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발전소의 비밀 문과 물결이 내일을여는어린이 2
강다민 지음, 강다민.조덕환 그림 / 내일을여는책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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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핵을 주제로 하는 작품이 이젠 많이 나올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문학작품은 자연히 시대의 생각을 반영하게 되므로 동화의 제재도 유행을 타는 경향이 없지 않다. 이걸 나쁘게 보진 않는다. 몇년 전 학교도서관에서 월별로 주제별 독서행사를 했는데 그때 겸사겸사해서 창체에서 요구하는 시수별 주제를 가지고 행사를 해봤다. 장애이해, 환경, 독도, 다문화 등이다. 장애나 환경 같은 주제는 전부터 많이 다룬 주제라 책이 많을거라 예상했지만 독도나 다문화 등은 좀 부족하지 않을까 했었는데, 찾아보니 충분히 많이 있었다. 이처럼 작가들도 시대가 요구하는 주제를 찾게 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지금쯤은 탈핵을 다룬 책이 봇물처럼 나올 때가 된 것 아닐까?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는데.... 이건 내생각일 뿐이고, 실제로 많진 않다. 내가 읽은 최고의 작품은 마이클 모퍼고의 <집으로> 였다. 이 작품은 원자력이 환경적이고 효율적 에너지라는 거짓을 여지없이 깨뜨려 버린다.

얼마 전에 발견한 이 책은 국내작가의 작품이다. 방사능 물질들이 얼마나 위험하고 무서운지를 알려준다. 가만히 두어야 할 것을 캐내고 조작하고 욕심을 위해 그것을 활용한 결과가 이렇게 돌이키기 힘든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을 짧고 강하게 이야기한다.

핵발전소 견학을 갔다가 통제구역에 들어간 물결이는 피폭을 당했고, 의식이 없는 중에 방사성 물질들과 대화를 나누게 된다. 세슘, 스트론튬, 플루토늄 등이다. 그것들은 우라늄 채굴 현장부터 물결이를 데리고 다니며 자신들이 인간에게 주는 피해가 어떤 것인지 일려준다. 그 과정에서 송전탑에서 추락하는 할아버지를 보게 되고, 핵으로 인해 완전히 죽은 별이 되어버린 외계의 한 행성도 가보게 된다.

물결이가 비밀실험을 하는 과학자아저씨에게 치료를 받고 부모님과 친구들에게로 다시 돌아오는 과정이 썩 매끄럽지 않게 느껴지는 점이 좀 아쉽다. 하지만 이 무거운 주제에 도전한 작가의 문제의식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고, 우리가 두렵지만 알아야 할 사실들을 잘 담아냈다고 평가하고 싶다. 작가는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이헌석 님의 "콘센트 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생각해 보라"는 말을 작품에 인용하고 있는데, 이것이 곧 작품의 주제라 해도 무리는 없겠다. 오늘도 환하게 밝혀진 불빛 뒤에, 따뜻한 전기장판 위에, 돌아가는 온풍기 속에, 온갖 편리한 기기들 속에 인류를 위협하는 이 무서운 문제가 버티고 서 있음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이 주제로 아이들과 충분히 읽을만한 더 많은 작품이 나왔으면 좋겠다. 낭떠러지로의 폭주는 거센데, 제동장치는 아직 너무도 빈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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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유서 맨발의 겐
나카자와 케이지 지음, 김송이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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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의 겐'을 그린 나카자와 케이지의 자서전이다. 유서라는 말이 자못 비장하다. 실제로 그는 2012년에 이 책을 출간하고 그 해에 작고했다고 한다.

히로시마에 핵폭탄이 떨어지던 그 때에 작가는 초등학교 1학년이었고 등교길에 현장을 목격했다. 다행히 살아남았지만 지옥을 경험했다. 그 경험이 '맨발의 겐'에 고스란히 들어있다.

10년도 더 된 일이다. 그때 선생님들의 커뮤니티에서 이 책에 대한 얘기를 자주 볼 수 있었는데 "아이들에게 보여줘도 될까요?', '학급문고로 넣어도 될까요?' 등의 문의에 의견이 분분했던 기억이 난다. 궁금해진 나는 전권을 구입해서 읽었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때는 우리집 애들도 어릴 때라, 그냥 나 혼자만 읽고 누구에겐가 줘 버렸다. 결국 학급문고에 넣지는 못한 것이다.

