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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급긍정훈육법 : 활동편 - 친절하고 단호한 교사를 위한 ㅣ 학급긍정훈육법
테레사 라살라.조디 맥비티.수잔 스미사 지음, 김성환 옮김 / 에듀니티 / 2015년 12월
평점 :
학급긍정훈육법의 워크북이 나온다는 말을 몇 달 전에 듣고 많이 기다렸다. 난 학급긍정훈육법 책을 두 번 읽었는데, 첫 번째 읽고 서평을 올린 후에 나중에 두 번째 읽으면서 많이 부끄러웠다. 책을 잘못 읽은 부분도 많고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많았구나 하는 생각 때문이다. 책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나의 경직된 사고 때문이다. 사실 난 아직도 어려움이 있다. 뭔가가 내 안으로 쏘옥 들어오려면 책만 읽어가지고는 안 되는거 아닌가 싶다. 계속 시도하고 수정해 가면서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첫 번째 단계가 바로 '시도'이다. 난 일단 이 단계부터 주춤거린다.
반면, 나보다 훨씬 늦게 이 책을 알고(내가 소개해드렸음^^) 책을 끝까지 읽어보지도 못한 옆반샘이 나보다 훨씬 더 적용을 잘하시는 것을 보고는 깜짝 놀라버렸다. 그 선생님은 읽어가며 바로 시도하시고 그 결과를 즉각 나에게 중계해 주셨는데, 난 이 책의 위력을 바로 그 선생님을 통해서 깨달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활동편은 사이좋게 같이 샀다. 내년에 동학년이 안되어도 나누는 모임은 계속 할 수 있길 바라면서. 이렇게 동료성이 바탕이 된 나눔이 있을 때 적용이 깊어지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미 전국에 수많은 PDC 소모임들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책을 처움 접했을 때, "나같이 친절하다기엔 가끔 버럭을 하고 단호하다기엔 애들이 너무 시끄러운 교사에게 딱이네.^^" 라고 말하긴 했었지만 이렇게까지 책이 많이 팔리고 선풍적인 관심을 끌게 될 줄은 몰랐다. 그래서 난 다시 한 번 살펴보려 한다. 내가 시도하지 못한 것은 무엇일까? 무엇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이것을 점검하려 하는 나에게 이 <활동편>은 정말 유용하다. 전에 어떤 모임에서 여기에 관심있는 한 후배가 이런 의견을 말했었다. -PDC는 철학과 실제가 적절히 연결되어 있어서 좋다. 단계가 잘 나와 있고 이것이 매뉴얼화 되어 있어서 따라 하기 쉬우며 기법들이 검증되어 있다. 그리고 기법에 이름을 붙여놓아서 서로 다른 기질의 교사들이 공통적 언어로 소통하며 지도능력을 높일 수 있다.- 이것을 극대화한 책이 바로 이 <활동편>이다.
첫번째로 학기초 가이드라인 만들기가 나온다. 나도 지난해 첫날 이 활동을 했었는데 아이들이 적은 내용이 썩 맘에 들지 않았고,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아 그냥 얘기 나눠보고 적어본 것에서 그치고 말았더니 별 의미가 없었다. 책에 보니 며칠이 걸릴 수도 있지만 중요한 활동이니 시간을 충분히 주라고 되어있다. 난 작년에 이걸 해보고 '첫날 하지 말고 며칠 지난 후에 해야겠다' 생각을 했었다. 일단 교사의 의지와 바람을 좀 천명한 다음에... 학급일과를 명확히 세우고 긴장감을 조금은 준 다음에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나의 부족함 때문일 것이다. 올해도 다시 시도를 해보려고 한다. 이번에는 반드시 동의를 얻고 모두가 함께 정한 가이드라인임을 수시로 상기시키도록 해야겠다. 근데 여기서는 '규칙'이라는 말 대신 일부러 '가이드라인'이라는 말을 사용했다는데 내게는 가이드라인이라는 말이 더 불편하다. 더 좋은 말이 없을까? '약속'정도로 하면 너무 가볍나?
제 4장 <자기조절>에서 기초적 뇌과학 내용을 알려주라는 내용은 본책에서는 못본 것 같은데 굉장히 솔깃한 내용이었다. 참고하라고 하신 다니엘 시겔의 동영상이 영어로만 되어 있어서 좌절...ㅠ(누가 자막 넣어서 좀 올려주시면 좋겠다.^^;;) 대충 아는 내용으로 말해 본다면, 인간의 뇌는 가장 깊은 곳이 뇌간(생명과 관련된 역할), 그리고 가운데 부분에는 변연계가 자리하고 있다.(변연계는 감정을 담당한다.) 그리고 그 바깥쪽을 대뇌피질이 둘러싸고 있는데 이성적으로 사고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전전두엽은 다른 사람을 이해, 스스로를 진정, 선택하는 능력 등을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사람이 화가 나면 전전두엽이 닫힌다. 말하자면 "뚜껑이 열린다." 우리 뇌는 제대로 판단을 내리지 못한다.
