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 인터넷 소설가 푸른도서관 36
이금이 지음, 이누리 그림 / 푸른책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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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반전이 없는게 반전이다.

당연히 반전을 예상하고 읽었는데,

어떤 반전일까?를 기대하며 읽고 있는데,

반전이 없다!!

그게 반전이다.

지금까지의 이야기 중 어느 부분이 거짓일까를 생각했는데

진실이었다.

그냥 진실.

그게 엄청난 반전이었다. 그건 뒤통수를 때리는 일과 같았다.

 

화자는 약혼자를 친구에게 뺏긴후 속절없이 노처녀가 된 35세의 여교사.

이 교사의 학급에 봄이란 아이가 무단결석을 하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교사가 보기에 봄이란 아이는 성격도 무난하고 아이들과도 그럭저럭 지내며, 사고를 칠 만한 아이가 아니다. 특징이 있다면 아버지의 직장 문제로 외국(체코)에서 4년 살다왔다는 것과 많이 뚱뚱하다는 것 뿐인데.....

 

고민하는 교사의 책상에 과제물 같은 것이 놓여있다. 읽어보니 봄이와 관련된 소설 형식의 글이다. 10336과 같이 숫자로 된 소제목들은 학급 아이들의 번호다. 말하자면 각 번호의 아이의 시점에서 쓰여지는 연작소설 같은 것이다.

 

시점은 다르지만 중심 사건은 모두 봄이의 입에서 나오는 연애사에 대한 것이다. 학기초에 다녀왔던 수련회에서 아이들은 진실게임을 하다가 대학생 애인이 있다는 봄이의 고백을 듣는다. 체코에 있을 때 프라하의 까를다리에서 첫키스를 했다는....

 

아이들은 봄이를 부추겨 계속해서 연애사를 듣는다. 그것은 너무나 완벽하고 달콤한 로맨스였다. 그러나 그 로맨스에 환호하며 반응하는 아이들 중 아무도, 그 로맨스를 믿지 않았다. 믿을 수밖에 없는 아이조차도 믿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건 믿을수도 없고 믿어서도 안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나보다 뚱뚱하고 나보다 못생기고 나보다 공부 못하는 아이한테 그런 아름다운 일은 일어나서는 안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건 정말 분노할 일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내어놓고도 배척당한 봄이는 그 소설을 선생님 책상위에 올려두고 학교를 떠난다.

 

반전을 기대했던 나 또한 그 아이들과 똑같았다. 과연 이 소설은 누가 썼을까? 정말 연작소설처럼 각 아이들이 쓴 것을 모은 것일까? 이 중 작가지망생인 아이가 아이들의 이름을 빌어 다양한 시점에서 쓴 것일까? 이 중 어떤 것이 진실이고 어떤 것이 거짓일까?..... 이렇게 생각하는 내게 봄이는 말했다. 아줌마, 제가 썼어요. 그리고 이 이야기는 모두 사실이에요. 진실이라구요. 제가 뚱뚱하고 똑똑하지도 않은 건 맞는데, 그런 저를 오빠는 그냥 좋아해 주었어요. 그러면 안되는 거예요?......

 

살면서 세상에 참 많이 속았다. 세상에는 진실이 없거나 적어도 거의 없다는 생각을 나도 모르게 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부지런히 계산을 하면서 살고 있으며 사랑에도 이유가 있는 것이고 그 이유가 사라졌을 때 얼마든지 변질될 수 있는 것이라고. 어린왕자가 뭐라고 말했건 간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 그래서 미모가 권력인 거라고.... 이런 말들을 나도 모르게 하고 있었다.

 

그런 나에게 얇은 두께의 청소년소설로 작가가 전해주는 메시지는 너무나 무겁다. 작가의 말을 읽어보았다. "진실을 볼 수 있는 눈과 마음을 가리는 것은 편견과 고정관념이다. 개인의 편견과 고정관념이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돼 사회적 통념으로 굳어졌을 때, 희생당하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인 것이다."

 

단숨에 읽히는 이야기에 이런 메세지를 불어넣은 작가의 역량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동화(소설)를 쓰는 일은 작가의 주제의식에 인물과 사건들을 씨줄과 날줄처럼 촘촘히 짜 넣는 일인 것 같다. 이금이 님은 이런 일에 너무나 능숙하고 세련되었다. 존경할 수밖에 없는 작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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