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브레드위너 세트 - 전4권
데보라 엘리스 지음, 권혁정 옮김 / 나무처럼(알펍)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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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보라 엘리스의 <나는야 베들레헴의 길고양이>를 읽고 시작한 이 작가의 작품읽기가 <아주 평범한 날에>를 지나 <브레드위너>에 이르렀다. 이 책은 4권으로 되어있어 호흡이 훨씬 길고, 등장인물도 많다. 전쟁과 인권침해의 현장을 다룬다는 면에서는 작가의 다른 책들과 일맥상통한다. 그중 이 책은 탈레반 정권의 폭압과 미군의 침공 사이에서 인간으로서의 당연한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삶과, 이를 극복하려고 목숨을 걸고 싸우는 용감한 여성들의 삶을 다루었다.

영어에 약한 나는 제목인 'breadwinner'의 뜻을 몰라 찾아봐야 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사람, 가장이라는 뜻이 있었다. 남장을 하고 시장을 누비며 가족을 먹여살린 두 소녀, 파바나와 샤우지아가 바로 breadwinner 였다. 그녀들이 남장을 했던 이유, 거기에 아프간 여성들의 인권문제가 있다. 여성의 신분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얼굴을 드러내는 것조차 금지되어 부르카와 차도르로 온몸을 휘감아야 하고 남자의 동행 없이는 거리에 나설수도 없는, 남자의 소유물이나 부속품같은 존재가 바로 여성이었던 것이다.

<1권 : 카불 시장의 남장 소녀들>에서 이러한 아프간 여성들의 모습이 잘 나타난다. 고등교육을 받은 파바나의 엄마도 탈레반이 정권을 잡은 후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어 무력하게 집에만 있는다. 아버지는 영국 유학까지 갔다 왔지만 그건 자랑스러운 일이 아니라 숨겨야 하는 일이다. 결국 아버지는 탈레반에게 잡혀가 옥에 갇히고 고문을 당한 뒤 그 후유증으로 돌아가시고 말았다. breadwinner가 되어야 하는 파바나는 남장을 하고 시장에서 이런저런 일로 푼돈을 벌어 가족을 먹여살린다. 거기서 만난 또다른 남장소녀 샤우지아와 꿈을 공유하는 친구가 된다. 이런 극한의 땅에서 꿈을 꾼다는 것은 가능할까? 20년 후 에펠탑 앞에서 만나자고 약속하며 두 소녀는 각자의 험난한 여정 속으로 발을 디딘다.

<2권 : 위험한 여정>에선 두 친구 중 파바나의 고난의 여정이 펼쳐진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묻고,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엄마와 형제들을 찾아 홀로 떠난 여정은 참혹하다. 폭격과 지뢰의 위협 뿐 아니라 배고픔과 목마름은 습관이 되어야 하고 잘 곳도 씻을 곳도 없는 어린 소녀의 여정을 보니 내 일생 가장 힘들었던 날도 이 소녀의 하루보다는 편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루하루 생존의 위협을 받으며 살아야 하는 생활은 대체 어떨까. 지구상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상태로 살아가고 있는걸까. 이런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내가 너무 편하게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잠시잠깐 조금 힘들 때 징징거렸던 것이 후회된다. 파바나는 이 극한 여정에서도 사람을 만났고, 그들을 챙겼다. 폭격의 폐허 속에서 아기를 만나 데리고 갔고(세상에나 나 한 몸도 힘든데) 쉬러 들어간 동굴에서 한쪽 다리를 잃은 소년 아시프를 만나 그와도 동행했다.(비록 처음부터 끝까지 티격태격하지만) 깊은 계곡에서 발견한 집의 레이라와는 자매의 정을 나눴지만... 레이라를 잃게 되는 장면은 이 책의 가장 슬프고 몸떨리는 장면 중 하나...ㅠ 그런데 바로 그 현장에서 엄마를, 가족을 만나게 되는 것이 또 인생의 아이러니다. 이렇게 극한 상황 가운데서도 파바나는 글을 쓴다. 샤우지아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그것은 사소한 개인의 일기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역사이며 기록이다. 기록의 힘은 크다. 그래서 신은 인간에게 글쓰기의 욕망을 주신 것일까. 6.25때 전사한 학도병의 주머니에서도 편지글이 나왔었지...ㅠ