지난 한 해, 분노조절장애와 그 비슷한 아이들 몇명 때문에 정말 애를 먹었다. 가장 심한 아이는 유리창을 주먹으로 내지르고 피를 흘려 내 얼굴에 핏기가 가시게 만들었다. 그 아이를 붙들고 얼마나 설득하고 달래고 여러 가지 약속들을 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돌아오는 내 모습은 애들이 교실 창문을 깬다더라, 선생이 무르다더라... 이런 뒷담화들이었다. 단호한 교사가 되고 싶어 이 책을 읽었는데 내 평생 가장 단호하지 못한 교사로 낙인찍혔던 1년이었다. 그래서 이 부분을 아픈 가슴으로 읽었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기법은 긍정적 타임아웃이다. 학습권과 관련하여, 아이들을 별도의 장소에 내보내는 것이 좋지 못하니 이것은 교실 안에 만들어야 하는 공간이다. 아이디어가 많이 필요하겠다.
제 5 장은 <의사소통기술>이다. 대표적인 것은 이미 골백번은 말했음직한 '나 전달법'이다. 진지하기 싫어하는 아이들은 이것마저도 장난으로 만들어 상대방을 더 화나게 하는 경우도 있다. 에휴... 이 또한 내가 부족해서겠지... 좀 더 진지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잘 지도해봐야겠다. 그리고 경청기술. 이것은 강조하고 또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정말 중요한 기술이다. 나를 돌아보면 이것이 안 되는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화를 내고 있는 것 같다. 일단 이것이 '기술'임을 확실히 하고 부족한 아이들에게는 화를 내기보다 기술을 더 익혀야 함을 일깨워주어야 하겠다. 이 책에 예시한 경청의 기술이 아주 맘에 든다. 1)말하는 사람 바라보기, 2)말하는 동안 조용하기, 3)말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기, 4)가만히 기다리기. 아주 좋다. 이것만 잘 지도되어도 일단은 수업이 훨씬 좋아질 것 같다.
본책(학급긍정훈육법)에 대해서 서평을 쓸 때, 이 책의 핵심은 학급회의인 것 같은데, 그게 내가 사용하지 않는 방법이어서 한계를 많이 느낀다고 썼었다. 실제로 그랬다. PDC를 염두에 두고 있으면서도 학급회의는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런데 앞에서 말한 옆반샘은 당장 실행을 하셨고 바로 달라지는 아이들의 모습을 아주 기쁘게 나에게 전해 주셨다.(물론 그 반은 날마다 하루열기, 하루닫기 같은 말하기 프로그램이 있어서 일종의 기반이 닦여 있었다고 할 수는 있다.)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마음속의 한계를 넘어서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의 뒷쪽 절반이 학급회의에 대한 내용일 정도로, 학급회의는 PDC의 핵심이다. 세부적인 기법들을 찬찬히 읽고 익혀봐야겠다. 일단 시간이 많이 걸리면 자주 시도하기가 힘드니 짧은 시간에 융통성 있게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봐야겠다.
마지막으로, 이 활동편의 좋은 점 중 돋보이는 것은 <문학과 연계하여 가르치기>가 장마다 들어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구체적 지도방법이 나온 것은 아니고 책 제목만 나와 있는데 이것만 해도 상당히 고무적이다. 가끔은 국내그림책도 들어있는데 그건 역자께서 넣은 것이겠지? 참 감사하게 생각한다. 문학을 활용한 지도에 관심이 많은데, 그 영역을 이제 생활지도로 넓혀봐야겠다. 그동안에는 "읽으면 자기들이 느끼겠지"라고 생각하며 감상문쓰기 정도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면, 이제부터는 느낌을 나누고 상황에 대입시키는 활동까지 해보면 좋을 것 같다.
앞에서 얘기했듯이 구체적 시도가 약한 나에게 이 활동편의 출간은 단비와 같다. 교육서적을 꽤 읽은 편이지만 그게 나의 교실에서 구현되는 경우가 드물었다. 세상엔 참 많은 교육이론과 기법들이 있다. 그 중에 하나만 '제대로' 익혀도 훌륭한 교사일거라 생각한다. 그중 그래도 지금 내 옆에 가장 가까이 있는 것이 PDC이니 꽉 붙잡아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하게 든다. 올 한 해는 이 책을 끼고 살아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