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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유서 맨발의 겐
나카자와 케이지 지음, 김송이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맨발의 겐'을 그린 나카자와 케이지의 자서전이다. 유서라는 말이 자못 비장하다. 실제로 그는 2012년에 이 책을 출간하고 그 해에 작고했다고 한다.
히로시마에 핵폭탄이 떨어지던 그 때에 작가는 초등학교 1학년이었고 등교길에 현장을 목격했다. 다행히 살아남았지만 지옥을 경험했다. 그 경험이 '맨발의 겐'에 고스란히 들어있다.
10년도 더 된 일이다. 그때 선생님들의 커뮤니티에서 이 책에 대한 얘기를 자주 볼 수 있었는데 "아이들에게 보여줘도 될까요?', '학급문고로 넣어도 될까요?' 등의 문의에 의견이 분분했던 기억이 난다. 궁금해진 나는 전권을 구입해서 읽었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때는 우리집 애들도 어릴 때라, 그냥 나 혼자만 읽고 누구에겐가 줘 버렸다. 결국 학급문고에 넣지는 못한 것이다.
핵폭발 이후의 참상에 대하여 이 작가만큼 세밀하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없으리라. 작가도 그러한 사명감으로 이 책의 제작과 전파에 일생을 바친 것 같다. 자서전을 읽어보니, 여러가지 어려움과 난관이 많았지만 이 책은 작가의 기대와 목표보다도 더 널리 많이 읽힌 책이 되었다.
맨발의 겐이 나왔을 때보다 오늘날 핵의 위협은 더욱 높아졌다. 게다가 일본에서는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도 있었고.... 이 책을 고를 때 원전에 대한 비판과 저자의 생각이 많이 들어있으리라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그부분의 비중이 적어서 조금은 아쉬웠다.
맨발의 겐을 읽을 때도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은데, 핵폭탄을 투하한 미국에 대한 원망과 미움은 당연한 것이다. 죄 없는 국민들이 겪은 참상이 얼마나 끔찍했던가. 하지만 일본인의 한 사람으로서 전쟁발발에 대한 책임의식은 있어야 하고 그걸 좀더 적극적으로 표현했어야 하는거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 내가 욕심이 과한가?
이 자서전에도 그런 내용이 나온다. "미국인들은 진주만을 잊지 말라고 합니다. 하지만 진주만 공격으로 노인에서 갓 태어난 아기까지 몇 십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을 무차별로 죽였나요? 아니란 말입니다."
이 대목을 읽고는 좀 어이가 없었다. "내가 살짝 때렸는데 쟤가 날 두들겨 팼어요. 엉엉" 아이들의 이런 논리와 다를 바가 없어서다. 일본인의 자기성찰이 들어있다면 멘발의 겐도 이 자서전도 더 감동적일텐데 라는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반핵과 평화교육에 평생을 바친 저자의 일생에 대해서는 경의를 표한다.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평화를 유지하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적절한 처신을 해야만 하는 한반도에 사는 나에게, 핵의 참상을 그린 이 책이 너무나 무섭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