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를 위한 질문 웅진책마을
마이클 모퍼고 지음, 마이클 포맨 그림, 김영선 옮김 / 웅진주니어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올해 중학년을 지원해놓고, 준다는 보장은 없지만 좋아하는 작가의 중학년용 책들을 찾아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첫번째 작가는 마이클 모퍼고다. 영국에서 존경받는다는 이 작가는 나의 30대 초중반에, 어린시절 독서의 추억을 고스란히 되살려준 작가다. 그 시작은 '켄즈케 왕국'이었고 이후 다른 작품으로도 "동화는 대상연령이 낮을 뿐 수준이 낮은 장르가 아니며 아이들만 읽는 것도 아니다"라는 사실을 나에게 증명해줬다.

특히 마이클 모퍼고는 상당히 무거운 주제들을 다룬다. 일상생활과 거기서 나온 감정을 다룬 생활동화들도 물론 좋지만 이런 주제들을 다루는 것은 문제의식과 상당한 지식, 취재를 전제로 하기에 내게는 더욱 대단하게 느껴진다. 마이클 모퍼고의 작품 중엔 전쟁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많고 탈핵을 말하는 작품도 있다.

알라딘 중고서점을 둘러보다가 예전에 도서관에서 읽었던 <모차르트를 위한 질문>이 보여서 구입했다. 분량상 중학년용이기도 해서. 반쯤은 잊어버렸던 내용이 읽으면서 다시 살아났고 '역시 좋다'는 혼잣말이 나왔다.

액자식으로 짜여진 이 책의 가장 바깥에는 한 젊은 여기자가 있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팀장의 부상으로 인해 대 바이올리니스트 파올로 레비를 인터뷰할 기회를 잡았다.

예상할 수 있듯이 액자의 안쪽에는 파올로 레비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그러나 더 안쪽에 그의 부모님과 스승님 이야기가 있다. 때는 2차 세계대전 나치의 홀로코스트가 자행되던 때이다.

제목에도 모차르트가 나오고 기자가 받은 취재 지침에도 '모차르트 질문을 하지 말라'는 내용이 있으니 과연 이 이야기에서 모차르트의 의미는 뭘까 궁금해진다. 애송이 기자는 서툴기 짝이 없었고, "그 질문을 하지 말라고 얘기를 들었거든요. 저는 사실 모차르트 질문이 뭔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그 질문은 하고 싶어도 못 하지요. 아무튼 그 질문을 좋아하지 않으신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 그건 묻지 않을게요." 이러면서 버벅대고 있는 사이, 침묵과 긴장이 흘렀고 드디어 대 바이올리니스트는 입을 열었다.

길거리 연주자의 바이올린에 매료된 파올로에게 그동안 모르고 살았던 부모님의 과거가 다가온다. 평범한 이발사로 살아가던 부모님은 젊은시절 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연주자였고, 그 사실 때문에 홀로코스트 중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러나 모차르트.... 그 상처로 이후 부모님은 절대로 활을 잡지 않고 살아왔다. 파올로 레비도 50세가 된 지금까지 한번도 모차르트를 연주하지 않았고.... 하지만 다가오는 50세 기념 연주에서 모차르트를 연주하려고 한다. 그 어느때보다도 잘 연주하고 싶다. 하늘에서 지켜보시는 부모님과 스승님을 위해서.

사랑하는 음악을 애써 외면하고 살아온 부모님, 초라한 길거리에서의 연주로 음악인생을 살고 있는 스승님, 이들의 과거에서 전쟁과 학살의 참상과 살아남은 자의 상처를 보게 된다. 그리고 파올로 레비의 비밀에 싸인 음악인생 또한 그 상처에서 자유롭지 않지만, 치유와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것을 보게 된다.

내게는 동화의 가치를 더 높여주는 마이클 모퍼고의 작품들이지만 우리나라에서 그리 널리 읽히지는 않는 것 같다. 이 책도 그렇다. 중학년용이라고 잡긴 했는데 중학년 학급에서 같이 읽을 수 있을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두껍지 않아서 읽기에 시간이 많이 걸리진 않으니 같은 이슈를 다루는 수업에서 읽는다면 고학년에서 활용하기 더 좋을 것 같기도 하다.

굳이 세상의 아픈 곳을 찾아 작품을 쓰는 작가들의 노력이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길 바란다. 세상은 여전히 어지럽고 주고받는 상처들이 난무하지만 말이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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