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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커별 ㅣ 보림어린이문고
오카다 준 지음, 윤정주 그림, 이경옥 옮김 / 보림 / 2018년 1월
평점 :
오카다 준의 신작이 나와서 열어봤더니 10년전 나왔던 <진짜 별이 아닌 별이 나오는 진짜 이야기>라는 책의 개정판이다. 10년 전 다른 곳에 썼던 서평이 생각나 찾아보았다. 이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조금 변했구나. 그리고 여전히 변하지 않은 부분도 있구나..... 옛 서평에서 교사로서의 내 과거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이 재미있다.^^;;; 아래는 가져온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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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시간표, 비를 피할 때는 미끄럼틀 아래서 등으로 특별한 느낌을 주었던 오카다 준의 작품이다. 오카다 준의 작품은 현실과의 연결고리를 놓지 않으면서도 뭐라 형용하기 어려운 환상적인 느낌의 판타지라는 점에서 참 인상적이었는데 이번 작품에는 환타지적인 요소가 빠졌다. 저학년 대상의 생활동화라 하면 되겠다. 전편들의 느낌이 강렬해서인지 좀 밋밋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이 동화에서 선택한 문제의식은 황선미 님의 ‘나쁜 어린이표’의 그것과 똑같아 보인다. 혹시 표절작 아니야? 하는 의혹이 툭 튀어나올 정도이다. 물론 내용은 똑같지 않다. 나쁜 어린이표의 선생님은 ‘나쁜 어린이표’라는 벌점을 주어서 아이들을 힘들게 했지만 이 책의 선생님은 상점의 의미인 은색 별 스티커를 준다. 그러나 결국 마찬가지다. 벌점을 받거나 상점을 못받거나 서로 비교되는 건 마찬가지니까 말이다.
별 스티커를 말하다보니 떠오르는 책이 또 한권 있다. 맥스 루케이도의‘너는 특별하단다’라는 그림책이다. 거기에 나오는 펀치넬로는 별표를 받지 못해 늘 주눅이 들어있고 고민한다.
음... 그렇다면 작가는 교실의 보상제도라는 배경은 ‘나쁜 어린이표’에서, 별스티커라는 소재는 ‘너는 특별하단다’에서 따와서 적당히 버무려 놓은 것인가? 그런 의혹도 가능하긴 하겠다. 하지만 난 굳이 그런 의혹의 눈으로 작품을 보고 싶지는 않다. 대신 이렇게 생각해보려 한다. 스티커로 인간의 행동을 강화시키려는 시도는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에서도, 일본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구나.......
그러나 교사의 입장에서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체벌하지 않고 아이들의 동기를 부여하며 적절한 보상으로 올바른 행동을 강화하기에 스티커만한 다른 대안을 찾기가 너무나 힘들기 때문이다. 선생님들의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도 이런 고민을 흔히 보게 된다. 거기에는 많은 고민과 공감의 댓글들이 달린다. 하지만 언제나 정답은 없다....
이 책의 선생님은 백점맞는 아이들에게 멋진 별 스티커를 주었다. 어느새 별을 야구모자 붙이는게 유행이 되어 너도 나도 계급장과 같은 별모자를 쓰고 다닌다.
이 대목에서 같은 교사로서 이해가 안가는 부분은 선생님이 왜 ‘시험’을 잘 본 아이들에게만 스티커를 주었을까 하는 점이다. 난 급식 잘 먹은 친구에게도 주고, 일기 써온 사람, 책 읽은 사람, 학급의 역할분담활동 잘 한 사람, 발표한 사람.... 골고루 주는데...
하지만 부끄럽게도 이것도 큰 차이는 없다. 위의 선생님 반 아이들이 공부 잘 하는 아이 : 못하는 아이의 구도로 나뉜다면 우리 반 아이들은 학교생활에 성실한 아이 : 불성실한 아이의 구도로 나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하지만 매사에 아이들에게 내적인 동기유발을 시킬 자신이 없는 나로서는 다양하다는 미명 하에 오늘도 스티커 제도를 잘 써먹고 있다. 그래서 이런 책을 읽기가 영 마음이 불편하다.
같은 모둠의 친구들인 신이(별을 하나도 못받았다), 잇페이(가끔은 쉬운 시험도 있어서 별 세 개를 받았다), 마코(보통은 하는 아이라서 18개의 별을 받았다)는 어느 날 신이의 숙제를 도와주기 위해(별 하나라도 받게 하려고) 빈 교실에 들어갔다가 선생님의 서랍에서 별 스티커 뭉치를 발견한다. 잇페이는 그중 한 장을 빼내 신이에게 주고, 신이는 그걸 화장실에 붙여준다. 마코도 자신의 모자에 달린 별을 떼어 화장실에 붙이고, 잇페이가 간신히 모은 별 세 개는 하나씩 서로의 이마에 붙여준다. 한마디씩 서로를 칭찬하면서.... 백 열 여덟 개의 별이 빛나고 있는 화장실... 밤하늘의 별과 서로 어울려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장면이 이 책의 인상적인 마지막 장면이다.
그러잖아도 고민할게 많아 죽겠는데 그냥 별 무리 없이 하고 있는 상표 제도를 새삼스레 또 고민해야 하나.... 그렇다면 아직 자율도덕성이 생기지 않은 아이들에게 어떻게 성실한 학교생활에 대한 내적인 동기부여를 해줄 것인가... 고민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재미있는 책을 놓고 주로 고민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이 딱하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