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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지도로 우리 동네를 바꿨어요! ㅣ 내가 바꾸는 세상 2
배성호 지음, 이유진 그림 / 초록개구리 / 2017년 10월
평점 :
배성호 선생님과 개인적으로 안면은 없지만 초등교사들 사이에선, 특히 사회 수업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모를 수가 없는 분이라 나도 알고 있다. 내가 볼 때 이 선생님은 홀로 우뚝하신 분이다. 무슨 뜻이냐면 도저히 흉내를 낼 수가 없다는 뜻이다.
이분의 특기가 지식이나 수업기법이라면 배워서 따라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런 면도 훌륭하실 것 같긴 한데 이분의 차별성은 좀 특별하다. 사회에 대한 넓고 깊고 세세한 관심, 그걸 내가 어떻게 해보겠다는 오지랖(?), 게다가 그걸 아이들과 함께 해내겠다는 집념, 결국 일을 만들어가는 추진력!!^^
나는 배성호 선생님이 아이들과 벌인 프로젝트의 과정을 웬만큼 알고 있다. 첫번째 초딩, 자전거 길을 만들다 책을 읽고 리뷰를 썼던 적도 있는데 (그게 벌써 8년전이네) 그 이후로 박물관을 바꿨어요, 안전지도로 동네를 바꿨어요, 학교 교문을 바꿨어요 등의 프로젝트가 이어졌다.(교문 프로젝트는 아직 책으로 안나온 것 같고 출간된 것들 중에서는 이 책이 가장 최근의 내용이다.)
이 책에 나오는 동네탐험과 마을지도 그리기는 흔히 하는 수업이다. 나도 올해 2학년 '마을' 단원에 이 활동이 나와서 했고 대략 만족했다. 만족한 이유는 일단 교과서와 지도서에서 요구한 활동을 달성했고, 아무 말썽없이 무사히 다녀왔고, 최종 결과물인 마을지도가 괜찮게 그려져서 복도 벽에 걸어놓으니 그럴듯했다는 점이었다. 보통은 이정도에서 만족하지 않나? 하지만 배성호 선생님은 다르다. 문제를 찾고 해결방법을 탐색하고, 실제로 해결의 과정에 참여하며 변화를 이루어낸다.
학급 아이들은 모둠별로 맡은 지역을 돌아보러 나갔다. 뭔가를 볼 때는 목적없이 보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식을 갖고 봐야한다. 이 학급은 '안전'이라는 눈으로 마을을 살폈다. 그러자 평상시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였다. 아이들은 위험한 곳과 안전한 곳을 스티커로 표시하고 붙임종이에 설명을 써서 붙이며 지도를 완성해 나갔다. 꼭 필요한 경우엔 양해를 구하고 인터뷰도 했다. 이렇게 마을의 안전 상황이 점차 파악되었다.
여기까지도 훌륭하지만 여기서부터가 문제다. 파악한 문제를 어찌할 것인가? 만약 나라면?- 얘들아, 여기는 이러저러해서 위험하니까 지나다닐 때 조심하자~ 정도로 구렁이 담넘어가듯.... 그리고 누가 쫓아올까 얼른 다른 주제로 넘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부터가 배선생님의 진면목이 드러나는 부분. 선생님은 아이들이 문제의 해결방법에 대해 생각하도록 계속 유도하고, 국민으로서 의무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한다. 여러 협의 끝에 아이들은 구청장님에게 편지를 쓰고, 구청장님의 답장과 방문을 받게 되었다. 아이들의 의견이 즉흥적이거나 억지스러웠다면 이런 결과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선생님과 아이들이 밟아온 과정은 치밀하고 실제적이었기에, 어른들이 제기한 민원 이상의 가치가 있었던 것이다. 결국 아이들이 제기한 민원들은 대부분 해결되었고 마을은 한결 안전한 곳이 되었다.
아이들에게 권리를 가르치는데, 나부터도 미적거리게 된다. 아이들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으며 분별력 있게 적정선을 정할 줄 알며,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 할 것이라는 믿음이 내 안에 없어서이다. 아니 어쩌면 그렇게 가르치며 불의의 돌발상황도 수습하며 일이 만들어져 가도록 이끌 지도력에 자신이 없어서인지도 모른다. 하여간 다 된 결과를 책으로 읽으면 그런가보다 하실 분들도 많겠지만 동료교사로서 그 과정을 생각해보면 정말 대단하다 아니할 수 없다.
그렇게만 치부하지 말고 나에게도 조금이라도 적용점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백가지 지식이 있어도 한 가지를 실천하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는 것. 마을을 변화시키거나, 나라의 평화를 지키거나, 지구촌의 환경문제를 해결하거나 하는 모든 일도 결국 한걸음의 실천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교육활동에서 이 점을 늘 잊지 말고 있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