핵폭발 이후의 참상에 대하여 이 작가만큼 세밀하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없으리라. 작가도 그러한 사명감으로 이 책의 제작과 전파에 일생을 바친 것 같다. 자서전을 읽어보니, 여러가지 어려움과 난관이 많았지만 이 책은 작가의 기대와 목표보다도 더 널리 많이 읽힌 책이 되었다.

맨발의 겐이 나왔을 때보다 오늘날 핵의 위협은 더욱 높아졌다. 게다가 일본에서는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도 있었고.... 이 책을 고를 때 원전에 대한 비판과 저자의 생각이 많이 들어있으리라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그부분의 비중이 적어서 조금은 아쉬웠다.

맨발의 겐을 읽을 때도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은데, 핵폭탄을 투하한 미국에 대한 원망과 미움은 당연한 것이다. 죄 없는 국민들이 겪은 참상이 얼마나 끔찍했던가. 하지만 일본인의 한 사람으로서 전쟁발발에 대한 책임의식은 있어야 하고 그걸 좀더 적극적으로 표현했어야 하는거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 내가 욕심이 과한가?

이 자서전에도 그런 내용이 나온다. "미국인들은 진주만을 잊지 말라고 합니다. 하지만 진주만 공격으로 노인에서 갓 태어난 아기까지 몇 십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을 무차별로 죽였나요? 아니란 말입니다."
이 대목을 읽고는 좀 어이가 없었다. "내가 살짝 때렸는데 쟤가 날 두들겨 팼어요. 엉엉" 아이들의 이런 논리와 다를 바가 없어서다. 일본인의 자기성찰이 들어있다면 멘발의 겐도 이 자서전도 더 감동적일텐데 라는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반핵과 평화교육에 평생을 바친 저자의 일생에 대해서는 경의를 표한다.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평화를 유지하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적절한 처신을 해야만 하는 한반도에 사는 나에게, 핵의 참상을 그린 이 책이 너무나 무섭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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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급긍정훈육법 : 활동편 - 친절하고 단호한 교사를 위한 학급긍정훈육법
테레사 라살라.조디 맥비티.수잔 스미사 지음, 김성환 옮김 / 에듀니티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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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급긍정훈육법의 워크북이 나온다는 말을 몇 달 전에 듣고 많이 기다렸다. 난 학급긍정훈육법 책을 두 번 읽었는데, 첫 번째 읽고 서평을 올린 후에 나중에 두 번째 읽으면서 많이 부끄러웠다. 책을 잘못 읽은 부분도 많고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많았구나 하는 생각 때문이다. 책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나의 경직된 사고 때문이다. 사실 난 아직도 어려움이 있다. 뭔가가 내 안으로 쏘옥 들어오려면 책만 읽어가지고는 안 되는거 아닌가 싶다. 계속 시도하고 수정해 가면서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첫 번째 단계가 바로 '시도'이다. 난 일단 이 단계부터 주춤거린다.

 

반면, 나보다 훨씬 늦게 이 책을 알고(내가 소개해드렸음^^) 책을 끝까지 읽어보지도 못한 옆반샘이 나보다 훨씬 더 적용을 잘하시는 것을 보고는 깜짝 놀라버렸다. 그 선생님은 읽어가며 바로 시도하시고 그 결과를 즉각 나에게 중계해 주셨는데, 난 이 책의 위력을 바로 그 선생님을 통해서 깨달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활동편은 사이좋게 같이 샀다. 내년에 동학년이 안되어도 나누는 모임은 계속 할 수 있길 바라면서. 이렇게 동료성이 바탕이 된 나눔이 있을 때 적용이 깊어지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미 전국에 수많은 PDC 소모임들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책을 처움 접했을 때, "나같이 친절하다기엔 가끔 버럭을 하고 단호하다기엔 애들이 너무 시끄러운 교사에게 딱이네.^^" 라고 말하긴 했었지만 이렇게까지 책이 많이 팔리고 선풍적인 관심을 끌게 될 줄은 몰랐다. 그래서 난 다시 한 번 살펴보려 한다. 내가 시도하지 못한 것은 무엇일까? 무엇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이것을 점검하려 하는 나에게 이 <활동편>은 정말 유용하다. 전에 어떤 모임에서 여기에 관심있는 한 후배가 이런 의견을 말했었다. -PDC는 철학과 실제가 적절히 연결되어 있어서 좋다. 단계가 잘 나와 있고 이것이 매뉴얼화 되어 있어서 따라 하기 쉬우며 기법들이 검증되어 있다. 그리고 기법에 이름을 붙여놓아서 서로 다른 기질의 교사들이 공통적 언어로 소통하며 지도능력을 높일 수 있다.- 이것을 극대화한 책이 바로 이 <활동편>이다.

