위기론이 과장되었고 자연재해는 그야말로 자연발생이며 지구의 항상성은 유지되고 있다'고 거짓말을 한다. 이에 속아 마음을 놓고 현재의 소비패턴을 계속 유지하다간 다같이 망할 것이다.]
나도 기후위기책 두세권 읽고 시간이 얼마 없구나 큰일이다 생각하며 위기의식이 높아졌는데, 반대되는내용의 책들도 많이 나온 것 같다. (그쪽 책들은 읽어보진 못했다) 아는 것이 적어서 판단을 못하겠다. 작가는 철저히 전자의 입장에 서서 후자를 악으로 규정하고 이를 반영하여 캐릭터를 창조하고 이 작품을 썼다.
제목을 보고 쉽게 짐작할 수 있듯이 전자의 입장에서 지구를 구하려는 사람들은 1.5 사수단이다. 이들을 눈에 가시처럼 여기며 없애려고 하는 이들은 '검은 지구단'이다. 스릴러 전문 작가답게 이 두 세력의 싸움이 아주 긴장감있게 펼쳐진다. 중심에 선 인물은 다희라는 13세 소녀. 어릴때 국지성 호우로 인한 사고로 엄마를 잃었고(얼마전의 지하차도 사고와 똑같아서, 슬프고 놀라웠다. 작품에서 상상한 비극이 현실이 되다니.ㅠ) 아빠도 누군가에게 희생된다. 이후에 다희는 알게 된다. 아빠가 1.5 사수단의 정예멤버였다는 사실을. 그리고 아빠를 대신해 엄청난 일에 휘말린다.
이 작가 특유의 독창적인 설정이 있는데, 이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바로 저승의 존재들의 등장. 염라대왕, 저승차사 등이 나온다. 이들의 캐릭터를 고정관념대로 설정하지 않아 꽤 재미가 있다. 대표적인 게 염라대왕인데, 삽화상으로는 현실중딩정도? 물론 눈빛에 따라 어른으로도, 노인으로도 보인다고는 하지만. 게다가 게임을 좋아하고 귀찮은걸 싫어한다는 것도 딱 중딩이다. 이승의 일에 관여하면 안되는 저승에서 차사 '산호'를 파견한 이유는 심각한 내용 중 살짝 들어간 웃음코드에 해당된다. 기후위기가 가속화되면 망자들이 대량으로 발생하게 될 것인데 그러면 저승이 너무 바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승으로 치면 일폭탄 초과업무?ㅎㅎ 그래서 귀차니즘 염라대왕이 살짝 편법을 쓴 것이다.
나는 차사 류의 이야기를 썩 좋아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싫어하는 정도도 아니라서 그런대로 재밌게 읽었다. 대결 과정이 긴박해서 독서에 흥미가 적은 학생들에게 권해줘도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연일 폭염이 지속되는 여름, 이 폭염일수가 수십년 후에는 90일 정도 될거라는 예상을 어디선가 들었다. 기후위기 문제는 과학적으로 따지기 이전에 일단 체감으로 알만한 일인 바, 느긋할 수도 모른 척할 수도 없는 일인 것 같다. 더구나 달구어진 이 지구에서 살아갈 다음 세대에게는 확실하게 알려주어야 할 것이다. 작가님께 열심히 조사하시고 다음 권들도 재미나고 타당하며 감동적이게 써달라고 부탁드리고 싶다. (주문이 너무 많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