< 3권 : 라벤더 들판의 꿈>은 샤우지아가 겪는 이야기다. 샤우지아가 품에 간직한 사진이 있다. 보랏빛 라벤더 들판... 소녀는 그곳이 있는 프랑스로 가는 것이 꿈이다. 하지만 현실은 보랏빛은 커녕 흙먼지뿐이고 거지꼴을 하고 거리에서 살아가야 한다. 이 책에는 여자의 굴레를 벗고 일하며 싸우며 살아가는 용감한 여자어른 두 명이 나오는데 한 명은 파바나의 엄마고 한명은 위라 아줌마다. 위라 아줌마와 미망인 수용소에서 일하게 된 샤우지아는 자신의 꿈과의 괴리로 여러번 어깃장을 놓지만.... 결국 위라 아줌마의 뒤를 쫓아간다. 보랏빛 꿈은 그 다음으로 미루고, 한몸같던 개 재스퍼를 남겨두고....ㅠ

<4권 : 소녀 파수꾼>은 몇 년 후의 이야기다. 9.11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를 지원하는 탈레반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고, 탈레반은 정권을 잃었다. 그러나 흩어진 탈레반들의 위협과, 남성들의 뇌리에 박힌 여성학대의 악습은 여전하다. 파바나의 엄마는 학교를 세웠고, 모두들 그곳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한다. 여학생들은 삶을 되찾아가지만, 그 댓가는 너무나 크다. 그곳에는 언제나 살해 위협이 도사리고 있다. 결국 회의차 나갔던 엄마는 그들의 손에 시신이 되어 돌아온다. 학교는 폭파되고, 현장에 남아있던 파바나는 테러리스트라는 의심을 받고 미군 감옥에 갇혀 고초를 겪는다. 도대체 작은 한 소녀의 어깨에 지울 수 있는 고난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그래도 완전히 비극으로 끝나진 않는다.
"아프가니스탄이잖아. 뭘 바란 거야? 혹시 해피엔딩이라도?"
샤우지아의 이 말로 4부작은 모두 끝나는데, 이 말이 묘하게 희망과 약간의 미소를 준다.

책을 읽으며 이 장면이 영화라면, 이라는 상상을 많이 했다. 영화의 원작으로 더할나위 없는 책이라는 생각이다. 과연,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캐나다와 미국에선 얼마전에 개봉되었고 2018년엔 다른 나라들에도 개봉된다고. 우리나라에도 오겠지? 꼭 보고 싶다.(자막 없으면 못보니 꼭 와야돼^^;;;) 이 책을 읽으며 아쉬움이 아이들과 함께 읽기에는 너무 길어서 힘들겠다는 것이었는데, 영화를 함께 보고 나서는 책을 읽을 아이들이 많을 것 같다. (그래도 역시 함께 읽기는 좀 힘들듯. 하긴 청소년소설이니.)

마지막 작가의 말을 인용하며 마치려 한다. 이런 작품을 쓰는 작가와, 그 작품을 읽는 독자들로 인하여 세상 어느 구석의 참혹함이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프간 사람들의 삶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지금 파바나와 샤우지아, 위라 아줌마와 같은 개개인은 아프간 여성들의 더 나은 삶을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이 세상이 이들을 지원해야 합니다. 우리는 그럴 의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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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지도로 우리 동네를 바꿨어요! 내가 바꾸는 세상 2
배성호 지음, 이유진 그림 / 초록개구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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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호 선생님과 개인적으로 안면은 없지만 초등교사들 사이에선, 특히 사회 수업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모를 수가 없는 분이라 나도 알고 있다. 내가 볼 때 이 선생님은 홀로 우뚝하신 분이다. 무슨 뜻이냐면 도저히 흉내를 낼 수가 없다는 뜻이다.