 

첫번째로 학기초 가이드라인 만들기가 나온다. 나도 지난해 첫날 이 활동을 했었는데 아이들이 적은 내용이 썩 맘에 들지 않았고,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아 그냥 얘기 나눠보고 적어본 것에서 그치고 말았더니 별 의미가 없었다. 책에 보니 며칠이 걸릴 수도 있지만 중요한 활동이니 시간을 충분히 주라고 되어있다. 난 작년에 이걸 해보고 '첫날 하지 말고 며칠 지난 후에 해야겠다' 생각을 했었다. 일단 교사의 의지와 바람을 좀 천명한 다음에... 학급일과를 명확히 세우고 긴장감을 조금은 준 다음에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나의 부족함 때문일 것이다. 올해도 다시 시도를 해보려고 한다. 이번에는 반드시 동의를 얻고 모두가 함께 정한 가이드라인임을 수시로 상기시키도록 해야겠다. 근데 여기서는 '규칙'이라는 말 대신 일부러 '가이드라인'이라는 말을 사용했다는데 내게는 가이드라인이라는 말이 더 불편하다. 더 좋은 말이 없을까? '약속'정도로 하면 너무 가볍나?

 

4<자기조절>에서 기초적 뇌과학 내용을 알려주라는 내용은 본책에서는 못본 것 같은데 굉장히 솔깃한 내용이었다. 참고하라고 하신 다니엘 시겔의 동영상이 영어로만 되어 있어서 좌절...(누가 자막 넣어서 좀 올려주시면 좋겠다.^^;;) 대충 아는 내용으로 말해 본다면, 인간의 뇌는 가장 깊은 곳이 뇌간(생명과 관련된 역할), 그리고 가운데 부분에는 변연계가 자리하고 있다.(변연계는 감정을 담당한다.) 그리고 그 바깥쪽을 대뇌피질이 둘러싸고 있는데 이성적으로 사고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전전두엽은 다른 사람을 이해, 스스로를 진정, 선택하는 능력 등을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사람이 화가 나면 전전두엽이 닫힌다. 말하자면 "뚜껑이 열린다." 우리 뇌는 제대로 판단을 내리지 못한다.

지난 한 해, 분노조절장애와 그 비슷한 아이들 몇명 때문에 정말 애를 먹었다. 가장 심한 아이는 유리창을 주먹으로 내지르고 피를 흘려 내 얼굴에 핏기가 가시게 만들었다. 그 아이를 붙들고 얼마나 설득하고 달래고 여러 가지 약속들을 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돌아오는 내 모습은 애들이 교실 창문을 깬다더라, 선생이 무르다더라... 이런 뒷담화들이었다. 단호한 교사가 되고 싶어 이 책을 읽었는데 내 평생 가장 단호하지 못한 교사로 낙인찍혔던 1년이었다. 그래서 이 부분을 아픈 가슴으로 읽었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기법은 긍정적 타임아웃이다. 학습권과 관련하여, 아이들을 별도의 장소에 내보내는 것이 좋지 못하니 이것은 교실 안에 만들어야 하는 공간이다. 아이디어가 많이 필요하겠다.

 

5 장은 <의사소통기술>이다. 대표적인 것은 이미 골백번은 말했음직한 '나 전달법'이다. 진지하기 싫어하는 아이들은 이것마저도 장난으로 만들어 상대방을 더 화나게 하는 경우도 있다. 에휴... 이 또한 내가 부족해서겠지... 좀 더 진지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잘 지도해봐야겠다. 그리고 경청기술. 이것은 강조하고 또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정말 중요한 기술이다. 나를 돌아보면 이것이 안 되는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화를 내고 있는 것 같다. 일단 이것이 '기술'임을 확실히 하고 부족한 아이들에게는 화를 내기보다 기술을 더 익혀야 함을 일깨워주어야 하겠다. 이 책에 예시한 경청의 기술이 아주 맘에 든다. 1)말하는 사람 바라보기, 2)말하는 동안 조용하기, 3)말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기, 4)가만히 기다리기. 아주 좋다. 이것만 잘 지도되어도 일단은 수업이 훨씬 좋아질 것 같다.

