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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윈딕시 ㅣ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32
케이트 디카밀로 지음, 송재호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시공주니어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주인공들은 다 외로운 사람들이다. 나름대로 슬픈 과거들을 가지고 있다. 책의 제목인 윈딕시까지도...(윈딕시는 개 이름이다.)
오팔은 목사님인 아빠를 따라 작은 마을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친구가 없어 외로운데 거기다 오팔은 엄마도 없다. 3살때 엄마가 집을 나가 버렸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책의 분위기는 우울하지 않다. 외로운 느낌이 묻어 나오기는 하지만.. 그 외로움은 뭐라고 할까... 따뜻한 봄날 오후 한적한 시골길을 걸을 때의 느낌이라고 할까.
교회 일에 바쁜 아빠 대신 오팔은 수퍼마켓에 왔다가 버려진 개 윈딕시를 만나게 된다. 친구가 없던 오팔에게 유머러스하고 푸근한 윈딕시는 첫 친구가 되어 주었다. 그리고 윈딕시와 더불어 새로운 만남을 통해 하나 둘 친구를 사귀게 된다. 가족도 친구도 없는 도서관 사서 할머니, 동네 아이들에게 마녀라고 놀림받는 글로리아 할머니, 감옥에 갔다온 경력이 있는 오티스 아저씨, 늘 찡그리고 남들을 무시하지만 동생을 잃은 아픔을 가지고 있는 아만다...
이야기 듣기를 좋아하는 오팔은 전혀 연배가 맞지 않는 이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또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우정을 쌓아간다. 깊은 슬픔을 가진 오팔이지만 그 슬픔을 과장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숨기지도 않는다. 그다지 격렬하지 않은 슬픔을 그냥 무심한 듯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그래서 더 안쓰럽고 꼭 안아주고 싶고, 가슴 한 구석이 먹먹하다.
어느 날 도서관 사서 할머니의 증조 할아버지 이야기를 듣다가 할아버지가 만드셨다는 사탕을 먹게 되었는데 그 사탕은 달콤한 맛 외에 또 한가지의 맛이 있었다. 할머니는 그것을 '슬픔'의 맛이라고 했다. 사탕을 먹은 친구들은 모두 다 다른 맛을 이야기한다.
"사람들이 떠나는 것 같은 맛이 난다"는 글로리아 할머니.
"이 사탕을 먹으니까 네 엄마 생각이 난다"는 아빠.
"감옥에 있을 때의 느낌이 든다"는 오티스 아저씨.
이 책을 읽을수록 책의 느낌이 그 사탕 맛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슬프면서도 달콤한 맛, 살짝 눈물이 흐르면서도 미소가 지어지는 맛, 외로움을 위로받는 맛.
이 외로운 친구들은 글로리아 할머니 집의 소박한 파티에서 한 자리에 모인다. 갑자기 비가 쏟아지고, 천둥번개에 병적인 공포를 가진 윈딕시가 사라지는 바람에 파티는 엉망이 되지만 비속으로 윈딕시를 찾으러 나간 오팔과 아빠는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주고, 집에 남아있던 사람들도 서로 따뜻한 친구들이 되어 있었다.
파티에 초대된 아빠는 여기에서도 목사님의 본분을 다해 모인 사람들을 위해 기도한다.
"하나님 아버지, 하나님의 뜻을 헤아리긴 어렵지만, 멋진 선물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이 우리를 사랑하시듯이 저희도 온 마음을 다해 서로 사랑할 임무를 내려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우리 인생에 아픔이 왜 찾아오는지는 모른다.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린 그 상실감은 누구나 감당하기 고통스럽다. 그런데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있다. 아픔을 겪고 나야 위로할 힘을 얻게 된다는 것, 슬픔은 서로를 이어주는 끈이 된다는 것.
상실과 슬픔이 인생에서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난 이걸 바라고 싶다. 그것으로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되기를, 내가 슬플 때 누군가가 옆에 있어 주기를, 나와 내 사랑하는 사람들의 슬픔이 오묘한 '리트무스 로젠지' 사탕 맛과 같기를, 슬프면서도 달콤한….
(2007년에 다른 곳에 썼던 것을 옮겨옴)