이분의 특기가 지식이나 수업기법이라면 배워서 따라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런 면도 훌륭하실 것 같긴 한데 이분의 차별성은 좀 특별하다. 사회에 대한 넓고 깊고 세세한 관심, 그걸 내가 어떻게 해보겠다는 오지랖(?), 게다가 그걸 아이들과 함께 해내겠다는 집념, 결국 일을 만들어가는 추진력!!^^

나는 배성호 선생님이 아이들과 벌인 프로젝트의 과정을 웬만큼 알고 있다. 첫번째 초딩, 자전거 길을 만들다 책을 읽고 리뷰를 썼던 적도 있는데 (그게 벌써 8년전이네) 그 이후로 박물관을 바꿨어요, 안전지도로 동네를 바꿨어요, 학교 교문을 바꿨어요 등의 프로젝트가 이어졌다.(교문 프로젝트는 아직 책으로 안나온 것 같고 출간된 것들 중에서는 이 책이 가장 최근의 내용이다.)

이 책에 나오는 동네탐험과 마을지도 그리기는 흔히 하는 수업이다. 나도 올해 2학년 '마을' 단원에 이 활동이 나와서 했고 대략 만족했다. 만족한 이유는 일단 교과서와 지도서에서 요구한 활동을 달성했고, 아무 말썽없이 무사히 다녀왔고, 최종 결과물인 마을지도가 괜찮게 그려져서 복도 벽에 걸어놓으니 그럴듯했다는 점이었다. 보통은 이정도에서 만족하지 않나? 하지만 배성호 선생님은 다르다. 문제를 찾고 해결방법을 탐색하고, 실제로 해결의 과정에 참여하며 변화를 이루어낸다.

학급 아이들은 모둠별로 맡은 지역을 돌아보러 나갔다. 뭔가를 볼 때는 목적없이 보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식을 갖고 봐야한다. 이 학급은 '안전'이라는 눈으로 마을을 살폈다. 그러자 평상시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였다. 아이들은 위험한 곳과 안전한 곳을 스티커로 표시하고 붙임종이에 설명을 써서 붙이며 지도를 완성해 나갔다. 꼭 필요한 경우엔 양해를 구하고 인터뷰도 했다. 이렇게 마을의 안전 상황이 점차 파악되었다.

여기까지도 훌륭하지만 여기서부터가 문제다. 파악한 문제를 어찌할 것인가? 만약 나라면?- 얘들아, 여기는 이러저러해서 위험하니까 지나다닐 때 조심하자~ 정도로 구렁이 담넘어가듯.... 그리고 누가 쫓아올까 얼른 다른 주제로 넘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부터가 배선생님의 진면목이 드러나는 부분. 선생님은 아이들이 문제의 해결방법에 대해 생각하도록 계속 유도하고, 국민으로서 의무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한다. 여러 협의 끝에 아이들은 구청장님에게 편지를 쓰고, 구청장님의 답장과 방문을 받게 되었다. 아이들의 의견이 즉흥적이거나 억지스러웠다면 이런 결과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선생님과 아이들이 밟아온 과정은 치밀하고 실제적이었기에, 어른들이 제기한 민원 이상의 가치가 있었던 것이다. 결국 아이들이 제기한 민원들은 대부분 해결되었고 마을은 한결 안전한 곳이 되었다.

아이들에게 권리를 가르치는데, 나부터도 미적거리게 된다. 아이들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으며 분별력 있게 적정선을 정할 줄 알며,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 할 것이라는 믿음이 내 안에 없어서이다. 아니 어쩌면 그렇게 가르치며 불의의 돌발상황도 수습하며 일이 만들어져 가도록 이끌 지도력에 자신이 없어서인지도 모른다. 하여간 다 된 결과를 책으로 읽으면 그런가보다 하실 분들도 많겠지만 동료교사로서 그 과정을 생각해보면 정말 대단하다 아니할 수 없다.