 

본책(학급긍정훈육법)에 대해서 서평을 쓸 때, 이 책의 핵심은 학급회의인 것 같은데, 그게 내가 사용하지 않는 방법이어서 한계를 많이 느낀다고 썼었다. 실제로 그랬다. PDC를 염두에 두고 있으면서도 학급회의는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런데 앞에서 말한 옆반샘은 당장 실행을 하셨고 바로 달라지는 아이들의 모습을 아주 기쁘게 나에게 전해 주셨다.(물론 그 반은 날마다 하루열기, 하루닫기 같은 말하기 프로그램이 있어서 일종의 기반이 닦여 있었다고 할 수는 있다.)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마음속의 한계를 넘어서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의 뒷쪽 절반이 학급회의에 대한 내용일 정도로, 학급회의는 PDC의 핵심이다. 세부적인 기법들을 찬찬히 읽고 익혀봐야겠다. 일단 시간이 많이 걸리면 자주 시도하기가 힘드니 짧은 시간에 융통성 있게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봐야겠다.

 

마지막으로, 이 활동편의 좋은 점 중 돋보이는 것은 <문학과 연계하여 가르치기>가 장마다 들어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구체적 지도방법이 나온 것은 아니고 책 제목만 나와 있는데 이것만 해도 상당히 고무적이다. 가끔은 국내그림책도 들어있는데 그건 역자께서 넣은 것이겠지? 참 감사하게 생각한다. 문학을 활용한 지도에 관심이 많은데, 그 영역을 이제 생활지도로 넓혀봐야겠다. 그동안에는 "읽으면 자기들이 느끼겠지"라고 생각하며 감상문쓰기 정도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면, 이제부터는 느낌을 나누고 상황에 대입시키는 활동까지 해보면 좋을 것 같다.

 

앞에서 얘기했듯이 구체적 시도가 약한 나에게 이 활동편의 출간은 단비와 같다. 교육서적을 꽤 읽은 편이지만 그게 나의 교실에서 구현되는 경우가 드물었다. 세상엔 참 많은 교육이론과 기법들이 있다. 그 중에 하나만 '제대로' 익혀도 훌륭한 교사일거라 생각한다. 그중 그래도 지금 내 옆에 가장 가까이 있는 것이 PDC이니 꽉 붙잡아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하게 든다. 올 한 해는 이 책을 끼고 살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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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의 아이들과 책읽기를 시작하는 단계에서 책읽기의 소중함, 필요성을 자연스럽게 다룬 책을 넣으면 좋다. 2학년에게는 <샤를마뉴 대왕의 위대한 보물>을 넣었었는데 아이들이 재미있어 했고 책이 왜 위대한 보물인가에 대한 생각나누기도 곧잘 했다. 다음에 또 하게 되면 한 장면을 스톱모션 또는 역할극으로 표현해보는 연극놀이 수업으로 발전시켜 보고 싶다.

   

 

 

 

 

 

 

 

 

 

 

3학년을 할 때는 최은옥 님의 <책 읽는 강아지 몽몽>을 넣었다.

 

 

 

 

 

 

 

 

 

 

 

 

   

비룡소문학상 대상을 받은 작품인데, 영웅이네 집 강아지는 여느 강아지와는 다르게 가족들이 모두 나간 시간을 좋아한다. 혼자 조용히 책에 빠지는 그 시간을 사랑하는 것이다. 말도 안되는 설정이라 할지 모르겠지만 동화인데 뭐.... 반면 주인인 영웅이는 게임에 빠져 책이라면 고개를 흔드는 흔히 볼 수 있는 초딩. 몽몽이는 어쩌다 다음 권이 궁금한 시리즈도서의 첫 권을 읽게 되었는데, 미치도록 궁금한 그 책의 다음권을 읽으려면 영웅이가 그걸 사게 하는 방법밖에 없다. 주인 영웅이에게 책의 맛을 알게 하려는 강아지의 눈물겨운 노력! 아주 맛깔나게 재미있다. 이 책을 읽고는 주인공들이 서로에게 하고 싶을 것 같은 이야기를 써보게 했다. 영웅이 엄마가 영웅이에게, 영웅이가 수지에게, 몽몽이가 영웅이에게, 그러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몽몽이에게 하고 싶은 말을 쓰게 했는데 아주 재미있는 내용이 많이 나왔다. 이것도 쓰는 데서 그치지 말고 번갈아, 또는 돌아가며 말하기를 해서 생각을 공유하거나 핫 시팅 기법으로 연극적 요소를 넣어서 진행하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오늘 발견한 책, <책으로 똥을 닦는 돼지> 이 책도 2,3학년 정도에게 적당해 보이는데 교사가 적당히 조절하면 전학년에 활용은 다 가능할 것 같다. 위의 책 <책 읽는 강아지 몽몽>의 저자가 똑같은 주제로 1년 후에 내놓은 책이다. 이 주제를 전달하려는 저자의 집념이 보이는 것 같다.^^ 하지만 주제가 같다고 책이 비슷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둘 다 재미 면에서는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제목으로는 이 책의 선호도가 가장 높을 것 같다. 선생님이 아주 어렸을 때, 신문지로 똥을 닦던 시기도 있었단다... 이런 이야기로 시작하면 난리가 난 교실의 모습이 연상된다.^^

