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배로 카메라 - 제6회 비룡소 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비룡소 문학상
성현정 지음, 이윤희 그림 / 비룡소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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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표지의 도입부 줄거리를 읽고 솔직히 좀 흔하고 유치한 발상이라고 생각했다. 몇 배로 늘어나는 마법, '진짜 엄마'나 '진짜 아빠'를 찾는 이야기 같은 건 이미 많이 나오지 않았나?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것은 아이들의 내면에 중요한 문제라서인지도 모른다. 절실할수록 많이 생각하게 되고 많이 생각할수록 많이 다루게 되는 건 당연하니까 말이다.

읽기에 거부감이 없고 걸리적거리지 않으면 되는거다. 읽어보니 걸리적거리긴 커녕 쭉쭉 잘 읽히고 몰입도도 좋았다. 아이들이 읽기에도, 읽어주기에도 좋겠다. 책읽기가좋아 시리즈 3단계라 중학년이상 권장인데 인터넷서점에선 1,2학년용으로 분류되어 있다. 혼자 읽기 권해주기엔 2,3학년이 적절하고 교사가 읽어주고 생각나누기를 한다면 이야기 수준에 따라 전학년도 가능할 것 같다.

바쁜 맞벌이 엄마 아빠의 아들 '나'는 하교길에 신기한 트럭을 만난다. 예쁜 외면에 비해 파는 물건은 잡동사니 수준이었는데 그중에 카메라가 '나'의 눈에 띄었다. 주인이 없어 주머니에 있던 500원을 트럭에 던져놓고 도둑이 된 느낌으로 카메라를 들고 집으로 뛴다.

신기해서 이리저리 만져보던 중 '나'는 카메라의 신기한 기능을 알게 된다. 고양이를 찍었더니 2마리로 늘어났던 것이다. 제목과 같이 <2배로 카메라>였던 것. 퇴근하고 집에 돌아온 엄마 아빠에게 이 사실을 고하지만 짜증나거나 무관심한 답변만 돌아올 뿐이다. 속상한 아이는 어찌하다 보니 고양이를 48마리로 늘려 놓았고 엄마가 둘, 아빠가 넷이 된다.

이 아수라장을 대체 어찌 수습할 것인가? 이제부터가 재미라고 할 수 있다. 엄마 아빠들은 똑같은 모습으로 평상시 역할에 충실한다. 엄마 둘은 바쁘게 집안일을 하고 아빠 넷은 소파에 앉아 스포츠 중계를 보고 말이다. 나름 좋은(?) 점도 있었는데 엄마 한 명은 회사를 가고 한 명은 집에 남아 아들을 보살핀(감시한)다.

아이는 카메라를 들고 다시 트럭으로 갔다. 뜻밖에 트럭 뿐 아니라 주인 할아버지까지 있었다! 반품하고 싶다는 아이의 요청을 받아주며 할아버지는 가짜를 찌를 수 있는 유리바늘을 준다. 옛이야기처럼 마법도구에는 조건이 따른다. "진짜를 찌르면 영혼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함께 존재할 수 없는 과잉존재들을 어떻게 소멸시킬까?는 몹시 괴롭고도 난감한 문제인데 그것을 유리바늘로, 풍선에 바람이 빠지는 것으로 표현한 작가의 재치가 맘에 든다. 풍선이라니 왠지 마음에 부담이 없어서 좋다고 할까?^^

진짜 엄마와 진짜 아빠를 찾게 되는 과정도 재밌다. 나에 대한 모든 것을 아는 사람이 진짜 엄마 아빠가 아니었다. 진짜 아빠는 내가 좋아하는 핸드폰 게임 이름을 알 리 없었고, 진짜 엄마는 내가 1년째 놀지 않고 있는 우영이가 단짝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이다. 이 부분에서 엄마 아빠는 많이 미안해 하며 이야기가 끝났지만.... 뭐 다들 그런게 아닐까? 자식이라고 어떻게 속속들이 알겠으며, 꼭 그래야 하는 것도 아니지 않을까? 하지만 자식이 원할 때, 엄마 아빠의 관심이 필요할 때 바쁘다는 핑계로 외면하지는 않을 것, 그리고 그 때가 아이에 따라서 상당히 이를 수도 늦을 수도 있다는 것은 알아야 할 것 같다.

아이들과는 이 책이 자신의 상황이라고 상상하는 활동을 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나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엄마 아빠를 찾을 수 있을지.... 자칫하면 집안 기밀 다 누설하는 몹시 위험한 활동이 될 수도 있겠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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