그렇게만 치부하지 말고 나에게도 조금이라도 적용점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백가지 지식이 있어도 한 가지를 실천하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는 것. 마을을 변화시키거나, 나라의 평화를 지키거나, 지구촌의 환경문제를 해결하거나 하는 모든 일도 결국 한걸음의 실천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교육활동에서 이 점을 늘 잊지 말고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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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자전거 길을 만들다
박남정 글, 이형진 그림 / 소나무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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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이런 생각부터 드는 나에게 당황스러웠다. ‘우리 나라 관료들이 어떤 사람들인데, 설마 초딩들 말을 듣고 계획에도 없던 자전거도로를 만들어 줬겠어. 논의 중이었거나 어차피 만들 거였겠지. 아니면 우리 시장님은 이렇게 어린이들에게도 귀를 기울입니다~ 하고 째낼만한 사례가 한가지 필요했나보지. 봐라. 이렇게 보도도 되고 책도 나오잖아?’

요즘 우리 동네도 자전거 도로를 만든다고 가로수 다 뽑고 길 파헤쳐 놓은지 한참 되었다. 자전거 도로에 찬성하면서도 과연 어떤 작품이 나올지 반신반의하고 있는 나. 대한민국에 살면서 기대하지 않는 것에 너무나 익숙해졌나....

이 책은 한 선생님과 그 반 아이들이 중심이 되어 마을을 바꾼 실화에 근거한 동화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나와 이 선생님을 비교하면서 책을 읽게 된다. 우리 학교도 자전거 통학은 금지되어 있다. 위험하고, 자전거를 세울 곳이 없기 때문이다. 간혹 여기에 항변하는 아이들이 몇몇 있다. 그 때 내가 어떻게 말해 주었던가? “자전거를 타는 게 건강에 좋지. 하지만 걷는 게 건강에는 더 좋아. 다들 학교 근처에 사는데 걸어도 20분 이상은 안걸리는데 왜 굳이 자전거를 타나? 자전거를 타는게 좋다는 건 차 타는 것 보다 좋다는 거지. 걷는 것보다 좋다는 건 아냐. 걸어 와!” 이랬던 것 같다.

그 말에까지 토 다는 아이는 없었다. 음... 그 이상 토 달았다면 나는 아마도 화를 냈겠지? 그리고 계속 몰래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면? 아마도 알림장에 써주었을 것이다. 아무개 부모님께. 이런저런 이유로 자전거 통학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걸어서도 충분히 올 수 있는 거리이니 앞으로 자전거 통학을 하지 않도록 해주세요....

이렇게 사는 것이 골치 안아프게 사는 방법이다. 적어도 이 책의 배성호 선생님보다는 말이다. 일반인들이 이 책을 읽으면 음~ 이런 일도 있구나. 괜찮네. 하고 넘어가실지 몰라도 교사의 입장에서 책을 읽으면 대단한 내공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인 것을 절절히 느낄 수 있다. 