여기에는 책의 즐거움을 독점하기 위해 책의 쓰임새를 엉뚱한 곳으로 돌려놓은 시장님이 나온다. 뱀 할머니에게 책이란? ‘그늘을 만들어주는 도구이고 곰 아저씨에게 책이란? ‘낮잠 잘 때 쓰는 베개이런 식이다. 물론 주인공 돼지 레옹에게 책이란? ‘똥 닦을 때 쓰는 종이였다.

우연한 기회에 레옹은 이 모든 것이 시장의 음모이며 책이란 읽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사실을 시민들에게 알리게 되기까지, 펼쳐지는 이야기들이 흥미진진하다. 결국 시장의 거대한 서재는 도서관으로 바뀌고, 모두들 도서관에 오가는 기쁨을 누린다.

 

이러한 이야기들 속에서 책읽기를 강요하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삐뚤어진 아이는 없겠지?^^ 난 그 누구에게도,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해도 강요할 생각은 없다. 이러한 나의 태도가 교사로서 부족함을 유발할 때가 가끔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타고난 천성은 직업으로도 고치기가 힘들다. 대신에! 이렇게 찾고 있잖아. 강요하지 않을 방법을. 그러니 내가 강요하지 않는다고 그 누구도 나를 욕하지 마라.

 

결론이 이상해졌네..... 성급히 돌리는 결론 : 위의 세 책은 모두 재미있고 유익합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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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글자 한 글자 쓰다 보면 웅진책마을
패트리샤 매클라클랜 지음, 박정애 옮김, 전재은 그림 / 웅진주니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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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편이고 글쓰기의 가치도 어느 정도는 안다고 생각한다. 물론 글이 딸려서 많이 쓰진 않는다. 요즘엔 페북에 가끔 쓰고, 예전엔 인터넷서점이나 교사 커뮤니티 등에 가끔 쓰는 정도였다. 글을 잘쓰시는 분들은 글재주보다도 사고의 깊이와 유연성과 통찰력이 대단하신 분들인 걸 깨닫고 나니, 글쓰기에 욕심은 별로 생기지 않는다. 글이란게 손가락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머리에서 나오는 것일진대 머리가 채워지지 않는 한 한계가 있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고, 머리를 채우자니 그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잘' 쓰겠다는 욕심만 버리면 글쓰기는 나에게 큰 가치가 있는 일이다. 내가 글쓰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첫째, 말보다 글이 편해서이다. 나는 대면 관계를 부담스러워 하는 편이고 사람을 직접 상대해서는 내 의사를 강하게 펼치지 못한다. 그럴 때는 글이 훨씬 낫다. 눈앞에 사람이 없어야 할 말을 제대로 다 할 수 있다.
둘째, 휘발되는 생각과 느낌을 잡아둘 수 있어서이다. 내가 제일 많이 쓰는 글은 서평이니(이것도 한달에 두편 정도가 고작이지만) 그것으로 예를 들면, 서평을 써놓은 책과 안 쓴 책은 나중에 상당한 차이가 난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니 시간이 지나고 나면 읽은 책의 내용도 잊게 마련인데, 서평을 써놓으면 그만큼의 기억은 붙잡고 있는 셈이 된다. 물론 한참 지나 읽어보면 "내가 이런 글을 썼었나?" 할 때도 있고, "이 책을 읽고 이거밖에 생각 못했나?" 또는 "책을 잘못 읽었네." 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것도 나름대로 재미있고 의미가 있는 일이다.
셋째, 글쓰기는 나 스스로 나를 정리하고 위로하고 치유하는 작업이다. 감정과 생각이 뒤엉켜 있을 때 글을 쓰면 가닥이 잡히고 정리가 된다. 그러면 어느정도는 나를 객관화하여 볼 수 있게 된다. 또 글쓰기를 글똥누기라고 부르는 분들도 있듯이 배설처럼 시원하기도 하다. 심하지 않은 마음의 동요는 이정도로도 충분히 해결된다.

