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딩, 자전거 길을 만들다
박남정 글, 이형진 그림 / 소나무 / 200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고 이런 생각부터 드는 나에게 당황스러웠다. ‘우리 나라 관료들이 어떤 사람들인데, 설마 초딩들 말을 듣고 계획에도 없던 자전거도로를 만들어 줬겠어. 논의 중이었거나 어차피 만들 거였겠지. 아니면 우리 시장님은 이렇게 어린이들에게도 귀를 기울입니다~ 하고 째낼만한 사례가 한가지 필요했나보지. 봐라. 이렇게 보도도 되고 책도 나오잖아?’

요즘 우리 동네도 자전거 도로를 만든다고 가로수 다 뽑고 길 파헤쳐 놓은지 한참 되었다. 자전거 도로에 찬성하면서도 과연 어떤 작품이 나올지 반신반의하고 있는 나. 대한민국에 살면서 기대하지 않는 것에 너무나 익숙해졌나....

이 책은 한 선생님과 그 반 아이들이 중심이 되어 마을을 바꾼 실화에 근거한 동화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나와 이 선생님을 비교하면서 책을 읽게 된다. 우리 학교도 자전거 통학은 금지되어 있다. 위험하고, 자전거를 세울 곳이 없기 때문이다. 간혹 여기에 항변하는 아이들이 몇몇 있다. 그 때 내가 어떻게 말해 주었던가? “자전거를 타는 게 건강에 좋지. 하지만 걷는 게 건강에는 더 좋아. 다들 학교 근처에 사는데 걸어도 20분 이상은 안걸리는데 왜 굳이 자전거를 타나? 자전거를 타는게 좋다는 건 차 타는 것 보다 좋다는 거지. 걷는 것보다 좋다는 건 아냐. 걸어 와!” 이랬던 것 같다.

그 말에까지 토 다는 아이는 없었다. 음... 그 이상 토 달았다면 나는 아마도 화를 냈겠지? 그리고 계속 몰래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면? 아마도 알림장에 써주었을 것이다. 아무개 부모님께. 이런저런 이유로 자전거 통학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걸어서도 충분히 올 수 있는 거리이니 앞으로 자전거 통학을 하지 않도록 해주세요....

이렇게 사는 것이 골치 안아프게 사는 방법이다. 적어도 이 책의 배성호 선생님보다는 말이다. 일반인들이 이 책을 읽으면 음~ 이런 일도 있구나. 괜찮네. 하고 넘어가실지 몰라도 교사의 입장에서 책을 읽으면 대단한 내공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인 것을 절절히 느낄 수 있다. 

일단, 교사로서 학교의 규칙에 반해야 하지 않는가.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자전거 통학을 금지시켰는데 말이다. 또 있다. 이 일을 이끌어가는 아이들은 상당한 시간을 이 일에 투자하였다. 부모님께 좋은 소리 당연히 못들었다. 교사로서 이런 일을 견디기는 쉽지 않다. 심지어는 아이들 중에도 “선생님, 그런데 수업은 언제 해요?” 하고 곱지 않은 눈길을 던지는 아이가 있지 않던가. 그리고 무슨 일이든 벌였으면 수습을 해야 하는데, 흐지부지 되지도 않고 모두가 배울 수 있도록 일을 끌고 갈 수 있는 것 또한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대부분은 엄두를 내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 선생님과 아이들은 일을 벌였고, 끈기 있게 해 나갔고, 마침내 원하던 성과까지 얻게 되었다. 이들 사이에는 기본적으로 신뢰가 있었다. 아이들은 선생님에게 - 선생님은 옳으시고 우리 편이라는,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 아이들 스스로 바르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으며 믿고 맡겼을 때 해낼 수 있다는 신뢰 말이다. 그러기까지 선생님 특유의 민주적인 리더쉽으로 지도하신 것들이 아이들 안에 쌓여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초등학교 시절에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주어진 그릇이 사람마다 다르니 나는 이 선생님의 흉내를 내지는 못하겠다. 그래도 한 가지는 다짐해본다. 머리로 아는 데까지만 가르치고 만족하지는 말자. 남을 배려하라고, 환경을 보호하자고, 말로만 가르치고 다 가르쳤다고 생각하지 말자. 아이들의 삶에 한 가지라도 실천이 되도록 애쓰자. 실천으로 나오기 전에는 다 가르친 것이 아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나라일수록 자전거수송 분담률이 높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에 비해 턱없이 낮다. 이 책의 아이들이 일구어낸 자전거 도로나, 지금 우리 동네에서 공사 중인 자전거도로, 그리고 앞으로 계획 중인 자전거도로 등이 유기적으로 잘 연결되어 자동차 운행률을 줄일 수 있는 실제적인 환경보호 효과로까지 나아갔으면 좋겠다.


(2009년에 다른 곳에 썼던 것을 옮겨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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