일단, 교사로서 학교의 규칙에 반해야 하지 않는가.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자전거 통학을 금지시켰는데 말이다. 또 있다. 이 일을 이끌어가는 아이들은 상당한 시간을 이 일에 투자하였다. 부모님께 좋은 소리 당연히 못들었다. 교사로서 이런 일을 견디기는 쉽지 않다. 심지어는 아이들 중에도 “선생님, 그런데 수업은 언제 해요?” 하고 곱지 않은 눈길을 던지는 아이가 있지 않던가. 그리고 무슨 일이든 벌였으면 수습을 해야 하는데, 흐지부지 되지도 않고 모두가 배울 수 있도록 일을 끌고 갈 수 있는 것 또한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대부분은 엄두를 내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 선생님과 아이들은 일을 벌였고, 끈기 있게 해 나갔고, 마침내 원하던 성과까지 얻게 되었다. 이들 사이에는 기본적으로 신뢰가 있었다. 아이들은 선생님에게 - 선생님은 옳으시고 우리 편이라는,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 아이들 스스로 바르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으며 믿고 맡겼을 때 해낼 수 있다는 신뢰 말이다. 그러기까지 선생님 특유의 민주적인 리더쉽으로 지도하신 것들이 아이들 안에 쌓여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초등학교 시절에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주어진 그릇이 사람마다 다르니 나는 이 선생님의 흉내를 내지는 못하겠다. 그래도 한 가지는 다짐해본다. 머리로 아는 데까지만 가르치고 만족하지는 말자. 남을 배려하라고, 환경을 보호하자고, 말로만 가르치고 다 가르쳤다고 생각하지 말자. 아이들의 삶에 한 가지라도 실천이 되도록 애쓰자. 실천으로 나오기 전에는 다 가르친 것이 아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나라일수록 자전거수송 분담률이 높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에 비해 턱없이 낮다. 이 책의 아이들이 일구어낸 자전거 도로나, 지금 우리 동네에서 공사 중인 자전거도로, 그리고 앞으로 계획 중인 자전거도로 등이 유기적으로 잘 연결되어 자동차 운행률을 줄일 수 있는 실제적인 환경보호 효과로까지 나아갔으면 좋겠다.


(2009년에 다른 곳에 썼던 것을 옮겨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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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평범한 날에 산하 청소년
데보라 엘리스 지음, 배블링 북스 옮김 / 산하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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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이 작가의 <나는야 베들레헴의 길고양이>를 읽고 깜짝 놀랐다. 그렇게 눈이 번쩍 뜨이는 책은 오랜만이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 문제를 배경으로 쓴 작품이었는데 아이들에겐 좀 어려워 보였지만 욕심을 부려 5학년 학급 아이들과 함께 읽고 독후활동도 해보았다. 결과적으론 별로 욕심이 아니었다. 아이들은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잘 읽었고 책에 대해 호평을 보냈다. 나는 이 작가의 책을 검색해 보았다. 어린이용으로 나온 책은 거의 없었고 대부분 청소년소설로 나와 있었다. 나의 독서는 거의 학급 아이들과 읽을 책을 찾는 것이기에 아쉬움을 느끼며 넘어갔었다. 그러다 이번에 청소년 소설이라도 읽어보려고 몇 권 주문을 했다. 한권씩 읽어볼 참이다.

첫번째로 읽은 <아주 평범한 날에>는 분량이나 가독성 면에선 고학년어린이용으로 분류해도 큰 상관 없겠다. 이제 겨우 두번째 책을 읽었을 뿐이라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 작가의 책은 속도감 있게 읽힌다. 책 속에 삽화 하나 없지만 쭉쭉 나간다. (물론 손에 잡기까진 난관이 있을 터이다. "그림도 하나 없잖아!" 하면서^^)

내가 이 작가에게 특별한 매력을 느끼는 건 그가 책상에 앉아서 글만 쓰는 작가가 아니라 '운동가'(활동가?)라는 점이다. 작가소개에는 '반전인권운동가'라고 나온다. '자신의 사회적 관심과 도덕적 양심에 따라 작품을 쓰는 작가'라는 소개도 있다. 그래서 그는 현장에 직접 들어가 충분한 취재를 한 후 작품을 쓰는 것 같다. 그 작품의 무대는 세계 곳곳, 주로 인권을 돌아보아야 하는 힘겨운 상황이 벌어지는 곳들이니 그는 정말 치열하게 삶을 걸고 작품을 쓰는 작가라 하겠다.