이 책을 읽으며 그 내용이 반가웠고 부럽기도 했다.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한 작가선생님이 아이들에게 글쓰기의 가치와 기쁨을 가르쳐 준 이야기' 정도 될 것이다. 나도 한때는 의욕적으로 덤볐으나 그리 잘되진 않았었다. 아이들은(요즘 아이들은 특히) 쓰는 것을 몹시 싫어한다. 공책 필기를 자주 하지도 않는데 어쩌다 좀 쓰게 되면 죽는 소리를 한다. 글을 써야 하는 학습지를 나눠주면 몇줄인지부터 세어본다. 거부감이 없는 아이도 물론 있지만 대부분은 이런 식이다. 아이들이 싫어하다보니 나도 특별히 강조하기보다는 기본만 하는 식으로 바뀌게 된 것 같다.

지금의 나는 이렇게 아이들과 타협(?)을 해버렸지만, 나름 노력하고 있을 때 깨달은 것이 두 가지 있었다. 첫째, 서투른건 괜찮으니 솔직하게 쓴다. 거기에 감동이 있다. 이오덕 선생님이 "어린이는 모두 시인이다" 하고 하셨던 것도 이것을 전제하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미라벨 선생님은 '속삭임을 들어보세요.' 라고 조언했고 그것이 글로 이어지도록 유도했는데 위에 말한 솔직함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거기에 더하면 영감이라고 할까? 누구의 삶에든 글이 될만한 장면이 있다. 그 장면을 잡아내고 거짓없이 진정성을 갖고 쓴 글은 훌륭한 글이다. 이 책의 작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둘째, 쓴 글의 공유와 그 과정에서의 소통이다. 인간에게는 표현의 욕구가 있고 무의식중에 나누려는 욕구를 가지고 글을 쓰게 된다. 페북을 하거나 인터넷 서재에 글을 올리는 것도 그런 욕구를 반영하는 것 아니겠는가?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쓴 글에 대한 적당한 반응이 있어야 쓰고자 하는 욕구가 소진되지 않는다. 내가 사용했던 공유의 방법은 학급문집 겸 소식지였는데 학기당 두 세번 발행하며 아이들이 쓴 시, 일기, 독서감상문, 그 외 국어시간의 글쓰기 결과물들을 실어주었다. 부끄럽지만 지금은 못하고 있다.... 이게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내년부턴 다시 해봐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

이정도의 공유도 상당한 노력이 드는 것이 사실이지만, 거기에서 그치는 것은 부족했다고 이 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문집 활동만 해도 다른 친구의 글을 서로 보고 배우며 상승하는 효과가 꽤 있긴 하다. 교사가 직접 가르쳐 주는 것보다 아이들은 친구들 사이의 모방에서 훨씬 많이 배운다. 하지만 같이 있는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소통이 더해지면 훨씬 좋다. 미라벨 선생님의 이런 단순한 방식이 사실은 진리인지도 모르겠다.
"아마 내일쯤엔 여러분 중에서 누군가가 글을 써서 들고 올 거 같네요. 원한다면 친구들 앞에서 직접 자기 글을 읽어도 좋고요, 내가 대신 읽어줄 수도 있어요. 친구의 글에 대해서 말할 때에는 우리 모두 예의를 지킬 거예요.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드는지 얘기하고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보고 하는 식으로요."

이런 지도를 통해 아이들은 자신의 삶에 닥친 아픔과 기쁨, 슬픔과 걱정들을 풀어내었고 그러면서 이해와 우정을 배워나갔다. 아이들의 모습이 정말 예뻤다. 그 아이들의 시도 예뻤고 친구의 시를 존중하고 칭찬하고 이해하는 태도도 너무 예뻤다.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는 교실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질 만큼. 마지막으로 선생님은 부모님들을 초청하여 전시된 글을 통해 자녀들과 소통하고 이해하는 자리도 만들어 주었다. 이제 아이들은 한 글자, 한 문장, 그것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우리의 이야기'가 얼마나 소중한지 모두들 공감하고 있다.

문득 문자와 글이 없는 삶을 상상하니 세상의 기쁨이 반은 사라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미라벨 선생님처럼 이 기쁨을 알려줄 책임을 양 어깨에 느끼니 정말 무겁네.... 우연히 만난 이 책을 나의 소중한 책 목록, 아이들에게 권해줄 책 목록에 동시에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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