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몸이 되는 날 - 몰랐던 너와 내가 만나는 연극 시간 쓰담문고 4
구민정 지음 / 서해문집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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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민정 선생님의 공저는 읽은 적이 있는데 단독 저서는 처음 읽어봤다. 교육연극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계신 분이라고 알고 있다. 나는 연극에 관심의 끈이 살짝 있지만 많이 적용하는 교사라고 하긴 어렵고 아예 안하는 교사도 아니다. 교사로서 나의 관심사 레벨을 A,B,C,D로 나눈다면 연극은 B정도? 그런데 방학 중 찾은 동네도서관에서 신간코너에 이 책이 진열되어 있길래 한번 빌려와 봤다. 워낙 이쪽에 유명하신 분이라 접근방법이 어떤지 좀 궁금했다.

 

읽어보니 굉장히 쉽게 쓰셨다. 대상독자는 교사가 아니고 청소년이다. 다정하고 친절하게, 그러면서도 예의있고 존중하는 태도로 쓰셨다는 느낌이 든다. 나는 청소년도 아니고 청소년을 가르치지도 않지만 시사점을 얻을 것들이 있었다. 그것보다도 아예 새로운 시각을 배웠다는 말이 맞겠다.

 

연극은 매우 오래된 표현방식이다. 저자는 서양연극의 뿌리를 고대 그리스인들의 축제에서 공연되었던 합창에서 찾을 수 있다고 했는데, 그것은 일종의 관객과의 대화라고 할 수 있었다. 지휘자, 코러스, 배우가 어우러져 표현하는 공연을 상상해보면 그것은 상당히 활발한 대화, 심지어 회의라고도 표현할 수 있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공동체의 문제를 연극으로 이야기했다고 보면 쉬울 것 같아요.

그들의 희로애락을 그들 스스로 보고 듣도록 이끄는 통로가 연극이었던 거예요.” (42)

우리나라의 판소리나 마당극 같은 것을 떠올려 봐도 적절한 설명인 것 같다. 그런데 이것들은 우리가 미래, 미래 하면서 지향하는 방식과는 거리가 멀다. 어 말하자면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저자도 이 점을 염두에 두셨는지 에필로그에 이렇게 쓰셨다.

빅데이터로 정답을 추출하는 인공지능 시대에 이 책은 뒷걸음치듯 모호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하지만 무엇과도 대체할 수 없는 인간만의 능력이 있다면 그건 말에 체온을 담아 모호하게 소통하는 일일 겁니다.”(176)

 

모호함이 능력이라니 그건 또 무슨 모호한 말인가? 저자는 마지막으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인간은 모호함이라는 미궁 속에서 상상이라는 실을 잡고 모험하는 테세우스일지도 모릅니다.”

하여간 속도전을 하는 시대에는 맞지 않는 양식이라는 건 분명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연극의 가치를 붙들어야 할까?

 

그 해답이 이 책에 나와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에도 나는 이 가성비 떨어지는연극에 대한 막연한 호감이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그 중요성을 더욱 생각하게 되었다. 연극이 소통의 방식이며 공감의 매개이자 다른 생각으로 넘어가는 통로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설명해 주었기 때문이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이 책은 교사용이 아닌데, 나는 읽으면서 수업의 방향성 하나를 붙들게 되었다. 수업에 연극을 도입할 때, 소통과 공감, 생각을 지향하며 운영하자. 물론 기본기라든가 등등 지향점에 다다르기 위한 준비과정도 필요하나 그것이 목적은 아니다. 읽다가 , 내가 했던 활동 중에도 괜찮은 게 있었네~’ 하는 것도 있긴 했는데, 지향 없이 했던 활동은 뒷걸음치다 쥐잡은 것과 비슷할 수도 있다. 이제 한걸음, 아니 반걸음이라도 더 나아간 시각으로 보면서 활동해보고 싶다.

 

아이들을 이해하려는 노력, 그들을 북돋워 좀더 행복하게 살도록 이끌어주는 노력은 이렇게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저자께서는 연극으로 그것을 하셨고, 다른 관심사가 있는 교사들은 각자 자신이 잘하는 분야에서 하시면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중 연극이 매우 효과적이고 가능성이 무궁한 분야이기에 이 책을 보면 도전을 좀 받게 된다는 평을 하고 싶다. 그러나 교사들이 절망하면 백가지 방책이 다 무효하며 생명력을 잃게 된다. 교사들이 희망을 갖고 도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가 마련되길 빌며 리뷰를 마친다. (요즘 무슨 글을 써도 기승전이렇게 되니 슬프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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