이번 책의 배경은 인도다. 가난한 탄전마을 자리아에서 열세살 여자아이 발리는 학교도 다니지 못하고 배불리 먹지도, 편히 자지도 못한채 고된 석탄줍기로 하루를 보낸다. 그러던 발리가 어느날 자신이 천애고아란 것과 그동안 이모와 사촌인 줄 알고 끼어 살던 가족이 사실은 가족이 아니란 걸 알게 된다. 그 이야기를 시작하며 발리는 "이 날이 내 생애 최고의 날이 될 줄 몰랐다."라고 말한다. 무슨 뜻일까?

석탄트럭에 무작정 올라타 고향(?)을 떠난 발리는 콜카타라는 도시에 내려졌다. 자유를 얻었으나 등댈 곳도 의지할 이도 없는 아이는 거리를 떠돌며 노숙을 하게 된다. 길고양이같은 하루하루를 사는 아이의 모습은 거지꼴이다. 그리고 독자는 아이에게 심상치 않은 증상이 있다는 것을 눈치채게 되는데 그것은 마을 사람들이 '저주받았다' '괴물'이라며 두려워하던 나병(한센병)이었다.

그 삶에서도 만남과 인연은 소중했다. 거리에서 만난 점쟁이는 아이에게 "친구들이 많이 생긴다"는 점괘를 뽑아주고는 잘못 뽑은거라고 했지만... 도시에 버려진 후 처음 만난 할아버지가 건네준 말들부터가 아이에겐 귀한 인연의 시작이었다. (그냥 스쳐 보내버리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할아버지는 "자신을 보며 웃음 지을 때 슬픔의 짐을 덜 수 있으니"라는 타고르의 싯귀를 들려주었다.
"너는 운이 좋은 거야. 덕분에 모험을 하고 있으니까."
"그렇지만 겁이 나요."
"겁이 나지 않는다면, 그건 너무 평범한 날이기 때문이야."
여기에서 <아주 평범한 날에>라는 제목이 나왔나보다. 평범한게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생의 모든 하루가 평범하다면? 솟구쳐 올라야 할 때를 모르고 계속 구덩이에 빠져만 있다면?

갠지스 강의 화장터에서 만난 의사 인드라 선생님과의 인연은 결정적이다. 그 도움을 받아들이는데 약간의 방황이 있었지만 발리는 결국 받아들이고 병원의 여러 사람들과도 친구가 된다. (틀렸다던 점쟁이의 점괘는 맞은 것이다.^^) 이 부분에서 나는 그동안의 쥐꼬리만한 기부를 그치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병원의 운영은 이런 도움의 손길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자존심 세고 독립적인 발리는 받은 도움을 꼭 되돌릴 것이고 이런 선순환은 계속될 것이다. 작가는 이 책의 인세를 그 병원에 기부한다고 하니, 글과 행동으로 실천하는 셈이다.

책에 밑줄 긋고 싶은 대목이 많았다. 시를 들려준 할아버지를 만난 후 발리의 생각 부분을 옮겨본다. 그리고 또 다른 세상 어느 구석을 다룬 다음 책을 읽으러 가야겠다.
"그 무엇을 완전히 소유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삶이 끝날 때에는 우리의 몸을 자연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생각은 소유할 수 있지만 그밖의 모든 것은 잠시 빌려 쓸 뿐이다. 잠시 쓰다가 돌려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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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배로 카메라 - 제6회 비룡소 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비룡소 문학상
성현정 지음, 이윤희 그림 / 비룡소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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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표지의 도입부 줄거리를 읽고 솔직히 좀 흔하고 유치한 발상이라고 생각했다. 몇 배로 늘어나는 마법, '진짜 엄마'나 '진짜 아빠'를 찾는 이야기 같은 건 이미 많이 나오지 않았나?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것은 아이들의 내면에 중요한 문제라서인지도 모른다. 절실할수록 많이 생각하게 되고 많이 생각할수록 많이 다루게 되는 건 당연하니까 말이다.

