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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카의 일기 ㅣ Dear 그림책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글.그림, 이지원 옮김 / 사계절 / 2012년 10월
평점 :
몇 년 전에 '천사들의 행진'을 읽었다. 내가 읽어본 인물 이야기 중에서 가장 가슴아픈 이야기라 생각했다. 바로 유태인 아이들과 함께 가스실에서 죽음을 맞이한 야누쉬 코르착의 이야기였다.
이 책, '블룸카의 일기'는 그 아이들 중 한 명 블룸카의 일기다. 일기는 한 장의 사진으로 시작해서 사진에 담겨 있는 아이들을 하나하나 소개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간단하게 소개하고 있지만 어느 하나 똑같은 아이들은 없다. 좋아하는 것도 다르고 잘하는 것도 다르고 성격도 행동도 다르다. 그런데 한가지는 같은 것 같다. 코르착 선생님, 고아원의 친구들과 함께 하다 보면 진정한 자유와 책임, 사랑을 배운다는 것. 서로 다른 모습으로 표현되나 본질은 같은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코르착 선생님을 소개하고 있다. 이 글을 쓰는 나는 교사다. 어떤 직업인이건 자신의 직업에서 휼륭해지기를 꿈꾸며 대부분은 닮고 싶은 모델을 가지고 있다. 나는 코르착 선생님이 세상에 존재했던 모든 교사 중 가장 훌륭한 교사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의 모델로 삼지는 못하겠다. 그에게 교사는 직업이 아니고 그의 삶 그 자체였다. 그리고 그가 그 삶에 임하는 자세는 너무나 거룩해서 내가 도저히 흉내라도 내 볼 길이 없다. 그는 목숨을 다해 아이들을 사랑했다. 결국 아이들과 함께 죽음으로 가는 길을 택했다.
이런 코르착 선생님을 블룸카는 어떻게 묘사했을까?
"코르착 선생님은 기꺼이 우리 구두를 닦으면서 어떻게 해야 가장 반짝반짝 닦이는지 몸소 보여주신다."
"벌보다 상이 훨씬 중요하다고 코르착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누구든 잘못을 저지르면 용서하고나아질 때까지 기다려 주는게 가장 좋다고, 강요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선생님은 우리가 시끄럽게 굴고 정신없이 뛰어도 내버려 둔다. 아이들에게 그런 걸 못하게 하는 건 심장한테 뛰지 말라고 하는 것과 똑같다고 한다."
"아이들은 자기가 원하는 사람이 될 자유가 있고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고 코르착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선생님은 우리한테 가장 소중한 사람이다. 우리도 선생님한테 가장 소중한 사람들이다."
아이의 눈에 비친 코르착의 모습에서, 그가 어떤 신념을 가지고 교육을 했는지 바라볼 수 있다. 아이들에 대한 무한 신뢰, 교사의 솔선수범, 아이들 인권의 존중 등... 우리는 요즘에 와서야 이런 말들을 입에 올리기 시작했는데, 몇십년 전의 코르착은 이미 그의 삶으로 실천하고 있었다.
이런 교사의 삶과 나의 삶을 비교하기 버거워서, 난 이렇게 나에게 다짐하곤 한다. 나는 교사라는 직업인으로서, 최소한 교사라는 직업윤리와 책임만은 다하며 살겠노라고. 나도 나의 가정이 있고 일이 끝나면 쉬고 싶기도 하고 때로는 다 잊어버리고 내 생각만 하고 싶기도 한데, 일하는 시간과 나의 수업에만큼은 최선을 다하겠노라고.
그래서 아까도 말했듯이 나는 이분을 나의 모델로 삼을수는 없다. 나는 어쩔수없는 직업인이라서. 하지만 그가 가지고 있던 교사로서의 신념과 아이들을 바라보는 관점은 늘 내 마음에 새겨 두고자 한다. 사실 그것도 삶이 함께 하지 않으면 내 것으로 체화되기 어려운 것이라, 나는 아직도 많은 숙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