읽기에 거부감이 없고 걸리적거리지 않으면 되는거다. 읽어보니 걸리적거리긴 커녕 쭉쭉 잘 읽히고 몰입도도 좋았다. 아이들이 읽기에도, 읽어주기에도 좋겠다. 책읽기가좋아 시리즈 3단계라 중학년이상 권장인데 인터넷서점에선 1,2학년용으로 분류되어 있다. 혼자 읽기 권해주기엔 2,3학년이 적절하고 교사가 읽어주고 생각나누기를 한다면 이야기 수준에 따라 전학년도 가능할 것 같다.

바쁜 맞벌이 엄마 아빠의 아들 '나'는 하교길에 신기한 트럭을 만난다. 예쁜 외면에 비해 파는 물건은 잡동사니 수준이었는데 그중에 카메라가 '나'의 눈에 띄었다. 주인이 없어 주머니에 있던 500원을 트럭에 던져놓고 도둑이 된 느낌으로 카메라를 들고 집으로 뛴다.

신기해서 이리저리 만져보던 중 '나'는 카메라의 신기한 기능을 알게 된다. 고양이를 찍었더니 2마리로 늘어났던 것이다. 제목과 같이 <2배로 카메라>였던 것. 퇴근하고 집에 돌아온 엄마 아빠에게 이 사실을 고하지만 짜증나거나 무관심한 답변만 돌아올 뿐이다. 속상한 아이는 어찌하다 보니 고양이를 48마리로 늘려 놓았고 엄마가 둘, 아빠가 넷이 된다.

이 아수라장을 대체 어찌 수습할 것인가? 이제부터가 재미라고 할 수 있다. 엄마 아빠들은 똑같은 모습으로 평상시 역할에 충실한다. 엄마 둘은 바쁘게 집안일을 하고 아빠 넷은 소파에 앉아 스포츠 중계를 보고 말이다. 나름 좋은(?) 점도 있었는데 엄마 한 명은 회사를 가고 한 명은 집에 남아 아들을 보살핀(감시한)다.

아이는 카메라를 들고 다시 트럭으로 갔다. 뜻밖에 트럭 뿐 아니라 주인 할아버지까지 있었다! 반품하고 싶다는 아이의 요청을 받아주며 할아버지는 가짜를 찌를 수 있는 유리바늘을 준다. 옛이야기처럼 마법도구에는 조건이 따른다. "진짜를 찌르면 영혼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함께 존재할 수 없는 과잉존재들을 어떻게 소멸시킬까?는 몹시 괴롭고도 난감한 문제인데 그것을 유리바늘로, 풍선에 바람이 빠지는 것으로 표현한 작가의 재치가 맘에 든다. 풍선이라니 왠지 마음에 부담이 없어서 좋다고 할까?^^

진짜 엄마와 진짜 아빠를 찾게 되는 과정도 재밌다. 나에 대한 모든 것을 아는 사람이 진짜 엄마 아빠가 아니었다. 진짜 아빠는 내가 좋아하는 핸드폰 게임 이름을 알 리 없었고, 진짜 엄마는 내가 1년째 놀지 않고 있는 우영이가 단짝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이다. 이 부분에서 엄마 아빠는 많이 미안해 하며 이야기가 끝났지만.... 뭐 다들 그런게 아닐까? 자식이라고 어떻게 속속들이 알겠으며, 꼭 그래야 하는 것도 아니지 않을까? 하지만 자식이 원할 때, 엄마 아빠의 관심이 필요할 때 바쁘다는 핑계로 외면하지는 않을 것, 그리고 그 때가 아이에 따라서 상당히 이를 수도 늦을 수도 있다는 것은 알아야 할 것 같다.

아이들과는 이 책이 자신의 상황이라고 상상하는 활동을 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나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엄마 아빠를 찾을 수 있을지.... 자칫하면 집안 기밀 다 누설하는 몹시 위험한 활동이 될 수도 있겠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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